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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 박경수 - 시놉시스
황금의 주인이 될 것인가, 황금의 노예로 살 것인가
황금의 제국
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
序 言
드라마 ‘황금의 제국’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경제사 격동의 20년을 그 배경으로 한다.
1990년 신도시 개발
1997년 IMF
1998년 빅딜과 구조조정
2000년 벤처 열풍
2002년 부동산 광풍
2003년 카드 대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그리고 2010년 부동산 거품이 꺼져가는 시기까지
전 국민이 황금의 투전판에 뛰어들었던 욕망의 시대.
그 한가운데, 우리의 주인공 장태주가 있다.
월세 20만원 단칸셋방에 살던 서민의 아들 장태주,
세상에 길들여지기 싫었던 청년 장태주,
누구에게도 무릎 꿇고 싶지 않았던 사내 장태주,
드라마 황금의 제국은
욕망의 싸움터에 뛰어든 청년 장태주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씨줄로,
국내 굴지의 재벌, 성진그룹의 가족사와 후계다툼을 날줄로,
우리 모두의 부끄러웠던 지난 20년의 욕망을 배경색으로 그려낸,
우리 시대의 세밀화이며,
장쾌하고 비극적인 현대판 서사 영웅담이다.
기 획 의 도
광기와 투혼의 청년 장태주의 자서전
장태주.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 강인한 열정, 유쾌한 웃음. 사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하나, 돈을 가지지 못했기에, 치욕과 모멸을 견뎌야 했던 남자. 가난 때문에 아버지는 잃었지만, 가난 때문에 꿈조차 잃을 수는 없었던 날것의 수컷, 장태주! 부동산 시행사에 뛰어들어 타고난 배짱과 결기로 승승장구하던 중, IMF를 전후한 격변의 시기에 국내 굴지의 재벌 성진그룹, 그 황금의 제국에 입성하지만, 그의 역할은 고작 제국의 문지기일 뿐! 자신보다 나을 것 없는 자들의 후계경쟁에, 이용당하고 배신당하던 태주의 마음에 서서히 야망이 꿈틀거린다. 발각되는 순간, 제국에서 추방당할, 거대한 계획을 품은 채, 태주가 제왕의 자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장엄한 가족 정치 드라마
18세기 유럽의 왕가에서 벌어지던 왕위 쟁탈전을 2013년 대한민국에서 재현한다. 하나 뿐인 제왕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형제간의 음모, 자매간의 배신, 남매간의 이합집산, 부부간의 애증, 숙부와 조카의 암투, 누구에게 줄을 서느냐에 따라, 수 천 억 백화점의 주인이 하루아침에 바뀌고, 수 조원 조선소의 대표가 교체되는, 가족의 식탁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자본의 활극은, 시청자들에게 엿보기의 쾌감을 전해줄 것이다. 또한 서민의 아들 장태주가 황금의 제국을 장악해나가는 장쾌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가슴 뜨거워지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것이다.
인생이 전쟁이기에, 사랑마저 전투가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
세상의 인간은 단 두 종류.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황금의 제국을 지키려는 제국의 공주 최서윤과, 황금의 제국을 빼앗으려는 떠돌이 무사 장태주! 제국의 위기 앞에 둘은 거래를 하고, 거래는 사랑이 되었지만, 제국을 지켜낸 순간, 둘은 다시 적이 되었다. 장태주와 최서윤. 둘 중 한 사람이 파멸해야만 끝날 전쟁! 뜨겁게 사랑하지만, 그보다 더 뜨거운 욕망을 놓지 못한 두 남녀의 인생을 건, 치열한 전쟁이 지금 시작된다.
프롤로그 (1부 줄거리)
세워!!!!
다급하게 달려가던 병상 트레이가 멈춘다. 수술실 앞이다. 병상에 누워있던 육순의 최동성 회장이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만류하는 의료진을 거칠게 뿌리치고 주름 잡힌 손으로 링거를 스스로 뽑아버리는 성진그룹 최동성 회장!! 그는 지금 뇌종양 투병 중이다. 국내 의료기술로는 치료가 어렵던 중,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미국 의료진과 힘들게 잡은 수술이었다. 생존율 30%의 어려운 수술. 생존 확률 30%의 기회를 최동성 회장은 포기하려는 것이다!!! 지금 그가 가야할 곳은 수술실이 아니라, 회사다! ....오늘 밤 ....비상 이사회가 열린다는 것을 ....동생이.... 알게 되었다.
세워!!!!
다급하게 달려가던 자동차가 멈춘다. 공항 국제선 청사 근처다. 뒷좌석에 앉아 카폰을 끊은 성진그룹 최동진 부회장은 다급하게 회사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어쩐지 이상했다. 중국 진출은 형 최동성 회장이 사운을 걸고 진행하던 일이었다. 서기장과의 면담과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명분을 자기에게 던져줄 리가 없었는데... 다시 한 번 속았다. 형의 그 따뜻한 미소에. 다정하게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지난 10년. 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치열하게 싸워왔는데도, 아직도 가끔은 최동진 부회장에게 최동성 회장은... 형이었다. 그런데 방금 전, 오늘 밤. 비상 이사회가 소집된다는 연락을 받은 것! 최동진 부회장을 축출하기 위해 형이 소집한 비상 이사회. 이제는 전면전이다. 중국행 티켓은 외국으로 쫓겨날 형을 위해 남겨 두겠다!
날 믿어요. 아빠. 내가 할게요.
병원을 나서는 최동성 회장의 앞을 막아서는 딸. 최서윤! 뇌종양 사실도, 수술 사실도, 극비사항이었다. 유럽 본부장으로 나가 있는 장남 원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원재가 급거 귀국하게 되면, 동생 최동진 부회장이 자신의 건강 이상을 알아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 최동성 회장이 믿을 사람은 오직 지난달에 갓 상무를 단, 스물 다섯 살의 딸 최서윤 뿐! 영민하지만, 아직 어렸다. 신뢰할만한 판단력을 가졌지만, 실행할만한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자신만이 오늘 밤 비상 이사회에서 최동진 부회장 세력을 추방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동생과 조카와 그 측근을 정리하지 않고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난다면, 장남 원재도, 딸 서윤도, 성진그룹에서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의료팀은 오늘 밤, 한국을 떠난다. 30% 생존 확률의 수술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비상 이사회를 자신이 주도하고 수술을 포기할 것인가? 그 선택지 앞에서 최동성 회장은 회사로 향하려 했지만.... 차마 병원 앞에 주차된 자동차에 올라타지 못했다. 옅은 미소를 띤 채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는 서윤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망설이는 그 순간. 최동진 부회장이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연락이 온다! 뜻밖이다. 어쩌면 동생이 비상 이사회 소집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 순간만은 최동성 회장은..... 서윤의 아버지로.... 좀 더... 오래... 이 세상을 살고 싶었다. 30%의 확률이라도... 더... 살고 싶었다. 결국 최동성 회장은 수술실로 향한다. 전쟁고아로 구걸부터 시작해서, 시멘트 공장 직공, 창업, 그리고 수십 번의 위기를 넘기고 국내 굴지의 성진그룹을 일군 최동성 회장, 그의 인생이 여기에서 끝날지, 그가 일궈낸 수많은 성공처럼 이번 수술도 성공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룹의 경영권이 갈릴 수 있는 비상 이사회의 전권을 스물 다섯 딸 최서윤에게 위임한 채, 그는 수술실로 들어간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긴 밤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으로 떠나세요. 아버지. 제가 합니다.
공항 앞. 최동진 부회장의 차를 막아서는 차. 내리는 남자. 최동진의 큰아들 최민재사장이다!!! 최근 10년, 성진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은 최민재의 능력이었다.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판단, 저돌적인 추진력에 물러나야할 때를 아는 현명함까지 갖춘 최민재의 경영참여 이후 성진그룹의 성장세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민재가 빛날수록, 최동성의 장남 최원재의 무능은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었다. 회사 내의 신망은 최민재에게로 쏠렸다. 자식들의 명암은 사이좋던 형제마저 갈라서게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경영권 다툼이었다. 최민재는 생각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숙부인 최동성 회장이 믿게 만드는 것이다. 아버지와 자신이 비상 이사회 개최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믿게 만드는 것! 최동성 회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창업주인 그의 힘을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아버지가 중국으로 떠난다면 숙부는 안심할 것이다. 숙부를 안심하게 만들고, 중도적인 이사들을 회유한다면, 오늘 밤 비상 이사회에서 추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최동진 부회장은 중국으로 떠났다. 아들에게 운명을 맡긴 채. 최민재! 서른 두 살의 성진건설 사장! 성진그룹에 남아 언젠가 다가올 차기 회장의 기회를 잡느냐, 아니면 그룹에서 추방당하느냐, 올 오어 낫싱의 승부가 될 비상 이사회가 오늘 밤 열린다.
신도시 시범단지 공사를 반드시 착공해야만 한다!!!
비상 이사회에 상정될 해임 사유가 ‘신도시 시범단지 공사 지연’이라는 것을 알게 된 민재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주택 200만호 건설을 목표로 시행 중인 5대 신도시 건설. 그 시범단지 시공사로 성진건설이 선정된 것이 벌써 몇 달 전. 하지만 기존 상가 입주민들이 보상금 문제로 농성을 하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되고 있었던 것! 시범단지가 예정대로 착공되지 못하면 이후 수십 개의 단지 공사에 성진건설이 참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책임을 민재에게 묻겠다는 것이다. 그깟 농성자들 때문에, 그깟 낡은 상가 몇 개를 철거하지 못해서, 성진그룹에서 밀려날 순 없다. 민재는 측근인 강호연 전무에게 특명을 내린다. 오늘 밤. 비상 이사회 개최 전까지 상가를 철거하라고!!! 반드시!!!!
하지만 농성자들과의 최종 협상은 결렬되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향후 다른 신도시 철거 지역 보상의 선례가 된다는 정부의 강경 입장 때문에, 협상은 한 치의 진전도 없었다. 그 입장을 전달하는 김광세 의원의 배후에 서윤이 있고, 그 뒤에 최동성 회장이 있다는 것을, 민재는 느꼈다. ....더 이상 협상은 불가능하다. 방법은... 하나 뿐!!! 비상 이사회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아버지이!!!! 태주가 환한 웃음으로 달려오고 있다.
