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평화인 문형순></p><p> </p><p>극장 매표소 직원으로 살다가 혼자 죽었다.</p><p>무근성 쌀 배급소에서 일했다.</p><p>알고보니 모슬포에서 총을 쏘지 않은 경찰이었다.</p><p>찾아보니 광복군이었다.</p><p>신흥무관학교 출신이었다.</p><p>평안도 안주 출생 서북 사람이었다.</p><p>경찰이었다.</p><p>사삼 때 모슬포 경찰서장이었다.</p><p>육이오 때 성산포 경찰서장이었다.</p><p>부당함으로 불이행.</p><p>집단학살을 거부한 경찰이었다.</p><p>일본 순사 출신들과 달라서</p><p>만주군 출신들과 달라서</p><p>도깨비 경찰</p><p>문도깨비.</p><p>자식도 없었다.</p><p>그뿐.</p><p>그 흔하디흔한 훈장 하나도 없었다.</p><p>모슬포 들머리 좁은 진개동산 모퉁이에 가까스로 공덕비 하나 서 있다.</p><p>배고픈 직박구리 한 마리 비석에 올라 쪼아댄다.</p><p>조선 제일 독립군</p><p>제주 제일 경찰.</p><p>피 묻은 총구 앞에서 제 손으로 써내려간 학살명령 거부 사유는 열한 글자.</p><p>고작 열한 글자로 백명 천명을 살린 경찰.</p><p>부당함으로 불이행 성산포.</p><p>인간 제일 평화인</p><p>문형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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