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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합격소식을 접했는데 아직도 와닿지가 않네요^^;;; 제가 한예종에 입학하다니...
사실 저는 한예종 입시를 준비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한 1달여 정도 준비했는데
정말로 하늘이 도와주셨는지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현재 저는 대학을 휴학중인 군인입니다. 이런 신분의 특수성 때문에 체계적으로 준비한 것도 아니라서
제 경험이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될까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에게 많은 정보를 캐치하게 해준 카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1. 언어
작년부터 언어가 창의력문제풀이에서 수능 언어처럼 유형이 변해서 저는 수능기출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물론 작년 한예종 언어기출을 푸는 건 기본이고요. 현재 수험생의 입장이시라면 수능 언어를 대비하는 것이 한예종 언어를 대비하는 가장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몇몇 분들은 한예종 언어 준비를 위해서 공무원 시험이나 로스쿨시험에서 보는 언어,추리,추론 능력평가 공부를 추천하시기도 하는데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공부 열심히 하시면 족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부한 얘기지만 역시 꾸준한 독서가 중요합니다. 이건 언어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합니다.
2. 영어
영어의 경우 예술쪽 어휘들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 수준으로 보았을 때 그리 어려운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예전에 수능 외국어 공부했을 때의 지식들로 충분히 풀 수 있었습니다. 저는 토익도 거진 수능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배운 지식으로 풀었습니다. 수능 외국어 무시하시지 마시고 열심히 준비하십시오. 고등학교 졸업하시면 아시겠지만 고등학교 때 닦아놓았던 기본기들이 차후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한예종 영어 기출은 모조리 풀어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이 카페에 예상정답안을 올려주셔서 푸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출에서 나온 모르는 어휘들, 구문들을 노트에 정리해서 다시 암기했는데, 몇몇개가 요번 시험에도 출제되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3. 글쓰기
저도 글을 잘 쓰지 못하는 편이라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최선책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단시간에 준비해야 했던 제 경험을 써보자면 일단 무작정 썼습니다. 여러 해의 기출을 풀어본 것도 아니고 저번 년도 기출(건물세우는 일 vs 정원을 가꾸는 일)만을 가지고 여러 관점에서 써보았습니다. 한 번은 건물세우는 일도 다시 돌이켜보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 또 한 번은 정원을 가꾸는 일이 역시 진정성이 있는 일이다. 뭐 대충 이런 주제들로 큰 틀을 잡아 관점을 달리하면서 4~5번 정도 써보았습니다. 결국 글쓰기는 사고력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각에 그치지 마시고 꼭 써보십시오! '내 글은 누가 첨삭해주지?' 이런 생각마시고 본인이 쓴 글을 나중에 본인이 다시 보시면 '아 이렇게 쓰면 더 좋겠구나' 하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평소에 그냥 지나칠 사소한 것이라도 유심히 관찰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저는 저희 일상의 모든게 글쓰기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요번 1차 2번 문제를 저는 대략 이렇게 썼습니다. '정보화사회에서는 무제한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정보와 그래선 안되는 상품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천년의 섬은 부동산이라는 상품이기 때문에 거래되어야 하는 것이지 공유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뭐 대략 이런 논지에다가 근거를 덧붙여서 썼습니다. '요즘 음원이 불법 다운로드 되는 경우가 많은데 네티즌들이 음원이라는 상품을 정보로 생각해서 상품과 정보의 개념이 흐려졌구나'라는 평소 제 생각에서 이 글을 착안했습니다. 사회현상을 비롯한 일상에 대해서 주의 깊게 생각하시면 어떤 논제가 나와도 그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소재가 풍부해지실 것입니다.
4. 프로필
1차 합격발표가 난 이후에 프로필을 썼습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프로필을 등기로 보내야하는 전날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코 앞에 닥쳐서 프로필을 쓰기 시작했지만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 전에 이미 '아! 프로필을 이런식으로 쓰면 나를 어필할 수 있겠구나'하는 전체적인 틀이 이미 머리속에 그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셀프 프리젠테이션을 제가 2011년 인상깊게 본 한국영화를 제시하고 거기에서 도출되는 저의 가치관, 느낀점 등을 서술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식입니다.
1. 완득이
완득이 에서 인상깊었던 대사 제시 -> 그 대사에는 내가 추구하는 영화의 방향(아웃사이더에 대한 관심)이 담겨있음 .....
2. 도가니
법보다 영화가 쓸모있다 라고 느낌(저 법대생...) -> 법의 병폐 -> 영화가 오히려 사회에 더욱 도움이 됨 -> 영화의 파급력을 잘 이용하고 싶음.
3. 고지전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해봄 -> 조화가 중요 -> 영화감독도 결국 조율을 하는 입장에서 조화가 중요...
4. 슈퍼스타k
영화는 아니지만 이걸 보고 느낀 점이 많음 -> 잘만든 컨텐츠의 중요성, 꿈을 추구하는 것 등등등
간략하게만 정리해서 허접하게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2011년 저를 대변해 주는 작품을 선택해서 자신있게 셀프 프리젠테이션을 서술해 나갔습니다. 프로필을 쓸 때도 역시 창의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식으로 셀프프리젠테이션을 쓴 이유는 그냥 저의 인생을 구구절절이 쓰는 것보다나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저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형식을 영화과에 지원한만큼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허접해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형식이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형식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 요지는 여러분들도 틀에 박히지 마시고 창의적이며 신선하게 작성하시면 분명 경쟁력있는 프로필을 완성하실 수 있을 겁니다.