스물 세 살. 경찰대 4학년생. 장태주! 교내 사격대회에서 받은 1등 메달을 농성 중인 아버지에게 내보이며, ‘제가 딴 건 다 배웠는데, 1등을 놓치는 법을 아직 못 배웠네요.’라며 농담을 건네, 아버지를 웃게 만든다. 조금이라도 아버지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힘을 주고 싶었다. 아버지는 지금 농성 중이다. 평생을 막노동으로, 좌판으로 모은 돈으로, 얼마 전에 자그마한 밀면집을 차렸다. 처음으로 뽑아낸 밀면을 네 식구가 나눠 먹으며, 하루에 매상이 10만원만 오르면 1년 안에 빚 다 갚고, 2년 안에 단칸방에서 벗어나, 연립주택 전세를 얻을 수 있다며 꿈에 부풀어 있던 것도 잠시! 서민 주택난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5대 신도시 예정지에 밀면집이 월세로 입주한 상가건물이 포함된 것이다. 권리금도, 인테리어 비용도 모두 다 날리고, 보증금 5백만원만 받고 나갈 수는 없었다. 석 달째 농성 중인 아버지는 태주에게 여름 티셔츠라도 사 입으라며, 꼬깃꼬깃 구겨진 오천 원권 두 장을 꺼내서 건넨다. ‘받어. 임마. 아빠가 주는 상이야.’ 그때 태주는 보았다. 여름인데도 아버지는 아직도 긴팔 티셔츠를 둘둘 걷어 올려 입고 있는 것을. 그 옷소매가 여기저기 튿어져 있는 것을. 그날 밤.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의 티셔츠를 사러 시장에 들렀던 태주는 뉴스 속보를 통해서 알게 된다. 경찰이 상가 건물을 강제 진압 하고 있다는 것을. 진압 도중 발생한 화재로 다수의 사망자와 중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아 ...버 ...지.
최서윤 상무의 해임안을 긴급 상정합니다.
충격이었다. 서윤은 생각했다. 사촌오빠 최민재가... 어떻게 알아냈을까? 최동성 회장이 뇌종양이라는 것을. 지금 생존율 30%의 수술 중이라는 것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상 이사회는 서윤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민재가 시범단지 상가 건물을 무리하게 철거하는 바람에 사상자가 발생했고, 중도적인 이사들도 서윤의 뜻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민재의 해임안이 상정되려던 바로 그 순간....
민재에게 걸려온 기사회생의 전화 한 통!
상가 건물 사상자와의 보상 문제를 상의하러 병원에 갔던 측근 강호연 전무가 VIP 병동에서 나오는 최동성의 부인 한여사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하루 종일,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최동성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스물 다섯 살 풋내기 상무인 최서윤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강호연은 병원장을 회유해서 알아내고야 말았다. 비상 이사회를 뒤흔들 거대한 비밀! 최동성이 뇌종양이라는 것을! 생존율 30%의 수술 중이라는 것을! 강호연의 전화를 받은 민재는 인생의 벼랑에서 한가닥 동앗줄이 내려오는 것을 느꼈다. 일어났다. 단호하게, 하지만 걱정스런 어투로 말했다. 무리한 상가 철거로 사상자가 생기고, 시범단지 공사가 늦어지게 된 것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지금 성진그룹은 비상 상황이라고. 창업주이자 회장인 최동성이 뇌종양이며, 생존 확률이 희박한 수술 중이라고. 이 위기를 넘긴 뒤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다. 모든 이사들이 최동성의 뇌종양 사실에 놀란다. 걱정스런 어투로 민재는 말하고 있지만, 모든 이사들은 느끼고 있었다. 최동성이 사라지면..... 성진그룹의 주인은 누가 될 것 같으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민재는 지금 이사진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이어서 민재는 말한다. 최서윤 상무의 해임안을 상정합니다. 둥! 민재는 따뜻한 시선으로 서윤을 보며 말한다. 최동성 회장의 수술이 성공한다면 서윤은 아버지의 병구완을 해서 빨리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 딸로서 해야 할 도리이며, 만약 불행히도 수술이 실패한다면 가장을 급작스럽게 잃은 집안 식구들의 슬픔을 추슬러야 할 것이라며, 오래지 않아 다시 성진그룹을 위해서 일할 시간이 올 것이라며, 지금은 서윤을 가족에게 잠시 보내주는 것이 사촌오빠로서의 도리라며 이사들에게 당부한다. 그 팽팽한 긴장. 창업주의 딸을 해임시켰다가 만약 창업주의 수술이 성공한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 이 자리에서 민재의 말을 거절했다가 창업주의 수술이 실패한다면 그래서 민재가 후계자가 된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 이사진 모두가 인생을 건 표결을 하게 된다. 한 명씩.. 한 명씩.. 표결이 이루어진다. 결과는.... 최서윤 상무! 해임!!!!
수술은 끝났다. 하루 이틀 뒤의 경과가 최동성 회장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
민재는 바란다. 최동성 회장의 생명이 이대로 멈추기를.... 어린 시절, 그토록 자기를 귀여워했던 숙부였지만, 지금은 성진그룹 주인의 자리를 두고 싸우는 적일 뿐! 만약 최동성 회장이 깨어난다면, 그래서 최서윤의 해임 사실을 안다면, 성진그룹에는 일대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아버지 최동진 부회장과 자신의 자리는 물론, 안전마저 보장할 수 없는 상황! 간절히 바란다. 숙부의 생명이 여기까지이기를....
서윤은 바란다. 최동성 회장이 깨어나기를....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아버지에게 약속했다. 성진그룹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하지만 아직은 힘보다 의욕이 강한 어린 나이. 아버지가 깨어나 이 사태를 수습해주기를. 그래서 언젠가 자기가 강해져서 숙부와 사촌오빠를 그룹에서 추방할 수 있기를. 그래서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버지의 생명이 더 이어지기를......
있으면 말해주라. 하룻밤 만에 합법적으로 2천만원을 벌 다른 방법!
태주는 다급하다. 상가 건물 화재로 중상을 입은 아버지. 화상 수술비는 가난한 태주의 집안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2천만원! 성진건설과의 수술비 협상도 결렬됐다. 사망자들이 명예 회복과 구속자들의 석방을 선행 조건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건물 매각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상가건물주 앞에 무릎도 꿇어보았고, 몇 년째 왕래가 없던 먼 친척도 찾아가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그 돈을 구할 수는 없었다. 그날 밤. 세상은 너무나 차가웠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위독한 아버지..... 결국 태주는 부동산 컨설턴트인 설희를 찾아가게 된다. 고등학교 선배였던 설희는 경찰대를 졸업하면 초급 경찰간부가 될 태주와 친분을 미리 쌓아두려고 그동안 공을 들이고 있던 상태였다. 다급한 태주의 처지를 눈치 챈 설희는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철거용역업자인, 양성화된 조폭, 필두가 빼앗아간 신도시 종교부지를 되찾아오라는 것이었다. 태주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필두를 위협, 종교부지를 되찾는 과정에서, 필두는 중상을 입게 되고, 태주는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된다. 그래도 괜찮았다. 태주는. 설희에게 받은 2천만원을 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수술실에 들어갔다. 아버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그래서 내가 산 여름 티셔츠를 아버지가 입어볼 수만 있다면... 경찰의 꿈도 포기할 수 있었다. 몇 년의 감옥생활도 감당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수술이 진행되고 있을 즈음, 들이닥친 경찰이 태주의 손에 수갑을 채운다. 오열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달래고, 태주가 오직 아버지의 수술이 성공하기만을, 아버지가 살아나기만을 바라며, 경찰 호송차에 타려는 순간!!!!
띠....띠.......띠............띠.....................띠................................
점점 희미해지던 누군가의 바이오그래프가 멈춘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누구일까? 지금 세상을 떠난 사람은..... 최동성회장일까? 태주의 아버지일까?
호송차에 타려던 태주가 하늘을 바라본다. VIP병동 창가에서 최서윤이 하늘을 바라본다. 성진건설 사장실 창가에서 최민재가 하늘을 바라본다.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장태주! 최서윤! 최민재!
....세 남녀의 ....인생을 적실 ....긴 장마가 ....시작되고 있다.
등 장 인 물 (나이는 1990년을 기준으로 표기함)
장태주 (23, 남)
돈 벌고 싶냐? 그럼 임마, 땀 흘리지 말고. 남의 땀을 훔쳐!
못하겠어? 벼엉신. 넌 라면이나 먹어라. .... 나는 세상을 먹을란다.
얼굴을 긋는 나이프 앞에서도 절대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다. 열 명에게 몰매를 맞으면서도 절대 비명 지르지 않는다. 핏발 선 눈으로 하나 하나의 얼굴을 머릿속에 새겨둔다. 그리고.. 한 명씩 찾아가 반드시 맞은 만큼 돌려준다.
거침없다.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없다. 가난보다 두려운 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세상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사내 장태주! 그는 얼마 전까지 경찰대학 4학년생이었다.
평생 경찰에 쫓기며 좌판을 해 온 아버지의 소원대로 경찰대학에 진학했다. ‘이제 우리 집안이 풀리나부다’ 30년 좌판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수도권 변두리에 조그만 식당을 차리던 날, 태주는 처음으로 보았다. 아버지의 눈물을. 경찰에 쫓기다가 깨진 좌판을 부러진 팔에 끼고 돌아온 날에도, 가족들 앞에서 외팔이 무사 흉내를 내며 가족들을 활짝 웃게 만들어주던 아버지였는데, 개업식날 간판을 달던 아버지는 사다리 위에서 끝내 기쁨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지로 선정되는 바람에, 개업 석 달 만에 쫓겨날 상황에 놓인 아버지는, 철탑 농성 진압 중에 일어난 화재로,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아버지의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던 태주는 부동산 컨설턴트 설희의 제안을 받아들여, 철거용역업자 필두의 종교부지를 빼앗으려다가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날 밤. 태주의 꿈 속에 나타난 아버지는 말했다. ...태주야 ...미안하다 ....그 시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평생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땅 한 평 가지지 못했던.... 아버지!
평생을 땀 흘려 일했지만, 그 땀의 보상을 받지 못했던.... 아버지!
월세로 얻은 식당마저, 신도시 개발의 열풍에 날려버린.... 아버지!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왔으나, 끝내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던.... 아버지!
태주는 결심한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그건 그 개똥밭이 자기 땅일 때만 그런 것! 땅을 가지겠다. 더 많은 땅, 더 넓은 땅의 주인이 되겠다!!!!
