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1. 문제의 제기 _ 2. 판 예 _ (1) 명의신탁의 법리를 적용한 경우 _ (2) 대이법의 적용을 문제삼은 경우 _ (3) 그 밖에 개별적으로 해결한 경우 _ 3. 학 세 _ 4. 검토 및 사견 _ (1) 행위자 자신의 행위인 경우 _ (2) 명의인의 행위인 경우 _ (3) 행위자 및 명의인의 행위인 경우
_ 실제의 거내관계에 있어서 어떤 자가 자신으로서는 행위를 할 수 없거나 자신을 숨기기 위하여 또는 기타의 이유로 타인의 명의주1) 를 사용하여 법율행위(또는 그 밖의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주2) 예컨대 갑이 장난으로 중국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자기 이웃인 을의 이름을 대면서 30인분의 탕수육을 주문한 경우, 갑의 대이인인 을이 갑의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직접 갑의 이름을 기재하고 갑의 인장을 찍는 경우에 그렇다. 이와 같이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의 경우에는, 행위자는 명의인을 위하여 행위 한다는 것을 표시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위하여(자신의 이름으로) 행위 한다고 표시한다. 그러나 그럼에 있어서 자신의 명의가 아닌 다른 이름을 언급하고 자신이 마치 그 명의인인 것처럼 행동한다. 즉, 보통의 대이행위와도 다르고 또 자신의 이름으로 하는 통상의 법율행위와도 다르다. 여기서 우선 그와 같은 법율행위가 행위자 자신의 행위인지 아니면 명의인의 행위인지가 문제된다. 그리고 명의인의 행위라고 할 경우에는 거기에 대이에 관한 법율규정이 적용되는지도 문제된다. 주1)
「명의」라는 용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나(상법 제24조 등 참조), 여기서는 단순히 「이름」을 뜻한다. 이러한 용어사용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판예가 「이름」의 의미로 「명의」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그처럼 표현하기로 한다.
이처럼 행위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사용하여 행한 행위를 독일에서는 「타인의 명의하의 행위」(Handeln unter fremdem Namen)라고 하여 「타인의 명의로 하는 행위」(Handeln in fremdem Namen)와 구별하는 것이 보통이다(Brox, Allgemeinet Tell des Burgerlichen Gesetzbuchs, 9. Aufl., 1985, Rn.485 ; Larenz, Allgemeiner Teil des deutschen Burgerlichen Rechts, 6. Aufl., 1983, S. 592; Hubner, Allgemeiner Teil des Burgerlichen Gesetzbuches, 1985, Rn.632 ; Enneccerus-Nipperdey, Lehrbuch des Burgerlichen Rechts, Erster Band Allgemeiner Teil des Burgerlichen Rechs, Zweiter Halbband, 15.Aufl., 1960, S.1127). 그러나 Flume, Allgemeiner Teil des Burgerlichen Rechts, Zweiter Band Das Rechtsgeschaft, 3. Aufl., 1979, S.778; Munchener Kommentar zum Burgerlichen Gesetzbuch, Band l Allgemeiner Teil(§§1-240) AGB-Gesetz, 2.Aufl., 1984, §164 Rn.36은 둘을 개념상 구별할 수 없다고 한다. 한편 Larenz, a.a.O., S.592는 「존재하는」 일정한 다른 사람의 이름을 사용한 경우만을 여기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타인의 명의를 사용한다」고 할 때 타인의 의미는 존재하는 타인이겠으나, 가공의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언급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정확하지는 않지만-그 경우까지를 포함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_ 기술한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의 문제는 이론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것을 덮어두고서는 대이의 법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 문제는 실무상으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에 관한 적지 않은 판결들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문헌들은 그 문제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주3) 우리 나라의 실정이 그러하기에 본고에서 위의 문제에 관하여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론술의 순서에 대하여 말한다면, 먼저 「타인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에 관한 판예와 학세을 차례대로 설명한 뒤, 이들을 검토하고 이어서 사견을 적을 것이다. 주3)
참고로 말하면, 독일의 경우에는 19세기초부터 이 문제를 깊이있게 연구하여 왔다. 그러나 현재에도 완전한 해결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그에 관하여 Ohr, "Zur Dogmatik des Handels unter fremdem Namen", AcP 152. Band, S.216f. 참조.
_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법율행위(또는 기타의 행위, 가령 신청과 같은 항정법상의 행위)를 한 경우에 관하여 우리의 판예는 통일적·일반적인 원칙을 세우지 않고 있다. 판예 중에는 명의신탁의 법이를 적용한 것이 있는가 하면, 대이의 관점에서 처리한 것도 있고, 또 개별적으로 단순한 당사자 확정의 문제로 해결한 것도 있다.
