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사 39 - 한국사 속의 고리대(네이버캐스트 2012.7.4일자에 올린글)

[김용만]

인류의 삶을 괴롭게 하는 요인으로는 가뭄이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 전염병의 창궐, 과도한 세금이나 노역, 전쟁 등을 들 수 있다. 아울러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고리대(高利貸) 역시 여러 이유로 궁핍해진 서민들의 삶에 또 다시 큰 피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인류의 삶을 괴롭게 만든 것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규제의 대상이 된 고리대

돈이나 식량 등 각종 재화(財貨)를 빌려주거나 빌리는 대차(貸借- 꾸어 주거나 꾸어 옴) 관계는 경제 활동에 있어 매우 흔한 일이다. 이때 빌리는 자가 빌려준 이에게 재화를 사용한 대가로서 원금에 추가로 지불하는 것이 이자(利子)다. 적정한 이자는 대차관계를 원활히 이루어지게 하여 경제 활동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이율의 고리대는 빌리는 자의 경제적 파산을 초래할 수 있고 국가 경제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늘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는 적정 이자율을 정하고, 이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 고리대금업자를 처벌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리대가 역사에 등장한 이후, 그것은 결코 사라진 적이 없었다.

진대법과 이자

한국사에서 대표적인 고리대 제도로 언급되는 것은 19세기 조선의 환곡(還穀) 제도다. 나라에서 곡식을 백성에게 빌려주고 되돌려받는 환곡제도의 시원은 삼국시대로 올라가 찾을 수 있다. 서기 194년 고구려에서는 고국천왕(故國川王, 재위: 179~197)과 을파소(乙巴素)에 의해 진대법(賑貸法)이 시행되었다. 매년 3〜7월에 관가의 곡식을 서민들에게 대여하였다가, 10월에 되돌려 받는(還納) 제도인 진대법은 백성을 구제하는 대표적인 구휼(救恤)제도로 손꼽힌다. 진대법에서 진(賑)은 가난한 자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뜻하지만, 대(貸)는 식량을 빌려주었다가 되돌려 받는 것을 뜻한다. 진대법은 환곡제도와 달리 대개 무이자로 빌려준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백성들에게 곡식을 빌려주기 위해서는 각종 행정 업무와 창고 유지 비용이 소모되며, 곡물의 훼손 등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한다. 또한 빌려간 곡식을 갚지 못하고 도망가는 자들도 생기기 때문에, 진대법을 시행하게 되면 나라의 창고에서 계속 곡식이 빠져 나가게 된다. 따라서 무한정으로 백성들에게 진대법을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669년 2월 신라 문무왕(文武王, 재위: 661~681)은 고구려를 멸망시킨 것을 기념하여 죄인을 용서해주는 등 백성들을 위해 “가난하여 남의 곡식을 빌려 먹은 자로서 작황이 좋지 않은 곳에 사는 자는 빌린 곡식(本穀)과 이자를 반드시 갚지는 않아도 되게 할 것이며, 만약 작황이 좋은 곳에 산다면 금년 추수 후에 빌린 곡식만 갚고 이자는 갚지 않아도 되게 하라.”고 해당 관청에 지시했다.

신라에서도 관청에서 백성들에게 곡식을 빌려주고 있는 제도가 있었던 것이다. 나라에서 백성들에게 곡물을 내어주는 경우는 크게 진대(賑貸)와 진휼(賑恤)로 구분된다. 진대는 추수 후에 갚는 것이지만, 진휼은 흉년으로 인해 백성들이 굶주릴 때 식량과 의복 등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준 것을 되돌려 받을 의도가 없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문무왕의 조치는 진대한 것의 일부를 진휼로 전환시켜 백성들에게 혜택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백제 좌관대식기 목간

신라 백성들이 곡식을 관청에서 빌릴 때에는 이자를 갚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는 고구려의 진대법과 분명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이 백제의 대식(貸食)제도이다.

