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부방 갈 때 길동무를 한 명 데리고 갔어요.
윤애권씨 딸 정현이.
애권씨랑 함께 화요일 학교도서관 봉사를 하고 있으면 늘 정현이랑 철수가 와요.
오늘은 도서관에서 정현이랑 나란히 앉아 책을 읽었어요.
나는 '로그인 하시겠습니까'를 보고 정현이는 '무민골짜기..'를 보았지요.
갑자기 공부방에 정현이를 데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물어보았더니 좋다네요.
그래서 함께 갔습니다.
나는 모처럼 친구가 생겨 심심하지 않아 좋았고, 정현이는 공부방이 어떤 곳인지 볼 수 있어 좋았대요.
가면서 비산공부방과 그 곳 친구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4시 비산꿈나루 공부방에 도착했어요.
오늘은 현종이와 순민이, 재성이, 요진이, 재경이, 인애 등 여섯 친구들이 있었어요.
준비한 책은 '심심해서 그랬어'랑 '엄마 까투리' 두 권.
지난 주 교육부 공부가 없어서 목록에 정한 책을 미리 못챙겼어요.
그래서 급하게 집에 있는 책 중에서 골라 갔습니다.
'심심해서 그랬어'는 1학년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라 다 안다고 했지만, 여름을 담은 그림책이라 그림 위주로 보라고 했어요.
현종이랑 순민이는 열심히 보았지만, 요진이는 레고 만들기에 정신이 팔려 있고, 재경이는 선생님이랑 따로 공부를 했어요.
'엄마 까투리'는 권정생 선생님의 신간 그림책이라 자신있게 들고 갔는데, 현종이가 이미 읽었더라구요.
현종이 담임 선생님께서 얼마 전 교실에 구입해 놓고 보여 주셨대요.
읽는 중간중간 현종이가 자꾸 끼여들어서 조금 김이 새긴 했지만, 다른 친구들도 흥미있게 잘 들었어요.
다 읽고 나서 요진이가 묻습니다.
"근데, 아기 꿩 병아리들은 무얼 먹고 살았어요?"
나 대신 현종이가 대답해 줍니다.
"죽은 엄마 까투리의 뼈와 살을 먹고 살았지. 진짜 엄마를 뜯어 먹은 것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과 정성으로 살았단 말이야."
"우와, 대단하다~~ 현종이는 어떻게 알았어?"
"우리 선생님이 책 보여주시고 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현종이 담임 선생님이 참 멋진 분 같았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정현이한테 소감을 물어 보았어요.
"생각보다 넓고 괜찮았어요. 근데 요진이가 욕을 너무 심하게 해서 놀랐구요, 현종이가 제일 착한 것 같아요. 나는 공부방에 안가도 되니까 엄마 아빠한테 고마워요."
오는 길에 정현이랑 파머스에 들러 장도 보고, 이런저런 어린이책 이야기도 하고, 무척 즐거웠습니다.
나는 오늘 정현이랑 함께 가서 참 좋았는데, 정현이는 어땠을까요?
첫댓글 늘 넉넉하신 품이 부럽습니당~ 수고하셨어요..
ㅎㅎ 정현이, 당근 좋지 않았을까요? 딸래미 없는 언니도 잠시나마 딸래미 기운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애쓰셨어요~~
그럼 다음엔 정록씨 딸내미 지유도 빌려주실래요? ㅎㅎ
길 동무 까지~~~ .
정현이도 너무 좋았대요. 엄마아빠한테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구요. 아줌마랑 너무 재미있었고 아줌마가 좋대요,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제가 못해준것을 해주셔셔 감사드려요. 항상 주변을 아우르는 마음 씀씀이를 몹시도 부럽워 한답니다. 저도 마음으로 공부방에 다가가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가영이에게는 뽀글이 이모지요....^^ 근데 언니 글 가만히 읽다 보니 제가 읽은 기억이랑 달리 쪼매 끔찍해서(엄마 뼈와 살을 먹는다는 부분요) 책장에 있을 그 책을 찾아보니 없네요..누구 빌려준 거 같은데...제 책을 소지?하고 계신분은 어여 주세요.. 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