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니스는 한 시간 거리의 칸과 함께 해변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남프랑스의 따뜻한 햇볕과 맑은 공기와 물은 1년 내내 사람들을 이곳의 바닷가로 불러낸다. 하지만 정작 이 도시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자연환경보다는 영화와 미술이라는 점이다.
칸은 영화제로 연결이 되고 니스는 라울 뒤피, 마티스 미술관과 니키 드 상팔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니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 미술관만 8개가 있다.
인구 34만명의 작은 도시에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과 유품 등 수 만점이 소장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샤갈 성서미술관이 있다. 나는 예전부터 샤갈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샤갈그림은 중학교 때 영어학습서의 겉표지에 농부와 소가 크게 그려진 그림이다. 그 이후 그림을 공부하면서 접하게된 샤갈의 작품들은 주제가 너무 동화적이거나 평화적인데다 그림의 구도조차도 변화가 없어보여 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냥 나의 취향이 아니라고 여겼다. 당연히 샤갈에 대한 관심도 그로부터 약 20년 동안 떨어져 있었다.
이탈리아 유학시절 니스에 갔을 때 에도 마티스 미술관을 먼저 보고 싶었다. 나에게 샤갈미술관은 그때까지도 선택사항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함께 간 아내와 여섯 살 아들을 생각해서 과감히 샤갈의 그림을 보러갔다.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을 파스텔 톤으로 처리한 샤갈의 화풍은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좋아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의 그림을 보면 애가 즐거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미술관에 들어간지 5분도 되기 전에 나는 마르크 샤갈과 이 미술관을 지은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과 부러움이 거세게 몰려 왔던 것이다. 그가 왜 거장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는 부끄러움과 '독서백편 의자현'보다는 '백문이 불여일견'이 앞선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최소한 미술에서 만큼은.
이 미술관은 프랑스 정부의 특별후원을 받아 1973년 건립되었다. 1950년경부터 니스 근방에 머물고 있던 금세기 마지막, 미술의 거장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였다. 그 이후부터 이 미술관은 전 세계에서 니스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를 보태고 있다.
그 샤갈의 전시가 지금 부산시립미술관 3층에서 전시되고 있다. 물론 니스의 미술관처럼 작품에 맞게 특별히 지어진 건물구조도 아니고 그 장소에 걸려 있던 그림들이 모두 오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샤갈의 임종 2년 전인 96세 때 그렸다는, 약 40호 크기의 작은 그림이 나를 묵직하게 감동시켰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첫댓글 그기서 감동을 맛 본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감동의 기회를 갖는 다는 것.
작년 가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마르크 샤갈전 보고 왔어요! 'ㅁ' 좋은 그림이 많아 보기 즐거웠는데... 그때 전시가 부산시립미술관으로 또 옮겨 간다고 하길래 상수삼촌 생각이 나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