백제 시대에 좌관이라 불리는 관청에서 곡식을 빌려준 사실을 기록한 목간 ‘좌관대식기’. 백성들에게 5할의 이자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부여 쌍북리 280-5번지에서 길이 81㎝, 너비 2.3㎝, 두께 0.6㎝인 ‘좌관대식기(佐官貸食記)’라는 제목이 적혀 있는 목간(木簡)이 발견된 바 있다. 좌관대식기는 618년(혹은 558년) 6월에 좌관(佐官)이라 불리는 관청(또는 관리)에서 고순몽(固淳夢) 등 10명에게 곡식(食)을 빌려준(貸) 것을 적은 기록이다. 해석에 있어서 다소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관청에서 일반인들에게 곡물을 빌려준 후, 돌려받을 때는 5할의 이자를 추가로 더 받은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고대 중국이나 일본도 나라에서 서민들에게 곡물을 빌려주고 받는 이율이 5할이었다. 나라에서 곡식을 빌려주는 시기는 먹을 것이 부족한 봄철 춘궁기(春窮期)이고, 되돌려 받는 시기는 곡물을 수확하는 가을이다. 춘궁기에는 곡물 가격이 비싸고, 수확을 한 가을에는 곡물 가격이 싸다. 따라서 5할의 이자가 결코 고리대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일본의 경우 춘궁기에 나라에서 곡물을 5할에 빌리는 것이 특혜로 취급되기도 했다. 5할에 빌린 곡물을 더 높은 이자를 받고 다른 이에게 빌려주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인데, 백제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백제의 대식제는 이자를 받아 곡물을 빌려주고 이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고구려의 진대법과는 다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의 고리대

고려에서는 경종(景宗, 재위: 975~981) 5년(980년) 4월에 쌀과 베(布)의 이식(利息- 이자)을 정하여 쌀 15말(斗)에 이식을 5말(斗)로, 베 15척(尺)에 이식을 5척(尺)으로 하는 것을 일정한 법식(法式)으로 삼은 바가 있었다. 이를 1년 이자율로 따지면 33.3%에 해당된다. 고려에서는 이보다 높은 이자는 고리대로 취급해 여러 제약을 가했다.

[고려사] <식화지(食貨志)>의 ‘차대(借貸)’ 편에는 정부에서 백성들에게 이자를 받는 규정이 여러 차례 변해왔음을 기록하고 있다. 982년 성종(成宗, 재위: 981~997)은 민간에서 차대하여 이자를 받는 자는 원금과 이자가 같게 되면 그 이상 이자를 받지 말라고 명하였다. 1043년 정종(靖宗, 재위: 1034~1046)은 쌀이나 베를 꾸어간 자가 사망했을 시, 죽은 뒤에 징수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1047년 문종(文宗, 재위: 1046~1083)은 자모정식(字母停食)법을 제정하였는데, 1년에 33.3%의 이자를 받는 것을 기준으로 3년에 2배를 받되, 4년째는 이자를 받지 못하고 5년째에 원금의 3배를 받는 것으로 그치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이자 제한법은 민간은 물론 관청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1312년 충선왕(忠宣王, 재위: 1274~1308)과 1318년 충숙왕(忠肅王, 재위: 1313~1330, 복위: 1332~1339) 등이 자모정식법에 의해 이자를 제한하여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을 금지하라고 명을 내린 바가 있었으나, 이 역시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고리대를 이용한 수탈

1188년 무신정권 시기에 힘을 가진 자들이 빈약한 백성들에게 대여를 해주고, 이를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성들이 가진 예전부터 전해오는 토지(丁田)를 강제로 빼앗아 가난한 자들이 더욱 더 가난해지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명종(明宗, 재위: 1170~1197)은 이를 금지하라는 명을 내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도가 더 심해져, 1318년 충숙왕 때에는 이익을 탐하는 자들이 이자를 한없이 증가시켜 가난한 자가 이자를 갚기 위해 아내와 자식을 팔고도 갚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1345년 충목왕(忠穆王, 재위: 1344~1348) 때에는 벼슬아치들이나 권세가들이 장리(長利- 곡식을 빌려주고 50%의 이자를 받는 것)라는 명목으로 평민에게 빚을 주고 문건을 마음대로 고쳐서 이자에 이자를 낳게 하는 복리로서 이득을 취하며, 묵은 빚이 있다는 이유로 양민들을 협박하여 노비로 만들어 부리기도 했다.

