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리은혜'와 '다구치 야에코'의 문제에 관하여...

[제민]

'다구티 야에코' 몽타즈 (일본경시청 공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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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보기에도 북한여성들과는 완연하게 달랐고 온몸에서는 외국여자 티가 확 풍겼다.
키는 166cm 정도로 크고 입과 눈도 큼직큼직했고 서구적인 인상이었다.
지도원은 다시 소개를 시켰다.
"이 쪽은 옥화동무에게 일본 말을 가르칠 리은혜선생이오.
앞으로 열심히 일본어를 배우시오"
그녀는 일본에서 납치되어 온 일본여자였다.
김일성에게 은혜를 입었다하여 리은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그의 지시내용은 나를 철두철미하게 일본인화 시키려는 것이었다. 
... 은혜선생이 나에게 일본 가명을 지어주겠다며 여러가지 이름을 생각하다가 무의식 중에 자기의 일본 이름이 '치도세'라고 말한 일이 있었다 .
은혜는 자신의 일본 이름을 말해 놓고 당황해 하는 빛이 역력했다.
나이는 당시 나보다 19세인 나보다 다섯살 위인 24세라고 했으나 체격은 아주머니 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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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희의 '이제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에서 '리은혜' 관련 구절. 1991 ) 

1978년 6월경 토쿄에서 행방불명되었다는 '다구치 야에코'는 1955년 8월 10일생(일본측 확인).

김현희가 '리은혜'라는 여성으로부터 일본인화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1년 7월 4일이다.

이번에는 다시 김현희의 고백록 '이제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에 나온  관련글을 토대로 '리은혜'나이를 역산해보자.

먼저 김현희는 당시 나이 '19세'라고 했다. 그렇다면 1981년 을 기준으로 -19세를 해보면 안기부가 밝힌 김현희의 출생년도 1962년 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리은혜'는 당시 나이 '24세'라고 했으므로, 1981년을 기준으로 -24세를 해보면

'리은혜'의 출생년도는 1957년이 된다.

그런데, 김현희는 초대소에 수용된 다음날, 그러니까 7월 5일은 '리은혜'의 생일이었다고 한다. 조촐한 생일잔치 덕분에 김현희는 생각보다 빨리 리은혜와 친숙해 질 수 있었다고. 따라서 '리은혜'의 생일날짜는 7월 5일이 된다.

그렇다면  김현희의 일본어 선생이라는 '리은혜'의 생년월일은 1957년 7월 5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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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8년∼79년경 일본 해안에서 납치되었다. 1957년 7월5일 도쿄(東京)에서 태어났다. 납치 당시 세 살 난 아들과 한 살 난 딸이 있었다. 이혼 경력이 있다. 신장 167cm, 체중 56kg, 도쿄에 가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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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2004년 8월호, 아래 관련 기사 참조 바람)

월간중앙 2004년 8월호 역시 '리은혜'의 생년월일은 1957년 7월 5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일본측이 확인한'다구치 야에코'의 생년월일 1955년 8월 10일생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리은혜'='다구치 야에코'가 아니다 라고 확정지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김현희는 1990년 특별사면 이후 발간한 고백록 '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 (1991, 고려원)나  특히' 이은혜 그리고 다구치 야에코 '(1995, 고려원)에서 기술한 내용은  1978년 6월경 일본 토쿄에서 행방불명되었다는  '다구치 야에코'의 '정황'과 딱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김현희는 '리은혜'의 일본인 이름에 대하여 '...무의식 중에 자기의 일본 이름이 '치도세'라고 말한 일이 있었다. 은혜는 자신의 일본 이름을 말해 놓고 당황해 하는 빛이 역력했다.' 라고 했으나  월간중앙 8월호 기사에서는 색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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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90년이 되자 김현희에게서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당시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 아시안게임 뉴스를 보던 김현희가 지토세(千歲)공항이라는 이름을 듣고 ‘지토세’라는 이름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은혜가 김현희에게 귀여운 일본 이름을 붙여주겠다고 몇 개를 거명했는데 그 이름 중에 ‘지토세’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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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월간중앙은 ' 이즈카 시게오( 다구치 야에코의 오빠)에 따르면 다구치 야에코가 일하던 할리우드 카바레(다구치 야에코는 이곳 종업원이었음)에서 그의 별명이 ‘지토세’였다고 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확실히 '리은혜' 그리고 '다구치 야에코'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혼란스러운 점들과 숱한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 몇가지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1. 일본에서 실종되었다는 '다구치 야에코'의 정확한 생년월일은 언제일까? 일본 당국은 왜 '다구치 야에코'의 출생증명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나?

