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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는 요즘과 달리 우리 어릴 때만 해도 물은 참으로 귀했습니다. 대부분 마을에서 하나나 둘 있는 우물에서 떠다 먹어야 했지요.(우물에 대해서는 『이미지로 읽는 한자』 143쪽 참조) 아마 이런 사정은 오랜 옛날 우물을 뚫는[鑿井] 기술이 많이 떨어졌을 때는 그 정도가 요즘보다 훨씬 더 심하였을 것입니다. 단원 김홍도의 우물이라는 그림입니다. 세 여인이 물을 긷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인데 과객으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한 여인이 들고 있는 두레박으로 물을 얻어 마시고 있습니다. 그림에는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만 옛날에는 동네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우물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분쟁의 싹은 더 많이 발생하는 법입니다. 송나라 때 정해진 악보에 가사를 채워 넣는 형식의 문학 장르인 사(詞)로 유명한 유영(柳永)의 작품은 우물가에서 들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행이 시작되는 곳이자 소문의 진앙지가 바로 우물이었던 것입니다. 우물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몰리는 시장과 더불어 시정(市井)이란 말이 생겨난 것으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단수가 되어 물을 공급할 때 질서 유지가 필요하듯이 물 사정이 굉장히 열악했던 옛날에는 그 정도가 훨씬 심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관청에서 관리를 하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가 바로 '형벌 형(刑)'자입니다. 형벌 형(刑) 금문-금문대전-소전-해서 이 글자는 금문에 처음 나타나는데 '우물 정(井)'자와 '칼 도(刀, 刂)'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관리가 칼을 차고 우물곁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규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井)자는 나중에는 견(幵)자의 형태로 바뀌었습니다만 우물 정(井)자가 있는 형(㓝)자도 이체자이긴 하지만 여전히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井)자는 이 글자의 소리와 관련된 요소, 즉 음소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고대의 형벌(刑罰)에 관련된 글자에 대하여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옛날에는 죄를 지으면 육형(肉刑), 곧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형벌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형벌은 시대적으로 그 사회에서 가장 고통스런 방법을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신체에 고통을 주는 방법보다는 경제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므로 벌금이나 재산 몰수 등이 보다 더 효과적입니다. 경제적으로 사유재산의 규모가 매우 작았고, 나아가 그런 개념 자체가 별로 없었던 옛날에는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겠지요. 보통은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형벌을 가하게 되는데, 이는 죄를 지은 당사자에게는 수치를, 구경꾼들에게는 죄를 지으면 이렇게 된다는 일종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일단 죄(罪)를 지으면 죄인을 포박하여 형장에 데려가야 했습니다. 죄는 원래 죄(辠)라고 썼습니다. 이 글자는 죄 지은 사람의 코[自]를 형구인 송곳[辛]을 사용하여 형을 집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송곳인 신(辛)은 원래 죄인의 이마나 뺨에 먹실, 곧 문신을 뜨는 도구이므로 코를 베는 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말이죠. 이 그림은 원래 코를 베는 형벌인 의형(劓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오히려 죄(罪, 辠)자의 모양에서 문자의 뜻이 더 잘 드러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형(劓刑) 아래에 '코를 베다(割鼻)'라는 설명이 붙어 있고 오른쪽에는 월도(鉞刀)라는 글자와 그림이 있습니다. 월(鉞)은 원래 월(戉)이라고 했습니다. 의형(劓刑)과 월(戉, 鉞)에 대하여서는 밑에서 보다 상세하게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일단 죄(罪, 辠)자에 대해서만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허물 죄(辠) 소전-해서 허물 죄(罪) 금문대전-소전-해서 죄(罪)자의 원형인 죄(辠)자에는 문자에서 글자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비하여 나중에 변한 모습의 한자에서는 뜻이 추상적으로 변하여 다소 불명확해졌습니다. 죄(辠)자가 상형문자인 반면 죄(罪)자는 법망을 나타내는 그물[网]과 잘못을 뜻하는 비(非)자가 결합되어 원래의 뜻보다 모호해진 회의자가 된 것이지요. 