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4) : 보스포라스 해협을 건너 유라시아 로드를 달리다
근래에 “죽기 전에 꼭 …해야 할”이라는 명제가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그 기준에 있다. 사람마다 가치 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이라는 명제에 객관적인 기준을 꼽는다면?
우선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세계 유산’을 고려의 대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터키에는 모두 아홉 군데의 유네스코 선정 세계 유산이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 가운데 여섯 곳을 볼 수 있었다.
고고학 박물관에서 나와 바로 곁에 있는 톱카프 궁전을 둘러보았다.
14년 전에도 그랬지만, 톱카프 궁전은 여전히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했다.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이름난 명소이지만, 어두운 방에서 번쩍거리는 보석들과
희귀한 장식물들에서 역사의 향기를 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궁의 정원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기는 이스탄불 시민들의 모습에 눈길이 더 자주 갔다.
로마인들의 뛰어난 건축술은, 콜로세움이나 판테온 신전뿐만 아니라,
도시의 생명줄인 수도교와 지하 저수지, 제국의 핏줄인 도로망에서도 엿볼 수 있다.
톱카프 궁전에서 조금 내려가면 6세기에 건설된 예레바탄 지하 저수지가 나온다.
길이 140m, 폭 70m, 높이 9m, 8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를 336개의
대리석 기둥이 지탱하고 있다. 그 가운데 두 개의 기둥 받침돌에, 마주 보는 사람을
돌로 변하게 했다는, 메두사의 얼굴이 새겨져 있어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었다.
유네스코에서 ‘이스탄불 역사지구’ 세계 유산으로 선정된 술탄아흐멧 지역은
그 명성에 걸맞게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사시사철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러한 관광객들을 지켜보면서 애교를 부리는 이스탄불의 명물을 꼽으라면
단연코 고양이들이다. 거리에서 떠도는 고양이들이 인간들과 허물없이 다정하게
지내는 것을 그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다음날, 보스포루스 해협 크루즈에 나섰다. 이른 아침이라서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길이 약 30Km, 폭 3.5Km∼700m인 보스포루스 해협은 마르마라 해와 흑해를 연결하면서
동시에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다. 뱃길로만 이어졌던
유라시아 로드를 지금은 보스포루스 대교와 파티흐 대교가 육로로도 이어주고 있다.
터키는 EU 가입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토가 아시아에 속해 있는데다가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판이한 민족적·종교적 차이가 크게 작용하리라 여겨진다.
한국과 각별한 유대감을 느끼고 있는 터키가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터키의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8배나 넓기 때문에 다음 여행지까지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스탄불에서 보스포루스 대교를 건너 사프란볼루까지는
보통 6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며칠 전에 내린 폭우로 길이 끊어져 우회하느라
거의 10시간이 걸렸다. 그 힘든 여정의 피로를 달랠 수 있었던 것은 도중에
간식을 마련하기 위해 잠시 정차한 마을에서 보여준 터키인들의 친절과 미소였다.
첫댓글 ㅇ 그 아이들 기억나네요. 꽤나 시끄러웠던 그래도 웃고 떠들고 꽤나 재미있었던. 다시금 기억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사진 참 잘 찍으세요! 사진에서 이야기가 전달되어서 아주 좋습니다. 건강하세요!
그 아이들 참 발랄하고 표정 밝았죠. 저도 찍어서 기억나요
이방인에게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죠 밝은모습으로 웃고 떠들고 유독 우리에게 관심있게 말을걸든 잘생긴독사진아이가 기억을더듬게하네요.
버스안에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이 아이들이 우릴 즐겁게 해좋죠...
소피아성당의 벽화에서 본 얼굴들이 아이들 사진속에 있네요.
아이들이 미소는 언제나 행복을 주네요. 기억을 더듬어 여행지 따라가는 기쁨..
미소년 미소녀의 터키아이들 밝고 명랑해 손흔들며 환호하는 아이들. 사진을 통해 생각해봅니다. 회오리님 고마워요.LA에서.
인물사진도 훌륭합니다 재능 나눔 좀 하시지요?
년말 한가한 틈을 타서 넝쿨님의 글과 회오리님의 글을 읽어 봅니다. 회오리님의 글과 사진들 감동적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