(1) 명의신탁의 법이를 적용한 경우 _ 우리 대법원은 어떤 자가 타인명의를 사용하여 법율행위 또는 그 밖의 행위를 한 몇몇 경우에 관하여 명의신탁의 법이를 적용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타인 명의로 임야를 사정받거나주4) 귀속재산(농지나 임야)을 불하받은 경우,주5) 타인 명의로 전화가입청약을 한 경우,주6) 다삭의 자가 그 중 1인의 대표자 명의로 입찰한 경우,주7) 또는 타인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주8) 에 명의신탁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이들 경우에는 아마도 행위자와 명의인(타인)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위의 경우는 판예가 인정하는 명의신탁의 통상적인 경우가 아니다. 우리 판예는 원칙적으로 「공부상의 소유명의만을 타인으로 하여 두는 경우」에 명의신탁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위의 판결들은 명의신탁의 법이를 통상적인 경우를 넘어서서 확장하여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4)
(2) 대이법의 적용을 문제삼은 경우 _ 우리의 판예는-대이권있는-대이인어 직접 본인 이름을 표시하여 법율행위를 한 경우는 대이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그러한 경우 가운데에는 대이인이 대이권의 범위 안에서 행위한 때도 있고, 대이권의 범위를 넘어서 행위한 때도 있다. _ 대법원의 판예를 설명하기 전에 과거 우리 나라에 의용되었던 일본민법하에서의 조선고등법원의 판예를 살펴보기로 한다. 조선고등법원은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대리인의 명의로써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으로부터의 수권에 의하여 본인 명의로써 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주9) 그리고 「대리인이 권한에 따라 본인 명의로써 어음의 발항행위를 한 때에는 그 어음은 본인이 그 어음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주10)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취지의 판결도 있다. 그 판결은, 주9)
_ 「대리는 대리권이 있는 자가 권한 내에서 상대방에 대하여 본인을 위하여 하는 것을 표시하고 한 의사표시의 효과를 본인에게 귀속케 하는 것인바, 대리권이 있는 자라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하여 본인을 위하여 한다는 것을 표시하지 않고 대리인 스스로 본인의 성명을 모칭하여 자기를 본인이라 하고 상대방과 법률행위를 하여도 민법대이의 법칙을 적용하여 그 효과를 귀착케 할 수는 없는 것이다」주11) 라고 한다. 주11)
조고판 1922.ll.10, 판례총람 1-2(A), 226면.
_ 요컨대 조선고등법원의 판예에 의하면, 대이인이 본인 명의를 사용하여 법율행위를 한 경우에는 대리인에게 본인 명의를 사용할 권한이 있는 때에 한하여 본인에게 법률효과가 귀속된다. _ 우리 대법원의 판예는 어떤가? 판예는 기본적으로 대이인이 행한 법율행위가 본인에 대하여 직접 효력을 발생하려면 반드시 본인을 위하는 취지의 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있다.주12) 즉, 현명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명의 방식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하며, 그리하여 본인을 위한 것임의 표시는 서면으로 할 수도 있고 구술로 할 수도 있다고 한다.주13) 그리고 「대리인은 반드시 대리인임을 표시하여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 명의로도 할 수 있다」고 한다.주14) 나아가 대법원은 이러한 법이에 따라 「대리인이 직접 본인의 기명날인을 하여 수표를 발행한 행위는 유효하고 본인에 대하여도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였다.주15) 또한 대법원은, 의사능역이 없는 2세의 유아의 아버지가 법정대이인의 표시 없이 유아의 이름으로 어음을 배서양도받은 경우에 관하여, 유아 앞으로의 어음취득이 유효하다고 하였다. 그 판결은다음과 같다. 주12)
_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법정대리인인 원고의 아버지가 원고를 대리하여 원고의 이름으로 위 송○○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배서양도받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따라서 원고가 1973.1.4. 생인 유아로서 의사능력이 없다 해서 원고 앞으로의 어음취득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이 판단 또한 정당하고 이 사건 어음상에 법정대리인의 표시가 없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할 바 되지 못하여 의사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에 대하여는 그 법정대리인이 당연히 이를 대리하여 법률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주16) 주16)
_ 그런가 하면,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에 관하여 대이권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자신이 마치 본인인 양 행세하였더라도 대이권의 범위 안에서 행위한 경우에는 그 근저당권실정계약의 효력은 본인에게 미친다고 하였다. 즉, 대법원은, _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농업협동조합중앙회:필자주)에게 담보로 제공함에 있어서 위 최○○에게 그에 관한 대리권을 준 이상 위 최○○이 피고와의 사이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할 때 그 피담보채무를 동업관계의 채무로 특정하지 아니하고 또 대리관계를 표시함이 없이 마치 원고 본인인 양 행세하였더라도 위 최○○이 그 권한범위 안에서 한 것인 이상 그 효력은 본인에게 미친다」고 하면서, 대리인이 의사표시를 본인 명의로도 할 수 있다는 판결주17) 을 인용하였다.주18) 주17)
_ 이상은 대이인이 대이권의 범위 안에서 본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 관한 것이다. 그에 비하여 대이인이 본인처럼 행세하여 「대리권의 범위를 넘어서」 법율행위를 한 경우에 관하여는 판예가 단계적으로 발전하였다. 우선 초기에는 그와 같은 경우에 민법 제126조의 적용을 부인하였다. 