죄(罪)자의 뜻은 곧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법망의 테두리 안에 둔다'는 제도적인 뜻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발전된 개념일지 모르나 '죄를 지은 사람의 코를 벤다'는 직접적인 뜻에 비하면 많이 추상적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바로 상형문자와 회의문자의 큰 차이이기도 하지요. 죄인의 신체를 속박하는 대표적인 형구로 요즘은 수갑(手匣)을 많이 씁니다. 수갑은 두 손을 꼼짝 못하게 결박하는 것인데 옛날에도 사용하였습니다. 발을 결박하는 차꼬[着庫]와 더불어 세트로 쓰였던 대표적인 형구였습니다. 수갑과 차꼬 위 사진을 보면 좀 작고 구멍이 둥근 목제 형틀과 좀 크고 구멍이 사각진 두 종류의 형틀이 세워져 있습니다. 작고 둥근 것이 수갑이고 크고 네모난 것이 차꼬입니다. 수갑과 차꼬가 하나로 제작된 것도 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과 같은 모양입니다. 팔 다리를 넣는 구멍이 모두 원형이라는 점만 다릅니다. 이렇게 수갑과 차꼬의 형태를 반영한 한자가 바로 '다행 행(幸)'자입니다. 다행 행(幸) 금문-금문대전-소전-해서 원래 수갑을 나타내는 행(幸)자는 가로로 눕혀서 길게 써야됩니다. 그러나 옛날 노트가 죽간이나 목간 같은 세로 형태였기 때문에 가로로 긴 모양의 글자는 세워서 썼으므로 위의 사진처럼 세워놓은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갑이나 차꼬가 '다행 행(幸)'자의 원래 뜻을 나타내는 모양이었다니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를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즉, 다 같이 수갑을 차고 있는 죄수들의 경우 심하면 사형 언도를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냥 수갑을 차고 구치소까지 가서 가벼운 형만 집행 받고 풀려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수갑만 찬 형태로 구금되었다가 풀려나는 사람들의 경우 이보다 더 심한 신체에 위해가 가해지는 육형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다행스런' 경우이겠습니까? 위의 설명처럼 수갑을 나타낸 글자가 바로 행(幸)자입니다. 그러므로 수갑을 찼다는 것은 죄수의 신분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통상 잡혀서 먼 곳으로 귀양을 가거나 형을 집행하는 곳까지 끌려가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위의 그림은 『수호지(水滸志)』(중국에서는 『수호전(水滸傳)』이라고 함)에 등장하는 임충(林冲)입니다. 『수호지』의 주인공인 108두령 중 하나로 36 천강성의 하나인데 지상에서는 80만 금군교두로 별명이 '표범 대가리(豹子頭)'입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에 의리의 사나이인데 누명을 쓰고 압송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목에 차고 있는 것은 칼이라고 합니다. 이동 중이어서 발을 구속하는 차꼬는 차지 않은 모습입니다. 사진을 보면 사진술이 발명된 이후에도 옛날의 수갑과 차꼬를 찬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손에는 요즘처럼 그리 정교해보이지는 않지만 금속으로 된 수갑을, 발에는 나무로 된 차꼬를 차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편 현대에서도 옛날식 수갑을 찬 모습을 가끔씩 볼 수 있습니다. 주로 형무소 같은 데서 체험 활동을 하거나 퍼포먼스를 할 때입니다. 위 사진은 죄수복에 쓰인 글자로 보아 그린 피스(green peace) 회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찬 수갑에는 고래가 그려져 있고 '구해주세요(free me, 救救我)'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고래 보호를 위한 그린 피스의 퍼포먼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남획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고래의 상태를 퍼포먼스를 통해 알리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과 사진처럼 수갑을 차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는 '잡을 집(執)'자입니다. 잡을 집(執) 갑골문-갑골문-금문-소전-해서 집(執)자는 갑골문부터 있어왔는데 두 가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형구인 수갑의 형태가 조금 다르게 표현되어 있을 뿐 별다른 차이는 없습니다. 그런데 집(執)자는 갑골문부터 보이는 반면 행(幸)자는 금문부터 보이는 것이 조금 특이합니다. 보통은 갑골문부터 보이는 글자들을 조합하여 글자를 만드는데 이 경우에는 집(執)자의 앞 부분이 독립하여 금문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지금은 환(丸)자의 형태로 바뀐 수갑을 차고 무릎이 꿇린 채 몸을 구부리고 있는 모습은 어디서 본 듯합니다. 바로 성을 쌓을 때 공이질을 하느라 몸을 구부린 축(筑, 築)자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범(凡)자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만 원래는 같은 모양을 나타낸 것임을 글자의 형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손발이 자유롭지 못하게 구속을 받는 사람들은 감옥에 갇혀 형의 집행을 기다려야 합니다. 