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춥다 합니다. 지난 달 통.섬이었던 추도에서 추위에 떨었던 탓에 이번 섬탐방에 나설 땐 겹겹이 껴입고 길에 나섭니다. 중화항에서 9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탐방 신청했던 몇몇 회원이 방학 맞은 아이들 때문에 취소를 해서 이번 탐방 인원은 14명에 그칩니다. 신년을 맞은 통영인뉴스 대표의 신년사를 필두로 인사를 나누고 섬으로 떠납니다. 해는 쨍쨍한데 바다에 운무가 끼어 시계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겨울 찬바람을 피해 선실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40분 정도 달려갑니다.

다른 섬에 비해 마을 뒷산이 성벽처럼 높아 보입니다. 남구마을에 배를 대고 천황봉에 올랐다가 북구마을로 가서 점심을 먹고 거기서 배를 타기로 합니다.

여기도 메기가 많이 잡히는 모양입니다.선착장 가득 메기를 말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추도에서 본 풍경과 사뭇 다릅니다. 추도에서는 메기가 머리쪽에 못구멍을 내서 꼬리가 아래로 있었는데, 여기는 머리가 아래로 내려갑니다. 빨래줄에 널듯이 널었는데, 밑으로 빠지지 말라고 비녀 꽂 듯 꼬챙이가 하나씩 달려 있습니다. 메기 몸통 가운데로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으면 두미도 메기입니다. 여기 메기는 주로 삼천포 시장으로 간답니다. 통영시내보다 삼천포가 더 가까운 통영의 섬, 두미도입니다.

바다의 불청객 불가시리. 전복등의 어패류에 피해를 주는 불가사리들이 요즘 많이 늘어서 문제라지요., 토종 불가사리는 죽은 물고기 청소하는 역활도 한다던데..불사라리 무덤 중에 토종 불가사리도 많이 보입니다. 걔네들은 살려줘도 되는데...
처음 통영 왔을 때 바다에서 불가사리를 잡아 통에 넣고 그 놈 움직이는 모습이 스폰지 밥의 뚱이와 어찌나 같던지 한참 재미나게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천황산 등반은 남구 마을에 사는 일명 '두미도 기봉이' 김창록씨의 안내를 받기로 합니다. 발음이 어눌하고 잘 웃는 그는 검정 고무신에 뒤꿈치가 다 떨어진 양말을 신고 다른 이들 헥헥거리는 산을 숨찬 기색도 없이 올라갑니다. 중간중간 불러제치는 노래도 구성집니다. 헉헉 거리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우리에게 "뭐하노!" "안오나!" 재촉도 합니다. "도대체 저 아저씬 뭘 자신 거야?" 하며 탄복을 하기도..염소를 기르며 매일 산에 오르내린 덕분이라지요.

두미도 담장은 돌입니다. 밑에서 볼 때는 고개가 아프도록 높은 담인데, 정작 담 안을 돌아서면 야트막한 담장이 가슴께까지 밖에 안찹니다. 집에 앉아서도 바다가 보이는 구조지요. 바람을 막는 담장이라 집의 지붕은 담장 높이 정도. 집도 야트막합니다.

대청마루에 앉아서도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섬의 집. 두미도의 겨울풍경은 추도처럼 바닷바람에 말라가는 물메기네요.

키 큰 동백 종자가 따로 있는 겁니다. 제가 키 작은 동백과 키 큰 동백이 따로 있느냐 물었을 때, 어떤 이가 나무들 사이에서 햇볕 받으려는 생존전략으로 키가 큰 거지 종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하길래,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다른 나무들과 경쟁적으로 자라는 곳이어서 아, 그런가보다 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또 그건 아닌데 싶습니다. 전부 동백 뿐인데 전부 다 키가 큽니다. 다른 곳의 동백들도, 이제 막 싹을 틔워 한창 자라고 있는 동백이 아닌 이상 다들 이렇게 키가 큽니다. 방풍림으로써의 역활을 충분히 할 만합니다.

높다란 돌담과 동백 나무 사이로 난 고샅길. 이걸 제주에선 올레라고 부른답니다.

밖에서 볼 땐 분명 높은 담장인데, 안에서 보면 이렇게 야트막한..겉과 속이 다른 두미도의 돌담입니다.

섬 주민의 집으로 한 번 들어가 봅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인듯. 당신 집에 찾아든 손님을 처음엔 누군가.. 뭔일인가 싶어.. 어리둥절 하시다가, 섬에 다니러 왔다고 하니 둘러 보시라고 합니다. 간식으로 들고 온 떡과 약밥을 조금씩 나누어 드리고 돌아 나옵니다.

세간 살이 별로 없는 할머니 댁 정지..부엌입니다. 쪼그리고 앉아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이 겨울 뜨시게 날 수 있을 겁니다. 운신하기 어려운 연세에도 할머니는 여기서 밥을 해자시고, 군불을 때야 합니다.

보통 산새라면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 날아갈텐데, 사람 소리가 요란해도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습니다. 할머니 친구인가 봅니다.

온 섬을 둘러 바다뿐인 푸르름. 배 지나가는 풍경에 사진기를 갖다 대는 건 외지인뿐이겠지요. 섬사람들에겐 이미 오래전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일테니...

