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에서 手談"
"인생의 축소판 종횡(縱橫) 19 路"
흔히들,한판의 바둑은 사람의"한바탕 인생" 이라고 비유하곤 한다.
좀..다른 얘기지만,6.25 사변이후,피난에서 돌아온 나는 집앞 골목길에서 할석(곱돌)으로 한문 연습을 하다가
우연히 어른들이 장기 두시는걸 보게 됐다.처음엔 그냥 지나 쳤지만,장기판에 제일큰 장기 알에 씌여진
한문 초(楚)字가 그렇게 씌여 있질 않고 나무木字 두개 밑에 之字로 씌여 있기에 장기 두시는 어른께 여쭤
봤더니 다 같은 초 字 라고 한다.
교과서에 몇개있는 漢字와 남의집 문패를 보고 한문을 읽혔던 나로선...지금도 마찬가지지만,초서는
물론이고 횡서도 못 읽는 字가 많다.(기초부터 배우지를 않은게 원인이다.)
그래서 삼국지 前前에 漢의 劉邦과 楚의 項羽이 '건곤일척'..천하를 놓고 雌雄을 겨뤘던 사실을 알게 됐었고
車,包,馬,象이 당시의 유명한 장군 이라는 것과 卒,兵,귀 士의 임무를 알게 됐다.
그러다가 흥미가 생겨서 장기를 배웠는데,6학년이 되어서는 동네 어르신들과 대국을 해서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승률이 더 높았었다.(그때 장기를 계속 뒀더라면 지금보다야 실력이 더- 좋을터 이지만..)
5학년 2학기때 6학년으로 월반을 해서 쪼끄만 놈이 모자른 공부를 하느라고 장기둘 생각조차 못했다.
용산 중학교 2학년때 쯤인가..애들이 교실 한쪽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는데,2절지 종이에다 줄을 종횡으로
그어놓고 그위에다 손톱만한 까맣고 하연 자갈을 놓는데 그게 바둑이다.
그래서 나도 그 틈에 끼였는데,자꾸만 진다. 나 몰래 상대가 두개씩 놓는게 아니고 번갈아 하나씩
놓는데,
"왜 질까..?"
아무리 노력해도 진다......!!
그때에 어떤애가 오청원과 기다니 선생이 뒀던 몇개의 기보를 갖고 있었는데,그걸 빌려서는 며칠간 똑같이
베껴서는.. 정말 고시 공부 하듯이 날을 밝히며 달달 외웠다.다섯개의 기보를 외우며,
왜? 그곳에 둬야하나?를 연구에 연구를 거듭,1년이 지나서 班 전체에서 잘 두는 축에 꼈다.
그러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몇놈이 직사하게 혼이 나고는 학교에서 둘수가 없어서 기원엘 갔었는데,
글쎄, 참내-내 실력이 겨우 10級 밖에 안되는거다.이럴수가 있나?
그때가 졸업 1년전 으로,대학은 포기한 상태였고 정서 자체가 빈곤할때다.뭔가에 기분전환을 해야 했다.
마포 바둑이 짠돌이라고 해서 매일 효창공원으로 해서 공덕동 고개를 너머 마포에 있는 기원에 가서 바둑을
뒀다.졸업을 했을때는,그 기원에서 당당히 4급을 인정 받았고 3급과 先으로 둬도 만만히 지지는 않았다.
(조선조 말에 4급짜리 하나 구할려면 몇개 고을을 뒤져도 없었다고 하니 그래도 당시 내 4급은 쎈-거다.ㅋ)
지금이야 1급 짜리들이 수두룩 닥상으로 많지만...그때 1급 짜리들은 정말 귀했다.
(그때의 1급은 지금의 최하 아마 3단 이상이다.)
그리고 그때는 아마 라는 단위가 확실히 정해져 있지를 않아서 정해진 급수는 프로를 뜻했다.
그때,마포 아파트 앞 골목에 있었던 목조건물 2층에 있었던 40대의 기원 주인이 1급 였고 단골로 오시는
기객 두분이 1급 으로 한 기원에 1급짜리 세명이 있는 기원은 전국에도 드물었다.