고리대와 보

고려시대에는 기금을 조성하여 그 이자를 이용해 공적사업에 사용하는 보(寶)가 있었다. 일종의 장학재단인 학보(學寶)를 비롯해, 빈민구제를 목표로 만들어진 제위보(濟危寶), 자연재해에 대비한 상평보(上平寶), 그리고 불교와 관련된 경보(經寶- 불경 간행), 광학보(廣學寶- 승려 장학재단), 팔관보(八關寶), 사원보(寺院寶) 등이 그것이다. 고리대는 근대적인 산업자본이 성립되기 이전에 있었던 고리대자본 (高利貸資本- 화폐를 고리로 대부를 통해 이익을 얻는 자본의 형태)을 형성하게 한다. 고려의 보(寶)는 고리대자본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기금이 넉넉히 조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자만으로 운영을 하다 보면 자연히 높은 이자를 받아 사업을 늘리고자 하는 욕망이 생겨나므로, 차츰 고리대를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각종 보를 운영한 불교사원에서도 양민들에게 고리대를 받다가 심지어 그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사원의 노비로 만들기도 했다. 이런 폐단도 있었기 때문에 982년 최승로(崔承老)는 성종에게 올린 시무28조 가운데 6조에서 사찰에서 백성들에게 이자를 받아 괴롭히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조선의 의창과 사창

고려는 건국 후 흑창(黑倉)이라 하여 춘궁기에 농민에게 곡식을 대여하고 추수 후에 회수하는 제도가 있었다. 986년 진대하기 위한 곡식 1만 석을 보충하여 의창(義倉)이라 하고, 여러 지방에 널리 설치하였다. 의창에서 빌려주는 곡식에는 이자가 없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의창의 손실은 연호미(煙戶米)란 이름의 세금을 거두어 충당했었다.

이 제도는 조선시대에도 계승되어 1392년에 설치되었다. 의창의 곡식은 배고픈 백성들에게 대여해주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시 돌려받기로 한 것이었다. 나라의 곡식을 받은 자가 이를 되돌려주지 못할 경우에는 토지를 팔거나 친척에게 청구하여서라도 징수토록 되어 있었지만, 빌려준 곡식을 전액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의창의 곡식은 계속해서 감소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에서는 군대에서 쓸 곡식인 군자곡(軍資穀)을 이용해 의창의 부족분을 계속해서 충당했다. 하지만 비상시를 위한 군자곡에서 지속적으로 의창의 곡식을 충당할 수는 없었다.

1423년 9월 호조(戶曹)에서는 의창의 곡식이 계속해서 줄어드니, 손실을 메우기 위해 빌려준 곡식에 3%를 추가해 받자고 세종(世宗)에게 건의했다. 추가로 더 받는 것을 모곡(耗穀)이라고 했는데, 이자가 아닌 유통과정에서 줄어든 곡식을 채우기 위해 것이었다. 하지만 백성들에게는 이자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결국 모곡을 받는 것은 백성에게 폐단이 있다는 이유로 2년 만에 폐지되었다.

그러나 의창의 곡식 부족 문제는 계속 남았기에, 결국 세종은 1451년 민간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사창(社倉)을 설치하게 했다. 사창은 의창과 달리 이자를 공식적으로 징수함으로써, 곡식이 줄어드는 문제를 방지했다. 사창의 초기 이자는 1할이었으나, 차츰 2할 이상으로 올라갔다. 게다가 추가로 징수한 모곡은 국가재정이 아니라, 지방 수령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이렇게 징수된 모곡은 국가 재정에서 지출되어야 할 부분을 관리들의 재량에 의해 대신 관아의 비용으로 사용되거나, 수령의 접대비 등에 사용되었다.

왕실과 관리가 앞장선 고리대의 수탈

그런데 사창은 여러가지 폐해가 드러나, 1470년에 폐지되고 말았다. 때문에 일반 백성들은 양반관리나 내수사(內需司)에서 곡식을 빌렸다. 내수사는 궁중에서 사용하는 쌀이나 옷감, 잡물과 노비 등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는 관청으로, 궁중의 재정 확보를 위해 설치된 기관이다. 그런데 내수사가 일반 백성에게 곡식 등을 빌려주고 장리(長利)를 받아 재정을 늘려갔다. 왕실과 대신들이 앞장서서 고리대의 주체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내수사에서는 빌려준 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그 이웃이나 친족에게 물리어 징수하고, 억지로 말과 소, 전답을 팔게 해 이자를 거두었다. 심지어 내수사에서 일하는 노비조차 내수사를 빙자(憑藉)하여 자신의 곡식을 가지고 이익을 취하기도 하고, 장부를 마음대로 더하고 빼서 백성을 괴롭히기도 했다.

