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구경한 후 뒤쪽으로 올라가니 회룡포에 대한 설명간판이 서 있는데 이곳이 삼국시대부터 전쟁터로 역사적인 곳이었다네! 또 등산로 지도가 세워져 있어 바라보니, 여기서 등산로를 따라 가면 낙동강과 만나는 삼강주막까지 조망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조금 내려오니 바로 찻길이고 장안사라는 큰 절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길을 따라 편하게 올라 회룡포를 구경하고 갈 뿐이고, 회룡포와 전망대를 같이 둘러보는 사람은 나같이 걸어 다니는 사람 외에는 없는 듯 했다. 이제 내려가서 용궁면 가다가 길을 잘 찾아 59번 국도를 따라 삼강주막을 찾아가야 한다.
찻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흥부네 순대국집 플랑카드가 두 개나 걸려있다. 용궁면에 정말 맛있게 한다는 순대국집이 저 집인 모양이지만 걸어갈 길이 바쁜 나로서는 가 볼 수가 없다. 그늘이 있던 산을 내려오니 다시 뙤약볕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성거교를 향해 간다. 길 양쪽의 넓은 더덕밭을 지나 성거교를 건너니 924번 지방도로를 다시 만난다. 아침에 개포면에서 헤어졌던 도로다.
지도를 보며 무이리의 논길을 지나 금천을 건너 59번 국도로 갈 최단코스를 찾는다. 향석리의 향교 건너편 샛길로 들어선다. 고개를 넘으니 넓은 무이들이 보이고 한쪽으로 흙길이 나있고 멀리 다리같은 것이 보인다. 지도를 보니 저 다리를 건너면 59번 도로를 만날 듯싶다. 가보니 다리는 공사 중이고 교각만 세워져있다. 금천의 물은 배수관으로 빼고 있어 잘하면 그 위로 무사통과할 수 있을 듯하다. 배수관 위로 걷는데 마지막 구간에는 배수관이 없다. 그냥 개천을 건너야 한다. 돌아갈까 하며 살펴보니 저 위에 다리가 보이는데 저기를 돌아오려면 1시간은 족히 걸리겠다. 그냥 여기서 건너가자.
신발을 벗으려다가 그냥 운동화를 신은 채로 건너기로 했다. 자갈 위를 맨발로 딛다가 미끄러지거나 다칠 수가 있겠다 싶어서다. 신발 신은 채로 장딴지 깊이의 금천을 건너고 또 논두렁을 건너고 다시 조그만 개천을 건너서 건너편 농로로 올라갈 수 있었다. 햇살은 여전히 뜨겁고 그늘은 없지만 젖은 양말은 갈아 신어야겠다. 뙤약볕 아래 쭈그려 앉아서 양말을 갈아 신고, 모래가 들어간 운동화를 털어서 다시 신었다. 양말을 갈아 신어봤자 별로 효과가 없다.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운동화가 푹 젖어서 금세 다시 발이 젖어버린다. 그냥 질척거리며 걷는다. 발바닥에 붙인 패드가 물에 뿔어 떨어져서 양말 속에서 밀려다닌다.
그냥 논둑길을 걸어 59번 도로와 만났다. 남쪽 방향으로 걸어 오룡리를 지난다. 땡볕은 계속 내리쬐고 잠시 앉아 쉴만한 곳은 없다. 질척거리는 신발을 신고 그냥 걷는다. 문경시장의 알림 표지판이 보인다. 어라! 이곳은 문경땅이네! 낙동 32km 이정표가 보인다. 낙동면을 말하는 모양인데 저렇게 먼가? 문경 점촌으로 이어지는 924번 지방도로와의 갈림길이 있는 달지리에 와서야 버스정류장에 앉아 양말을 벗고 잠시 운동화의 물을 뺀다. 발바닥이 물에 뿔어서 꼴이 말이 아니다. 잠시 쉬며 물집방지 패드를 다시 붙이고 젖은 운동화를 다시 신는다. 12시 13분 다시 출발이다.
이곳은 문경시 영순면이고 바로 다리 건너면 다시 예천군 풍양면으로 이어진다. 길가의 사과밭에서는 사과를 따고 있다. 아오리 사과가 꽤 알이 굵게 달렸다. 길옆에 달봉 약수터가 있다. 시원한 약수물을 마시고 다시 빈병에 보충을 하고 출발한다. 길가 호두나무에 호두가 많이 달렸다. 저 안에 딱딱한 호두가 생긴다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된다. 12시 30분에 드디어 삼강교에 도착한다.
회룡포를 돌아 내가 건너온 금천과 합류한 내성천은 여기서 낙동강에 합류된다. 바로 이 합류지점 위로 59번 국도의 삼강교가 놓인 것이다. 다리를 건너자 바로 삼강마을이다. 강변으로 주막이 형성되어있다. 옛날부터 이곳은 서울로 통하는 길목으로 보부상이나 사공들의 숙소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을 복원한 것이다. 옛날식의 초가집으로 복원된 집들이 있고, 막걸리와 안주를 파는데 개인 장사가 아니라 예천군에서 운영하는 듯 했다. 식사를 물어보니 칼국수가 된다고 한다. 뭐 방법이 없다. 주어지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여기서 대충 먹고 가다가 식당이 보이면 더 먹자.
손님들은 꽤 많다. 지나가다가 들려서 한잔씩 먹고 가는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하나 밖에 없는 식당이라서 한참을 기다려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또 생수를 보충하고 출발이다. 시간은 1시 20분. 이제 목적지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낙동강을 바라보며 언덕길을 오른다. 59번 도로를 따라 10분 쯤 힘겹게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건너온 삼강교가 벌써 까맣게 멀리 보인다. 길은 고개를 넘어 왼쪽으로 돌아가고 산을 넘어가지 못하는 낙동강은 오른쪽으로 산을 돌아 흐른다. 과연 “산은 물은 넘지 못하고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한다.” 는 산경표의 말이 실감난다.
