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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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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搭)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 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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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님의 침묵>(1926) - |
첫댓글 구한말 일제시대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핍박 속에서, 현실에 순응한 동지들의 수많은 변절을 목격하면서도, 적극 협력에서 한자리 해먹으려던 부역자들이 거짓을 진실이라고 선동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체념하고 산사로 도피하지 않고, 현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일 수 밖에 없었던 한용운 선생은 진정 참다운 스승의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삶은 인간의 범주 안에서 파악될 수 없다는 자각, 깨달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허섭한 류적 한계, 혹은 범주 안에서 그걸 부둥켜 안고 살아내야 한다는 모순.... 그리고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라는 한계를 안고 넘어가는 포월... 진정 한국의 스승으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