그래서 바둑판 열다섯개의 좌석은 늘- 만원였고 1급 세명은 상전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1급 세명이 하나같이 점잖고 기객 두분의 나이는 30세 쯤 이다.내가 짐작 하기로 그분들은 지금으로
아마 4단 정도 될것으로 짐작 된다.당구로 계산하면 7~8백 정도 아닐까...!
어느날 기원 주인이,"
"다른 기원들은 그렇지 않은데,이곳만은 늘- 성황을 이뤄 주시니 너무도 감사해서 다음주 수요일날,
사범 한분을 초빙 하기로 했습니다.그날 오후 다섯시까지 많이 왕림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래 말이 적은 사람이지만,그외에 다른말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날이 기다려 졌다.
수요일이 되서 난 일찍 기원엘 갔다.벌써 사람들이 빽빽하다.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초빙된 사범이 오면
상대할 사람이 정해 졌단다.정해진 사람은 주인도 아니고 기객중 1급인 사람인데 전라도가 고향이다.
千氏 姓을 가진 분으로 세분 1급중에 제일 강자였고 1급이 된후,한번도 黑을 잡지 않았다는 분이다.
시간이 되자,주인이,한쪽을 향해서...
"사범님 이쪽으로 오시죠?" 하며 누굴 부른다.
그런데 아까부터 한쪽에 교복을 입고 있는 고등학생이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학생을 주목하지도 않았었다.그런데 그 학생이 홀 가운데 준비해 놓은 바둑판 앞으로 오더니 만장한 사람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는다.나보다 두살쯤 아래다.고교 2학년 뺏지가 붙어서다.
그런데 그후부터 주인은 아무말 없이 미소만 짖고 있다.
그렇게 첫번째도 우리가 놀랬지만 두번째로 놀랜건 그 학생이 서슴치않고 백돌을 자기앞에 당겨 놓는거다.
그리곤 벌써부터 앞에 앉아있는 천 1급을 보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더니..
"주인께 미리 말씀을 들었습니다.1급을 두신다고...!"
그렇게 되니까 활달하던 千씨가 존대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어정쩡한 표정으로..
"그..렇소만..."
그런데 우리모두 세번째로 놀랜건 학생이 하는 말 이다.
"석점 놓으시면 됩니다."
(뭐~? 아니 1급에게 세점을 놓으라니...?? 저 학생의 정체가 뭘까..?) 둘러선 우리들은 모두 귀를 의심했다.
천 1급에겐 완전 ... 모욕적인 말이다.순식간에 얼굴이 벌겋게 된 그가,
"아니?...누..군데 ? 얼마나 두..길래..?" 그렇게 말하자,학생이 주인을 돌아보며,
"말씀을 안 하셨군요!" 하면서 교복 안 주머니에서 지금의 주민증 보다 좀 큰 증명서를 건네준다.
그것을 보자마자 천 1급이,
"몰랐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존대말로 말하곤 주저없이 공손히,석점을 놓는다.(붙인다고도 한다.)
같은 1급 끼리 백을잡고 둬도 지는일이 없었고 어떤때는 이기고 나서 기분 좋은김에,
"나에게 선으로둬서 이길 사람없다." 고 자신 만만해 하던 사람이 자기보다 열 두어살 아래인 학생의
쯩(證)을 보고 저렇게 기가 꺽이다니...? (저 쯩이 뭔데 저럴까?)
알고보니,그 쯩(證) 에는 프로 二段, 全아무개...(그는 7단 승단후,은퇴 지병으로 작고)
우리는 프로를 처음봤고 천 1급도 프로완 처음 대국 했다고 나중에 말했다.
왜소한 체격의 학생이..어느 순간에 보신각 鐘만큼 커 보였고 갑자기 신기한 인물로 조명됐다.
석점을 붙이자.그때야 비로서 주인이 한마듸 한다.
"사범님은 제한 시간이 30분..천 선생님은 제한 시간이 없습니다. 이건 사범님이 제의 하신 겁니다."
바득을 두시는 분은 아시겠지만,이런 제한 시간을 定할수 없는거다.말하자면,1級이 아무리 잘 둔다고 해도
프로가 아니고 1級은 1級일뿐...사실,모욕적인 말 이지만,관전하는 우리는 위압감을 느꼈다.
그러나 30분 이라는 시간은 프로 에게도 부담이 가는거다.완전히 1級을 봐 주는 셈이다.