태주는 감옥에서 최용재를 만나게 된다. 성진그룹 최동진 부회장의 둘째 아들, 최민재의 동생, 최용재! 뇌종양 수술에 성공한 최동성 회장은 그룹에 복귀, 자금 횡령과 주식 사기 등의 책임을 물어 조카인 최용재를 구속되게 만들었다.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동생 최동진 부회장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카드였다. 용재는 나약했다. 그룹 경영권 다툼에 도구처럼 이용당하던 용재는 천식 중증이라 항상 소지해야만 하는 호흡기를 화장실에 버린다. 구치소 취사실에 사역을 자원, 수백명 분의 밥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속에서 질식, 사망한다. 그때! 취사실 교도관들이 호흡기를 구하기 위해 의료실로 다급하게 달려간 사이, 유일하게 용재의 곁에 있던 남자! 바로 태주다! 저만치서 교도관들이 달려오고 있다. 용재는 ...죽었다. 태주는 뭔가를 결심한다. 용재의 금테안경을 벗겨, 품 속에 숨긴다.
용재의 금테 안경을 만지작거리던 민재는 태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용재의 마지막 유언을 전해줄테니, 감옥에서 빼내달라는 제안! 감옥에서 나온 태주는 민재를 만나게 된다. 민재는 지금 다급한 상황이다. 동생의 죽음 이후, 격분한 다혈질의 아버지 최동진 부회장은 최동성 회장과 전면전을 치르려 하고 있다. 패배가 보이는 싸움이다. 지금은 고개를 숙여야 할 때다.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려야 할 때다. 민재는 태주에게 말한다. 용재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들었든 상관없다고. 아버지 최동진 부회장을 진정시킬 말을 전해달라고. 태주는 끄덕이지만!!!!
태주는 오히려 최동진 부회장을 격발시킨다. 용재가 마지막으로 부탁한 건 복수였다고! 숙부인 최동성 회장을 자신이 갇혀있던 그 구치소, 그 감방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아버지에게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라고 말했다고!!!! 격정에 휩싸인 최동진 부회장은 모든 측근을 소집, 형과의 전면전을 시작한다. 태주의 말 한 마디로, 성진그룹에는 다시 회오리가 몰아친다. 분노하는 민재에게 태주는 말한다. 너의 전화 한 통화로 상가가 철거되고,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내 말 한 마디로 너도 지옥을 겪게 될 거라고!!!!! 하지만 지옥을 겪게 된 것은.... 태주였다.
숙부 집안과의 전면전에 돌입했지만, 태주에 대한 분노가 식지 않은 민재는, 상가 희생자와의 보상금 협의 과정에서, 태주네 집안에는 오직 보증금 5백만원만 지급하게 된다. 사망 보상금도, 위로금도, 지급되지 않은 것!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돈 5백만원!!!! 심장병의 어머니와 고3의 여동생이 단칸방에 살고 있다. 그리고 5백만원... 전과자인 태주... 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옥일 것이다. 태주는 아버지의 목숨값 5백만원으로 인생의 승부수를 던진다.
성진그룹에 어울리지 않았던 남자, 나약했던 용재가 죽기 직전, 태주에게 전한 말은, 태주에 대한 사과였다. 그리고 서울 최대 아파트 단지 재건축 예정지에 숨어있는 땅 2평에 대한 정보였다. 등기부등본에 누락되어 있는 2평의 땅! 1만평의 대단지 아파트 공사지만, 이 두 평을 태주의 소유로 할 수만 있다면, 알박기를 할 수만 있다면, 그 2평의 땅은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거대한 돈이 될 것이다. 자금과 경험이 부족한 태주는 부동산 컨설턴트 설희와 친구 춘호와 함께, 이 2평의 땅을 매수했다. 민재는 다급해진다. 숙부와의 전면전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한 상황. 재건축에 들어가야 일반 분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 2평의 땅 때문에 분양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땅의 소유주가 태주란 것을 알게 된 민재는, 회유를 하기도 하고, 철거용역업자 필두를 보내 위협을 하기도 한다. 원하는 금액을 말하라고! 얼마가 되든 주겠다고! 태주는 동요하지 않는다. 원하는 돈을 줄 사람은 너 말고도 있다고! 바로 최서윤!!!! 성진그룹에서 민재를 몰아내기 위해서 2평의 땅이 절실하게 필요한 여자! 태주는 이 싸움에서 두 가지 모두를 원하고 있었다. 돈과 아버지의 죽음을 능멸한 민재에 대한 복수! 목숨이 위태로운 위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주로 인해서,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한 민재는, 아버지 최동진 부회장과 함께, 결국 성진그룹에서 밀려나게 된다. 태주를 능멸한 대가였다. 한 아버지의 죽음을 모욕한 대가였다. 최서윤에게 비싼 값에 땅 2평을 판 태주는, 민재를 찾아간다. 그의 앞에 5백만원을 던져주고, 돌아서 나온 태주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간다. 그리고 보여준다. 바로 옆에 놓인 돈가방을.... 수억원의 돈이 들어 있는 돈가방을.... 아버지... 돈이에요.... 이게 다.... 돈이에요.... 엄마 심장병도 제가 치료해 드릴거구요. 밀면집도 차려 드릴거구요. 희주 대학도 제가 보낼게요. 걱정 마세요. 아버지. 수고하셨어요.. 아버지.....
희주의 대학 입학식날, 엄마의 밀면집을 개업한 태주는 가게 벽면에 아버지의 사진을 걸어놓고는, 부동산 시행사 ‘에덴’을 시작하게 된다. 승승장구! 3년 만에 수 십억대의 돈을 번, 디벨로퍼의 신화! 에덴은 점점 성장하고, 태주의 꿈도 점점 커져만 간다. 상대를 방심하게 만드는 유쾌한 웃음, 틈날 때마다 구사하는 장난스런 농담, 엄마 앞에선 머리를 긁적이며 오늘은 술 안 마시고 일찍 들어오겠다며 혼내는 엄마를 껴안으며 ‘축하해. 엄마. 허리가 굵어져서 두 손이 안 닿네’라며 천진한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거래를 할 때는 차가운 승부사의 모습을 보인다. 한 번 뱉은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그 약속을 지기키 위해 이번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다음번엔 자신의 어떤 무모한 말도 상대가 믿게 되기 때문이다. 설희도, 춘호도, 그리고 다른 직원들도,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가족처럼 보호한다. 그들에게도 부모가 있고, 그들에게도 자식이 있고, 그들에게도 꿈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태주의 앞에 거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디벨로퍼계의 라이벌로 성장한 필두! 그린벨트 해제 지역 개발을 두고 벌어진 태주와 필두의 전면전!!! 우세했던 태주의 판세는, 친구 춘호가 필두에게 이용당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살아남으려면 춘호를 버려야 한다. 하지만 태주는, 거센 물살에 밀려가는 친구 춘호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거세지는 물살....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친구를 버려야만 할 바로 그 순간!!!! 한 남자가 찾아온다. 바로 최민재!!!
성진그룹에서 밀려난 뒤, 성진개발이라는 중견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민재는, 숙부의 집안에 철저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자금이 확보 되는대로 다시 성진그룹의 후계 다툼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자금 확보 방안이 바로, 국내 최대의 명동 쇼핑몰 건설 및 분양이었다. 그런데 사촌 동생 최서윤이 알게 되었다. 민재가 아직도 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서윤의 방해로 쇼핑몰 분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민재에게는 절실하게 태주가 필요했다. 어떤 무리한 분양도 반드시 성공시켜내고야 마는 디벨로퍼의 신화! 파이낸싱의 귀재! 장태주! 그로 인해 성진그룹에서 밀려났지만, 지금 최민재에겐 간절하게 태주가 필요했다. ....그리고 태주에게도 간절히 민재가 필요했다. 필두를 통제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철거용역업자로 시작해서 디벨로퍼가 되기까지 필두의 숨겨야만 하는 그림자를 모두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최민재였다. 한때는 적이었던 두 남자는 이렇게 손을 잡게 된다.
장태주와 최민재! 처음의 어색함과 경계도 잠시! 시간이 갈수록 둘은 느낀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두 남자는 쇼핑몰 분양을 성공시키고, 필두를 막아낸 뒤에도, 잡은 손을 놓지 않게 된다. 민재의 자본력으로 태주의 시행사는 점점 더 성장해가고, 태주의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민재는 성진그룹 재입성에 필요한 자금을 키워가고 있었다. 운명을 함께 하는 두 남자의 연대는,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게 만들었다. 태주는 민재를 형으로 생각했다. 민재는 태주를 동생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민재의 쇼핑몰이 대성공을 거두고, 유통업계로 진출을 시작하자, 위기를 느낀 최원재(최동성 회장의 장남, 최서윤의 오빠)는 무리하게 백화점 사업에 진출, 공사를 서둘러 개장을 했다가, 백화점 붕괴라는 대참사를 맞게 된다. 비판 여론이 들끓고, 그룹이 위기에 처하자, 최동성 회장은 어쩔 수 없이, 백화점 공사를 맡았던 성진건설을 매각하기로 한다. 성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성진건설!
민재와 태주의 작전으로, 채권단은 성진건설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게 한다. 지주회사인 성진건설이 매각 시장에 나왔다!!! 성진건설을 얻으면 성진그룹의 주인이 될 수가 있다!!!!!