2. '다구치 야에코'의 출생지는 '도쿄'인가 아니면 '사이타마(埼玉)현' 인가?

  1991년 5월 15일, 사이타마현 경찰은 기자회견을 통해, 익명 보도를 조건으로 「이은혜」는 사이타마현 출신의 '타구치 야에코'씨라고 판명되었다고 발표.

3. 토쿄 시내에서 '다구치 야에코'의 행방불명은 '북한의 납치'였다고 단정하여 설명 될 수 있을까? 

4. 그렇다면, 북한에 납치 되었다는 '다구치 야에코'가 1984년  9월 26일 방콕 라쟈호텔에서 어떻게 일본의 진짜 하치야 신이치와 그리고 미야모토 아키라(한국인명, 이경우)와 함께 사진을 찍었을까?

5. '다구치 야에코'가 방콕 '코리아 하우스' (미타니 다다시 운영)에서 목격 되었다는 증언과 물증은 1990년도에도 나왔다고 한다.

6. 그렇다면 일본 당국은 태국 방콕시내의 '코리아 하우스'를 조사, 수색한 적이 있었는가?

7. 1988년, 일본 경찰은 김현희의 증언을 토대로 '리은혜'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140만 장의 포스터와 전단을 일본 전역에 배포했으나, 왜 아무런 제보자 나타나지 않았을까?

8. 탈북자 '안명진'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에서 현지화 지도교관이 되려면 '중산층 이상의 생활경험과 지적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다구치 야에코'는 지도교관으로서 자격조건이 못 된다라고 말 할 수 있다.

( ' 북에 입장에서 보면 일본인과 다름없이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조총련계 동포들이 한마디로 널려있다. 일본어 교육을 시키기 위해 술집 종업원을 납치할 필요가 과연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

9. 왜 '다구치 야에코' 행방불명 문제는 1991년부터 북.일 수교교섭에서  2002년 9월 북·일정상회담까지 10년이 넘게 북한과 일본 사이에서 지루하게 전개된 외교 공방 사안이었나?

10. '다구치 야에코' = '리은혜'가 아니라는 북한의 주장은 무엇을 의미하나?

2002년 9월19일, 일본 외무부는 다구치 야에코의 가족들에게 사망한 다구치 야에코의 북한 이름은 ‘이은혜’가 아니라 ‘고혜옥’이었다고 설명했다. (월간중앙 8월호 아래기사 참조)

 2002년 10월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부장관은 정부 조사단의 방북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측이 `이은혜'라고 불리는 일본인 여성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02. 10. 2. )

11.  2004년 2월 23일, 다구치 야에코의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27)는 기자회견을 갖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되찾기 위해 김현희씨를 만나고 싶다”고 면담 요청을 했다. ( 동아일보. 2004. 2. 25.)

 김현희는 왜 '다구치 야에코' 가족들과의 면담을 회피하고 있나?

12.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일본은 KAL858기 사건에 대하여,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위원회를 꾸릴 의향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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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2004년 8월호 관련기사)

대한항공 858기 폭발테러 사건 재조사 논란

조작 의혹 잠재울 3가지 논거
최영재 월간중앙 기자(cyj@joongang.co.kr) 

1988년 1월15일 김현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이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천대표는 지난 7월4일 여야 일부 의원들이 의문사위의 조사 대상을 ‘민주화운동’ 범위 밖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중인 것과 관련해 “1987년 KAL기 폭파 사고와 군 의문사, 납북 어부 문제 등도 국가가 조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해 고영구 국정원장은 7월8일 “취임 후 각종 보고 등을 종합해 판단해 볼 때 KAL기 사건은 대법원이 판시한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작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고원장은 또 “국가기관들의 조작에 의해 진실이 왜곡됐다는 것이 확실하고, 국민의 재조사 요구가 강해 국정 수행에 부담이 될 경우 특별법 등에 의해 재조사할 수 있으나 KAL기 사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영구 국정원장의 이 발언은 고원장이 KAL기 사건이 터졌을 무렵 시민대책위원장을 지내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연 김현희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최근 새로 정리된 3가지 ‘북한 공작원’ 논거는 다음과 같다.

[논 1거] 2002년 北日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정한
            다구치 야에코의 존재

김현희는 1988년 1월15일 기자회견에서 사건은 폭발 테러였다는 점, 그리고 일본인으로 위장하기 위해 북한에서 이은혜(李恩惠)로 불리는 일본인 교관에게 일본어와 일본의 풍습에 대해 배웠다고 증언했다.

