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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사회 문화적인 면이나 산업, 기술적인 면에서, 그리고 전반적인 모든 분야에서 우리 나라보다 10년 이상 앞섰다고 하는 나라. 얼굴 생김새, 피부색, 식습관 등 많은 것들이 우리와 유사한 나라. 무엇을 알고 싶었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그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제목만 봐서는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쉽게 추측할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의 무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결혼한 지 얼마안 된 새색시지만, 남편의 해외 근무로 인해 홀로 신혼집을 지키고 있다. 직업은 가정 주부, 즉 특별한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주된 하루 일과는 밥 짓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그리고 어항 속 거북이에게 먹이 주기이다. 하루에 한번씩 걸려오는 남편의 전화는 거북이 안부를 묻는 것이 고작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전업 주부인 그녀. 늘 똑같은 무료한 일상에 염증을 느끼지만, 마땅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채 하루하루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지루한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다. '스파이 모집'이라는 전단지를 발견한 것.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찾아간 그곳에서, 그녀의 스파이 활동은 시작된다. 매일매일이 지루하기만 했던 그녀에게 스파이라는 칭호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긴장되고 흥분되는 것이었다. 드디어 그녀에게 떨이진 첫번째 임무!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하게 살기.'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웬일. 평범하게, 그리고 남들 눈에 안띄게 산다는 것에 의무를 부여하고 그것을 수행하려고 하니, 스파이 활동 이전과 별반 차이없는 행동들이 긴장되고 가슴뛰는 의미있는 일이 되어 버린다. 영화 초반부에 황당스러웠는 스파이 대원들은 정말이 스파이가 맞았고, 여러 사건을 겪은 후, 여주인공은 원래의 평범한 가정 주부로 되돌아간다. 영화의 황당한 사건과 상황 설정은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더욱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고 대부분의 것들이 풍족해진 현대 사회. 문명의 발전으로 많은 것들을 이룩해 놓은 인간들이지만, 다변화되고 다양성을 가진 개체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똑같은 일상으로 보내는 사회 구성원 역시 많이 존재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와 탄생 목적도 모른채 마냥 돌아가고만 있는 톱니바퀴. 이런 톱니바퀴처럼 삶의 의미와 목적도 생각하지 않은 채, 나이 채우기만 하고 있는 사람들. 이 영화는 이런 사람들을 빗대어 현재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고 있다. 삶의 의미 찾기와 행복 만들기는 누군가가 와서 내게 안겨주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공간, 똑같은 시간 안에서 그것을 발견하여 능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도 있다.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고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삶의 의미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네 일상이 결코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