즉, 대법원은 소외 한○○(녀)가 남동생인 원고로부터 부동산의 상속등기절차를 취해 주겠다고 하여 교부받은 원고의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 등으로 원고 명의로 상속등기를 마친 뒤 원고 이름이 마치 여자 이름과 비슷함을 기화로 원고처럼 행세하여 계속 보관중이던 원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 등을 가지고 금전을 차용하면서 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피고를 권리자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및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의 가등기를 경료한 경우에 관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견대이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_ 「원래 동 법조(민법 제126조:필자주)상의 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한다는 사실을 명시 혹은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인 것을 요하며 본건과 같이 사술을 써서 이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않고 자기를 위하여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모든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126조 소정의 표현대리를 적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판결은 그 법리를 오해하여 이를 적용」하였다고 하였다.주19) 또한 원고의 처인 소외인 김○○가 함부로 원고의 도장을 도용하여 원고의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피고로부터 금전을 차용하고 피고명의로 가등기를 마쳤는데, 그럼에 있어서 김○○이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행세한 사정은 없고 오히려 피고측에서는 원고 본인과 직접 거래할 속셈으로 김○○에게 원고 본인의 승락 유무를 확인하자 소외 이○○을 원고로 가장시켜서 피고측으로 하여금 원고 본인이 직접 이 거내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오신시킨 경우에 관하여,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할 때에 그것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야 하고 그 거래의 상대편도 이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야 이들 사이에 대리관계가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는 이와 같은 점에 관하여 전혀 심리 설시한 바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상대편인 피고측에서는 원고 본인과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 피고측이 김○○등이 대리인으로서 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기록상 아무 것도 없다. 주19)
_ 이러한 관계로 이 사건에서는 도대체 대리행위 자제가 성립될 수 없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원고는 민법 제126조에 의하여 그 처인 김○○이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한테서 돈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서 위의 부동산에 관하여 가등기를 경료한 것이므로 원고는 본인으로서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하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심 판시는 민법 제126조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사유가 있다」고 하였다.주20) 주20)
_ 그러나 그 뒤에 판례는 민법 제126조의 유추적용을 인정하였다. 즉, 대법원은 소외 갑이 원고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고 반환받는 등기권리증서와 원고의 인감증명서 및 원고로부터 받은 인장을 사용하여 원고 본인임을 가장하여 그 부동산을 담보로 금전을 빌리면서 피고의 남편인 소외 을도 위 갑을 원고 본인으로 믿고 원고 명의로 작성된 서류에 의하여 피고 명의로 가등기를 마친 경우에 관하여, _ 「대리인을 본인 자신으로 잘못 믿은 것이 일반 거래관념에 비추어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서는 무리도 아니었다고 할 수 있는 경우에 본인 자신의 행위로 믿었던 선의의 상대방을 위해서 본인 자신으로 자처한 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본인의 책임을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이는 거래에 있어서의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대리권한이 없는 행위에 대하여도 일정한 한도에서 본인에게 책임을 인정한 표현대리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의당 시인되어야 할 것이므로(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에 있어서 양자간에 차이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표현대리에 관한 제도를 이에 유추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이유가 없다), 원심이 소의 이○○가 원고 자신을 가장하고 원고 자신으로서 한 행위에 대하여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본인인 원고에게 그 책임을 인정한 조치는 능히 시인될 수 있다」고 하였다.주21) 주22) 이 판결은 바로 앞의 두 판결, 특히 그 중 처음의 것과 유사한 사안에 -전원합의제 판결에 의하지 않고-반대의 결과를 인정하고 있어서 문제였다.「민법 제126조의 적용부인」과 「동조의 유추적용 인정」이 양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의 두 태도가 적어도 결과에서는 모순적이어서 비난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주21)
한편, 대판 1976.5.25. 75다1803, 요지집 민·상 I-1, 206면은 대이인이 본인인 것처럼 행위하였지만 본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다는 것이 묵시적으로 표시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경우에 대하여 민법 제126조를 적용하였다. 동 판결은 「원고가 종전부터 그 자형인 소외인에게 자기소유의 이 건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사업자금을 융통해 쓸 것을 승낙하고 관계서류와 인장을 주어, 소외인이 수차에 걸쳐 위 부동산을 담보로, 때로는 원고 본인이라 자칭하고 때로는 원고의 대리인이라 현명하여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왔고 피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도 관계서류를 제시하고 인장을 사용하여 원고 본인인 것처럼 하여 본 건 근저당권과 지상권의 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면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 아래에서는 소외인의 위 법률행위에 대하여 원고의 수권행위가 있었다고 못 볼 바 아니고, 가사 원고가 위 소외인에게 구체적으로 본건 법률행위를 할 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 소외인을 원고의 일련의 포괄적인 수권으로 위와 같은 법률행위를 반복하여 왔던 터인즉, 피고는 적어도 위 소외인에게 본 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고 또 위 소외인도 원고를 위하여 본 건 법률행위를 할 의사를 가지고 원고 본인을 위하여 한다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봄이 우리의 경험칙상 상당하다 할 것이다」고 한다.