이후 김현희는 1995년 3월17일, 북한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을 당시 자신의 일본인화 교육을 맡았던 이은혜(일본명 다구치 야에코, 田口八重子)와 함께했던 1년8개월 동안의 생활상을 담은 고백록 ‘이은혜, 그리고 다구치 야에코’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지난 1981년 7월 평양 동북리 9호 초대소에서 이은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83년 3월 헤어질 때까지 동고동락하며 겪은 일화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당시 김현희는 “이은혜는 남한이 조작해낸 가공의 인물이라는 북한 측의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집필했다”고 밝혔다. 그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그녀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녀가 일본인이고 ‘이은혜’라는 이름은 김일성에게 은혜를 입었다 하여 북한에서 지어준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중략)

학습소에서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30분 기상으로 시작되었다. 8시에는 청소와 운동, 아침식사를 마치면 학습실에 정좌하여 일본어로 된 김일성·김정일 덕성 자료를 가지고 학습했다. 그 후에는 일본 텔레비전과 영화를 보면서 일본의 풍습과 관습 등에 대해 공부했다. 학습교재는 이은혜가 작성한 강의록 외에도 일어판 ‘주체사상에 대하여’ ‘일본 소학교 국어 교과서’ 등과 요미우리신문·아사히신문·주간아사히·문예춘추 등과 같은 일본의 신문·잡지도 포함됐다.  

교육과정 중 나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그녀와 늘 함께 있었다. 덕분에 그녀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고 반말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 서서히 나는 일본여성처럼 변해갔고 일본어에 능통하게 되었다.’

1988년 김현희가 이은혜의 존재를 처음 발표하고 난 뒤부터 일본 경시청은 이은혜가 일본인 납북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적을 시작했다. 당시 일본 경시청이 한국 수사기관의 협조를 얻어 이은혜의 특징으로 공표한 자료를 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 자료는 몽타주와 함께 일본 전역에 배포되었다.

일본 전역에 배포된 이은혜의 몽타주

― 1978년∼79년경 일본 해안에서 납치되었다. 1957년 7월5일 도쿄(東京)에서 태어났다. 납치 당시 세 살 난 아들과 한 살 난 딸이 있었다. 이혼 경력이 있다. 신장 167cm, 체중 56kg, 도쿄에 가족이 있다.

― 몽타주에 따르면 얼굴은 4각형, 2중 눈썹(쌍꺼풀), 머리카락 색깔은 검고 이마가 넓은 것을 감추기 위하여 앞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 몸에 털이 많고 매일 면도를 한다. 김현희가 “왜 그래”라고 물으면 “일본이라든가 서양 여성은 얼굴면도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답했다.

― 시력은 좋은 편이 아니지만 안경은 끼지 않고 있다. 도수가 없는 선글라스를 끼고 외출한다.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하다. 노래는 잘하지 못한다.

― 담배는 하루 한 갑 지급, 가끔 ‘던힐’도 피운다. 술을 마시는 법은 위스키에 사이다를 섞어 “슬프다. 쓸쓸하다”고 중얼거리면서 마셨다. 파티 때 잔을 잡은 모습이 특히 멋있었다.

― 해변을 산책하던 중 납치되어 북으로 끌려가는 도중 뱃멀미를 심하게 하여 식사를 할 수 없어 몇 번이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처음엔 모란봉초대소에 수용되어 “자식들을 만나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 본명은 답하지 않았다. 남북통일이 되면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일본 전역에서 제보자를 찾던 일본 경시청은 미야자키(宮崎)현에서 이은혜의 오빠로 추정되는 인물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를 찾아냈다. 당시 이즈카 시게오는 다구치 야에코가 일본에 남긴 두 자녀를 양자로 입적해 키우고 있었다. 미와자키현 경찰의 외사과 관계자는 “이은혜는 어쩌면 누이동생일 가능성이 있다. 조사에 협력해 주지 않겠는가”하고 이즈카 시게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요청받은 이즈카 시게오는 여우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여동생인 다구치 야에코가 실종되고 나서 10년간 아무 소식도 없다가 느닷없이 그런 요청을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즈카 시게오가 최근에 펴낸 ‘누이동생이여’라는 책에서 쓴 증언이다.

“처음에는 여동생 다구치 야에코가 일본에 어린 자식 둘을 남겨놓고 스파이 소설 같은 일에 휘말려 그런 일을 했을 까닭이 없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발표한 이은혜의 특징을 보아도 여동생과 맞아떨어지는 결정적 내용은 없었다. 미야자키현의 형사는 김현희의 진술을 근거로 그린 한 여성의 얼굴 그림을 가지고 왔다. 그 얼굴을 보고 나는 여동생과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 얼굴 그림은 무표정하고 머리털도 부스스했다. 멋에 신경을 쓰는 여동생과는 닮지 않은 인상이었다. 더욱이 김현희에 의하면, 이은혜는 일본에 두고 온 자식에 대하여 ‘위가 사내아이고 밑이 계집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는 반대로 위는 계집아이였고 아래가 사내아이였다.”  