뿌연 하늘 탓에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그래도 섬에 들었다는 생각에, 눈 돌려 보이는 곳이 온통 바다인 것에 또 마음을 활짝 열어봅니다.

에고 이젠 땀이 다 난다.. 선착장에서 전망대가 있는 임도까지 오르는 길이 꽤 가팔랐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탓에 땀이 찼지요. 이런 오르막을 몇 번 더 오르고서야 천황봉 정상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전망대 데크 앞에만 나무 계단으로 만들어도 될 곳에 레드카펫이라도 되는 양 길게 데크 길을 따로 만들어 놓았더군요. 안 해도 되는 곳은 안 해도 되는데 말입니다. 투덜투덜...

기봉이 아저씨 창록 아저씨가 자꾸 카메라를 달라 하여 찍습니다. 겨울을 맞은 들녘이 마음에 들어온 모양입니다. 요 포인트를 두 컷이나 찍었더군요. 무엇이 마음에 들어 왔을까? 말라 비틀어진 풀의 모습...저 멀리 산 봉우리...

우리가 올라야 할 천황봉입니다. 해발 468미터. 미륵산보다 7미터 더 높은 거지만, 바다에서부터 시작한 높이이니 실제 우리가 걸어 올라가야 할 높이는 미륵산보다 훨씬 높은 겁니다.

1번 등산로로 들어가 3번 정상 찍고 다시 2번으로 내려 올겁니다.

조금 높이 올라 서면 보이는 섬의 풍경은 늘 감탄을 불러 옵니다. 지금까지의 까꾸막으로도 지친 이들을 불러 오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는 정경. 조금만 올라 와봐 진짜 이~뻐...

천황봉을 향해 앞장서는 기봉이 창록 아저씨. 앞서 가면 "서, 서. 서" 하고 못 쫒아 오면 "뭐하노!" "안 오나!" 재촉도 합니다. 중간에 스톱이란 말도 배워서 "서" 대신 "스톱, 스톱, 스톱" 하며 웃기도 합니다.

천황봉 등반이 어려운 사람들은 임도 따라 섬 둘레를 걸어도 좋을 듯합니다.

섬 전체에 동백나무가 지천입니다. 다음달 동백꽃 필 때, 또 진달래 필 때 오면 좋겠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옵니다.

벚나무를 감싸 올라가고 있는 야생 아이비 종류. 아직도 푸른 빛을 자랑하고 있네요. 꽃 보기가 어려운 아이비인데, 따뜻해서 그런가 꽃이 피었다 진 흔적이 있습니다.

중간중간 카메라를 달라해서 기봉이 아저씨가 찍기도 합니다. 뒤따라 오는 언니들을 한 컷 찍고,

휘어져 자라는 나무가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카메라를 달라해서 몇 발짝 더 들어가 찍더니 나와서 보여줍니다. 우와, 서울대 정문이다... ^^

잠깐 쉬며 간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떡이며 과일을 꺼내 먹고 커피도 한 잔씩 따라 마시고 숨을 돌리다 다시 올라갑니다.

기봉이 아저씨 말로는 아귀바위랍니다. 바닷 속 아귀가 입 벌리고 헤엄치는 모습으로 보였는 모양입니다.

단체 사진 찍자고 우리를 한 곳에 모으고 자신은 바위위에 올라 폼을 잡네요. 오히려 그 자리가 더 좋아 보인다고 바꾸자고 하기도 합니다. 우리 단체 사진 찍고 기봉이 아저씨가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김기자 들어가라고 보내놓고는

김기자만 잡아 사진을 찍었더군요. 김기자 옆에 앉아 있던 언니까지만 크게 나온 단체 사진^^

약간 험한 코스엔 밧줄을 매달아 두었습니다. 바위가 있는 부분이라 그렇게 미끄럽지는 않습니다.

두미도 용바위입니다. 연화도 용바위보다는 그 위용이 작지만 그래도 용띠해에 처음 보는 용바위라고 좋아 보입니다.

저 용바위를 보기에 딱 적합한 포인트. 잠시 앉아서 용의 기운을 받고 갑니다.

두미도엔 물이 많이 난다지요. 한겨울이라 건조할 땐데도 곳곳에 축축히 젖은 곳이 많이 보입니다. 이 큰 바위 아래에는 홈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더군요. 이 바위는 아래보다 위가 더 나와 있어서 기봉이 아저씨 말로는 비 피하는 곳이랍니다.

남부마을이 작게 보이는 높이만큼 올라 왔습니다.

다시 내려가야 할 등산로의 갈림길을 지나 조금 더 올라와 너른 바위에 앉아 다시 용머리를 바라보는데, 사진 찍어준다고 또 카메라를 달라합니다. 용바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돌아 앉으라 하고는 하나 둘 셋도 안하고 그냥 찍어줍니다. 사진 찍을 때마다 아주 잘 나왔다고 만족해하며 히죽 웃습니다.

이웃해 자라던 소나무인데, 옆 나뭇가지에 눌려 움푹 패인 나무기둥..모름지기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고 누군가 한 마디 하고 지나갑니다^^
첫댓글 통영구경 잘 했어요. 금년도 운수 대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