그동안 걷다가 이게 무언가 하고 생각했던 가드레일 위 받침대의 용도를 여기서 발견한다. 언덕길에 눈 올 때를 대비한 모래주머니가 올려져 있는 것이다. 20분 만에 언덕을 올랐다. 내리막길은 좀 수월하다. 내려와서 사막이라는 곳의 정자에서 잠시 쉰다. 다시 출발하여 청운삼거리에서 질러가는 길인 916지방도로로 빠진다. 표지판의 ‘상주’ 표시가 반갑다.
와룡리라는 농촌마을을 지난다. 이곳 지명에는 정말 龍(용)이 많다. 소로길로 고개를 넘자 점촌으로 가는 923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점촌은 바로 문경시청이 위치한 점촌동이다. 삼거리 모퉁이에 조그만 식당이 있다. 시간은 2시 40분. 1시간 반 전에 먹은 칼국수 한 그릇은 이미 소화가 다 되었다. 여기서 뭐라도 먹고 가자. 들어가 보니 낙동강 35공구 공사인부들이 밥 먹는 소위 함바식당이다. 그냥 밥을 판단다. 우거지국과 김치, 나물반찬이다. 이 더위에 걸어가려면 밥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더 가져다준다. 정말 날씨가 더우면 몸이 온도조절을 하느라고 활동을 더 하는 모양이다. 걷는 것도 더 힘들고, 호흡도 더 거칠게 되는 것 같다.
밥을 먹고 지도를 확인한다. 와룡리와 낙동강 건너 상주시 퇴강리를 잇는 퇴강진 나루가 표시 되어있다. 혹시 나룻배가 다니는지 물어보았더니 옛날에 다녔다고 한다. 식당을 나와 한증막 같은 도로에 다시 선다. 와룡리의 ‘잊지마오 내고향’ 이라고 쓰인 돌비석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시간은 3시 3분. 이제 한 시간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하리라 예상되니 더워도 참자.
길가에 감나무가 많다. 감의 고장 상주가 가까워서인가? 고개를 넘자 낙동강과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다리를 건너면 상주다. 지름길을 찾아 농로를 따라간다. 도중에 보이는 저수지에 절반은 연꽃으로 덮혔는데 아직 꽃은 보이지 않는다. 농로를 지나 다시 916지방도를 만나는데 이곳 지명이 낙상리다. 이곳에 낙동면, 낙양동 등 ‘낙’자 들어가는 지명이 많구나. 옛날 상주가 낙양으로 불리웠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다.
3시 36분 드디어 상풍교를 건너 상주시로 들어간다. 여기는 낙동강 살리기 34공구다. 안동에서 40공구를 보면서 걸었는데 많이 내려왔군. 부산까지 가면 1공구까지 가겠구나. 다리를 건너니 왼쪽으로 경천대 후문 5.2km 표지가 보인다. 경천대까지는 안되겠다. 다리는 문제가 없지만 이 숨 막히는 사우나 찜질방 같은 날씨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
바로 앞에 오른쪽으로 도로와 함께 표지판이 반갑다. 낙동강칠백리표지석 1.9km. 마지막 힘을 내자. “사벌국의 고도 상주시 사벌면” 표지석을 돌아 오른쪽을 향해 걷는다. 낙동강을 낀 산허리에 구불구불 돌아가는 도로다. 매호리를 지난다. 한참을 가도 칠백리 표지석은 보이지 않고, 날씨는 뜨겁기만 하다. 바람이 불면 도로 위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온다. 도로의 밤나무는 벌써 밤송이가 달렸다.
4시 26분 퇴강리 새마길을 지나고 언덕위에 식당이 보인다. 이제 다온 모양이다. 식당 뒤쪽 소나무 숲속에 사람들이 앉아 쉬고 있다. 표지석을 물어보니 자기들도 초행길이라서 모른단다. 언덕을 내려오니 퇴강리 버스 정류장이 있고 천주교 퇴강 성당이 보인다. 여기가 맞는데 칠백리 표지석은 어디있나? 강변으로 나가보았다. 바로 여기다. 제방 옆에 표지석이 보이고 문경에서 흘러온 영강이 여기서 낙동강과 만나는 것이 보인다. 합류지점에 제방을 쌓는 공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셀프로 기념사진을 찍는데 뜨거운 날씨 탓인지 이것도 잘 찍히지 않는다. 이제 끝났다. 집에 가자.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데 마침 버스가 하나 온다. 여기서 돌아서 상주시내로 가는 모양이다. 마무리는 멋지게 빨리 해 버린다. 버스에 에어컨이 잘 나오니 정말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로 온 듯 하다. 버스는 20분 만에 상주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주어 5시 30분 버스를 타고 집까지 잘 도착했다.
이로서 전체 7일간에 걸친 낙동강 따라 걷기 1부는 마무리 되었다. 전체 1,300리 중 600리를 걸었으니 절반을 한 셈이다. 나머지는 언제? 기약은 없지만 뜨거운 여름날 만은 반드시 피해야겠다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교훈이다
첫댓글 친구가 낙동강 발원지에서 사벌상주 사벌면 삼강지역에 있는 낙동강700리 표지석까지
낙동강 1300리중 600리를 7일만에 완주하고 글을 남겼는데 그 마직막날의 글을 스크랩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