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팔아요~” 외치기 전에 한 말씀
강윤구
동북아평화연대, 바리의 꿈 회원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전까지 동북아평화연대에서 활동했던 강윤구라고 합니다. 4년전 2년간을 서울 연해주 등지에서 활동하며 동북아의 푸른 꿈에 대해서 많은 꿈들을 꿨더랬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잠시 병에 걸려 그 꿈을 뒤로 기약해야 했습니다. 그때 맺은 인연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때 품었던 그 푸른 꿈 또한 언제든 들고 뛸 벽의 지도처럼 마음 속 한구석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사는 것이 그렇게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하는 때가 있다면 또 어떤 때는 인도되는 흐름에 따라 살아야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찌어찌하여(그동안 결혼까지 했습니다) 남도의 끝 해남에 자리를 잡고 농사까지 짓게 되었습니다.
20대의 꿈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치 언젠가는 이어나가야 할 숙제처럼 마치 안개속 저편의 풍경같이 마음 한 구석을 자리잡고 있습니다. “뭇생명들이 살아 숨쉬는 마을”, “각 지역의 다양성들이 교류하는 글로컬넷”, “통일한국과 동북아르네상스”, “사람과 자연의 영혼이 소통하는 삶”, “대안지역경제”, “생태감수성교육”, “신체지능이 뛰어난 아이 키우기” 등등의 여러 가지 화두가 마치 들판에 떨어진 이삭마냥 소박한 농부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그렇게 마음이 두드릴때면 당장이라도 저 넓은 연해주며 동북아 곳곳을 달려가고 싶지만 주어진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라고 또 다른 내면의 스승은 말합니다. 아마 당분간은 이 땅끝 해남에서 정주하며 무언가를 내실있게 만들어야 하는 시기를 살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인사 말씀은 이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쌀파는 이야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치 숙제처럼 올해 우연치 않게 한 집을 소개 받았고, 전 주인분이 하시던 농사 30마지기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귀농해서 오자마자 친환경하겠다고 덤볐습니다. 만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농약 안치면 벌레나 병충해가 많아 소출이 적다는 이야기, 우렁이 뿌리면 벼까지 먹는다는 이야기, 친환경으로 해봤자 판로가 없어서 결국 일반 수매로 넘길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까지... 이런 우려들은 이미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얼마전까지 의욕적으로 친환경 벼 재배를 하였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였습니다. 한번의 실패는 어쩌면 남아있는 다른 가능성까지 잠식시켜 버려 아예 희망불구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저 역시 그래 올해 귀농 첫해 농사인 만큼 관행농으로 해보자 그랬습니다. 하지만 처음 종자소독부터 들어가는 농약의 양과 하천에 흘러들어가 죽어갈 물고기며 생물들을 생각하니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이 즐겁지가 않은데, 제 노동에 대한 보람은 있을리 만무할 것이고, 죽어간 생물들에 대한 미안함과 쌀을 직접 팔아 드실 소비자들에게 떳떳하지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 못 먹어도 (무농약으로) Go 하자” 그랬더랬습니다. 동네분들에게는 쌀값이 떨어지니 친환경해서 수매가보다 비싸게 팔려고 그런다라고 설득을 드리며, 친환경에 대한 뼛속깊은 불신을 누구러뜨리고, 친환경농법에 대해서도 여러 강의들을 들으며 경제적으로 실익이 있는 방법이 있나 찾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렁이도 사다 여넣고, 한방영양제등에 종자를 침종하여 원기도 충전해 넣고, 가마솥물을 이용한 온탕소독으로 키다리병(볍씨에 금이가서 벼가 비정상적으로 크는 병)을 막고, 관행농의 비료도 적당량을 줘서 너무 급격한 소출 하락은 막았습니다. 그러저러한 노력들이 통했는지, 많은 분들의 우려에도 적어도 마지기당 석섬은 나온 것 같습니다. 친환경치고는 그래도 소출이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말씀들은 대놓고 하시지는 않지만, 제가 잘 짓고, 잘 팔면 모두 나 따라가야 한다는 농담도 서로 주고받고들 하시는 것을 보니 저와 친환경 농법을 바라보는 시선이 농사한철이 지나니 바뀌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쌀값하락이란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찾는 시선으로 변하게 만들었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저 하나 잘 파는 것이 여기 농민분들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함 열심히 판로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먹을 주인들의 얼굴과 작물을 기르는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는 만큼 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제 노동에 대한 보람을 느껴볼 생각입니다. 아래 올해 농사지은 모습, 사진과 짧은 글로 남깁니다.