1470년 호조에서 내수사 장리의 폐해를 처음 보고하자, 성종(成宗, 재위: 1470~1494)은 왕실이 앞장서서 고리대 사업을 하는 것이 백성에게 민폐가 됨을 인식하고 내수사의 고리대 혁파에 나섰다. 하지만 내수사는 왕실의 재정과 관련된 기관이었다. 결국 1482년 11월 성종은 왕실의 비용 충당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내수사에서 장리를 받는 것을 다시 허락했다. 백성을 위해 없앴던 장리를 왕실의 이익을 위해 다시 회복시킨 만큼, 신하들의 비난이 컸다. 이에 성종은 개인 간의 이자는 50%인데, 내수사의 이자는 30%로 보통보다 낮다고 변명했다.

왕실이 고리대로 재물을 모으는 만큼, 관리들 역시 고리대를 활용해 재물을 모았다. 세종 초기 영의정을 지낸 유정현(柳廷顯, 1355〜1426)은 악질적인 장리로 재물을 축재한 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하인 가운데 장리를 철저히 징수한 자에게 상을 주기도 하였는데, 장리로만 7만여 섬을 축적했다고 한다. 백성들이 비록 죽어도 영의정의 장리는 다시 먹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다.

고리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

서민들이 무서운 고리대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재해 등으로 흉년이 들어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였다. 국가에서 운용하는 의창이나 사창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는 행운이었다. 유정현 이후 조선의 대신들은 장리를 놓을 곳을 전국에 설치하고 강제로 장리를 이용하도록 협박하기도 했고, 장리를 갚지 못할 경우에는 토지와 가옥을 강탈했다. 조선시대 장리의 이자율은 50%였지만, 3월초에 빌려 10월말에 갚을 때 이자를 낸다고 한다면, 연 85%에 해당하는 높은 고리대인 셈이다.

1746(영조 22)년에 편찬된 [속대전(續大典)]에서는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20%의 이자율을 넘지 못하게 규정하고, 이자를 본전과 같게 거두는 자를 몽둥이(杖) 100대의 중벌로 다스리도록 규정하였다. 하지만 관청이나 관리들부터 지키지 않은 이 법은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1678년 이후부터 널리 사용하게 된 화폐로 인한 폐해였다. 1718년 정언(正言) 유복명은 숙종(肅宗)에게 다음과 같은 상소를 올렸다.

“부잣집에서는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빌려주는데, 춘궁기(春窮期)에는 1백 전(錢)의 빚을 내어야 겨우 쌀 한 말의 식량을 얻을 수 있지만, 가을에 이르러서는 몇 말의 쌀을 가져야 겨우 1백전의 빚을 갚을 수 있습니다. 그 갑리(甲利- 2배로 받는 이자)까지 논한다면 빌려 준 것은 1말인데 갚는 것은 6〜7말에 이릅니다. 만약 곡식으로 빌려 주고 곡식으로 갚게 한다면, 이식(利息)이 갑절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서 나라의 백성들이 모두 화폐를 혁파하기를 원합니다.”

조선후기에는 50% 이자인 장리가 아니라, 100%이자인 갑리가 문제였다. 게다가 화폐로 빚을 지면 장리인 경우 3배 이상, 갑리인 경우 6〜7배의 곡물을 팔아야 갚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정도의 고율(高率)의 이자는 예외적인 것이었다. 조선 후기에 국가가 빌려주는 쌀, 포, 은, 돈의 이자율은 1할, 민간에서는 쌀은 5할, 은, 돈, 포는 2할로 빌려주는 것이 법에서 정한 이자율이었다. 하지만 조선후기에 확산된 화폐 유통으로 인해, 이자 제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또 1727년 영조(英祖, 재위: 1724~1776)는 곡식으로 빌려 준 것을 돈으로 받을 수 없게 하여, 이자를 추가시키는 병폐를 막고자 했다.