역시 죄의 경중과 사안에 따라 여럿이 한 감옥에 갇히는 수도 있겠고 또 독방을 쓰는 경우도 있겠지요. 죄목이 걸린 채 1인용 나무 우리에 갇힌 죄수가 보입니다. 옆에는 칼을 쓰고 있는 죄수도 보이네요. 한자 '가둘 수(囚)자'는 사진처럼 감옥에 사람이 갇혀 있는 것을 말합니다. 문자상으로 보면 여러 명을 한꺼번에 가둔 형태가 아닌 독방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한 감옥에 갇힌 것도 수(囚)라고 하지만요. 가둘 수(囚) 금문대전-소전-해서 '가둘 수(囚)'자는 비교적 늦은 금문대전부터 보입니다. 이런 사실을 가지고 나만의 생각을 해봅니다. 금문이 쓰이던 시대 이전에는 '가둘 수 있는 죄인이 많지 않았는가?' 아니면 가둘 필요가 없이 '모두 사형을 시키거나 사형이 아니면 형 집행을 하고 즉시 풀어 줬는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지요. 수갑을 차고 구금된 사람들은 형의 집행을 기다려야 합니다. 죄질에 따라 다행(多幸)히 별일없이 풀려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심하면 사형을 당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형벌이 다양합니다만 형벌을 총괄하는 말로 보통 오형(五刑), 그러니까 다섯 가지 형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죄인을 다스리는 형벌이 다섯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죄의 경중에 따라 다스리는 방식이 다섯 등급이라는 말입니다. 오형에 대하여 잠깐 알아보면 죄의 경중에 따라 1. 묵형(墨刑, 黥刑), 2. 의형(劓刑), 3. 월형(刖刑, 臏刑), 4. 궁형(宮刑, 腐刑), 5. 대벽(大辟)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1번 쪽에 가까울수록 가벼운 형벌입니다. 묵형은 이마에 먹실을 뜨는 것으로 이미 '매울 신(辛)'자에서 알아보았습니다. 옛날 어른들은 잘못한 애들에게 호통을 칠 때 '경(黥)을 칠 놈'이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만 '경을 치는' 것이 바로 '먹실을 뜨는' 것이고 곧 묵형에 처한다는 말이지요. 의형은 코를 베는 형벌입니다. 요즘같이 인권을 중시하는 시대에서는 신체에 형벌을 가하는 경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만 아직도 인권을 중시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이런 육형을 쓰기도 합니다. 최근의 예로 2010년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 아프가니스탄의 아이샤라는 여인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아이샤는 2002년 경 불과 12살의 나이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결혼하여 비참한 결혼 생활을 하다가 이를 못 견뎌 결국 도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붙잡혀 온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코가 베이는 잔혹한 사형(私刑)이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를 묵인하였으니 결국 이는 정부에서 내린 형벌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형벌로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으려한 고대사회에서는 일찍부터 이를 문자로 만들어 썼습니다. 이 글자가 바로 '코벨 의(劓)'자입니다. 코벨 의(劓) 갑골문-금문대전-소전-해서 갑골문에서는 '스스로 자(自)'자와 '칼 도(刂)'방으로 되어 있습니다. 자(自)자는 '코 비(鼻)'자의 원형입니다.( 『이미지로 읽는 한자』 74쪽 참조) 금문대전서부터는 '코 비(鼻)'자가 '스스로 자(自)'자를 대신하였습니다. '코벨 의(劓)'자는 바로 칼로 코를 베는 형벌을 나타낸 것입니다. 위 비극의 주인공인 아이샤라는 여인은 사형(私刑)을 받은 후 버려졌지만 다행히 구조되어 미국으로 보내졌고 지금은 인공 피부로 만든 코를 시술받아 아름다운 외모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이랍니다. 코는 기능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얼굴의 한가운데 있어서 외모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먹실이 뜨이고 코가 베이는 형벌까지는 외모가 흉측해지는 일은 생길지라도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의형보다 더 심한 벌을 받아야 하는 죄를 지은 사람은 월형(刖刑)을 당하였습니다. 월형은 빈형(臏刑)이라고도 합니다. 臏은 훈이 종지뼈라고 하는데 무릎의 슬개골을 말합니다. 바로 무릎의 슬개골을 제거하는 형벌인 것입니다. 형벌을 가하는 것인 만큼 솜씨가 좋게 제거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무릎의 인대도 몽땅 잘라버립니다. 위 그림처럼 사지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고는 칼로 슬개골을 파내는 것이지요. 이 형벌을 나타낸 글자는 '벨 월(刖)'자 입니다. 다리를 벤다는 말이지요. 벨 월(刖) 갑골문-금문대전-소전-해서 이 글자의 갑골문은 인체와 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의 무릎 이하를 칼이나 톱 같은 형구를 사용하여 잘라내는 모습입니다. 