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령목, 향나무
우리나라 최고령 나무인 울릉도 도동항 향나무
향나무란 이름은 나무가 내어 놓는 향내 때문에 붙었다. 대부분의 나무에서 향기가 좋다 하면 백리향처럼 꽃향기가 유별나거나 모과나무처럼 과실이 향기로운 경우를 가리키지만, 향나무는 목재 자체에서 나는 향기가 특별히 좋다. 향나무의 향기는 구천의 높이까지 간다고 하니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향으로 사실 줄기 뿐 아니라 잎과 수액에서도 향기가 난다.
향나무는 예로부터 청정을 뜻하여 귀하게는 궁궐이나 절, 좋은 정원에는 으레 심었고 같은 이유로 우물가나 무덤가에도 향나무 한 그루쯤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풍습이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옛 사람들은 샘물이나 우물가에 향나무를 심으면 향나무의 뿌리가 물을 깨끗이 한다고 믿었다. 물 맛이 좋고 향기로워질 것을 기대했으며 또 향나무가 늘 푸르듯 물도 마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향나무를 심었으리라.
옛부터 향나무로 향을 피웠던 것은 이 향이 나쁜 기운을 물리쳐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처음 향을 피우게 된 것은 장사 지낼 때까지 시체가 부패하여 냄새나는 것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 나중에는 상중뿐 아니라 제사 때에도 사용하는 풍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사람이 죽으면 입관하기 전 염습할 때 향나무를 끓인 물로 시신을 씻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향나무를 비롯한 향료식물에서 채취한 향은 부정을 없애고 정신을 맑게 함으로써 천지신명과 연결하는 통로로 생각하였다. 향은 바로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었으며 귀족들은 벌써 삼국시대부터 열대지방에 자라는 침향목을 즐겨 사용하였다. 그러나 수입품인 침향은 특수 계층의 전유물이었고 일반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는 향의 원료는 향나무밖에 없었다.
발향이라 하여 부인들의 속옷 위에 늘어뜨리는 장신구, 점치는 도구, 염 주알 등 향나무의 쓰임새는 넓다. 울릉도 도동 절벽에 붙어있는 향나무는 2천여년을 넘게 살아온 것으로 짐작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육지에도 흔히 자라고 있으나 대량으로 자라던 곳은 역시 울릉도이다. 산림청 녹색사업단은 '코리아 빅 트리' 조사 결과 2000~3000년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4000~5000 년은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러진 가지의 나이테를 실측했더니 그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나무로는 강원도 정선 두위봉의 주목을 1200~1400년으로 추정하고,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를 1100년 가량으로 꼽고 있는데 도동항 향나무에 비하면 한참 손자뻘에 불과하다. 최소 2000년이니 도동항 향나무는 우리나라 최고령 나무가 분명하다.
그런데 현재 가슴높이 둘레 3.1m, 높이 4m, 수관폭 1.5m인 이 향나무는 울릉도의 지킴이로 오랜 세월을 버텨오다 지난 1985년 10월 5일 태풍 브랜다로 한쪽 가지가 꺾이고 말았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울릉군은 부러진 가지를 공개 매각하였고, 기념품 매장을 운영하는 서귀용씨가 구입하여 용이 승천하는 모양으로 조각해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다. 그는 향후 울릉도 향나무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라 한다. 태풍 브랜다 이후 울릉군은 나무의 보호를 위해 쇠줄로 지탱해놓고 있다.
목재는 보석함, 실패 등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작은 용품이나 상자를 만들고 때로는 장롱의 내부를 구성하는 가구재 등으로도 사용됐다. 이것은 목재에서 나는 향이 살균살충 효능이 있어 좀과 같은 작은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으로 보건 위생적 측면을 고려한 조상의 슬기가 담겨진 것이다.
약용으로는 주로 비듬, 백설풍, 습진, 무좀, 등의 피부병과 고혈압 등에 사용하였으며 향나무는 조경용으로도 매우 훌륭한 나무로 푸른 잎을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상록성이고, 맹아력이 좋아 수형 조절이 쉽다는 장점 때문에 다양한 모양으로 가꿀 수 있어 장식용 조경수로 좋으며 최근에는 분재로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한 연필향나무도 모두 한 식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