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 명가名家 / 월정 강대실
향리에 한봉 명가 귀동 어르신이 사셨어요 열 두 가족이 많은 집짐승과 한식구가 되어 적지 않은 농사에 틈틈이 벌을 쳤지요 울안 여기저기에 호박돌로 초석을 놓았어요 그 위에다 토막 낸 통나무 속을 파내 버리고 만든 벌통을 층층이 올렸지요 모내기 철이면 분봉이 시작되고 대여섯 살 어린 자식들은 벌 지킴이가 되지요 형은 어미 벌통에서 떼 지어 나온 벌떼가 어느 곳으로 날아가나 뒤쫓고 아래는 부리나케 들로 달려가 아버지께 이르지요 집 주위 그리 높지 않은 감나무 가지에 내려앉으면 비행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지요 어르신은 내내 ‘들이들이’를 외며 쑥대 묶음으로 꿀 바른 멍덕에 쓸어 담았어요 그리고 빈 벌통에 넣고 출입구 하나를 남기고는 진흙으로 모두 막았지요 명수와 붉은팥 좁쌀 한 사발씩을 벌통 앞에 차려 놓고는 사립에는 금줄을 쳐 타인의 출입을 막고 사흘을 정갈히 했어요 줄곧 벌통 안팎을 청결히 관리해 주며 온 정성을 쏟았지요 어느덧 꽃이 다 져 벌이 사역을 끝내고 겨울이 오면 주인은 꿀을 맛보지요 문고리가 쩍쩍 손에 달라붙는 추운 날 식전에 꿀을 떴어요 안 어르신은 매운 연초 연기를 머금어서 벌통 위쪽에 연신 불어 넣어 벌이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했지요 어르신은 봄까지 먹을 적량의 밥을 남겨 두고는 채밀 칼로 큰 양푼 가득히 꿀을 떴어요 우선 자식들을 먼저 생각하셔서 어려서부터 얼마나 꿀을 먹였던지 감기 같은 것은 얼씬도 못했지요 쥔 어르신 신용처럼 꿀도 그 품질이 빼어나 큰 도회에서까지 부탁이 들어왔지요 돈을 구경하기도 어려운 시절에 벌이 자식들을 대처로 보내 눈을 띄워 준 셈이지요 그러나 어인 일인지 미물이 어르신이 가시고는 시나브로 그 세가 약해졌지요 생금밭 왕대나무가 백 년 만에 핀다는 대나무꽃이 피어 고사한 뒤로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어요.
첫댓글 한봉명가의 애환을 엿 봅니다.
꿀이 되어 나오는 과정은 잘은 모르지만
왕성했던 한봉명가의
그 달콤한 맛은 기억합니다.
감사합니다.
육십 여년 전의 일입니다
그 명인의 지혜가 번쩍입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시인님~
비오는 휴일 즐건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편히 쉬셔요.
시인님! 귀한 자연 벌꿀 탐나는군요.
감사합니다
그 꿀 나도 한 번 먹고 싶습니다.
미물이 어르신 돌아가신줄 아나봅니다
아기자기 시인님의 글이
참 신기하고 재미 있습니다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긴 글인데...
줄이는 것 보다 손을 잡고
현장을 보듯 한 게 좋을 것 같아
길었습니다 애석하게 다 없어졌지요.
그렇군요.
벌치기가 쉽지 않다던데
보기만 해도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분봉할 땐 쫓아다녀야하고
놓칠 때도 있어 참 어렵다 알고 있네요.
한봉은 특히 귀하기도 하고 어렵다고 합니다만,
여튼 꿀이 좋고도 귀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하옵고 강건하세요.
월정 시인님!
감사합니다
벌은 주인 닮아간다는 생각입니다
성실히 열심히 보실핀 결과 벌도 꿀도
명품입니다 까다롭기도 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