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가는 길
서둘러 길을 나선다 이원의 묘목시장은 여전히 봉오리들 벙긋 웃으며 반기고, 제 몸매 뽐내는
다소곳이 하늘로 향하고 있는 연산홍과 홍매화, 고고한 품위의 반송, 황금측백나무, 옥향나무...
둘이서 걸으며 감상한다 시부모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는 듯 아내가 열심히 돈을 세어 기분 좋게 건낸다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벚꽃 구경을 제안한다 이원 - 옥천읍 - 장계리 - 안남
누가 4월을 잔인하다 했는가!
이다지도 온 누리가 향기로운 날 흐드러진 벚꽃이 강 언덕을 흔들어 강물이 몸살 난 듯이 출렁거린다
다독일 수 없는 감동에 그저 아내의 손을 잡고 내뱉을 수 있는 말 '아, 죽인다!’
트렁크에 실린 묘목이 걱정된다 신탄진 벚꽃 축제로 길막힘을 예상하여 애둘러 돌아간다
옥천IC - 부강IC - 달계리 선산
햇살이 포근하다
엄니는 조용하고 우아하게, 아부지는 넉넉한 당신의 품으로 막내 내외를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넙죽 절을 한다 이곳저곳 위치를 봐가며 묘목을 심는다 기분 좋은 땀, 땀, 땀
파란 하늘 위 울 엄니, 아부지 미소를 등 뒤로 돌아온다 현도 - 대청댐 - 추동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린 수천 그루의 벚나무들이 봄을 환호한다
양쪽으로 늘어선 벚꽃들의 사열을 받으며 천천히 차를 몬다 아, 그것은
막 부풀린 팝콘의 향연, 흰 나비의 군무... 완연한 봄의 감동을 간직하고 저녁을 먹는다
님을 뵌 충만, 상춘賞春의 행복, 그렇게 떠나는 봄, 그 어느 날
- 2007. 4. 8. 늦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