그러나 망설이던 이즈카 시게오는 일본 경찰의 수사에 응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협조를 요청한 미와자키현의 형사는 실종된 누이동생의 친구 남편이었다. 일본 경찰은 매주 일요일 이즈카 시게오를 부인과 함께 시내의 작은 호텔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사건 수사에 돌파구를 연 ‘지토세’라는 별명

다구치 야에코의 경력, 얼굴과 신체적 특징,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 화장하는 방식, 교우관계, 하던 일, 일본에 남겨진 두 자녀, 헤어진 남편 등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질문사항이었다. 한 번 조사할 때 걸린 시간은 3∼4시간 정도였다. 일본 경찰은 치밀했다. 이런 조사를 한 주도 거르지 않고 1년 가까이 진행했다. 다시 이즈카 시게오의 증언이다.  

“1년이나 끈 조사기간에 김현희가 진술한 이은혜라는 인물과 다구치 야에코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초조해졌다. 이은혜라는 여성이 특정되지 않으면 김현희의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이 된다. 이은혜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닐까, 사건 그 자체가 한국의 자작극이 아닐까. 이런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1990년이 되자 김현희에게서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당시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 아시안게임 뉴스를 보던 김현희가 지토세(千歲)공항이라는 이름을 듣고 ‘지토세’라는 이름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은혜가 김현희에게 귀여운 일본 이름을 붙여주겠다고 몇 개를 거명했는데 그 이름 중에 ‘지토세’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즈카 시게오에 따르면 다구치 야에코가 일하던 할리우드 카바레(다구치 야에코는 이곳 종업원이었음)에서 그의 별명이 ‘지토세’였다고 한다. 이 이름은 특별히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구치 야에코가 가게에 있던 이름 리스트에서 적당히 골랐던 것인데, 다른 종업원들이 다구치 야에코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이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청취한 일본 경시청은 한국에 수사관을 파견해 김현희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런 확인 작업에서 이은혜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것과 모친이 사토(佐渡) 출신으로 요리사였다는 새로운 사실을 끌어냈다.

다구치 야에코의 오빠를 1년 동안 인터뷰한 일본 경시청은 김현희가 언급한 이은혜가 실종된 다구치 야에코라는 확신을 가졌다. 일본 경시청은 1991년 5월 다시 한번 한국의 김현희를 방문했다. 일본  수사관은 다구치 야에코의 사진을 포함한 15장의 얼굴 사진을 김현희에게 내밀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러자 김현희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다구치 야에코의 사진을 찾아냈다. 김현희는 ‘이은혜 선생님’이라고 곧바로 말했다. 이때 김현희가 증언한 이은혜라는 여성의 출생지, 신체특징, 가족관계, 성격 등은 다구치 야에코 가족들의 증언 내용과 일치했다.

이렇게 되자 이은혜(일본명 다구치 야에코) 문제 등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북일(北日) 간에 첨예한 외교 문제로 번졌다. 1991년 5월17일 ‘연합통신’ 보도다.

‘일본 경찰청은 5월16일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 씨에게 북한에서 일본어를 가르쳤던 이은혜(가명·전 일본인 호스티스)라는 여인이 사이타마(埼玉)현 출신의 일본 여성으로 확인됨에 따라 산하 경찰청에 전담 수사반을 편성해 출국 경위 등을 수사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한편 일본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북한의 명쾌한 해명이 없다면 일·북간 회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3년이 지난 1994년 10월26일자 연합통신 보도에서도 이 문제가 여전히 논란거리였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일본 총리는 10월25일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교섭 중단 원인이 된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어 교사 이은혜 문제에 대해 ‘대화 중에 그런 이야기가 앞으로 나올지는 모르나 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해 이 문제가 양국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은혜 문제는 2002년 9월17일 북·일정상회담까지 10년이 넘게 북한과 일본 사이에서 지루하게 전개된 외교 공방 사안이었다. 그러나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한 건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내다 물러난 서동만 박사의 스승인 와다 하루키 교수마저 납치자 문제가 북·일 교섭의 난제라면서 이렇게 쓰고 있다. 와다 하루키는 일본에서도 가장 친북적인 학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가 2000년 7월24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北日 수교의 장애물 된 이은혜 사건

‘북·일 국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납치의혹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이 지금 일본의 급선무다. 그런데 북한이 납치했다는 혐의를 일본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것은 7건 10명이며, 납치 미수가 1건 2명이다. 이 가운데 미수사건만 현장 유류품이 있어 물증으로 확보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도 처분돼 없어졌다.