_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 혹은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제126조 소정의 표현대리는 성립될 수 없다」고 한 뒤, 그렇지만 「이 사건에서 소의 박○○이 원고 본인으로부터 교부받은 원고의 주민등록증,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및 등기권리증을 사용하여 원고 본인임을 사칭하고 원고 본인을 가장하여 피고 은행과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법리가 유추적용되어 원고에 대하여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조처는 정당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판 1993.2.23. 92다52436주24) 도 위 판결의 앞부분을 그대로 반복한 뒤, 주24)
법원공보 942호 1079면.
_ 「이 사건과 같이 본인으로부터 아파트에 관한 임대 등 일제의 관리권한을 위임받아 자신을 본인으로 가장하여 아파트를 임대한 바 있는 대리인이 다시 자신을 본인으로 가장하여 임차인에게 아파트를 매도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본인에 대하여 그 행위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최근의 판예는 종래의 대법원판결이 보이던 두 가지 태도의 실질적인 모순을 이론적인 양입의 방법으로 해결한 것이다.
[343]
_ 요컨대, 우리 판예에 의하면, 대이인이 대이권의 범위 안에서 본인의 이름을 사용하여 법율행위를 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대리인으로서 행위했음을 몰랐더라도 그 법율행위의 효과가 직접 본인에게 귀속한다. 이 때 대이인이 본인으로부터 본인 명의로 법율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는가(본인 명의 사용허락)를 묻지도 않는다.주25) 그에 비하여 대이인이 대이권의 범위를 넘어서서 본인 명의를 사용하여 법율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가령 대리의사의 묵시적인 표시)이 없는 한 민법 제126조의 표견대이는 성립할 수 없으나, 동조, 즉 권한을 넘은 표견대이의 법이를 유추적용하여 본인에게 그 행위의 효력을 미치게 할 수 있다. 주25)
(3) 그 밖에 개별적으로 해결한 경우 _ 그 밖에 대법원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해결된 경우도 있다. 그것은 명의신탁의 성립을 인정할 수도 없고 또 대이권있는 자가 법율행위를 하지도 않은 경우에 그렇다. _ 대법원은, 권○○이 1954.1.30. 귀속재산이던 부동산을 국가로부터 매수함에 있어서 당시 이 재산이 자기 처남이며 불재자(군에 입대하였다가 귀속재산 매수 이전에 생사와 항방이 불명으로 됨)인 원고 이름으로 관계당국과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있던 관계로 매수인 명의를 편의상 원고 이름 그대로 하여 매매계약을 맺은 다음 그 대김을 모두 지급하고 그 후 원고 이름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경우에 관하여, _ 「국가와의 계약관계가 위와 같을진대, 이 사건 부동산의 실제적 소유자는 위 권○○이라고 한 원심판단 또한 정당하다 할 것이며, 위 권○○이가 국가로부터 이 사건부동산을 매수하기에 앞서 원고로부터 이 재산에 관한 임차권을 양수한 사실이 없었다거나 이러한 양도 양수에 정부의 승인이 없었고, 또는 이 재산의 매수인 명의나 소유권등기 명의를 원고로 함에 있어서 위 권○○이와 원고 사이에 신탁관계의 유무에 불구하고 권○○의 실제적 소유관계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 수는 없다 할 것」이라고 하였다.주26) 주26)
_ 그리고 임차인이 타인 이름을 사용하여 임대차계약을 맺은 경우에 관하여 그 계약의 효력은 그 타인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즉,「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차인 명의를 원고(최종순:필자주) 명의로(다만 표기상의 착오로 최정순으로) 하기는 하였으나 그 당시 위 강봉옥, 최용녀 부부가 원고의 대리인으로서 원고를 위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 함은 표시하지 않고 위 최용녀의 이름이 '최정순'인 것같이 행세하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피고는 위 최용녀와 '최정순'이 동일인인 것으로 알고 계약을 맺게 되었음이 분명한바, 이와 같은 경우에는 실사 위 강봉옥, 최용녀가 원고를 위하여 하는 의사로서 위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대리의 원칙을 적용하여 위 계약의 효력이 원고에게 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주27) 주27)
대판 1974.6.11.74다165, 대집 22-2, 민 96면. 이 판결의 상고이유에 의하면, 위 부부가 특별히 원고 이름으로 위 계약을 맺은 것은 원고가 위 임대차보증금 중 200만원을 대여하여 주었으므로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임차인 명의를 원고로 한 것이라고 한다.