장태주와 최민재!!! 두 남자와 성진그룹과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다. 최동성 회장은 최원재의 장인이자, 사돈인 은행장 정병국을 통해서 위장 매각을 시도한다.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서 자신이 매각하고, 자신이 다시 매수하려는 것!!! 태주와 민재는 성진건설 인수에 모든 것을 건다. 그동안 모은 자금과 인맥, 그리고 해외 금융기관에서 1년간의 단기차입금 2억 달러를 빌려, 인수전에 뛰어든다. 민재에게는 성진그룹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이며, 태주에게는 일개 디벨로퍼에서 굴지의 기업가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치열한 인수전 끝에 1차 발표가 난다. 태주와 민재의 승리!!!! 둘은 환호를 지르지만, 기쁨도 잠시!!! 해외 차입 자금의 안정성과 출처를 추궁하는 최동성 회장과 최서윤의 공격으로, 우선 협상자에서 탈락하게 된다. 성진건설은 다시 성진그룹의 품으로 돌아갔다!!!! 전쟁의 후유증은 심각했다. 그동안 모은 자금은 모두 허공에 날아가 버렸다. 단기 차입금 2억 달러만 수중에 있는 상태. 그마저도 1년 뒤엔 갚아야 할 상황. 성진건설 인수전으로 치명적 타격을 받았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져서, 누구도 태주와 민재와 함께 하려 하지 않았다. 민재는 태주가 고마웠다.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싸워준 동료!!! 하지만 태주와 민재는 이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IMF!!!! 불과 한 달 만에 경제 환경이 모두 바뀐다. 환율이 두 배 세 배 마구 치솟는다. 국내 기업의 가치가 폭락한다. 그리고 지금 태주와 민재에게는 2억 달러가 있다. 1년 뒤에 갚아야 할 해외차입금이지만, 한 달짜리 해외 차입금도 구하지 못해서 기업이 마구 도산해가는 현실!!!! 성진건설 인수를 위해 자금을 무리해서 사용한 성진그룹의 계열사들이 도산의 위기 속에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태주와 민재는 2억 달러의 돈으로, 계열사들을 인수한다. 그리고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과 공장을 팔아 해외차입금을 갚아 버린다.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성진그룹 여섯 개 계열사와 다시 시장에 나온 성진건설을 헐값에 인수한 태주와 민재!!! 민재는 약속한다. 태주에게 성진건설을 주겠다고!!!! 지분 정리가 끝나는대로 성진건설의 주인은 태주가 될 것이라고!!! 약속의 증거로 성진건설 절반의 지분을 태주의 앞으로 옮겨주는 민재.... 하지만 서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성진건설만은 다시 찾아야한다! 계열사 인수 과정에서 정계에 뿌린 로비자금을 대형 스캔들로 만들어 민재를 압박해간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벼랑에서, 민재의 구속이 확실한 바로 그 순간!!! 태주가 민재의 사무실로 찾아간다. 민재가 구속되면, 태주도 모든 것을 잃는다. 국내 도급 순위 3위의 초대형 건설사 성진건설!! 그 주인이 될 기회도 사라진다. 평생을 땅 한 평 가지지 못했던 아버지 장봉호! 하지만 그 아들 장태주는 수 백 만평 땅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을 함께 하며 태주와 민재 사이에 생긴, 끈끈한 형제애!!! 힘들게 뭔가 입을 열려는 민재... 그 망설임을 알아챈 태주가 집에 전화를 건다. ‘희주야, 오늘 엄마 생신에 못 갈 거 같다. 어쩌면... 내년 생신에도 오빤 없을거야’ 그날 저녁. 태주는 민재의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수감된다. 길면 3년, 짧으면 2년. 태주는 담담했다. 감옥에서 나오면 성진건설은 나의 것이 될 것이므로!
하지만... 충격! 최동성 회장이 급서했다. 뇌종양 수술이 성공한지 8년. 후유증인 치매가 점점 심각해져가던 최동성은, IMF 이후 그룹의 위기와 나중에 밝혀질 부인 한여사의 비밀을 알고 난 뒤, 병세가 악화되어 급서한 것!!!! 위기의 성진그룹! 그 제왕이 갑자기 사라졌다. 누가 다음 제왕이 될 것인가? 다급한 상황! 지금 민재는 이라크에 있다. 걸프전 이후 받지 못한 공사 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국했던 것! 태주는 5일간의 병보석을 얻어, 감옥에서 잠시 나온다. 가족장으로 장례를 진행하려는 최서윤에 맞서서, 태주는 회사장을 관철시켜낸다. 그리고 장의위원장에 최동진 부회장, 장의부의원장에 최민재를 포진시킨다. 그날 밤. 귀국한 최민재의 공식 기자회견!! 장례식은 그룹의 다음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줄 수 있는 자리. 그곳에 민재가 앉아있다. 태주가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성진그룹 반분지계!!!! 최동성 회장은 누구도 모르는 차명 지분을 더 소유하고 있었다. 큰딸 서윤에게 절반을, 그리고 장남 최원재와 막내 최성재에게 1/4씩을 물려주었다. 지금 이 상태로는 민재는 그룹 경영권을 가질 수가 없다. 그때 여동생 서윤의 그룹 승계를 인정하기 싫었던 최원재와 비밀을 가진 어머니 한여사가 민재에게 제안을 한다. 성진그룹을 반분하자고! 그 절반은 민재가 가지고, 나머지 절반은 한여사와 원재가 나누겠다고!!! 민재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받아들일 수 밖에!!! 하지만 문제! 한여사가 강력하게 성진건설을 원하는 것이다!!! 최동성 회장의 장례식, 그 5일 동안 조문객을 받으며, 장지를 고르며, 물 밑에서 이뤄지는 유족들의 치열한 거래!!! 결국 민재는 한여사와 최원재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성진건설을 한여사에게 넘기기로 한 것이다. 태주는....... 장례식이 끝나는 날 오후 5시. 다시 구치소로 수감될 태주는.... 민재의 향후 그룹 승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자신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모른 채...
믿을 수 없었다. 술 취한 최원재가 거들먹거리며 들려준 이야기! 그룹 반분지계! 그리고 민재가 자신을 버리려 한다는 것! 지난 몇 년! 민재는 태주에게 형이었고, 친구였다. 내밀하게 상황을 파악한 태주. 최원재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장례식이 끝나가고 있다. 나는 감옥으로 돌아가야 한다. 2년 어쩌면 3년의 수감 기간 동안, 성진건설은 완전히 자신의 손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에겐 성진건설 지분의 절반이 있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그런 태주의 눈에 상복을 입은, 처연한, 한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최서윤이다.
서윤에게도 다른 선택은 없다. 아버지 최동성 회장의 죽음보다 더 충격이었던 것은, 어머니 한여사의 비밀이었다. 그리고 오빠 최원재의 배신이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성진그룹을 맡겼지만, 그래서 절반의 지분을 주었지만, 어머니와 오빠가 민재와 결탁함으로써, 그룹은 반분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그룹에서 추방당할 상황이다. 그때 다가온 장태주!!! 성진건설 절반의 지분을 가진 남자!!! 서윤이 제기한 정계 결탁 스캔들. 서윤만이 풀 수 있는 매듭! 서윤은 결국 자신의 손으로 매듭을 푼다. 태주는 감옥에서 나온다. 태주와 서윤의 연합이 시작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남녀! 하지만 서로가 필요한 남녀! 태주와 지연의 연대는 불안했다. 최민재와 한여사와 최원재!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서로를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했다. 결혼!!! 모든 것의 공유!!!! 가진 것의 공유!!! 가질 것의 공유!!! 이보다 더 확실한 연대는 없었다. 아버지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전사가 된 공주, 최서윤!!! 왕국의 주인이 되기 위해 피로 얻은 영지를 제물로 내놓은 떠돌이 무사, 장태주!!! 거래의 목표는 왕국의 주인!!! 거래의 방법은 결혼!!!이었다.
민재는 다급해진다. 결혼식을 막아야 한다. 민재는 태주를 안다. 태주가 노리는 것은 제왕의 자리다. 민재는 서윤을 안다. 서윤이 노리는 것은 최동진 부회장과 자신의 파멸이다. 장태주와 최서윤! 둘의 결혼은 민재에겐 재앙이 될 것이다. 민재는 건설교통부 장관 입각을 위한 청문회 중인 김광세 의원을 겁박한다. 지금까지 태주의 뒷배가 되었던 김의원! 장관 입각이라는 필생의 꿈 앞에서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를 노회한 정치인 김의원을 회유한 민재!!! 김의원이 태주의 디벨로퍼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질렀던 모든 비리와 특혜들을 검찰에 알리려던 바로 그 순간!!!
태주는 절박하다. 여기서 추락할 순 없다. 다시 지하 단칸방으로 돌아갈 순 없다. 바로 저 앞에.... 황금의 제국이 보이는데... 이제 한걸음만 더 나가면 제국의 일원이 될 수 있는데... 검찰에 출두하려던 김의원을 찾아간 태주는 모든 것을 건 베팅을 한다. 원하는 것보다 두 배 세 배의 제안을 하지만, 자기 또한 벼랑에 몰린 김의원은 태주를 밟고, 태주를 나락으로 밀어버리고 자신은 장관이 되려고 한다. 그 격정의 충돌 끝에, 두 남자가 날것의 욕망으로 벌이던 몸싸움 끝에, .....김의원의 숨이 멎는다. ....태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피 묻은 과도를 들고 서 있다.
가난한 청년 장태주!!! 순수했던 청년 장태주!!!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던, 단지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던 청년 장태주!!! 그가 지금... 살인자가 되어, 서 있다. 순간, 핸드폰이 걸려온다. 받는다. 엄마다. 결혼식이 한 시간 남았는데, 왜 아직 안 오냐고 성화다. ....엄마.... 태주는 다급하게 피를 닦았다. 생각했다. 이 세상 모든 인간은 숨겨야 할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조금 더 큰 비밀을 가진 것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달려갔다.
화려한 결혼식장!!!! 수많은 하객들. 주례사가 끝나고, 서로 반지를 교환하는 순간!!! 서윤은 보았다. 태주의 손가락에 묻은 피를!!!! 서로가 바라보는 잠시!!! 서윤은 모른 척 태주의 핏자국을 닦아내고는 그 손가락에 반지를 끼운다. 터지는 박수. 환호. 팡파레!!!! 이제 태주는 성진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황금의 제국에 입성한 것이다. 성진그룹의 회장! 황금의 제국의 제왕!! 그 단 하나뿐인 자리를 두고 벌이는, 추하고도 아름다운 욕망의 싸움이 이제 시작된다.
장태주. 그의 손에 묻은 핏자국은 영원히 숨겨질 수 있을까?
장태주. 그는 황금의 제국의 제왕이 될 수 있을까?
최서윤 (25, 여)
고마워. 태주야. 니 덕분에 잠시라도 행복한 꿈 꿨어.
근데 어쩌지? 나 이제 꿈에서 깰려구.
도도하다. 당당하다. 온 몸에서 풍기는 자신감은 향수보다 진하다.
성진그룹 최동성 회장의 둘째딸. 점심은 총리와 먹으며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해 대졸 공채 신입사원 확대를 약속하고, 저녁은 모건스탠리 은행장과 먹으며 주주 이익 증대를 위해 수 천 명의 정리해고를 약속한다. 그리고 두 가지 약속을 모두 지킨다. 중학교 1학년 때, 국내 주식 부자 10위에 들었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여자. 종이커피를 마셔도 숨길 수 없는 기품이 배어나온다. 물건을 살 때 단 한 번도 가격표를 본 적이 없는, 자본이 주는 카리스마의 소유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사실!!!