실행된 사건의 경우 다구치 야에코(이은혜)에 대해서는 체포된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함께 생활했다고 증언했다. 또 이치카와 슈이치·하스이케 가오루·요코타 메구미 등 3명에 대해서는 남으로 망명한 북한 공작원 안명진이 보았다고 증언했다.’

국면을 결정적으로 전환시킨 것은 2002년 9월 북·일정상회담이었다. 김정일은 이 회담에서 한결같이 부인하던 납치자 문제에 대해 전격적으로 시인하고 나섰다. 김정일의 발언이 나오자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곳은 조총련이었다. 조총련은 이때까지 납치 문제는 모두 일본의 보수 우익들이 북·일 수교를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 모략 선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일본 전역에서 지지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비난이 조총련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의 텔레비전은 ‘5명 생존, 8명 사망’이라는 자막을 계속 내보냈다. 이 사망자 중에는 김현희가 이은혜로 지목한 다구치 야에코의 사진이 있었다.

9월19일 일본 외무부는 납치자 가족들에게 사망 경위와 사망했다는 연월일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외무부는 다구치 야에코의 가족들에게 사망한 다구치 야에코의 북한 이름은 ‘이은혜’가 아니라 ‘고혜옥’이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는 북한 측의 설명을 그대로 가족들에게 전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 ‘납치피해자구출위원회’ 부회장인 니시오카 쓰도무(西岡 力) 도쿄기독교대학 교수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사망한 다구치 야에코의 이름을 이은혜라고 발표하면 대한항공기 사건을 북한 공작원이 일으킨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같은 이름으로 발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측의 발표에 따르면 다구치 야에코는 1986년 7월30일 31세로 죽었다는 것이다. 일본 외무부는 납치 피해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연월일 리스트 외에 아무것도 북한에서 얻지 못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즈카 시게오는 다구치 야에코의 이름을 세상에 밝히고, 자신도 당당하게 다구치 야에코의 오빠로서 일본 국민에게 그녀 같은 납치자들의 구출을 호소하자고 결심했다. 이날부터 그는 ‘납치자가족회’ 활동을 시작했다.  

김정일의 납치 문제 자백

1차 북·일정상회담 직후인 2002년 9월28일 납치문제에 관한 일본의 사실조사팀이 다시 세부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평양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들이 실질적으로 조사한 기간은 겨우 이틀. 북한이 다구치 야에코와 관련해 일본의 사실조사팀에 설명한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특수 공작원의 신분 도용에 이용하기 위한 대상자를 찾던 중 1978년 6월29일 미야자키현의 아오시마(靑島) 해안에서 다구치 야에코 본인이 ‘북한에 사흘 정도라면 관광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에 공작원이 데리고 왔다. 입국한 뒤에는 조선어를 배우면서 1984년 10월19일 원00 씨와 결혼했다. 1986년 7월19일 남편이 사망한 뒤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데 같은해 7월30일 승용차와 트럭의 충돌 사고로 사망했다. 묘가 있었는데 1995년 7월의 큰 비로 댐의 제방이 무너져 묘가 유실되었다. 원씨와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더구나 이은혜라는 일본 여성은 아니다.’

북한 측이 발표한 다른 사망자들도 4명의 묘가 떠내려갔으며 유해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본 측이 유일하게 유해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마쓰키 가오루였는데 이상하게도 북한 측은 2개월 전에 이 유해를 다시 한번 태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유해는 일본에서 마쓰키 가오루가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지금까지 적시한 내용들은 모두 한국이 아니라 일본, 또 북한과 일본 사이에서 벌어진 내용들이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공인된 내용이다. 그러나 KAL기 사건을 다룬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인 ‘PD수첩’과 ‘그것이 알고 싶다’ ‘KBS 스페셜’ 등은 이런 내용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논거2] 1972년 북한 평양에서 

여학생 김현희를 만난 이동복 

(이하 생략)

 

 

[사는동안]

정리하신 '리은혜'와 관련한 미스터리 중 '10번' 내용의 출처를 알 수 있을까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

[제민]

9월 19일...'다구치 야에코의 북한 이름은 ‘이은혜’가 아니라 ‘고혜옥’이었다'는 바로 위 월간중앙 8월호 기사에 있는 내용입니다. 처음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2002년 10월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부장관 발언은 北, `이은혜' 존재 부인 [연합뉴스 2002-10-02 14:13] 기사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