_ 그런가 하면, 학교법인이 사입학교법상의 제한규정 때문에 그 학교 교직원들의 명의를 빌려서 금전을 빌린 경우에 관하여, 소비대주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교직원들의 의사는 금전의 대차에 관하여 그들이 주채무자로서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이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주28) 주28)
_ 「금융기관에 대한 기명식예금에 있어서는, 명의의 여하를 묻지 아니하고, 또 금융기관이 누구를 예금주라고 믿었는가에 관계없이, 예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로서 자기의 출연에 의하여 자기의 예금으로 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스스로 또는 사자, 대리인을 통하여 예금계약을 한 자를 예금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한다.주30) 그리고 주식을 인수함에 있어서 타인의 승낙을 얻어 그 명의로 출자하여 주식대금을 납입한 경우에는, 실제로 주식을 인수하여 그 대금을 납입한 명의차용인이 실질상의 주식인수인으로서 주주가 되고, 단순한 명의대여자는 주주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주31) 주30)
_ 우리의 학세은 대제로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 일반에 관하여가 아니고, 단지 「대이인」이 본인 자신이 하는 것과 같은 외관으로 행위하는 경우에 관하여만 그다지 깊이는 없게 논의하고 있다. _ 대이인의 행위가 대이행위로서 성립하려면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서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민법 제114조). 그런데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야 한다는 것은, 통세에 의하면, 그 행위의 법율적 효과를 본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 즉 대이의사를 표시하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주32) 그리고 대이의사의 표시가 있느냐 없느냐는 모든 사정으로부터 판단하여 그 취지가 밝혀지면 되고, 대이인이라 합이 명백하게 표시될 필요는 없으며, 민법 제115조 단서가 바로 그러한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주33) 주32)
_ 대이인이 자기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고서 마치 본인 자신이 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행위하는 경우의 취급에 관하여는 견해가 나뉜다. 통세은 대이인에게 대이의사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한 유효한 대이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주34) 그러나 언제나 대이행위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본인의 이름을 단지 부징(예, 명함·도장 등 본인에게서 온 사람임을 상대방이 알 수 있을 만한 물건)으로서 사용하고 실제는 대이인 자신의 행위로서 하는 경우도 많고, 본인의 지시에 의하여 대서 또는 기명날인하는 행위는 대이가 아니라 표시기관으로서의 사자의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주35) 그에 비하여 소삭세은 본인의 수권행위가 있고 그 수권행위에 기한 대리인의 법율행위가 있으면 대리인이 본인으로 행세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그 법율행위의 법률효과는 본인에게 발생하게 된다고 하며, 따라서 유권대이와 무권대이를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주36) 대이인이 대이권의 범위 내에서 대리행위를 하면서 본인 행세를 한 경우(유권대이)에, 상대방이 대리인으로서 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때에는 민법 제115조 단서에 의하여 현명이 있는 것에 준하여 취급되므로 별 문제가 없으나, 상대방이 이를 알지도 못하였고 알 수도 없는 때는 대체로 상대방은 대이인의 법율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발생하는 것을 부정할 정당한 이익이 없을 것이지만 인적 색채가 농후한 조합계약이나 소규모의 임대차계약에 있어서는 법률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발생하는 것을 거부하는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대리행위의 효과는 본인에게 발생하치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표견대이의 요건이 갖추어지면 대이인이 본인으로 행세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표견대이의 성립을 인정하고 상기의 법이에 준하여 예외적으로 표견대이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할 경우가 있을 뿐이며, 대리인이 대이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자신인 것처럼 행위한 경우에는, 표견대이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때에는 무권대이의 규정에 의하여 규율된다고 한다. 주34)
_ 이제 우리의 판예와 학세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먼저 우리의 판예는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률행위」의 경우를 통일적으로가 아니고 개별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러한 법율행위의 각 경우들이 판예가 구분한 것처럼 나누어져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으며, 그것들은 동일한 이론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명의신탁의 법이를 적용한 판례는 더욱 문제이다. 명의신탁제도 자제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터에 그 법이를 여기의 경우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문제점의 확산의 효과 외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주37) 그리고 판례의 다른 경우의 해결책도 완전하지 못하다. 주37)
_ 그런가 하면 기술한 우리의 학세도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 통세은 우선 대이권없는 자가 본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그리고 대이의사의 유무로 대이행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한편, 소삭세은 통설과는 달리 대리권 없이 본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 대하여도 다루고 있기는 하나, 대이행위와 행위자 자신의 행위가 어떤 표준에 의하여 구별되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고, 또 개별적인 경우들의 분류방법 및 내용도 탐탁하지 않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독자적인 입장에서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에 관하여 문제되는 점을 검토하고 사견을 정리하려고 한다. _ 먼저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에 대이에 관한 법률규정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오늘날 학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이를 긍정한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의 전부에 대하여 대이규정의 결과가 인정되지는 않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그러한 행위 가운데에는 행위자 자신의 행위라고 인정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때에는 대이의 문제는 생기지도 않는다. 