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은 세계의 열대 다우림대나 아한대림의 일부에만 남아 있을 뿐이고 우리나라의 울창한 숲은 원시림이 아니라 천연림이며 인공림이 많다
여름의 산행때였다. 몇몇 사람들이 울창한 숲속을 거닐며 원시림에 온 것 같다고 되풀이하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숲을 원시림으로 착각한 말이었다. 그래서 즉시 메모해 뒀다가 이 지면을 빌려 원시림과 그와 관련된 용어를 주섬주섬 모아 정리해 보았다. 울창한 숲이 아닌 단풍이 끝날 무렵에 숲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번 기회를 놓칠까봐 무례함을 뒤로한 점 양해 바란다. 원시림은 인간이 간섭하거나 큰 재해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적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숲을 말한다. 원생림 또는 처녀림이라는 용어로도 쓰인다. 넓은 뜻으로 해석할 경우에는 인간이 계획적으로 벌채한 적이 없음은 물론 재해를 입은 적도 없는 극상상태의 산림, 즉 천이의 최종단계이고 안정하며 영속성이 있는 산림을 원시림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시림은 그 지역의 기후나 토양 등의 환경조건에 따라 동적 평형상태라는 생태학적 안정상태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이나 기능은 인간의 토지이용법, 농림업기술, 환경보전기술 등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구체적인 모델이 되는가 하면 토지이용에 실패했을 때 자연회복의 근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원시림은 장래의 필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물종의 보존장소로도 중요하다. 이러한 원시림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세계의 열대다우림대나 아한대림의 일부에만 남아 있다는 정도로 알아두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울창한 숲은 어떤 산림일까. 인간의 간섭이 없는 자연상태의 숲을 물어보는 것이다. 이는 곧 원시림이 아니라 천연림이 아닐까. 천연림은 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상태의 숲뿐만 아니라 바람, 화재, 벌채 등으로 파괴된 뒤 자연에 방치된 상태에서 재생한 수령이 짧은 산림도 포함시키고 있다. 뒤의 것은 천연생림 또는 이차림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천연림은 그 장소의 환경에 적응한 종으로 조성되는데 환경조건, 파괴정도와 빈도, 천이의 진행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많은 시간이 지나면 각 조건 아래서 극상에 이른다. 열대나 난대 천연림은 늘푸른 넓은 잎나무(상록 활엽수)가 많고 여러 종이 섞여 있어 생물량(Biomass)이 큰 데 비해 이용 가능한 간재적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북아메리카의 태평양연안에 발달한 온대다우림과 캐나다. 러시아, 북유럽의 온대 북부에 발달한 아한대와 아고산지대의 천연림은 주로 바늘잎나무(침엽수)로 이루어지며 이용 가능한 간재적의 비율이 크다. 천연림은 인공림보다 목재생산량이 떨어지지만 각 환경에 적당한 수종으로 이뤄져 있어 생물 생태적으로 안정되고 생물상도 풍부하다. 반면에 오늘날의 인공림은 식수조림에 의한 동령림 형식이 되기 때문에 목재 생산량이 높다. 우리나라의 울창한 숲은 천연림과 함께 조림에 의한 인공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인공림을 조성하는 목적은 주로 목재생산에 있으며, 그밖에 황무지나 붕괴지의 복구, 침식방지를 위한 사방림, 방풍을 위한 방풍림. 해안보전을 위한 해안림 등 특별한 목적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주요한 조림수종은 낙엽송. 잣나무,소나무,전나무, 가문비나무, 삼나무, 편백 등 주로 바늘잎나무이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인공림은 전나무속, 가문비나무속. 낙엽송 등의 바늘잎나무를 많이 심고 있다. 그 이유를 따질라치면 바늘잎나무는 넓은잎 나무에 비해 줄기가 곧게 서며 가지가 적고 임분당 수확량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넓은잎나무가 인공림으로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너도밤나무류와 우리나라의 포플러, 느티나무. 참나무류 등은 인공림으로 식재하고 있는 넓은잎나무의 좋은 예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넓은잎나무의 인공림은 바늘잎나무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한편 인공림은 좋은 종자로 묘목을 기르고 무육작업에 힘써 짧은 기간에 원하는 목재를 생산해낼 수 있으나 임분을 구성하는 수종이 단순하고 동령림이기 때문에 지력을 이용하는데 무리가 있으며, 해충이나 병균. 바람 등의 외부환경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공림과 천연림을 조성하는 방법은 크게, 인공 갱신(인공조림)과 천연갱신으로 나뉘는데, 인공조림은 인간이 종자, 묘목, 삽수 등의 조림재료를 임지에 정착시켜 다음세대의 산림을 만드는 방법이고, 천연갱신은 천연적으로 그곳에 있는 모수의 종자나 그루터기에서 눈이 트는 것을 이용해서 육성해 다음세대의 산림을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그러나 숲을 조성하는 방법에 있어서의 갱신이라 하면 보통 후자의 천연갱신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천연갱신은 구역 내에 떨어진 종자가 발아해 정착하는 천연하종 갱신이 가장 일반적이며, 좁은 뜻으로는 이를 천연갱신이라고 말한다. 넓은 뜻으로는 자른 그루터기로부터 맹아가 크는 맹아갱신. 아랫가지 가지면에 정착해 뿌리를 내려 독립적인 임목으로 생장하는 복조갱신, 대나무의 땅속 줄기에서 죽순이 발생해 자라는 지하경 갱신도 포함시키고 있다. 어느 경우라도 천연갱신은 산림을 심하게 파괴하지 않고 다음세대의 숲을 조성하는데, 천연갱신을 하는 나무는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그곳의 환경에 적응되기 때문에 우량한 나무들을 남겨 다음세대를 이을 수 있다. 따라서 천연갱신은 복합적이고 건전한 숲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임지를 나출시키는 일이 적으므로 지력유지에 적합해 기상이나 생물에 의한 피해를 잘 받지 않으며 무엇보다 나무종류의 선택을 잘못할 염려가 없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천연갱신은 성숙한 나무가 벌채돼 새로운 숲을 이루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대한대로 결실하지 않으면 어린 나무가 충분히 발생하지 않으며, 예정된 시기에 확실히 갱신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나무를 잘라내는 방법이나 자른나무를 실어내는 방법이 어렵고, 생산되는 목재의 변이가 심함은 물론 작업이 복잡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에 원시림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할까 하다가 이런 저런 용어의 설명으로 본 내용의 취지가 약간 빗나갔지만 그래도 참고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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