환곡의 폐해

조선은 일본, 청과의 전쟁으로 인해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자, 국가에서 백성들에게 빌려주고 되돌려 받는 환곡(還穀)으로 관청의 재정확보를 하고자 했다. 법으로 정한 이자율은 10~20%였지만, 환곡은 3할 이상을 받았다. 비변사, 호조, 균역청 등 각 관청과 지방 관청 등에서는 저마다 환곡을 통해 관청의 비용을 충당했다. 국가 재정의 절반은 세금에 의존하고, 나머지 절반은 환곡에 의존할 정도로 환곡은 가난한 백성을 구휼하는 의미가 거의 사라지고, 이자놀이를 하는 제도로 변했다. 게다가 일정한 수입을 얻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백성들에게 대여하고, 강압적으로 돌려받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조선후기 삼정(三政, 환정- 환곡징수, 군정- 군포징수, 전정- 토지세)의 문란 가운데서도 환곡이 가장 극심했다. 특히 19세기 세도정치 시기에는 뇌물을 바쳐 관리가 된 자들이 자신들이 관리가 될 때 사용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곡식을 빌려주면서 높은 고리대를 받아냈다.

1785년 영남지방을 돌아보고 온 암행어사 이시수(李時秀, 1745~1821)는 왕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수십여 년 동안 빚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아, 처음에 어떻게 빚을 졌는지도 모르고, 할아버지, 아버지의 이자와 빚을 갚는 이들도 많습니다. 빚을 갚지 못해 관청에 끌려간 자들이 감옥에 가득하고, 매를 맞는 죄인이 뜰에 꽉 차있어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기색과 울부짖는 소리가 촌락마다 가득합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은 이자를 받지 않고, 원금을 분할 상환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책이 제대로 실행될 수는 없었다. 이자를 받지 않으면 당장 관청의 재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고리대와 민란(民亂)

19세기 조선에서는 전국적으로 많은 민란이 발생했다. 1811년에 일어난 홍경래의 난(洪景來-亂)과 같이 지방차별이 표면적인 이유인 민란도 있었지만, 1862년 진주민란등 많은 민란은 환곡을 비롯한 삼정의 문란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 기후가 불순해져 기근이 자주 들었던 19세기 조선의 농민들은 환곡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환곡을 돌려받을 때 관리들이 부가하는 엄청난 고리대는 백성들의 불만을 크게 고조시켰다. 고리대를 못 갚아 감옥에 가서 매를 맞거나, 재산을 빼앗기고 남의 노비가 될 바에는 차라리 고리대를 받는 관리와 싸우겠다는 것이었다. 조선 후기 고리대는 백성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던 것이다.

조선 고리대자본의 한계

고리대는 백성들에게 많은 폐해를 끼쳤지만, 근대 이전에 있어서 자본을 형성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의 하나였다. 하지만 조선에서 고리대를 놓은 자들은 대개 부유한 관리들이나 관청이었다. 고리대로 축적된 자금을 빌려 어업이나, 광업, 상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농업 외에 다른 산업이 발전하지 않은 조선에서 고리대로 축적된 자금은 관리들의 뇌물과 향락에 사용되거나, 부족한 국가재정을 메우는 데 사용되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고리대로 축적된 자본이 근대적인 금융자본이나 산업자본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참고문헌: 마석한, [17〜8세기의 고리대활동에 대하여], [경주사학] 8집, 1980; 서길수, [고려시대의 借貸관계 및 이자에 관한 연구], [국제대학논문집] 9집, 1981; 문용식, [17〜18세기 사창을 통한 지방관의 재정보용사례], [경주사학] 8집, 1989; 권영국, [14세기 전반 개혁정치의 내용과 그 성격], [역사와현실] 7집, 1992; 최승희, [조선후기 고문서를 통해 본 고리대의 실태], [한국문화] 19집, 1997; 윤상덕, [이자규제의 역사적 고찰 및 개정 이자제한법의 방향], [법학연구] 44집, 2011; 이용현 외, [백제 “좌관대식기”의 세계],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세미나 자료집, 2009; 노중국, [백제사회사상사], 지식산업사, 2010.

글 김용만 /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

글쓴이 김용만은 고구려를 중심으로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삼국시대 생활사 관련 저술을 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한국고대문명사를 집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 [세상을 바꾼 수레], [새로 쓰는 연개소문전], [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등의 책을 썼다.

발행일 2012.07.04

[이정기]

고리대가 금융자본, 산업자본으로 확장되지 않았다곤 하지만 고리대 그 자체의 성격상 금융업의 시초였다고 볼 여지는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