바둑은 시작 됐다.
우리 모두는 긴장한체...숨소리까지 죽이며 관전했다.판세는 눈 터지는 계가 바둑으로 진행 됐는데,
저녘 19시가 지났을때 바둑은 끝나고 全프로가 다섯점을 남기고 이겼다.
이후, 한시간 이상..관전자들의 질문까지 일일히 바둑알을 놓아가며 설명하던 복기가 끝나고 全프로는,
(130수 정도 였던가)다시 바둑알을 주르룩 놓더니..천선생에게,
"바둑을 잘 두십니다.그런데 이곳에서 "아다리"를 당 하더라도 젖히 셨더라면,저는 돌을 던져야 했는데...
여기서 부터 저의 역전이 시작 됐습니다.저도 최선을 다 했습니다.오늘 수고 하셨습니다."
강자로 소문난 천 1級의 태도는 날씨도 추운데 진땀을 흘리고 있었고.복기내내 질질맸다.
그때, 내가 느낀것은 오야붕을 가리는 주먹 싸움이 아닌,얌전한?바둑 에서도.
<돈과 나이에 관계없이 실력 앞에는 그 누구던 고개를 숙인다는...절대의 진실을...)
그리고 객지에서 4년반 정도 객지생활을 할때는 기원도 없고 바둑두는 사람도 없고..그것보다는 살기가
바뻐서 바둑은 생각도 못하다가 군에 입대했다.
논산 제2훈련소 30연대 13중대...밥을 먹으나마나 .. 잠을 자나마나..라고 불리운다는 곳이다.
나는 복이 많아서?훈련도 젤 쎈대로,그리고 전투부대로 그것도 분대장으로 월남까지 갔다왔다.ㅋ,
(원래 제주도가 1훈련소이고 논산이 제2 훈련소 인데 제주도 군번은 7계단이고 논산 군번은 8계단이다.
제주도 훈련소는 없어졌고 논산 제2훈련소 군가도 그렇게 부른다.<기억을 더듬어 그 군가를 적어본다.)
~백제에 옛 터전에 계백의 정기맑고/관창에 어린뼈가 지하에 흔연하니/우렁찬 호남무대 높이 우러러 섰고
/대한의 건아들이 서로모인 이곳이/오호! 젊은이의 자랑 제2훈련소~
(이 군가가 기억 나시는 전우님들은 옛날을 생각하며 한번 불러 보시길..ㅋ)
(가사가 맞는지..틀리면.. 죄송..)
지금도 논산에선 그 군가를 하는지...
30 연대는 교육장도 멀다.
각개전투 교육에서 교관이 강의하고 조교들의 시범이 끝나자..(그러면 10분 휴식후,바로 우리들의 훈련이다.)
교관이 조교를 불러서 뭐라고 하곤,뒷짐을지고 가 버렸다.
교관이 가자 조교가 우리들을 향해..
"바둑둘줄 아는놈 앞으로 나와..!"
그런데 아무도 나서는 애가 없다.
그때 수원사는 김의성이가 날보고 작은 소리로,
"네가 나가봐!;
"시끄러 임마 가만히 있어!"
그런데 옆에 애들이 그 소리를 듣고
"나가봐라! 한 사람도 안나가면 저 조교시키 인상도 드런 시킨데 잘못하면 종일 기합만 받게 생겼다."
그러고 있는걸 조교가 본 모양이다.
"야!! 거기 뭐야? 누구야? 너 바둑둘줄알아..? 빨리나와.이 시키야?"
그래서 교관이 쉬고 있는...3면이 터져 있는 나무밑 토막사로 갔다. 거긴 아주시원한 곳이다.
그런데 바둑판 앞에 앉아있던 교관이,
"너! 몇급이냐?"
다이아몬드 두개 앞에 훈련병 신세란...ㅠㅠ"
"...4급 입니다."
그런데 내말에 뭔가 중얼 거리던교관이,
"..내가 9급 이니까 .."
그러며 다섯점을 붙인다.그걸보고 나는 "아차차!'했다.5년이나 바둑을 안뒀는데,(6급 이라고 할걸...)
사실 교관이 6급쯤의 실력이 될수도 있는걸...지면 속였다고 묵사발이 될수도 있다. 후회하기는 늦었다.