서윤은 성진그룹을 간절히 떠나고 싶어한다!!! 서윤은... 아버지가... 부끄러웠다....
서윤이 태어나던 해, 국내 30위권이었던 성진그룹은, 서윤이 자라면서 점점 성장해서 지금은 국내 굴지의 재벌이 되었다. 그동안 서윤은 보았다. 아버지가 어떻게 성진그룹을 일으켜 세웠는지! 사람들은 말한다. 성진그룹을 황금의 제국이라고! 서윤은 알고 있다. 그 황금에 묻은 피와 배신과 음모와 협잡의 그림자를!! 대학을 졸업한 서윤은 회사에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강단에 서고 싶었다. 성진그룹 최동성 회장의 딸이 아닌, 인간 최서윤으로, 피냄새 배어있는 황금의 제국을 떠나서 평범하고 소박한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오빠 최원재가 그룹 후계 다툼 과정에서 유럽 총판장으로 밀려나고, 아버지가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서윤은 ...차마 ... 아버지를 혼자 둘 수가 ....없었다. 언니는 철이 없고, 동생은 아직 어리다. 지금 아버지의 곁엔 나 밖에 없다. 성진건설 상무에 취임하던 날. 서윤은 결심했다. 아버지와 숙부를 화해시키겠다고! 10년을 끌어온 추한 후계다툼을 자신이 멈추게 하겠다고!!! 최동성 회장의 뇌종양 수술이 이뤄지던 그 밤. 비상 이사회 직전, 숙부와 사촌오빠 최민재 해임에 필요한 이사진을 확보한 서윤은, 민재를 만나서 제안한다. 비상 이사회에서 가족간의 부끄러운 싸움을 노출시키지 않고 조용히 여기서 물러난다면, 몇몇 계열사를 숙부에게 넘기겠다는 화해의 제안!!! 평소에 서윤에게 다정했던 사촌오빠 민재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두 시간만 비상 이사회를 늦춰 달라고 했다. 그 방심의 두 시간 동안!!! 민재는 상가 건물 강제 진압을 시도했던 것이다! 결국 개최된 비상이사회! 입술을 깨물며 숙부와 민재의 해임안을 상정하려는 순간!!! 민재의 역공으로, 서윤이 상무에서 해임당하고 만다. 숙부와 사촌오빠에게 베푼 서윤의 선의 때문에,아버지 최동성 회장이 오히려 그룹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수술에서 성공했지만, 몸이 온전치 못한 최동성 회장은 힘겹게 그룹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었다. 이제 서윤은 민재도, 숙부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만 이 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서윤은 확보하고 있던 공금 횡령 및 주가 조작 혐의 증거를 제출, 사촌오빠 최용재를 구속되게 만든다. 이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숙부는 둘째 아들 용재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다. 용재를 풀어내기 위해서라면, 아버지가 내미는 조건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럼 이 지긋지긋한 후계 다툼도 끝날 거라고, 그럼 나는 대학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충격이었다. 최용재가...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격노한 숙부는 전면전을 선포한다. 용재의 죽음으로, 두 집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한 순간만 방심해도 그룹의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일촉즉발의 연속! 싸움은 처절했다. 선의가 항상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 두 집안을 화해시키려했던 서윤의 선의가, 전면전을 불러일으킨 것! 이제 이 싸움은 아버지의 싸움, 집안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싸움이 되었다. 힘들었다. 숙부와 민재를 볼 때마다, 용재가 떠올랐다. 세 살 터울의 사촌오빠 최용재! 미소가 싱그러웠던 착한 오빠....였는데... 서윤은 점점 지쳐갔다. 더 이상, 이 긴 싸움의 선두에 서고 싶지 않았다. 벗어나고 싶었다. 최용재의 기억에서. 숙부와 민재의 증오 가득한 눈빛에서. 그리고 이 추악한 싸움에서... 떠나고 싶었다. 서윤은 성진그룹의 대부분의 매출을 유럽 총판에 몰아주었다. 그 실적을 명분으로 오빠 최원재가 귀국, 본사에 입성했다. 이제 자신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귀국한 최원재는 서윤을... 동생이 아닌, 라이벌로 바라보고 있었다.
서윤의 그룹 내 위상에 위협을 느끼고, 민재의 쇼핑몰 사업에 열등감을 느낀 원재는, 뇌종양 수술 후 치매 초기 증세가 찾아온 아버지 최동성 회장의 결재를 위조, 백화점 사업에 전격 진출한다. 서윤의 만류는 동생의 충고가 아니라, 라이벌의 경계심이라고 생각한 원재의 섣부른 야심은 대재앙을 불러온다. 백화점 붕괴!!! 그 책임을 지고, 원재는 제주도 골프장으로 쫓겨나게 된다. 그때 서윤은 알았다! 이제 성진그룹을 책임질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것을!!!
살고 싶은 인생을 사는 이가 몇이나 있으랴!
살아야만 하는 삶을 제대로 사는 것도 꽤 괜찮은 인생이 아닐까?
서윤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IMF를 맞아 성진그룹의 위기는 점점 심해져가고, 최동성 회장의 치매 증상도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다. 태주와 민재의 공세 속에 계열사를 두고 벌이는 다툼이 치열해질 즈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다급했다. 아버지가 남긴 절반의 지분으로 성진그룹을 지켜내려고 발버둥칠 즈음, 충격이었다. 한여사의 비밀을 알게 된 것. 그뿐 아니다. 오빠인 원재마저도 민재와 손잡고 자신을 공격한다. 그때 다가온 남자. 장. 태. 주.
거래를 위한 결혼식장. 앞에 선 남자. 장태주. 그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 외면했다. 지금 서윤이 보아야 할 것은 태주의 손에 묻은 피가 아니라, 흔들리는 성진그룹, 아버지가 세운 황금의 제국이었다. 서윤은 태주의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그 손에 ....반지를 ....끼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비극은 가족 간에 일어난다고 했던가. 어머니 한여사, 누구보다 친했던 동생 최성재, 그리고 오빠 최원재. 가족 모두가 민재와 손잡고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 순간의 이익에 따라 마음이 요동치는 철없는 언니도 문제! 폭풍에도 미동 않는 전사처럼 당당하게 그룹 내에서 싸워나가지만, 서윤의 마음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때 태주가 있었다. 언제나 태주가 옆에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인간, 남자. 그리고 남편....
올케 정은정을 회유해서 오빠 최원재를 외국으로 내쫓은 밤. 기뻐만 할 수 없는 승리의 밤. 태주와 서윤은 처음으로 동침을 한다. 결혼 3년 만에 첫몸을 섞은 것이다.
야수를 사랑한 공주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모펀드를 동원, 은행을 인수, 그 은행이 보유한 주식을 우호주로 만들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던 날. 동생 최성재는 감옥으로 갔고, 사촌오빠 최민재는 강원도의 시멘트 공장 사장으로 쫓아냈다.
드디어 서윤이 회장이 될 순간, 서윤은 알게 된다. 자신이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대기업 임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이 모든 게 태주의 계획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서윤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생각했다. 오늘 아침 침대에서 내 이마에 입을 맞춰 깨워주던 이 남자. 장태주.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태주는... 가난했던 청년 장태주는... 국내 굴지의 성진그룹 회장이 되었다.
하지만 태주의 웃자란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 운 좋은 사위가 재벌 회장이 되었다는 세간의 힐난을 견딜 수 없었던 태주는, 자신만의 실적을 보여주고 싶었다. 태주의 무리한 글로벌 경영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 금융위기의 파동 속에서 그룹이 한순간에 무너질지도 모를 위기를 가져오게 된다. 서윤의 호소도, 만류도, 통하지 않았다. 태주를 멈추게 할 방법은 오직 하나! 성진그룹에서 추방하는 것 뿐!!!! 서윤은 선택했다. 아버지가 남긴 왕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왕으로 만든 남편을 쫓아내기로!!!
첫 아이를 출산하는 병실. 그 산고의 고통! 병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태주. 드디어 태어난 태주와 서윤의 아이. 태주가 아이를 안고 기뻐하는 그 순간. 서윤은 미리 지시해두었다. 최원재를 귀국시키고, 최민재를 본사로 부르고, 최성재를 감옥에서 석방시킬 것을! 그리고 검찰에 남편 장태주의 김의원 살해 사실을 흘린다. 아이를 안고 기뻐하는 태주에게 서윤은 나직하게 말한다.
....사랑해.. 태주야... 마지막 사랑의 밀어였다.
이렇게 장태주와 성진그룹 가문의 마지막 대결이 시작된다.
.....지금 서윤의 칼날은 태주를 겨누고 있지만, 서윤의 손은 떨리고 있다.
....아직도 ....태주에 대한 서윤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민재 (32, 남)
난 지킬 게 너무 많았어. 넌 잃을 게 없었구.
그러니 이길 수가 있나? 허.
근데 태주야. 이제 난 잃을 게 없다. .... 넌 지킬 게 너무 많구.
이지적이다. 금테 안경에 차분한 말투, 공손한 행동. 예의 바르고, 남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는 태도. 사려 깊고 따뜻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심할 것. 사자는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는,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다.
성진그룹 최동진 부회장의 큰아들. 쉽사리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성진그룹의 주인이 되고 싶은 야심과, 그걸 숨길 줄 아는 현명함을 함께 가지고 있다.
성진그룹 입사 7년차. 서른 두 살의 나이에 사장의 자리까지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은, 성진 가문의 일원이라는 후광보다는, 해외 수출망을 확보, 수출액을 두 배 이상 늘렸다는 실적과 이로 인해 그룹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한 공로 덕분이었다. 최동성의 아들 최원재는 어리석었다. 민재는 생각했다. 발톱을 숨기고, 고개를 숙이고, 때를 기다리면, 회장의 자리, 제왕의 자리는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재의 판단은 옳았다. 그룹의 임원들의 신망은 민재에게로 점점 쏠리고 있었다. 하지만 민재가 착각한 것 하나! 원재는 민재의 판단보다 훨씬 더 ...어리석었다.