그에 비하여 명의인의 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행위자가 단순히 사자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대이의 문제가 생긴다. 물론 그러한 경우 중에는 대이규정이 직접 파악하여 여기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는 때도 있다. 상대방이, 본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위한 자가 대이인으로서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그렇다(민법 제115조 단서). 그러고 보면 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률행위」가 명의인의 행위로 인정되고 상대방은 행위자가 그것을 대이인으로 한 것임을 알 수도 없었던 경우에만 대이에 관한 규정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하는 한 행위자에게 대이권이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_ 그러면 그와 같은 경우에 대이규정이 직접적용되는가 유추적용되는가? 여기에 관하여 우리 학설의 태도는 불분명하다.주38) 그에 비하여 독일에서는 직접적용설주39) 과 유추적용설주40) 이 대립하고 있으며, 후자가 다삭세이다. 유추적용설에 의하면, 그 경우에는 행위자가 타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다는 표시가 없고 오히려 스스로 타인이라고 표시했기 때문에 대이법이 직접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주41) 그에 비하여 직접적용설을 취하는 대표적 학자인 Flume에 의하면,주42) 대이의 경우에는 대이인이 행위를 하지만 규율(Regelung)로서의 법율행위는 본인의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이에 있어서는 오로지 행위자의 표시로부터 법률행위가 본인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생기는지만에 좌우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에는 대이의 법적 현상(Rechtsfigur)은 대리행위의 경우에 대리인과 본인이 상이한 사람으로서 드러나는 것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율이 대이에 대하여 타인 명의로(in fremdem Namen) 행위하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에 그것은, 대이인의 표시로부터 법율행위가 본인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생겨나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나 대리인이 본인 이름으로써 표시하거나 그 밖에 다른 방법으로 본인으로 칭하는 때에는 타인 명의로 한 행위에 있어서처럼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며, 따라서 「타인 명의하의 행위」와 「타인 명의로 한 행위」 사이에는 「개념적인」 차이가 승인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타인 명의하의 행위에 있어서는 자신의 명의로 한 행위 또는 타인 명의로(명의인의 명의로) 한 행위만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주43) 생각컨대 유추적용까지도 부인하지 않는 한, 직접적용하든 유추적용하든 결과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논의는 실제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방법에서는 다르기 때문에 논의의 필요성은 있다고 할 것이다. 만약 대이의 본질에 관하여 대이인행위세을 취하는 때에는, 행위자가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 대하여 대이규정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이인행위세의 입장에서는 대리인의 행위는 결코 본인의 행위가 아니므로 그것이 본인의 행위로 되려면 대리의사가 표시되어야 하는데, 대이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주44) 따라서 본인의 행위로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무효라고 하면 심히 거내에 반한다거나주45) 또는 그러한 경우의 이익상태가 대이에 있어서와 같다는 등의 이유로주46) 대이규정의「유추적용」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주47) 그러나 사견으로는 대이인행위세에 반대한다. 오히려 대이(임의대이)의 경우에는, 대리인이 행위는 하지만 그 행위의 결과로서의 법율행위 즉 규율로서의 법율행위는 본인의 것이라고 하여야 한다.주48) 사적자치의 원칙상 각 개인은 자기결정에서 법율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법질서가 일반적으로 대이를 승인하는 경우에는, 그것은 각 개인이 자기결정에서 타인에게 자신을 위하여 법적으로 효력이 있어야 하는 것에 관하여 규율할 권한을 수여할 수 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대이는 사적자치와 모순되지 않고 반대로 그것의 수미일관적인 실항의 하나이다.주49) 왜냐하면 대이인은 본인을 위하여 행위하고 또 그에 관하여 수권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이행위가 본인에게 효과를 발생하는 것은 대이인의 대이의사 때문이 아니고 대이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법률관계를 형성하게 하려고 하는 본인의 자기결정 때문이다.주50) 따라서 대이의 경우에는 행위자의 법율행위가 그의 표시에 의하여 본인에게 귀속되어야 하는가만이 문제되며 현명은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입장에서 본다면, 대리인(행위자)이 직접 본인 명의를 사용한 경우에도 그 행위가 본인의 행위로 인정되어야 하는 때에는 대이행위라고 하여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 행위자에게 대이권이 없다면 무권대이로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법율행위를 한 경우에 요점은 그 법률행위가 행위자와 명의인가운데 누구의 것이냐(즉, 당사자가 누구인가)를 결정하는 데 있다. 주38)
Thiele도 Munchener Kommentar, a.a.O., §164 Rn.36에서 이와 같은 Flume의 견해에 동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명의 원칙은 누가 상대당사자가 되는가에 대한 상대방의 확실성이익에 이바지 한다. 만일 이 상대당사자가 충분히 결정된 경우에는, 행위자와 행위당사자가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한 현명에 더 이상 좌우되지 않는다. 타인 명의하의 행위의 문제는 오직 행위 당사자의 일의적인 결정만이다: 행위자 자신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대리의 본질에 관하여 대이인행위세을 취하고 있고(곽윤직, 앞의 책, 441-2면; 김증한, 앞의 책, 268면; 김기선, 앞의 책, 276면; 장경학, 앞의 책, 523면; 이태재, 앞의 책, 272면; 김룡희, 앞의 책, 355-6면; 이근식, 앞의 책, 146면; 반대 이영준, 앞의 책, 433-5면; 김주수, 앞의 책, 339면) 유효한 대리행위가 존재하기 위하여 대이의사의 표시를 요구하는 우리의 통세이 대리인이 본인 자신이 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행한 법률행위도 대이의사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한 유효한 대이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논리의 일관성이 없다. 동지 이영준, 앞의 책, 547면.
