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札幌)역을 출발한 일본 최북단역 왓카나이(稚内)행 특급열차 소야(宗谷). 열차는 중간의 아사히카와(旭川)역에 도착한 후, 소야 본선(宗谷本線)에 진입하여 남은 3시간 반 가량을 달리게 됩니다. 이번 편은 아사히카와역을 떠난 이후 환승노선이 나오지 않는 '나홀로 본선'인 소야 본선의 주요 역들을 짚어가는 편이 되겠네요.(물론 다음편도ㅋㅋ)
아사히카와역을 출발하자마자 남쪽으로 후라노선(富良野線)이, 다다음 역인 신아사히카와(新旭川)역에서 동쪽으로 세키호쿠 본선(石北本線)이 갈라져 나간 후, 소야 본선 열차는 정말 다른 아무 노선과도 만나지 못하는 외로운 길에 나섭니다. 과거에는 소야 본선에서 갈라져 나오는 몇몇 노선들이 있긴 했는데... 수요 부족으로 전부 폐선되어 지금처럼 된 것인데요.
일단 신아사히카와역의 다음역인 나가야마(永山)역에 잠시 정차한 특급 소야. 하지만 승객이 타고내리는 것은 아니고 마주오는 열차를 비켜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사히카와역 이후의 첫번째 정차역인 왓사무(和寒)역에 도착. 뭔가 귀여운 어감에 더불어... 추운 북쪽 동네인 홋카이도답게 역이름에도 찰 한(寒)이 들어가 있는게 인상적인 역명인데요. 실은 이 이름 또한 아이누어 유래로 난티나무의 곁이라는 뜻의 wat-sam에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런줄도 모르고 동네가 얼마나 추우면 역이름부터가 '앗 추워' 이러고 있나 하고 생각했었네요ㅋㅋ
왓사무역을 출발해 다음 역으로 향하는 열차.
이번에는 인구 약 17,000명의 작은 도시, 시베츠시(士別市)의 중심역인 시베츠(士別)역에 도착합니다. 역명은 아이누어로 '큰 강'이라는 뜻의 si-pet에서 유래하였는데요. 이곳을 흐르는 두개의 강이 합쳐져 큰 강인 테시오 강(天塩川)이 되는 모습으로부터 지어진 이름이 아닌가 하고 보고있습니다.
시베츠역에서 마주보게 되는 왓카나이발 아사히카와행 특급열차 사로베츠(サロベツ). 삿포로역까지는 안가고 아사히카와역까지만 가는... 소야의 단축형 열차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시베츠역의 다음 정차역에 도착. 창 밖으로 아사히카와행 보통열차가 정차해있는 모습을 보고 급하게 촬영해 보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열차 찍기가 쉬운건 아니었네요.
이번 역은 나요로(名寄)역입니다. 왓카나이에 도착하기 전에 머무르는 마지막 시(市)인 나요로시(名寄市)의 중심역으로, 역명은 나요로 강(名寄川)과 테시오 강(天塩川)이 합류하는 모습에서 '강가에 있는 하구'라는 뜻의 nay-or-putu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그렇게 열차 편수가 많지 않은 소야 본선에서도, 나요로역을 기점으로 이후의 구간은 열차 편수가 더욱 줄어듭니다. 그말은 아사히카와역에서 출발해 이 역을 종점으로 하는 열차가 몇편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습니다.
실제로 나요로역의 왓카나이역 방면 시각표를 보면 여느 역들처럼 매 시간 열차가 있는것이 아니라 7, 9, 14(2회), 16, 19시의 칸에만 열차가 6회 있는 것(그마저도 2회는 특급이니...)을 볼 수 있으니, 제가 옛날에 했던 청춘18티켓 보통열차 여행이라도 하려고 하면 상당히 까다로운 구간이 될 것 같군요.
나요로역을 출발하여 바라보는 바깥풍경.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계속해서 비가 오고 있습니다.
특급열차의 객차의 모습도 한번 촬영해봅니다. 평일인 금요일이었는데도 생각보다는 승객이 좀 있네요.
이번에 만나볼 역은 비후카(美深)역. 인구 3,800명이 사는 비후카정(美深町)에서 여객을 취급하는 3개의 역중에, 당연하지만 가장 큰 역인데요. 돌이 많은 장소라는 뜻의 piwka가 지명의 유래로, 이곳에 흐르는 테시오강변에 자갈밭이 많아 그렇게 이름이 붙은 듯.
특급열차에 오랫동안 타있으면서... 앉아서 쉬다가... 바깥구경 하다가... 역 도착 안내방송이 들리면 헐레벌떡 하고 출입문 옆에서 기다리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객차에 같이 앉아있던 사람들이 보기엔 안내방송이 나올때마다 내릴것처럼 나가더니 다시 돌아오고, 그걸 계속 반복하는 이상한 놈이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ㅠㅠ
열차는 오토이넷푸(音威子府)라는 이름의 역에 도착합니다. 아사히카와역을 출발해 129.3km지점. 이제 대충 절반정도 왔습니다ㅋㅋ
오토이넷푸역이 있는 오토이넷푸촌(音威子府村)은 인구 632명(2023.10.31. 기준)으로, 다른 도시 같으면 인구를 대충 반올림해서 적었을텐데 이 동네는 그러지도 못할 정도로... 홋카이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방자치단체가 되겠습니다. 여담으로 오토이넷푸촌에는 4개의 철도역이 있고, 이 역은 중심역이라 가장 크고 특급열차도 정차합니다ㅎㅎ
역명도 4글자의 한자를 쓰는 범상치 않은 이름인데요. 하구의 탁해져 있는 강이라는 의미의 아이누어 o-toyne-p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은근히 한번 듣고난 후에 잘 잊혀지지 않는 지명이네요ㅋㅋ
찾아보니 오토이넷푸는 소바가 유명한 듯 한데, 지금은 가게랑 제면소가 문을 닫았다고는 하나 의외로 도쿄, 치바에 명맥을 잇는 가게가 있다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쯤 가보고 싶네요.
이제 열차는 오토이넷푸역을 출발해 왓카나이로... 사실 이번 편에 왓카나이역 도착 직전까지 쭉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한번 자르고 갑니다ㅠㅠ 특급열차를 타고 왓카나이역까지 가는것은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