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낮춰주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
김찬진 중소기업진흥공단 조사연구실 전문위원
상속세, 증여세 감면·폐지로 가업 승계 도와
우선 가업 승계를 원활히 추진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인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해 알아보자. 주요 선진국들은 상속세 · 증여세 부과가 사회의 불평등 완화, 부(富)의 이동 촉진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안정적 · 지속적 성장의 저해요인이 되어 더 많은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 조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낮추고 있다.
상속세 · 증여세 폐지 국가로는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웨덴, 포르투갈,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홍콩 등이며 폐지 예정 국가로는 싱가포르가 있다. 물론 이 국가들은 무과세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사안에 따라 과세하는 부분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주정부는 부동산에 대해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최고 7%까지 부과한다. 캐나다도 오스트레일리아와 유사하게 부과하는 바, 양도소득세율이 최고 2% 적용된다. 즉 상속의 개념보다는 양도의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폐지 국가들은 상속세 · 증여세의 효과가 적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세무행정 비용을 들여 조세 회피에 대처하기보다는 새로운 세원을 찾아 과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면세 국가에서는 가업 승계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책을 대체로 운용하지 않고 있다.
한편, 상속세 · 증여세 감면 국가로는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일본 등을 들 수 있다. 이 감면 국가들은 세금 부담의 경감과 생전 증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고, 이를 통해 사업 승계가 후손에게 용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독일의 경우 상속세 · 증여세에 대해 동일한 세율과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상속세 · 증여세 부과가 사업의 지속적인 운영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특별공제한도 확대 등 담세 경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과 가족기업에 대한 특례조치로 상속 시 무이자 납부 유예와 아울러 1년간 기업이 유지될 때마다 10%씩 상속세를 감면해, 10년간 사업체를 유지하면 상속세 전액을 완전 면제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으로 있다.
영국 역시 중소기업이 원활히 승계되도록 조세 관련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증여 우대정책으로 사망 시점에서부터 7년 이내에 되면 증여세에 대한 세율을 적용하는 체감공제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증여 후 사망 시점까지 기간이 7년에 접근할수록 세율이 낮아지게 되어 있다(3년 미만인 경우 공제비율이 0%이지만, 7년 이상인 경우에는 캐나다처럼 자본이득분에 대해서만 과세). 또 사업용 자산이전에 대한 면세, 지배주식 상속 시 비상장기업에 대한 전액(상장기업은 50%) 공제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일본도 상속 시 과세정산제도(60세 이상인 중소기업 경영자가 후계자인 자녀에게 자사주식을 증여할 경우 3천만 엔까지 비과세하되 초과분에 대해서는 20% 과세 후 상속 시 정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속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높았던 증여세 구조를 개선하고, 비상장주식의 양도차익 감세, 특정 사업용 토지에 대한 경감조치 등을 통해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비상장 동족기업에 대해 상속세 감면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상속세 폐지가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실패했으나, 그 후 상속세율을 계속 낮춰 2010년 영(零)세율을 적용하는 한시적인 법률을 운용하고 있고, 2011년에는 이전의 상속세로 복귀할지 여부를 놓고 현재 의회에서 상속세 완화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그밖에 2010년부터 증여세의 최고 세율을 개인소득세의 최고 수준인 35%까지 낮추기로 했다.
성공적인 가업 승계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
다음으로 조세정책 이외의 가업 승계 지원책을 살펴보자. 자산과 함께 경영권을 이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가 규정한 조세를 지불하고 후손에게 넘기든지 아니면 인수합병하거나, 임직원이나 외부 경영인에게 승계하는 등의 방법을 선택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할 수 있다. 또는 매각해 사업을 정리할 수도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가족승계 이외의 방법을 거쳐 경영권 이전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경영안정과 기업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클 수도 있어 많은 국가가 가업 승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가족기업이 발달한 독일(일전체 기업의 84%)의 경우 약 44%의 기업이 가족에게 승계되는 현실을 반영해, 지난 2001년부터 가업 승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의 대물림 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한 각각의 경제단체들이 추진하던 가업 승계 관련 사업들을 ‘넥스트’라는 프로젝트(www.nexxt.org)로 통합하여 상담, 정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업 승계가 원활히 되도록 도와주고 있다. 미국에서도 영리적 · 비영리적 단체들이 성공적인 가업 승계를 할 수 있도록 정보,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창업된 지 100년 이상 된 기업이 1만 5천 개에 달하는 일본 역시 중소기업의 경영자 평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가업 승계가 더욱 원활히 될 수 있도록 경영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가업 승계 전략마련 등의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렇듯 각 국가들은 가업 승계 문제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고용안정 · 창출 차원에서 접근하여 해결책을 찾고 있는 추세다. 이는 최대주주가 직접 경영을 할 때 누구보다도 기업에 대한 열정(Passion for the enterprise)이 강하다는 전제조건에 기반을 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앞서 언급한 국가들에 비해 가업 승계에 대한 지원은 적으나, 가족기업의 성과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로널드(Ronald) 교수 등은 가족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산수익률 등이 높은 것으로 조사했다(The Journal of Finance, 2003년 6월). 또한 샌디에이고 대학의 스콧 교수도 가족기업이 같은 규모의 비가족기업보다 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www.usdce.org/fbf/). 가족기업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기업에 더 많이 헌신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가업 승계에 대한 지원책을 구상하고 있다. 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세율을 낮추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청부(淸富)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가업 승계 지원책 실행과 더불어 이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바꾸어 나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한 사람일수록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가업 승계 지원정책이 국민에게서 호응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가족기업이 우리 경제에 더욱 많은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