_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에 있어서 누가 행위당사자로 되는가는 법율행위의 해석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주51) 그런데 법율행위의 해석, 특히 그 방법에 관하여는 필자가 이미 자세히 연구한 바가 있다.주52) 그러므로 여기서는 재론을 하지 않고, 단지 그 이론을 적용한 결과만을 정리하기로 한다. 우선 행위자 또는 명의인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하는데 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falsa demonstratio non nocet(잘못된 표시는 해가 되지 않는다) 원칙주53) 에 준하여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되어야 한다.주54) 만일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가 확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이제 규범적 해석을 하여야한다. 즉, 구체적인 경우의 제반사정 위에서 합리적인 인간으로서 상대방이 행위자의 표시를 어떻게 이해했어야 하는가에 의하여 당사자가 결정되어야 한다.주55) 행위자의 내적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단지 대이행위의 취소가능성에 대하여만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방법에 의하여 해석한 결과, 법율행위가 행위자 자신의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명의인표시는 이름의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여 명의인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발생하지 못하고, 따라서 명의인은 추인에 의하여 법율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킬 수도 없다. 그것은 대이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여 명의인의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이행위가 되므로 거기에 대이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 행위자에게 대이권이 없는 때에도 차이가 없다. 아래에서 행위자 자신의 행위로 되는 경우와 명의인의 행위로 되는 경우를 나누어, 그러한 경우의 예와 그 효과에 대하여 부연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주51)
(1) 행위자 자신의 행위인 경우 _ 행위자가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가 행위자 자신의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이 일치하여 행위자를 당사자로 생각한 때에 그렇다. 즉, 행위자가 비록 타인 이름을 사용하여 법율행위를 하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하여 행위하려고 하고 상대방 또한 그렇게 이해한 때에는, 법율행위는 실제의 행위자에 대하여 성립한다. 그리고 대화자 사이에 행하여진 법율행위도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한다.주56) 특히 고용·임대차·조합계약처럼 계약당사자의 인적 성질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계약에 있어서, 상대방이 직접 대화를 하고 그것만을 기초로 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렇다.주57) 우리의 판예 가운데 임차인이 타인 이름을 써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실제로 계약을 체결한 자를 임차인으로 파악한 것주58) 은 이런 관점에서 타당하다. 나아가 행위자의 이름이 법률행위의 상대방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경우에도 행위자 자신의 법률행위가 성립한다.주59) 예컨대 호텔의 숙박계약을 맺음에 있어서 다른 이름을 기재한 경우, 어머니가 행운권이나 복권에 딸의 이름을 기재한 경우, 문제 맞추기 현상퀴즈에서 다른 이름으로 두번째의 해답을 적어 보낸 경우, 일상생활에서의 현금거래에서 다른 이름으로 행세한 경우, 가명이나 예명 또는 실제 인물의 이름이 아님을 모두가 아는 이름(동방삭, 김선달 등)을 쓴 경우에 그렇다. 주56)
_ 이와 같이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가 행위자 자신의 행위로 인정되는 때에는, 법율행위의 효과는 당연히 행위자에게 귀속한다. 그 때에는 대이법의 적용은 문제되지 않는다. 사용된 이름을 가진 자가 혹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는 법율행위로부터 아무런 권리도 취득하지 못하며, 추인(민법 제130조 참조)에 의하여 그 법률행위의 효과를 자신에게 발생하게 할 수도 없다.주60) 주60)
(2) 명의인의 행위인 경우 _ 행위자가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가 명의인의 행위로 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이 일치하여 명의인을 당사자로 생각한 때에 그렇다. 즉, 행위자가 명의인을 위하여 법율행위를 하려고 하고 상대방도 직접 마주 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름으로 익히 알고 있는 명의인과 법률행위를 하려고 하는 때에는, 법률행위는 명의인에 관하여 성립한다. 상대방이 행위자를 명의인으로 잘못 생각한 사정은 해가 되지 않는다(falsa demomtratio non nocet 원칙에 준함).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더라도(즉, 행위자가 스스로를 위하여 행위하였을 경우) 행위의 성질상 또는 제반사정상 상대방이 명의인과 법률행위를 하려고 했으리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명의인의 행위가 존재한다. 