금문대전부터는 복잡한 인체를 다 보여주지 않고 간략화하여 육달월(月)로 대체하였습니다. 학자에 따라 힘줄을 끊고 슬개골을 파내는 것이 아니라 종지뼈 이하를 잘라내는 형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으로 보면 슬개골을 파내는 형벌임이 분명해보입니다. 그래서 형벌을 받고 회복이 되면 적어도 겉모습은 정상인처럼 멀쩡해 보입니다만 평생 서거나 걸을 수 없는 불구자가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월형은 달리 빈형(臏刑)이라고도 한다 하였는데 위 그림의 설명에는 빈(臏)자의 간체자인 빈(膑)으로 되어 있습니다. 옛날 이 형벌을 받은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화씨벽(和氏璧)으로 유명한 초(楚)나라의 변화(卞和)는 두 임금에 걸쳐 두 발에 모두 월형을 당하였습니다. 이런 변화도 유명합니다만 드라마틱하기로 말하자면 손빈(孫臏) 이상 가는 인물이 없을 것입니다. 손빈은 제(齊)나라 출신으로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孫武)의 손자로 알려졌는데, 동문수학한 방연(龐涓)의 시기로 인해 유인당하여 월형을 당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손빈이라고 불리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은 마릉(馬陵)의 전투에서 복수를 함으로써 손빈의 이름은 일약 유명해지고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상의 형벌은 당시 얼마나 많이 행하여졌는지 각종 서적에 보면 새 살이 돋아나게 하는 연고와 의비(義鼻), 무릎에 대는 장비 등이 많이 팔렸다는 기록이 곳곳에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궁형이 있는데 남성을 거세하는 형벌입니다. 당시 사형을 당할 죄를 지은 사람이 삶을 부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형벌이었는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입니다. 마지막으로 대벽(大辟)이 있는데 벽(辟)이란 쪼갠다는 뜻입니다. 두개골을 쪼개는 형벌인데 실제로는 사형의 포괄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사형을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목을 베는 형벌인 참수(斬首)를 하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정지 화면이긴 해도 보기에 너무 끔찍해서 흑백으로 처리를 하였습니다. 사진에 보면 형구로 쓰는 귀면(鬼面)이 아로새겨진 커다란 도끼가 나옵니다. 이런 용도로 쓰는 도끼를 한자로는 월(戉, 鉞)이라고 하였습니다. 월은 사진과 똑같이 생겼는데 실제 발굴된 모습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끼가 아니라 꼭 장식용 액세서리 같습니다. 도철(饕餮)이나 귀면(鬼面) 같은 무서운 문양을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일종의 법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는 무서워 보인다기보다 다소 익살스러워 보입니다.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문양 때문이 아니라 아마 법을 집행한다는 월의 기능 때문에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위의 사진도 형벌 집행용 도끼인 월(戉)인데 옆으로 눕힌 모습입니다. 역시 도철이나 귀면 같은 문양이 있습니다. 아래 위로 견치 모양의 어긋난 날카로운 이빨 모양이 있는 것이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오른쪽 끝은 도끼의 자루를 연결하는 부분입니다. 위의 사진으로 봐도 그렇고 도끼에 자루구멍을 낸 것이 아니라 나무에 홈을 내어 도끼에 낸 구멍으로 끈을 넣어 비끄러맨 형태였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戈)를 자루에 연결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썼음을 알 수 있으며, 위 드라마의 사진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도끼 자루를 도끼와 연결시키면 다음 월(戉)자의 모양이 됩니다. 도끼 월(戉) 갑골문-금문-소전-해서 월(戉)자의 갑골문은 도끼 자루와 도끼의 둥근 날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금문부터는 자루쪽이 '창 과(戈)'자의 형태로 슬슬 바뀌어 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자 서사(書寫)의 편의성으로 인하여 둥근 날 부분은 해서에서는 완전히 각이 진 형태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고요. 소전부터는 월의 재료인 청동을 나타내기 위한 '쇠 금(金)'자가 붙은 형태도 보입니다. 지금은 그 월(鉞)자가 보편적으로 쓰입니다. 그리고 월(戉)자는 다른 많은 글자의 음소로 쓰이게 됩니다. 도끼 월(鉞) 소전-해서 그런데 이 월자는 워낙 비슷한 자가 많아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비슷한 형태의 글자를 한번 나열해보겠습니다. 무(戊), 술(戌), 수(戍), 융(戎), 계(戒), 성(成), 아(我). 정말 많지 않습니까? 이 모든 글자는 '창 과(戈)' 부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그 모양이 모두 비슷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도끼 월(鉞)자는 이체자가 있는데 䤦이라고 합니다. 