일단 농사의 시작은 볍씨 침종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보통 관행농에서는 볍씨 소독을 하는데 바이러스 및 키다리 병을 잡기 위해 2일정도 물과 농약을 섞은 물에 담궈놓습니다. 제가 생각할때는 벼가 가장 길게 농약에 노출되어있는 시기가 바로 종자소독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 볍씨 소독부터 친환경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60도 물에 10분간 담궈 볍씨 온탕 소독을 했고, 2일간의 발아기 때는 한방영양제, 토착미생물 제제등을 넣고 볍씨 발아를 했습니다. 벼가 가장 어릴때 나쁜 것에 노출 안시키고 좋은 것을 먹이는 것이 효율면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위 온탕소독 사진
해남에서는 모판을 벼모종을 키울때 논에서 하지 않고 이렇게 노지에 그냥 두고 모를 키웁니다. 아무래도 땅이 넓고 인력이 적다 보니 가장 효율적으로 모를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이 방식을 택한 것 같습니다
올해 30마지기를 심었는데 대부분의 모를 제가 보행이행기를 끌고 심었습니다. 논 수렁 속을 걸어다니며 심는 것은 경운기를 모는 것 만큼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손으로 심는 것보다는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또 일부 논은 친구들과 함께 손모를 심어 농사의 깊은 의미를 함께 체험하는 작은 행사도 가졌습니다. 손으로 함께 노동하는 것만큼 자연과 깊이 교감하고 또 사람과 사람이 깊게 만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들판에서 먹는 새참은 꿀맛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집 강아지 순이도 함께 따라나와 모가 자라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모를 심은지 일주일 내에는 우렁이를 논에 뿌려주어야 합니다. 해남에서 두시간 거리인 함평까지 가서 그 귀한 우렁이를 모셔왔습니다. 우렁이가 오는 날 하늘에서는 그들을 반기듯이 비가 촉촉히 내렸습니다.
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논에 살짝
우렁이를 방사한 논에는 이렇게 빨간 우렁이 알을 볼 수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 라디오 수업을 하는 아이들도 제 논에 와서 우렁이를 구경합니다.
아이들이 논에 들어가 우렁이 알을 들고 나옵니다
논이 한참 자랄 때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진 않습니다. 정말 심어놓으면 작물 본래의 힘과 하늘의 도움, 그리고 농부의 마음과 약간의 보살핌이 작물을 키우게 합니다. 오토바이를 논에 갈때면 " 제 쌀을 먹는이 모두가 건강한 살림꾼이 되기를" 기원하며 나름 영성농법을 하였습니다. 이번에 나온 쌀에 얼마나 그 기도가 담겼는지는 아마 잘 드러나지는 않겠죠??? 하여간 저는 논을 지날때면 위에 말한 그 기도를 마음 속에서 읽으며 지나쳤답니다.
벼가 고개를 숙이고 익어갈때면 사람의 마음도 알알이 익어갑니다. 이 시기 논에 나가면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정말 내가 벼농사를 했단 말인가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수확을 할때인것 같습니다. 마치 자연의 선물처럼 벼의 결실들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생산한 쌀에 제 이야기와 이름을 살포시 얹어 놓습니다. 어떤 잣대로 검사를 해보면 제 쌀이 그리 좋은 품질은 아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친환경해보겠다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농사를 지었기 때문인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수매로 넘기기에는 노동에 대한 박탈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매해서 돈 몇푼으로 떨어지는 농사만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년 쌀값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유무역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더 심각해질 거라 예상해 봅니다. 저 하나의 생존이 또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한번 기를 쓰고 팔아보려고 합니다. 마음을 함께 하시는 분들의 많은 구매 부탁드리겠습니다.
상품개요
무농약 우렁이쌀 20kg 5만원, 무농약 우렁이 찹쌀 10kg 4만원 (택배비 포함), 주문 당일 도정
계좌 농협 356-0205- 432603 강윤구, 연락처 010-2475-7749, 010-3672-2010 cultdre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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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고 김봉준 화백님이 만들어주셨습니다>
첫댓글 아쉽게도 사진이 하나도 안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