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란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옛날부터 쓰이던 뜻이요 다른 하나는 개화 이후 서양의 근대문학을 받아들이면서 영어의 novel이나 불어(또는 독어)의 roman을 옮긴 말로서 적용된 소설이란 말이 그것이다. 전자의 예로는 《춘향전》 《심청전》 《장화홍련전》 등을 고대소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그것이요, 후자의 예로는 이광수의 《무정》, 김동
인의 《감자》, 염상섭의 《삼대(三代)》 등을 소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그것이다. 소설이란 말이 담문학(譚文學)이란 뜻으로 처음 쓰인 근원을 살펴보면, 한글 소설은 한문 글자 ‘小說’의 음역(音譯)이요, 한문 글자 ‘小說’은 중국 고대의 한서(漢書)에서 처음 쓰였다고 한다.
곧 “소설가란 대개 패관(稗官)에서 나왔다. 거리나 골목에 떠도는 이야기를 길에서 듣고 길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지어낸 것이". 그러니까 중국 고대인 한(漢)나라 때, 나라의 정사(政事)를 맡은 왕이 세태민정(世態民情)을 살피기 위해서 패관이라는 벼슬을 두고,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을 채록하게 했는데, 소설이란 말은 패관이라는 관제(官制)와는 상관계없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은 대로 꾸며내거나 문장으로 기록해 놓은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따라서 이야기의 종류는 전설 ·사화(史話) ·야담(野談) ·실화(實話) 따위에서 상상(想像)으로 꾸며진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성질의 것들이며, 작자도 밝혀지지 않거나 전해지지 않은 것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영어의 novel이나 불어의 roman과 같은, 근대문학의 한 양식으로서의 소설이라는 문학은 이와 다르다. 전설이나 야담같이 예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는 물론, 실화와 같이 역사적 사건이 아니면서 실제에 있었던 일이라고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소설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나 당대의 이야기, 또는 작자가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야 한다. 따라서 거기에는 반드시 작자가 전제되며, 작자가 없는 이야기는 소설이 될 수 없다.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갖추어야 할 요건은 작자 이외에도, 주제 ·구성 ·서술형태 ·창조성 ·개연성 ·현실성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예로부터 쓰여 내려오는 소설이라는 말과, 근대문학의 소설이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가진 조건은 문장으로 기록된 서술형태의 이야기라는 것뿐이다. 위에서 언급된 내용을 정리하여 소설을 정의해 보면, ‘소설은 작자가 자기의 보는 바 현실적 인생을 구성하여 서술한 창조적 이야기이다’라고 할 수 있다.
2. 고전소설의 흐름과 교육에의 적용
서사장르에 속하는 소설의 기원적 형태는 신화, 전설, 민담으로 3분되는 설화에 있다고 할수 있다. 고대 서사문학의 첫 장을 장식하는 신화는 소설의 원형이 된다. 신화의 시대에 이어 삼국, 통일, 신라시대에 만들어지는 다양한 설화 역시 소설의 전사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고구려 설화 '구토지설'은 조선후기 창작되는 판소리 '수궁가'의 근원설화가 되, 백제의 화로서 주목되는 '도미설화'는 '춘향전'의 근원설화로 인정될 가능성을 지닌다. 한편 신라 진성여왕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거타지 설화'는 '심청전'과 유사한 모티프를 지니고 있다. 이밖에 '수이전' 등을 보더라도 이들 설화는 서사문학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후에 소설
장르의 탄생에 발판을 마련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고려시대에는 서사문학의 양상이 상당히 변모되는데 '수이전'이 개작되거나 첨가되는 변모를 겪게 되고 '삼국유사'가 편찬되며, 아울러 '최치원'과 같은 전기의 창작이 이루어졌고 후기에 와서는 가전이 등장하게 된다. 특히 가전의 등장은 고려시대 서사문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리고 가전은 일종의 교훈적 의미를 강하게 투사하고 있는 것으로 서사문학에 속하면서도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혹자는 이것을 교술문학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의 서사문학은 보다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는 훈민정음의 창제에 이은 국문문학의 창작이 한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조선초기 서사문학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화집의 편찬과 불교계 소설의 창작, 그리고 몽유록의 창작을 들 수 있겠다. 이 중 몽유록은 서사장르인가 아니면 교술장르인가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히 이루어진 실정인데 몽유록과 조선 후기의 소위 몽자류 소설은 기본적으로 다른 것이지만, 몽자류 소설의 형성에 몽유록이 영향을 끼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 고전소설의 본격적인 시발은 최초의 소설로 일컬어지는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부터이다. '금오신화'는 삼국시대, 고려시대의 설화문학의 축적과 전기의 발달을 바탕으로 출현된 것이다. 요컨데 금오신화는 이전의 서사문학의 전통에 충실하고 횡적으로는 '전등신화'의 영
향도 일정하게 받으면서 김시습의 상상력에 의해 산출된 작품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의해 소설이 성립되었다면 본격적 소설시대를 예고하는 조선조 후기의 소설은 허균의 '홍길동전'에 의해서 시작된다 할 것이다. 최초이 소설인 '금오신화'가 한문으로 된 것임에 반하여 '홍길동전'은 국문으로 씌어진 최초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나아가 소설이 비로소 대다수의 독자층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자못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홍길동전'이 지닌 중요한 문학사적 의의는 여타 소설군이 보여주는 신성소설적 범주를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는데 있다. '홍길동'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선택하면서 적서차별의 부정과 같은 강렬한 체제비탄의 성격을 노정하고 있다 중세적 질서를 정면에서 문제삼은 최초의 작품이자 시대를 앞선 선구적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홍길동전'이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소설사적 의의를 꼽으라면 영웅소설의 전형을 최초로 확립한 작품이 라는 것도 들 수 있겠다. 이런 영웅소설은 통상 두 계열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의 역사적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박씨전' 같은 작품과 가공적인 영웅담을 배경으로 한 '유충렬전' 등의 작품을 들 수 있다.
조선후기의 신성소설적 양상만을 보여주는 작품이외에도 지상세계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문제삼고 있는 소설, 즉 세속소설도 창작되었는데 '춘향전' 등의 판소리계 소설, '양반전' 등의 연암소설이 그 대표적 예이다. 또한 연작의 형식을 취하는 거대한 작품들로는 '명주보월빙' '완월회맹연' '현씨양쌍린기' 등이 있다. 이들은 일대기 형식이 아닌 누대기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여러 가분을 등장시켜 가문과 가문사이에서 벌어지는 양상을 복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 위에 서술한 고전소설사의 흐름을 어떻게 교육현장에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개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선 어떤 지식이든지 전체적으로 통찰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여긴다. 그래서 고전소설사의 흐름에 대해 아이들에게 각 시대별로 충분히 주지시킨 다음 그 시대에 속하는 중요 작품들을 암기하도록 할 것이다. 문학교육에서 단순, 반복적인 암기는 피해야할 사항이나 기본을 배우는 단계이며, 고전소설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면 각 작품들을 배울때 올 수 있는 혼란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기므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대별 작품을 아이들에게 읽혀서 일반적인 감상과 각 시대별 주요 특징들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래서 이 작품들이 왜 중요하며, 꼭 배우고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직접 한번씩 생각해 보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