민재에게 쏠리는 신망에 다급해진 원재는 각종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도 하고,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그룹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뒷수습을 한 것은 민재였다. 원재가 무엇이든 해보려고 할수록 더욱 더 민재가 빛나 보일 뿐이었다. 원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가만히만.... 가만히만 있으면 자신의 품에 들어올 성진그룹이었는데..... 결국 큰아버지 최동성은 아들보다 빛나는, 아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큰 조카 최민재를 그룹에서 몰아내기로 결정한다.
피하고 싶었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었다. 최동진 회장의 뇌종양 수술의 밤. 비상 이사회에서 승부수를 던져보지만, 수술의 성공과 뒤이은 용재의 투옥과 사망으로 후계 다툼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전으로 접어든다. ....용재의 죽음! 그 충격적 상황에서도 민재는 화를 내지 않았다. 감정을 드러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분노를 다독이고 추슬러서 최종 승리의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남자! 그래서 충격의 상황에서도 놀랍도록 차분한 남자! 그가 바로 최민재다. 다혈질의 아버지, 최동진 회장의 무모함 때문에 그룹에서 추방당했지만, 민재의 눈은 여전히 제왕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동생 용재를 죽음으로 내몬 사촌 여동생 최서윤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명동 쇼핑몰 분양을 위해 장태주와 손을 잡았다. 분양만 끝나면 버려야만 할 값비싼 용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욱 거세지는 서윤의 방해를 뚫기 위해서, 태주와 민재는 맞잡은 손을 더욱 거세게 움켜잡아야했다.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를 선택의 순간!!! 민재는 서윤의 최측근 박진태 사장의 힘이 필요했다.
아킬레스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있듯, 민재에게는 병약한 아내가 있었다. 10년째 중환자실에서 투병 중인 아내. 민재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틀에 한 번은 아내의 병문안을 간다. 한 시간씩 대화를 나눈다. 아내의 병실은 민재에게 교회였고, 사찰이었고, 성당이었다. 하지만 지금 민재에겐 박진태의 딸 박유진이 필요하다. 오래 전부터 자신을 흠모하던 박유진. 서윤에 의해 자신의 꿈이, 야망이, 생의 목표가 사라질지도 모를 절체의 순간!!!! 민재는 마지막으로 아내의 병실을 찾아간다. 대학 시절. 첫 만남에서 설레이며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며, 민재는 젖은 눈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이혼을 통보한다. 이미 예측하고 있던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아이스크림을 먹을 뿐이었다. 아내의 어깨가 떨려오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이리라. 얼마 뒤. 민재는 박유진과 재혼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절체의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한 달 뒤.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 민재 인생의 유일했던 사랑이.... 쓸쓸하게 홀로... 세상을 떠났다. 질투심에 불타는 박유진 때문에 장례식도 가보지 못한 상황. 그때 사흘 동안 장례식장을 지키고, 장례식을 치르고, 장지까지 고르고, 그 누구보다 쓸쓸했을 아내의 장례식을 가장 화려하게 만들어준 사람!! 아내의 마지막을 민재 대신 배웅해 준 사람. 바로 장태주였다.
그날 밤. 민재와 태주는 바닷가 방파제에 앉아 말없이 소주를 마신다. 비가 내린다. 마셔도 마셔도 비워지지 않는 잔. 비가 내려 잔을 채운다. 술 반, 비 반의 소주잔을 밤새 마시며, 민재는 처음으로 자신의 격정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인다. 태주는 보았다. 언제나 놀랍도록 차분하던 민재의 분노를! 격정을! 홀로 삭이고 있었던 아픔을! 새벽. 잔뜩 비에 젖은 태주를 집으로 데려온 민재는, 젖은 옷 대신 입으라며, 옷장 안에 아직 치우지 않았던 용재의 옷을 건네준다. 샤워를 마치고 용재의 옷을 입고 나온 태주에게서..... 민재는, 자신을 대신해, 감옥에 갔다가 죽은, 동생 용재를 보았다. .....태주야..... 처음으로 민재는 태주의 이름을 불렀다. 장대표가 아닌, 인간 장태주의 이름을..... 불렀다. 그날 이후 민재와 태주는 형제 같은 사이가 되었다. 이지적인 민재와 광기와 투혼의 장태주의 조합은 업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두 남자 앞에 거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최동성 회장의 이른 죽음에 이은, 한여사의 그룹 반분지계의 제안에, 민재는 태주를 버리기로 결정한다. 태주의 몫이었던 성진건설을 회수하기로 한 것! 2-3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태주가 출감하면, 충분한 보상을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민재는 몰랐다. 민재가 가진 것은 태주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거대한 꿈!!!
서윤과 결혼, 황금의 제국에 입성한 태주와 혈전을 치르면서, 민재는 처음으로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광기의 인간 장태주! 민재의 당근과 채찍은 세상에 길들여진 자들에게만 통하는 것! 야생의 사내, 날것의 수컷 장태주에게는 치밀한 계획도, 이성적 접근도, 합리적 제안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민재는 패했다.
강원도 산골의 시멘트공장. 그 황량한 바람이 부는 곳에 선 민재! 패배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아버지 최동진 부회장이 태주에게 투항했다는 사실이었다. 패색이 짙어오자, 최동진은 자신이 일궈낸 성진조선소라도 지키기 위해, 태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일세를 풍미하던 거인이 지금은 태주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이다. 이해할 순 있었다. 조선소라도 지켜서 언젠가 아들 민재에게 물려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하지만 태주 앞에 고개 숙인 아버지의 모습은, 민재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치욕을 남기게 된다. 한 인간에 대한 순정한 분노! 민재는 태주가.... 정말..... 미웠다.
그 분노의 시간을 견디고 있을 즈음, 서윤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민재는 자동차에 올라탄다. 기사에게 말한다. 서울 본사로 가! 최동진 부회장은 민재를 만류하고 있었다. 그나마 지키고 있는 성진조선소마저 빼앗길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다. 투항한 아버지, 제왕이 된 태주! 하지만 지금은 서윤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 민재는 지난 태주와의 혈전을 천천히 복기한다.
......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될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면서...
<장태주의 주변 사람들>
윤설희 (여, 25)
태주는 말했다.
선택해. 날 경찰에 신고하든지... 아니면 니가 자수하든지...
가평 별장. 피를 흘리고 있는 김의원의 시신 옆에서, 태주는 설희에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태주와 설희의 첫 키스였다. 부들부들 떨며 설희는 생각했다. 이 남자를 경찰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국 설희는 자신을 탐하려는 김의원을 정당방위로 살해했다고 자수했고, 태주는 서윤과의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아름답다. 가끔씩 보여주는 천진한 미소는, 타고난 색기를 더욱 숨막히게 만든다. 아침 세수를 마친 소녀의 청순함과, 늦은 밤 화장을 지우는 여인의 농염함을 한 몸에 지니고 있다. 반옥타브 높은 탄력있는 어투와 속삭이는 듯한 매혹적인 저음을 번갈아 구사한다. 수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해서, 사업에 이용하지만, 아직 연애도, 사랑도 해 본 적이 없는, 순결한 팜므파탈이다.
태주의 고교 선배.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돈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미모를 이용해 빼낸 정보로 부동산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강남에 덩치 좋은 건물 하나만 장만하면 이 바닥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 전까지 설희에게 남자란 이용해야할 도구이며, 대상일 뿐이었는데.... 태주와 부동산 시행사 ‘에덴’을 경영하던 중, 태주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태주는 설희가 품기엔 너무나 거대한 존재! 가질 수 없기에, 간절함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필두와의 대결로 위기에 빠진 태주를 구하기 위해, 그동안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끝없이 자신의 몸을 요구했던 김의원의 해외 출장길에... 동행하게 된다. 그 뒤로 설희는 태주를 사랑하지만, 김의원과의 내연 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괜찮았다. 태주에게 다른 여자는 없다. 만약 태주의 인생에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다면, 그건 설희 자신일 거라고.... 믿었다.
정당방위가 참작, 몇 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옥한 설희는, 성진그룹에서 밀려난 태주와 함께, 마지막 재기를 위한 용산타운 개발에 뛰어든다. 행복했다. 태주와 함께 꿈꿀 수 있다는 것이. 하지만 설희는 알게 된다. 태주의 마음에는 서윤이 있다는 것을!!! 단지 제왕이 되기 위한 거래라고 생각했던 결혼이.. 사랑이 되었던 것이다. 용산타운개발로 성진그룹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태주는 서윤을 생각, 머뭇거리게 된다. 여자의 질투는 신의 분노보다 강하다. 결국 설희는 민재와 결탁, 태주를 위기에 몰아넣게 된다. 그렇게... 태주는 파국을 맞게 된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태주가, 설희에게 보낸 진심의 편지와, 설희의 앞으로 남긴 강남의 건물 등기를 뒤늦게 발견하곤, ....설희는 오열한다. 그토록 원하던 강남의 건물을 얻었지만, 사랑도, 청춘도, 친구도 잃어버린 설희는,.. 벌써 40대 중반, 몸보다 마음이 더 ...늙어 버렸다. 인생도, 마음도, 몸도, 폐허가 되어 버렸다.
나춘호 (23, 남)
태주야. 나 지갑에 4만원 있거든. 집에 가면 통장에 7백만원 있거든.
그거 다 너 줄 수 있거든. 내가 가진 거, 다 너한테 줄 수 있다구!!!
근데... 넌... 넌.......
태주의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친구. 무식한데 목소리가 크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춘호의 무식함을 안다. 고교를 중퇴하고, 룸싸롱 웨이터로 있던 중, 태주와 함께 에덴에 들어가 부동산 시행사 일을 하게 된다.
태주를 무작정 믿고 따른다. 친구 장태주가 좋기도 하지만, 내심 태주가 자신의 처남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주의 동생 희주를 짝사랑한다. 희주의 대학 졸업식날 밀면집에서 태주의 식구가 모인 가운데, 청혼을 했다. 하지만!! 가장 기뻐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 태주의 반응은 충격. 태주에게 여동생 희주는 자신의 인생을 더럽혀서라도 지켜야만 하는 존재! 그런 희주를 춘호와 결혼시킬 순 없었다. 태주는 희주를 집안 좋은 의사와 결혼시킨다.
춘호가 느낀 배신감은 태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 그때 다가오는 민재의 손길. 춘호는 태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춘호! 태주 니가 생각하는 그런 만만한 놈이 아니란 것을! 하지만 민재에게 이용만 당하고, 처참하게 버려진 상황에서, 춘호를 다시 구해준 것은 태주였다.
