출산후기
32시간의 긴 진통, 작은 골반에 비해 큰 아기, 자궁이 열리지 않아 촉진제 맞음.
저와 비슷한 상황이신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올려요 ^^
엄조산원/40주 4일/자연주의출산/초산/여아/3.45kg/관장제모무통x/회음부열상x/촉진제o
- 출산예정일 9월 9일(토요일) 40주
예정일 2~3달전부터 조산원 진료와 병원진료(아기무게 체크)를 병행
조산원 당부사항 지키려고 노력함.
양수 적어서 물1L에 집간장 1숟갈, 꿀 1숟갈 타마심
회음부 마사지 매일함. 2~3주전부터 매일 2~3시간씩 걸었으나 신호 없음.
- 9월 11일(월요일) 40주+2일
가진통이나 이슬 등 아무런 징조 없다가 오후부터 배가 약간 싸하고 화장실 자주 감.
저녁먹고부터 10분 전후로 주기적인 통증이 시작 됨.
참을만하여 동네근처 2시간정도 걷고 집으로 옴.
밤이 되자 통증이 좀 더 심해져서 잠을 잘 수가 없었음.
안방과 거실을 서성이며 밤을 꼴딱 새고 불안한 마음에 조산원 선생님께 4시쯤 전화드림.
주기가 몇분이냐고 해서 5분 전후라고 했더니 조산원이랑 5분거리니까 주기가 3~4분될때까지 좀 더 참아보라고 하심.
새벽 6시 : 조산원 선생님이 전화하셔서 계속 아프면 불안할테니 일단 와보라고 하셔서 감.
내진해보니 3cm정도 열려있었는데 그건 그 전에도 그랬어서 좀 더 참아보고 정 힘들면 점심때 다시 와보라고 하심.
- 9월 12일(화요일) 40주+3일
집으로 돌아가서도 진통이 3~5분 정도였는데 전날 밤을 꼴딱 새서 진통 안올 때 잠들었다가 아프면 다시 깨서 집안을 걸으면서 버티다 다시 누워 잠들다 또 아프다 무한 반복함.
너무 아프고 서러워서 남편 붙잡고 울었음.
오전 11시 : 다시 조산원으로 가서 내진했으나 여전히 진행안되고 4cm 밖에 안열려있어서 좌절함. 집에 다시 가서 좀 더 있다가 아예 5시에 입원준비하고 오라고 하심.
집에서도 계속 잠들었다가 아파서 일어나서 호흡하며 걷다가 또 잠들고 남편 붙들고 울었음.
진통 올 때 원장님이 알려주신 호흡법으로 하면 그나마 괜찮았음.
오후 5시 : 짐 싸들고 조산원으로 감.
내진하니 5cm 밖에 안 열렸다고 하여 또다시 좌절함.
너무 진행이 느려서 불수산 한약을 1시간 간격으로 5번 먹고, 밤 11시쯤 그래도 진행이 안되있으면 촉진제를 맞자고 하심. 조산원에서도 촉진제 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하심.
보통 병원에서 유도분만 하면 실패하면 제왕할 확률이 높다고 하여 마음이 불안해졌지만, 원장님을 믿고 해보기로 함.
밤 10시 : 불수산 먹으며 더 강해진 진통을 버텼지만 내진결과 그대로 5~6cm 여서 결국 수액과 함께 촉진제를 맞음. (일반병원에서 쓰는 촉진제보다 훨씬 적게 썼다고 하심.)
- 9월 13일(수요일) 40주+4일
촉진제를 맞고 나서 정말 그동안과는 차원이 다른 진통이 몰려오기 시작함!!
그동안 출산후기에서 수없이 읽었던 것처럼 아랫배를 쥐어짜는 것 같고... 사실은 그보다 격한 표현에 더 어울릴만한 고통이 찾아옴.
옆에서 남편이 계속 손잡고 후기 호흡(히히흠)을 할 수 있게 박자를 맞춰줌.
그러나 점점 통증이 심해져서 후기에서 숱하게 읽었던 짐승소리가 절로 나옴.
억! 억! 하고 아래쪽에 힘이 들어가고 배가 너무너무너무 아파왔다.
원장님이 계속 진통하는 소리를 들으시다가 중간중간 내진해주셨는데 촉진제맞고 진행이 확실히 빨랐다.
양수가 터지고 극심한 진통을 하고 내진을 하니 아기가 많이 내려왔다고 하셨다.
근데 내 골반은 작고 아기는 커서 나오는데 꽤 오래걸릴 것 같다고 하셨다.
밤 12시 : 힘주기를 하기 시작했으나 아기가 잘 내려오지 않아서 중간에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20분정도 힘주고 왔는데 그 이후에 진행이 빨리 되었다.
아기 머리가 조금씩 보인다고 하셔서 힘을 내고 남편이 배를 눌러서 아기가 내려오도록 도와줬다.
새벽 3시 : 이렇게 힘주기만 3시간하는데 원장님이 이제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분만준비를 시작하셨다!!
정말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것 같았다. 이제 이 고통이 끝날 수 있다니!!
마지막까지 원장님 말씀 들으며 힘을 주고, 아기 머리가 거의 다 나오고나서 원장님 말씀따라 힘을 줬다 뺐다, 줬다 뺐다, 줬다 뺐다 하니 드디어 아기가 나왔다!!
아~~~ 이제 끝났다!!!!
나오는 과정에서 힘들어서 아기가 태변을 좀 먹었지만 원장님이 능숙하게 처치해주시고 내 배위에 올려주셨을 때 그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태맥이 끊긴 후 5분 뒤에 남편이 탯줄을 잘라주고, 남은 태반까지 후루룩 나오고나니 배가 홀쭉해지면서 모든 아픔이 사라졌다.
원장님께서 회음부 열상을 하나도 안 입었다며 나에게 손바닥을 내미셔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기 기저귀만 채우고 내 가슴 위에서, 남편 가슴 위에서 번갈아가며 아침 8시까지 캥거루케어를 하며 셋 다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 원장님이 오셔서 아기 목욕시켜주시고 몸무게를 쟀는데 무려 3.45kg 이었다.
병원이었음 이렇게 긴 진통을 기다려주지 않고 바로 수술했을 거라고...
- 내 인생의 모든 인내심을 끌어내어 사용한 출산이었다. 진통하는 동안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남편한테 우리 둘째는 입양하지 않겠냐며 진담반 농담반 계속했다. 아니면 둘째는 남편이 낳으라며 ㅋㅋㅋ
- 자연주의 출산에서 느낄 수 있었던 행복감이 컸다. 진통 내내 남편과 함께하지 않았으면 이겨내지 못했을 것 같다. 남편이 호흡 구령을 계속 외쳐줘서 간신히 그나마 조금씩 호흡 할 수 있었다. 또한 남편도 아기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진 것 같다. 캥거루케어도 너무 행복했고, 아기에게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분만방법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몸 회복이 정말 빠르다. 몸도 전혀 붓지 않았고 회음부 열상이 없어서 방석도 필요없고, 조리원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녀서 다들 신기해했다.
- 원장님의 남은 과제는 6주 동안 하루에 케겔운동을 600번씩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요실금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둘째는 수중분만 해보는것도 좋다고 하셨고, 둘째 가졌을 때는 난 골반이 작은 편이라서 초기부터 아기가 많이 크지 않도록 체중관리도 열심히 해야될거라고 하셨다.
- 오랜시간동안 아기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주시고 행복한 출산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원장님께 감사드려요 ^^ 까꿍이 건강하게 잘 키울게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E523359C7062F03)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0643359C7062F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