특히 신용행위 또는 계속적 거내관계의 설정에 있어서 그렇다. 가령 무자역자인 갑이 신용있는 을의 이름을 사용하여 대김을 후에 치르기로 하고서 병으로부터 상품을 매수하였는데, 병은 갑이 을이라고 믿고 있었던 경우가 그 예이다. 그리고 행위가 서면이나 전보로 행하여진 때에도 원칙적으로 명의인의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다.주61) 어떤 자가 어음에 타인의 기명날인을 하는 경우와 우리 판례가 명의신탁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경우주62) 가 그 예에 해당한다. 대화자 사이의 행위라 할지라도 예외적으로 명의인의 행위로 될 수 있다. 가령 본고 모두에서 예거한 바 있는, 전화로 이웃 사람 이름으로 음식을 주문한 경우, 그리고 판예가 대이법의 적용을 문제삼은 경우주63) 가 대체로 그렇다. 판예의 예를 좀 더 살펴보면, 귀속재산을 관계당국과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있었던 불재자의 이름으로 매수한 경우는 명의인의 행위로 보아야 하며, 따라서 그에 관한 판례주64) 는 부당하다. 그밖에 기명식예김의 당사자와 주식인수인에 관한 판예주65) 에도 의문이 있다. 주61)
_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가 명의인의 행위로 되는 경우에는 대이에 관한 법률규정이 적용된다. 타인 명의를 사용한 자에게 대이권이 있는가는 묻지 않는다. 그리하여 대이권이 있는 때에는 민법 제114조에 의하여-행위자가 아니고-명의인이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한다. 이 때의 행위는 본인의 이름으로 한 행위, 즉 대이행위에 해당한다. 타인으로부터 그의 명의의 사용을 허락받은 때에도 유권대이의 경우와 같다고 하여야 한다. 따라서 판예가 명의신탁의 성립을 인정한 경우들에 있어서는 법율행위의 효과는 모두 명의인에게 귀속하게 된다. 그에 비하여 타인 명의 사용자에게 대이권이 없는 때에는 명의인의 행위이기는 하되, 무권대이가 된다. 그 결과 그 때에는 명의인은 법률행위에 당연히 구속당하게 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민법 제130조에 의하여 무권대이행위를 추인할 수 있다. 명의인의추인이 없는 경우에는 행위자는 민법 제135조에 의하여 상대방의 선택에 좇아 이행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 그 외에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표견대이에 관한 규정도 적용되기 때문에, 표견대이로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그 요건을 입증하여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우리 판예는-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민법 제126조와 같은 표견대이규정의 적용을 부인하고 그 유추적용만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는 결과에서는 타당하지만 이론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론적으로도 올바르게 하려면 표견대이규정이 거기에 직접 적용된다고 하였어야 한다. _ 행위자가 단지 타인의 명의를 빌려서 행위하였을 뿐이어서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채무도 행위자가 이행하였을지라도, 명의인의 행위로 인정되는 한, 법율행위에 기한 권리는 명의인만이 취득한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에는 명의인으로부터 행위자(배후자)에의 권리이전절차가 필요하다. 그 절차로는 법율행위(채권행위·물권행위·준물권행위)를 하고 등기와 같은 그 밖의 요건을 갖추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의 법율행위는,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는 한, 신탁해지는 아니다.
(3) 행위자 및 명의인의 행위인 경우 _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행한 법율행위가 그 해석상 행위자의 행위임과 동시에 명의인의 행위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법적 거내에서 이름은 중요한-물론 가장 중요하지는 않은-동일성의 표지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법율행위의 상대방은 이름보다는 그의 특별한 성질을 더 중요시한다. 그런데 요구된 성질이 행위자와 명의인의 양자에 분할 귀속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취업을 위하여 자기 이름을 사용하여 지원서와 이력서 그리고 각종 증명서를 제출한 어떤 자가, 그 뒤 면접시험에 자기의 유능한 친구를 보내 자기 이름으로 행동하도록 하고 그 결과 특별히 좋은 인상을 심어주게 되어 채용된 경우에는, 지원자나 그의 친구가 채용될 수도 있고 또 모두 채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주66) 채용결정이 제출된 서류 등에 좌우된 때에는 민법 제110조 또는 제109조의 취소의 유보하에 지원자(명의인)가 채용된다. 그에 비하여 두 표준이 동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계약은 명의인(지원자)과 행위자(면접한 친구) 누구와도 유효하게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율행위가 「행위자 및 명의인의 행위」이다. 그것은 무효이다. 그러나 행위자에게 아무런 책임도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때에는 민법 제135조가 유추적용되어야 한다.주67) 그 밖에 행위자는 계약체결상의 과실 또는 불법행위책임도 부담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