월(戉) 대신 '칠 벌(伐)'자로 되어 있습니다. 모양이 비슷하고 또 발음이 비슷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월(戉)과 벌(伐)이 서로 상관이 있는 글자라는 말이지요. 월(戉)은 법을 집행하는 도구를, 벌(伐)은 법을 집행하는 행위를 강조한 글자인 것 같습니다. 벌(伐)자를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죄를 지은 경우 외에도 사형을 시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전쟁에서 잡은 포로를 효과적으로 관리 통제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형을 시켜야 했습니다. 이때는 남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본보기의 차원이 아니라 대량으로 처리를 하여야 했으므로 주로 경제적인(?) 살상법인 갱살형(坑殺刑), 곧 생매장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갱살형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로, 수차례에 걸쳐 7~80만에 이르는 전쟁 포로를 생매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갱살형이 아닌 경우에는 자연스레 전시의 무기가 곧 사형도구로 쓰이게 되겠지요. 문자가 생겨난 무렵부터 한나라 초기까지만 해도 전쟁에서 가장 주된 무기는 베거나 걸어서 넘어뜨리는 용도로 쓴 과(戈)였습니다. 과(戈)에 대해서는 이미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이미지로 읽는 한자』 229쪽) 일본군 장교로 보이는 사람이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생포된 것으로 보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군인을 참수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잔혹한 사형방법으로 악명을 떨쳤는데 특히 난징대학살[南京大屠殺] 때는 단기간에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려 수십만에 달하는 사람을 처형했습니다. 남아 있는 사진 등의 자료를 보면 구덩이에 파묻어 죽이는 갱살형과 목을 베어 죽이는 참수형을 많이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칠 벌(伐)'자는 바로 전쟁 포로를 죽이는 것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칠 벌(伐)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해서 사람(人, 亻)의 목을 주로 전쟁 때 쓰는 무기인 과(戈)로 가격을 하는 모습입니다. 위 사진에서는 군도(軍刀)를 사용합니다만 당시의 일상적인 무기가 과(戈)였다면 아마 일본군도 과(戈)를 써서 사람(人, 亻)의 목을 쳐서(伐) 베어죽였겠지요. 우리 나라에서 남을 욕할 때 두드러지는 특징 중의 하나는 성기에 관련된 말이나 육형(肉刑)에 관련된 말을 많이 쓰는 것입니다. '우라질...', '경(黥)을 칠...', '육시(戮屍)럴...', '능지처참(凌遲處斬)할...' 등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우라질'은 오라를 진다는 말입니다. 곧 오랏줄에 팔을 뒤로 하여 묶인다는 말인데 말하자면 등 뒤로 수갑을 차는 것을 말하지요. '경(黥)을 칠'은 묵형을 당하는 것입니다. '육시(戮屍)'라는 말은 사형을 당한 사람의 시체를 본보기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저자거리에 그대로 전시를 하는 것입니다. '능지처참(凌遲處斬)'은 능지와 처참을 합한 말입니다. 능지는 팔 다리 등 생명에 지장이 없는 부분부터 잘라서 천천히(遲) 욕을 보여가며(凌) 죽이는 형벌인데 중국에서는 청나라 말기까지도 행하여 져서 사진으로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너무 끔찍해서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처참은 요참(腰斬)형에 처한다는 말인데 작두로 사람의 허리를 잘라 죽이는 형벌입니다. 그런 형벌을 당하면 그야말로 처참하지요. 욕을 듣는 사람이 얼마나 큰 죄를, 얼마나 많은 죄를 졌는지는 몰라도 형벌에 관련된 말로 욕을 하는 것은 이 글을 읽은 사람들로서는 차마 하지 못할 것입니다. |
첫댓글
에코 님.
곧,
"이미지로 읽는 한자 i" 보다 더욱 흥미 진진한
'이미지로 읽는 한자 ii" 가 나올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쨋던 나쁜짓을 해서는 안되겠지요!!
성원에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채찍으로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沙月 사월선생님!
音을 빌려 쓰는 것이라 桎梏을 着錮로 쓸 수도 있을까요?
@시지중닭 桎梏이란 말과 着庫라는 말이 엄염히 따로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차꼬는 질(桎)이라고도 하고 또 족가(足枷)라는 말도 있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말을 끌어다가 음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네요.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기는 해야하지만 너무 잔인하네요.
한자와 뜻에 담긴 이야기가 재미를 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