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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와 나눔은 가진것이 많고 신체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저잣거리에서 김밥행상을 하며 억척스럽게 일해 모은 돈을 대학에 쾌척한 김밥할머니이야기는 신문 한귀퉁이에 가끔 등장하지만 읽을 때 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배려와 여유는 은행잔고보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봉사도 마찬가지다. 건강하다고 해서 불우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이 불편해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을 위해 헌신한다면 더 빛이 난다.
추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그렇게 실천하며 사는 사람도 쾌 있다. 50대 후반의 증평 자원봉사왕 박길자씨가 그런 케이스다. 홍성열 증평군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박씨의 사연을 올렸다. "(설을 앞두고 불우이웃에 위문품을 전달하기 위해) 바람이 쌩쌩 부는 날, 증평 도안면의 한 산 밑 허름한 슬레이트집을 방문했을 때 놀랄만한 사실을 알았다. 평소 '증평의 자원 봉사왕'으로 생각했던 사람을 만났다. 그때야 이곳이 그의 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허리가 불편한 그의 남편은 냉기가 흐르는 차가운 방에서 전기장판에 의지해 있었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고 한다. 그 역시 선천성 소아마비와 청각 장애로 근로능력을 상실해 기초생활 수급비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어려운 현실에 있으면서 한 번도 내색하지 않고 수십년 동안 자원봉사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존경의 인사를 했다"
군수를 감동시킨 박씨는 선천성 소아마비에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에 의존하는 청각장애자다. 더구나 남편도 몇년전 교통사고를 당해 누워있는 장애인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아무도 써주지않는 상황에서 그는 남편과 함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주는 채 70만원도 되지 않는 생계 수당으로 생활하고 있다. 보통사람 같으면 절망과 실의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불편을 몸을 이끌고 증평종합사회복지관, 삼보사회복지관등에서 무의탁 노인들의 목욕과 식사를 도와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예전에 배운 풍물놀이를 다른 장애인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봉사가 그의 생활이자 삶의 보람이 된것이다. 그것도 1, 2년이 아니라 30대 초반부터 무려 26년간 그렇게 해왔다.
그는 기자에게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바람이라도 막아주는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며 "어려운 사람을 돕다 보면 마음은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부자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이 있다. 틀린말도 아니지만 꼭 맞는말도 아니다. 더 힘들고,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곳간이 없어도, 몸이 성치않아도 남을 도울수 있는길은 얼마든지 있다. 티끌모아 목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내놓은 김밥할머니처럼 박씨도 열악하고 척박한 여건과 환경 그리고 움직이고 듣기도 힘든 불편함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봉사하며 '마음부자'로 살고있다.
소아마비와 청각장애, 이로인한 생활고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노인과 다른 장애인을 위해 헌신하는 박씨의 사연은 건강한 모든사람들에게 봉사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