5. 2차 글쓰기
2차 글쓰기 전날에 저희 부대에 정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편치 않은 마음으로 시험을 보러 출발했습니다. ktx를 타고 이른 아침 출발했는데 사실 부대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글쓰기의 아이디어는 참 쉽게 떠올랐습니다. 시험을 보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대다수의 응시자분들이 현빈이 선전하는 옥수수수염차를 마시고 계시더라고요. 사실 아직까지도 tv광고를 보면 현빈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생각한게 현빈의 파급력이 아직도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아직도 이렇게 인기가 대단한데 이 사람은 군대라는 공간에서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고 과거에 연연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100% 허구이고 개인적으로 현빈 팬입니다ㄷㄷ 아무튼 그래서 주제를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자라고 잡고 등장인물을 현빈, 하지원, 노파로 잡았습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군생활을 엉망으로 해서 비난 받는 현빈이 말년휴가를 나와 몰래 사귀는 하지원과 배를 타고 바다여행을 떠난다. 노파는 그 배의 항해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배에서 현빈은 하지원이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 또한 사연있는 노파의 고기잡이를 보며 과거에 연연하며 살고 있는 자신을 반성한다......
뭐 이런 허접한 내용입니다. 요약을 해서 써서 더 허접하게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시나리오고 뭐고 글쓰기에 대해서는 전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다만 고등학교 때 배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기본적인 5막구조에는 충실해서 글을 써보려고 했습니다. 뭐 배운 적이 없어서 그 구조에도 충실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디서 본 글인데 이 구조가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훌륭한 영화들은 이 구조를 벗어나는 것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무엇이든 '기본', '정도'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6. 면접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망했다'였습니다. 사실 대학 입시라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줄 알았는데 다소 공격적인 면접의 형태가 되어서 어버버 되고 대답도 평범하게 한 것 같았습니다. 뭐 물론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의 상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기억을 더듬더듬....)
처음 들어가자마자 인사를 드리고 의자에 착석하였습니다. 한 교수님께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말을 시작했는데 한 분께서 그런거 말고 자기소개를 간략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캐당황했지만 거두절미하고 이런 사람이 되고싶은 나는 누구누구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왜 대학을 바꾸었냐? 카투사 생활은 어떠하냐? 등등 프로필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질문하고 끝맺었습니다. 셀프 프리젠테이션에 쓴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질문을 안하셨습니다. 제 가치관을 쓴 부분이라 이 부분을 많이 질문하실 줄 알고 대비를 했는데 결국 준비한 것이 소용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2차 글쓰기 질문을 하셨습니다. 쓴 글에 대해서 요약을 해보라고 하셨는데 제가 참 어리석게도 이 질문을 제대로 준비해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버버하면서 대답을 끝마쳤습니다. 영화계에서는 짧고 강렬하게 설명하는 피칭이 참 중요하다고 하는데, 저는 그거에 실패했으니 이 때에도 '망했다'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왜 이 스토리가 바다에서 일어나야하는지에 대해서 질문 받았는데 역시 캐당황하면서 바다는 풍파가 있는 극단적인 공간이고, 노인과 바다라는 고전을 생각해 보면서 blah blah.......라고 답했습니다. 또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ㄷㄷㄷ 그리고는 다른 교수님이 그건 좀 주제에 안 맞는 것 같고('망했다' 3연타 ㅜㅜ) 그런데 왜 현빈이라는 실명을 거론하면서 글을 썼는냐라는 질문을 하셨는데 이거에 대해서는 위에 썼듯이 제가 아이디어를 착상한 과정을 자신있게 설명했습니다. 유일하게 제가 제대로 답변한 질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일상적인 것에서 비범한 의미를 뽑아내는 것이 창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을 자신있게 말씀드리니 그 모습을 좋게 평가해주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더 질문이 있었는지 제대로 기억이 안나는데 마지막으로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마무리를 지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한예종에 오기로 결심한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누구보다 진정성이 강하다 등등을 또 어버버되면서 말하고 면접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또 기차를 타고 부대에 복귀길에 너무 평범하게 대답하지 않았나, 그 질문은 이렇게 대답할 걸 하는 후회가 참 많이 들었습니다. 뭐 누구나 면접을 보면 다 이런생각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면접을 보고 느낀 점은 역시 평소의 기초 소양이 중요하구나, 그러니 독서를 게을리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독서 꾸준히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팀을 짜서 서로 면접 시뮬레이션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자신이 2차에 쓴 글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대비하고 가십시오.
면접은 단시간 내에 자신을 어필하는 자리입니다. 제가 결국 후회한 부분도 너무 어버버하면서 말을 제대로 못한 부분인데, 자신의 의견이 핵심적이며 간략하고 동시에 창의적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면접 때문에 많이 걱정했지만 결국 어제 최종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짧은 시간 준비했지만 여러 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 카페에서도 기출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또한 시험을 볼 수 있게끔 저희 대장님, 미군측 상사도 배려를 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동료들도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정말 한 개인의 성공은 그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뭐 물론 아직 저는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요^^.... 아무튼 이 글도 한예종 입시를 준비하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답변 꼭 달아드리겠습니다.
역시 영화는 주변에서 스토리를 실 뽑아내듯이 써내려가는 게 중요한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히려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독이 되는 것 같아요. 이왕 해볼거 쉽게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도전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도움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 받고 가네요. 글 감사합니다 !
지금은 뭐하고 계실까 궁금하네요
ㅠㅠ
자세한 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저도 군인입니다 전역 후 입시준비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 글을 보니 부대 내에서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값진 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흐훟 너무 부럽습니다!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