태주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버티고 있는 희주를 이혼시키고, 춘호와의 재혼을 허락한다. 춘호에게 말한다. 다시는 이런 곳으로 오지 말라고!!! 단 한 순간도 희주의 곁을 떠나지 말라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춘호와 희주의 결혼! 그날 이후, 춘호는 태주모와 함께 밀면집을 운영하며, 웃음 스며 나오는 따뜻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 전쟁 같은 삶을 사는 태주에게. 엄마의 밀면집은, 그곳에 있는 친구 춘호와 여동생 희주는, 편안히 웃을 수 있는, 유일한 휴식처였다.
하지만 마지막 용산타운개발 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태주를 도와주려고 찾아온 춘호를, 희주의 곁으로 돌려보내려던 중, 민재가 보낸 용역의 오인 공격으로, 춘호는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몸이 된다. 오빠가 내 인생에 없었으면 좋겠어! 여동생 희주의 증오가 폭발한다. 그토록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던 여동생 희주를... 가장 불행하게 만든 것이 바로 태주였다. ....태주는 ....이제. .....쉴 곳이 ....없어졌다.
조필두 (38, 남)
사나 자슥이 무릎 꿇는 거 아이다.
그칸데 이 험한 세상 우예 무릎 안 꿇고 살겠노?
태주야. 내는.. 어차피 꿇어야 할 무릎이라면, 태주 니한테만 꿇을란다.
1990년 신도시 개발붐을 타고, 철거용역업자로 변신한 전직 조폭이다. 부동산 시행사로 변신해서, 승승장구하던 중, 내내 태주의 에덴과 충돌하게 된다. IMF 시기, 파산당한 자신을 구해준 태주와 오랜 악연을 끊고 충실한 수하가 된다.
부산 사투리가 심하다. 남들이 한 번에 못 알아듣는 말도, 태주는 한 번에 알아듣는다. 태주부 장봉호가 부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대가를 주는 태주가 좋았다. 부하가 아닌 동료로, 직원이 아닌 인간으로 대해주는 태주가 너무 좋았다.
용산타운 개발에서 패배한 태주가 마지막 선택을 하려하자, 태주가 필두를 위해 남겨준 부동산 시행사 에덴을 매각, 그 자금으로 마지막까지 태주의 곁을 지키며, 자기를 믿어준 유일한 남자, 장태주와 운명을 함께 하며 싸운다.
김의원 (40, 남)
세상이 안 변하는데 어떡하나? 내가 변해야지.
70년대 대표적인 학생운동권의 수뇌부 김광세! 80년대 후반 정계에 진출, 국회의원이 되었다. 변신까지 걸린 시간은 길었지만, 변신 이후 누구보다 빨리 여의도 정치에 적응해 버렸다. 맑스와 레닌을 입에 달고 산다. 룸싸롱에서 비장한 목소리로 ‘광야에서’를 부르며, 한 손으로는 아가씨를 허리를 주무르며, 머릿속으로는 그 광야에 아파트를 지어서 팔면 얼마나 이득이 날까를 계산해본다. 설희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태주의 뒷배를 봐준다. 건설교통부 장관 입각을 위해 태주를 버리려던 그날 아침. 설희의 전화를 받곤, 그 끈적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검찰 출두를 오후로 미루고 설희를 만나러 간다. 그게 김의원의 마지막이었다.
태주모 (50, 여)
태주야. 내가 주방에서 일하고, 희주가 카운터 보고, 태주 니가 홀에서 일하고..
우리 식구... 그냥 그렇게 살면 안 될까?
자식을 믿고 헌신하는 우리네 어머니. 태주가 갖다 준 돈을 모두 사찰에 기부한다. 태주가 지은 죄를 조금이라도 씻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다. 태주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 직전, 어머니를 찾아와 직접 만들어준 밀면을 먹었다. 어머니는 돌아온 아들의 첫 식사라고 생각했지만, 아들은 지상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였다.
장희주 (19, 여)
오빠가 없었다면... 난 좀 더 행복했을거야. 진심이야. 오빠.
귀엽다. 예쁘진 않다. 하지만 자기가 예쁜 줄 안다. 다행인 건, 춘호도 희주가 예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 발랄하다. 공부를 하다가 코피가 흐르면 남들이 보기 전에 얼른 닦아낸다. 학급 석차 40등이 시험 기간에 코피를 흘리는 건, 심하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대학에 떨어졌지만. 태주의 힘으로 기부금 입학을 해서, 지방사립대를 졸업했다. 자신의 인생이 아닌, 오빠가 바라는 인생을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춘호와 재혼한다. 이제 자신이 바라는, 소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춘호가 휠체어를 타는 불구의 몸이 되자, 이 모든 것이 태주 때문이라고 생각! 오빠를 증오하게 된다. 태주가 밀면집에 들른 날. 엄마가 만든 밀면을 먹는 오빠를 주방에서 흘깃 보았다. 성진그룹에서 밀려나고 마지막 싸움을 하는 오빠가 불쌍해보였다. 하지만 아직 용서할 순 없었다. 다음에 오빠가 들르면 그땐 오래 전 아버지가 살아계시던 그때처럼 온 가족이 마주 앉아 긴 이야기를 나누고, 오빠를 용서하리라 생각했지만, 그날이 오빠의 마지막 날이었다.
신종호 (30, 남)
처남. 희주가 무슨 말 안해?
아, 뭐 병원을 넓히자고 며칠 전부터.. 어찌나 졸라대는지...
... 처남 생각은 어때?
실력 없는 의사. 희주의 남편. 의대를 겨우 졸업했다. 부족한 실력으로 생긴 열등감을 희주에게 푼다. 의대 동기들보다 더 큰 병원을 가지고 싶고, 더 큰 아파트를 원한다. 그때마다 희주를 들볶다가 주먹까지 휘두르게 된다. 희주의 생일이라 갑자기 들른 태주에게 폭행 장면을 목격당한 뒤, 그동안 희주에게 휘둘렀던 주먹보다 더 많은 매를 태주에게 맞고, 이혼을 당한다. 그 분노로 서윤을 찾아가 태주의 김의원 살해 의혹을 알리게 된다. 오래 전... 태주가 김의원과의 몸싸움 중에 입은 상처를 치료해 준 것이 바로 신종호였던 것이다.
<성진그룹 사람들>
최동성 (60, 남) ‘성진그룹 회장, 대한민국을 움직이던 황금의 제국, 그 제왕’
배가 고팠다. 피난길은 멀고 힘들었다. 먹을 것을 구해 오라는 아버지의 말. 마을을 뒤져서 구한 고구마 두 개. 가족들이 있는 폐가로 갈 수 없었다. 가족은 일곱 명. 그들과 나눠 먹기엔 고구마 두 개는 너무 초라했다. 가족이 보이지 않는 담 뒤에 숨었다. 허겁지겁 고구마를 먹고 있던 그 순간!! 비행기의 폭격!!! 폐가는 사라졌다. 가족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고구마를 하나씩 나눠서 먹고 있던, 열 아홉 살의 최동성과 열 다섯 살의 최동진, 두 형제 뿐 이었다. 최동성과 최동진은 가족의 몰살에 오열하면서도, 고구마를 베어 먹고 있었다. 그렇게도 형제는 배가 고팠다.
동성은 시멘트 공장에 들어갔고, 동진은 군인이 되었다. 끼니를 해결하기도 힘든 힘겨웠던 50년대가 끝난 뒤, 동진의 부대가 한강을 넘어왔다. 초급 하사관이었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상관의 총애를 받았던 동진은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실세가 되었다. 그 덕에 동성은 시멘트 공장을 인수하고, 군납을 전담할 수 있었다. 시멘트공장은 승승장구했다. 공장에 있는 시멘트 무게보다, 금고 안의 현찰 무게가 더 나갈거라는 시중의 농담까지 떠돌 정도였다. 하지만 다가온 위기!!!! 1970년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청마아파트 붕괴!!! 부실 시멘트 사용이 문제였다. 시멘트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운 바로 그 순간!!!! 동성은 돌파구를 찾아냈다. 중앙정보부의 힘을 빌려, 오랜 친구 배영환이 사장이었던 청마건설의 부실시공으로 몰고 간 것이다. 친구는 그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고, 최동성은 부실 시멘트 공급을 통해 축적해 둔 돈으로 청마건설을 인수, 지금의 성진건설의 모태로 만들었다. 얼마 뒤, 최동진은 중정에서 퇴임, 회사에 합류했다. 그룹 이름을 정했다. 형의 이름과 동생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만든 그 이름. ‘성진그룹’
맨 주먹으로 기업을 일으킨 사람답게, 위기를 감지하는 본능이 있다. 조카 최민재! 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느낀 것! 언제나처럼 싹을 자르려고 했다. 모든 것을 빼앗은 뒤, 처절함을 겪게 하고 나서, 회사 두어 개를 떼어주면, 동생과 조카는 자신을 미워하기는커녕,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생과 조카의 반발은 너무나 거셌다. 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뇌종양 수술 후, 점점 치매가 심해져간다. 그가 내뱉는 말들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나온 말인지. 치매 노인의 망언인지, 그 누구도 판단하기 힘든 상태! 제 한 몸도 못 가누는 치매 노인의 입에 황금의 제국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어쩌면 최동성은 치매 상태를 이용, 그룹을 자신의 방식으로 경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맑은 정신의 어느 날. 최동성은 지분 정리를 한다. 성진그룹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혈육, 서윤에게 절반의 지분을 준 것! 막내 성재에게도 1/4의 지분을 남겼다. 다정한 남매 서윤과 성재의 조합은, 어리석은 장남 원재의 실수를 막고, 그룹을 지켜낼 최적의 방안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유일하게 옆을 지키고 있던 아내 한여사가 내뱉는 놀라운 진실을 듣게 된다. ....이대로 ....세상을 ....떠날 순 ...없다. 일어나야 한다. 성재의 지분을 빼앗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최동성 회장은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마지막 호흡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성진그룹을 일대 파란으로 몰고 갈 거대한 비밀을 듣고도, 맨 주먹으로 황금의 제국을 일으킨 최동성 회장은... 끝내 자신의 몸만은 일으키지 못하고, 사랑했던 여인 한여사를 증오의 눈으로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뒀다.
한여사 (여, 55) ‘30년을 기다렸네요. 이제 당신, 지옥으로 떠날 시간이에요’
성진그룹 최동성 회장의 부인.
