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발생된 ‘낙뢰 사고’로 보도된 서해대교의 상판과 주탑에 연결된 케이블 손상 사고의 원인에 조선닷컴은 ‘낙뢰 사고’의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다른 원인에 의한 케이블 손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안전성검토위원회 소속으로 사고 현장을 조사한 교량 전문가의 “불붙어 끊어진 72번 케이블이 바로 아래에 있는 71번과 70번 케이블을 손상시켰다면 다리 상판이 뒤틀리고 교량이 붕괴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라며 “다행히 72번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주탑 근처의 (하중을 덜 받는) 56·57번 케이블만 손상시켜 붕괴는 피할 수 있었다”는 진단받은 서해대교 ‘낙뢰 사고’의 원인은 ‘낙뢰가 아닐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조선닷컴은 주목한 것이다.
조선닷컴은 5일 “지난 3일 오후 화재 사고가 발생한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에 대한 안전 진단 결과 현 상태로는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한국도로공사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성검토위원회의 “끊어진 72번 케이블 외 56·57번 케이블의 손상도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발표를 전했다. 조선닷컴은 서해대교의 손상된 부분들에 관한 사진들을 게재하면서, “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서해대교 주탑 교량의 72번 케이블이 전날 낙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끊어져 있고, 불에 그슬려 있다”며 “2개의 주탑 위로는 4개의 피뢰침(흰 점선)이 설치돼 있지만, 벼락은 케이블에 직접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전했다.
하지만 5일 조선닷컴은 “당초 낙뢰로 알려진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도로공사와 기상청 사이에 분석이 엇갈린다”며 “기상청은 사고 시간대에 서해대교 인근에 낙뢰는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기상청은 전 국토를 커버하는 낙뢰 관측 시스템을 갖추고 24시간 관측을 하고 있는데, 이날 사고가 난 오후 6시 12분쯤엔 낙뢰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조선닷컴은 기상청 관계자의 “3일 오후 4시 10분쯤 아산만 해상에 내리친 낙뢰가 사고 현장과 가장 근접한 장소·시간의 낙뢰였다. 이 낙뢰 지점은 서해대교로부터 10㎞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는 주장을 전했다. 피뢰침이 꼭대기에 있는 다리의 아래쪽 케이블이 낙뢰로 손상입었다는 게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본부·도로공사 등에서 나온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정부·민간 합동감식팀은 이날 현장 감식을 마친 뒤에 “낙뢰 외에 다른 가능성은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며, 조선닷컴은 “낙뢰가 아니었다면 지상 80m 높이 지점의 케이블에서 불이 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장을 확인한 고현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의 “낙뢰만으로 케이블이 당장 끊어지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불이 계속되면 고온으로 절단될 수 있다”는 진단을 전한 조선닷컴은 “사고 당시 발생한 화재는 3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고 상기시키면서,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도로공사 직원들의 “천둥 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도 전했다.
조선닷컴은 “화재 원인이 낙뢰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서해대교의 2개 주탑(主塔)에 설치된 피뢰침이 기준보다 적게 설치됐거나 제 역할을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전하면서 이에 대한 도로공사 측의 “피뢰침은 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피뢰침이 있으면 벼락이 피뢰침 쪽으로 유도되는데, 이번 사고는 극히 드문 사례”라는 해명과 국토부 관계자의 “2005년 그리스에서 낙뢰로 인해 사장교(斜張橋)의 케이블이 끊어진 사례가 있었다”는 주장도 전했다. 조선닷컴은 “전문가들도 낙뢰가 피뢰침이 아니라 케이블에 직접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원인 분석에도 석연치 않는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김찬오 서울과기대 교수의 “기상 상태에 따라 구름이 낮게 깔리면 피뢰침이 아닌 케이블로 낙뢰가 직접 떨어질 수 있다. 피뢰침은 낙뢰의 에너지를 땅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접지(接地)가 돼 있지만, 상판을 지지하는 용도로 설계된 케이블은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낙뢰를 맞은 이후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온 상태가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과 국민안전처 방호조사과 관계자의 “낙뢰가 수직으로 내려칠 경우 대개 피뢰침에 떨어지게 되지만, 수평으로 치는 경우도 있다. 수평으로 치는 낙뢰였다면 케이블에 바로 맞을 수도 있다”는 진단과 감식에 참여한 경찰 전문가의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진단도 조선닷컴은 전했다.
조선닷컴은 “이와 관련해 안전성검토위원회는 이번 서해대교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사장교·현수교의 케이블에 유도선(전류를 흘려보내 케이블을 보호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주탑뿐만 아니라 케이블도 보호할 수 있는 대형 피뢰침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도로공사는 손상된 56·57번 케이블을 철거하고 다시 설치하는 데 대략 20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수 작업 기간에는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에서 서평택IC 구간 양방향이 통제돼 국도 38·39호선으로 우회해야 한다”며 조선닷컴은 “이 경우 평소보다 약 22.4㎞를 돌아가야 해 30분 이상 통행 시간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 보다도 사고 원인이 더 주목된다.
5일 KBS도 “낙뢰로 인한 발화로 열에 의해서 케이블이 열 손상을 받으면서 파단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왁스는) 기름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불이 붙으면 발화하는 데 불을 잘 붙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는 신재상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본부장의 진단을 전하면서 “하지만 의문점은 남아 있습니다. 낙뢰 지점과 인접한 주탑 위에 피뢰침이 설치돼 있었던 데다 사고 당시 반경 50킬로미터 안에서는 번개가 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보도했다. 기상청 관계자의 “그 시간대에는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장비로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전하면서 KBS는 “일각에서 케이블의 부실 관리 등 다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라고 보도했다.
“끊어진 72번, 바로 밑 케이블들 건드렸다면 대형참사 날 뻔”이라는 조선닷컴의 기사에 한 네티즌(r1****)은 “어찌 초대형 대교를 건설하는데 낙뢰에 대비한 설계를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낙뢰는 그저 핑계뿐 다른 어떤 커다란 부실문제가 있는데 숨기는 건 아닌지”라며 의심했고, 다른 네티즌(pyt47****)은 “그리스에서 사장교 케이불이 낙뢰로 파괴된 것을 알았으면 우리도 대비했어야지, 도로공사 불찰이다. 교량의(토목시설) 안전도는 1.5배 이상으로 설계하니 당장 문제는 없겠지만, 정확하고 신속하게 복구하고, 차후대비도 확실하게”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gst****)은 “낙뢰라 핑계대지만 그 보다는 관리부실에 의한 인재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했다. [류상우 기자:dasom-rs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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