인자하고 자상하다. 4남매를 걱정하고 챙기는데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보낸다. 치매에 걸려 변조차 가리기 못할 상황에 놓인 최동성 회장을 지성으로 간병한다. 집안싸움을 말리기 위해, 최동진 부회장의 집에도 찾아가 화해를 주선하기도 한다. 격전을 벌이는 두 집안에서 그 누구와도 적이 되지 않고 지내는 유일한 인물!
하지만 최동성 회장은 죽음 직전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한여사는 청마건설 배영환 사장의 아내였다. 원재, 정윤, 서윤, 세 남매를 낳은 아내와 사별한 최동성 회장은, 친구 배영환의 아내 한여사를 흠모하고 있었다. 청마아파트 붕괴를 건설회사의 부실시공으로 몰고간 뒤, 친구가 죽자, 최동성은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한여사를 자주 찾아가게 된다. 한여사는 알고 있었다. 최동성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최동성이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한여사의 몸에는 남편 배영환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최동성은 한여사를 원했다. 한여사는 복수를 원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너무나 미약하다. 결국 한여사는 세상에서 가장 긴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 최동성의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동침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최동성은 자신의 아이로 알고 있지만, 그 아이 최성재는 한여사가 자신의 전 생애를 걸고 복수 하게 만든, 한여사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 배영환의 아이였다.
이 아이를 성진그룹의 후계자로 만들겠다!!! 내 아이, 배영환의 아이, 최성재가 최동성이 이룩한 모든 것을 가지게 만들겠다. 이것이 한여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였다. 그 꿈을 위해 30년 동안 다정한 아내로, 자상한 어머니로, 살아왔다. 최동성과 최동진, 두 형제의 싸움을 말리는 척 하며, 뒤로는 계속 불씨를 던져왔다. 그리고 지금 최동성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말했다. 모든 진실을..... 안간힘으로 발버둥치다가 결국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최동성. 한여사는 최동성과의 결혼반지를 빼고, 깊이 숨겨둔 배영환과의 결혼반지를 꺼내서 손가락에 낀다. 지금부터 나는 배영환의 아내로서 싸우겠다. 최동성 회장의 장례식장에서 한여사가 제안한 민재와의 그룹반분지계!!! 한여사는 원한다. 오래 전 청마건설이었던 성진건설을! 그로 인해 민재는 태주를 버리게 된다.
지금. 30년을 기다린 한여사의 복수가, 성진그룹에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최원재 (35, 남) ‘최동성 회장의 장남’
능력은 없지만, 돈이 있고, 귀가 얇지만, 지위가 있다. 시도하는 프로젝트는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단지 장남이라는 이유로 성진그룹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확실했던 인물. 하지만 민재에 대한 열등감과 서윤에 대한 질투로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정은정 (32, 여) ‘최원재의 부인, 은행장 정병국의 딸’
미국 MBA를 졸업한 재원. 돈의 힘으로 겨우 대학 학위를 딴, 지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최원재와 결혼한 이유는 오직 하나! 언젠가 성진그룹 회장의 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래서 참았다. 남편의 무능도. 남편의 무식도. 남편의 무모함도. ...참고 지냈다. 하지만 남편이 점점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자, 집안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자신만만했던 맏며느리의 표정은 공허해지고, 말투는 시크해진다. 남편의 무능을 경멸하고, 태주의 투혼과 성공에 대한 집념을 동경한다. 가족간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남편을 등지고, 태주의 편에 서게 된다. 그 덕분에 태주가 회장이 된 뒤, 남편은 외국으로 쫓겨났지만, 은정은 유통 계열사를 맡게 된다. 무능한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내지만, 은정은 안다. 유통 계열사가 자기 손에 있는 한, 남편은 자신의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남편의 곁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21세기 여성 CEO로 각광을 받게 되자,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태주의 제안으로, 은행장인 아버지의 비리를 파헤치게 된다. 오래 전. 남편의 후계 다툼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외면했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정윤 (30, 여) ‘최동성의 딸, 철부지 공주님’
세상만사 걱정 없는 천하태평 수다쟁이 철부지 공주님. 그룹 경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트홀을 만들어주겠다는 아버지 최동성의 말을 믿고, 음대를 졸업했지만, 그룹 사정상 아트홀 착공이 늦어지는 바람에 지금은 갤러리 관장을 맡고 있다. 음대 나와서 미술관을 하고 있으니, 아는 것이 없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걱정은 오직 하나. 너무나 잘 생긴 남편이 바람필까. 그룹 보안팀을 동원, 수시로 남편의 뒷조사를 한다. 후계 다툼 과정에서 이쪽저쪽에 휘둘리며 괴로워한다. 머리 아프다. 누가 이기든 이 싸움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손동휘 (34, 남) ‘최동성의 사위, 최정윤의 남편’
서울지검 검사. 그리스 조각 같은 외모. 법조 명문가의 자제. 아버지는 대법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언제나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 돈과 이익은 아내가 알아서 챙겨오고 있다. 환상의 커플이다. 후계 다툼의 와중에 멀리 떨어져서 속물들의 싸움을 보듯이 혀를 끌끌 차지만, 매 순간 유불리를 따지며 아내를 움직여 이익이 되는 편으로 옮겨 다닌다. 김의원 살해 사건의 담당 검사가 되어, 태주를 옭아맬 증거를 잡게 된다. 그 증거를 태주에게 넘길지, 민재에게 넘길지, 계산중이다.
최성재 (20, 남) ‘꿈 많던 소년의 가슴에 숨어 있던, 악마가 깨어난다’
누나!!! 언제나 성재는 서윤을 찾았다. 터울이 많은 원재, 정윤과는 서먹했지만, 서윤과는 다섯 살 차이. 몰래 만나는 여자 친구와의 비밀을 지켜준 것도, 그 여자친구와의 첫 키스를 코치해 준 것도 서윤이었다. 경제학자가 되어, 성진경제연구소를 맡아, 성진그룹 성장의 비전을 제시하겠다던, 소년 성재의 꿈은, 최동성 회장이 죽던 밤, 어머니 한여사가 털어놓은 비밀로 인해 뒤흔들려 버렸다. 서윤과 그룹 경영권을 두고 전면전을 벌이는 이 현실이 너무나 싫었지만,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성재는 전사가 되어갔다. 서윤으로 인해 한여사가 위험해지고, 서윤의 칼날이 정말 자신을 겨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성재의 비수는 더욱 날카롭게 서윤을 겨누게 된다. 가장 다정했기에 가장 처절한 남매의 싸움은 극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최동진 (55, 남) ‘호랑이가 늙어서 ....구걸하는 개가 되었다’
거구다. 목청이 크다. 다혈질이다.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 일단 움직이고 나서 생각한다. 젊은 날, 그 기개로 한강을 건넜고, 그 혈기로 성진그룹을 일궜다. 나아갈 줄만 알았지. 물러설 줄은 몰랐다. 아니, 단 한 번도 물러서지 않았기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긴 싸움의 끝자락에서 태주의 회장 취임이 확실해지자. 그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러다간 평생을 바쳐 이룬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그 공포!!! 아들 민재는 마지막 반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끝난 싸움. 회장 취임식 전날, 최동진 부회장은 민재가 확보하고 있는 마지막 반격의 수단, 차명 주식 명단을 들고 태주를 찾아가서 투항하게 된다. 그 대가로 조선소는 얻을 수 있었다. 민재는 나를 경멸하지만, 언젠가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모든 건 언젠가 민재의 몫이 될 것이므로... 하지만...
서윤의 연락을 받고, 태주를 성진그룹에서 추방하기 위해 본사로 돌아온 민재는 아버지의 시선을 외면한다. 그리고 최동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선소를 매각해 버린다. 장태주 추방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제.... 최동진에게 남은 것은 없다. 자식도.. 조선소도... 다 사라져 버렸다. 칠순의 최동진은 시골로 내려간다. 오래 전. 그 폐가와 주변을 매입해서 만든 농장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농장 한켠에는 자그마한 고구마밭을 일궈 놓았다. 그 고구마밭을 일굴 땐, 최동진은 열 다섯 살. 그날로 돌아간다. 오랜 세월을 싸워왔지만, 결국 양손에 쥔 것은 한 끼 배를 채울 수 있는, 두 개의 고구마뿐이었다.
박진태 (55, 남) ‘최동성 회장이 남긴, 최서윤의 측근’
회장이 묻기 전에는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질문에도 미리 답변을 준비해 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군의 뜻을 충실히 수행하는 믿음직한 가신이다.
최서윤을 충성으로 보필하지만, 딸이 최민재와 결혼한 이후, 서윤이 박진태를 불신하게 되자, 최동성의 묘소에 가서 회장님의 마지막 명령을 지키기 못하게 되었다는 사죄의 말을 하고는, 민재의 편에 서게 된다.
강호연 (55, 남) ‘최민재의 측근, 비밀을 간직한 가신’
성진건설 전무. 성진개발로 밀려난 민재의 곁을 끝까지 지킨 충직함의 소유자.
하지만 놀라운 비밀! 그는 한여사의 수하다. 청마건설의 과장이었던 강호연은 청마아파트 시공 책임자였다. 아파트가 붕괴되고, 자신을 믿어주었던 배영환이 죽음을 맞게 되자, 한여사와 함께 성진그룹에 대한 30년에 걸친, 긴 복수를 준비했던 것이다. 민재를 돕지만, 이 모든 것은 성진그룹의 내분을 가속화시키려는 한여사의 계획을 실행 중인 것일 뿐!
박유진 (25, 여) ‘최민재의 아내, 박진태의 딸’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민재에 대한 불안한 사랑과 질투에 불타서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불안한 상태. 그 불안을 견디기 위해 알콜에 의지한다. 박진태의 힘이 필요한 민재에겐 버릴 수 없는 짐이다.
정병국 (59, 남) ‘정은정의 아버지, 은행장’
차분한 선비 같은 스타일. 사위 최원재를 도와달라는 딸의 부탁을 단호히 거부한 원칙주의자. 하지만 위기에 빠진 은행을 구하기 위해 저지른 단 한 번의 실수를 딸이 알아내고, 태주가 이 사실을 빌미로 겁박해오자, 사모펀드가 성진그룹의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은행 매각을 결정한다. 퇴임 이후, 여러 대학과 기업에서 초빙했지만, 아는 이 없는 외국으로 떠난다. 스스로에게 내린 형벌이었는지도 모른다.
첫댓글 읽고 싶었던 시놉이에요!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