저 사람은 조교도 아니고 교관인데 당시 죄 없이도 모두들 기합받고 투드려 맞았었는데,큰 일이다.
나는 극도로 긴장했고...어쨋던 바둑은 시작됐다.저쪽에선 동기들 훈련받는 소리가 들린다.
(의성이 때문에..자식이 가만있질 않고..) 난 진땀이 나기 시작하고...그런데,
15수 정도 뒀을까..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왜냐면, 교관은 9급은커녕..11급도 안되는 실력이다.
어떤 장면에선 교관이 한꺼번에 두개씩 서너번 놔도 안된다.내 바둑 급수는 줄지가 않은게 분명하다.
기분이 느긋--하다.(전우님들 중에 이런 경우가 있었을 분이 있을것이다.)
50수쯤 뒀을까...교관이,
"너 !담배 태우지? 자-한대 피워라.."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해도 불 까지 붙여준다.그러면서...
"이럴리가 없는데...왜 이렇게 되가나...너! 급수 속인거 아냐?"교관에 태도가 첨과는 아주 다르다.
"저 4급 맞습니다." 입대전에 全 프로가 생각났다.(나도 그 처럼 공손하자..)
그렇게 두판을 불계로 지니까..주인 잘못만나 몰사한 흑돌을 리어카에 실을 정도다.ㅋㅋ
교관의 뒷덜미가 붉어진다.세번째 판에 또,이기면 안된다는걸 느꼈다.
그런데 일부러 져 주기도 힘든거다.그것도 상대와 급수가 비슷해야 잘 되는데 원체 차이가 많이 나니까
불나비가 "저 죽을줄 모르고 모닥불에 와서 죽듯이" 교관에 실력이 그러니..저 줄려고 꽤 많이 힙들었다.ㅋ
그런데 교관이 그걸 눈치챘다. 그래도 이겨서 기분 좋은지,
"너! 바둑 잘둔다.그런데 너 한텐 도저히 안되겠다.고맙다."
월남에서 나의 1분대에 ar 사수였던 제주도 사람 박석근 전우와 바둑을 둔적이 있습니다.
"포토 겔러리"에 우형식 전우님이 올리신 사진중에 바둑두는 장면을 보고 지난날에 있었던 기억이 나서
저녘식사 끝내고 스트레트로 썼습니다.사실대로 기술했고, 내용이 재미 없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맨위를 보니까 2010년도 대관령에서 근무할때 쓴 글이니 7년이 지났네요.
7년전에 쓴글을 보면서 6.25사변과 9.28 수복후,청파동 고향집에 왔다가 1.4후퇴후,또 피란을 갔었던
기억등이 떠오르네요.
나이가 대략 87세가 되면 군번을 잊고 88세가 되면 주민번호도 잊는다고 통계가 나온 걸 봤는데
지난주 나하고 동갑인 사람이 "군번이 생각안나고 610 이라는 것과..그리고 파병됐었다는 사실은
기억 난다고...하기야 사람마다 다르니까.
여기 백마 싸이트에 글 올리시는 동문님들 .. 올리신 글을 모아 블로그에 옮겨 놓으시고 나중에
읽어보시는 것도 나처럼 ..기억에 도움이 되는 군요.)
첫댓글 선배님글 즐겁게 감상 햇습니다ㅎ
예전에 기원6급정도 지금은 타이젬 2단입니다 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4.17 22:15
프로기사와 아마 접바둑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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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9점에 프로이기면 5급임
요즘엔 바둑도 안두고 tv 바둗체널을 가끔 보는 외에는 없습니다.
2003년도 대관령에 근무할때,법조인 십여명이 2박3일 체류하다가 갔는데 그중 나와 年輩가 비슷한
변호사 한분이 아마 3단이라고 해서 흑백을 번가라 잡고 세판 둬서 다 이긴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곤 아직 대국을 못해 봤는데 저는 저녁이면 裏面紙(지난 달력 뒷면 포함)에 글씨 쓰기로 시간을
다 - 보냅니다.종교는 믿지 않지만, 성경책도 필사해 보기도 하고 불교에 반야심경이나 금강경 천수경등
(한문으로 된것)을 씁니다.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옛노래도.군가도 쓰기도 하고요 하여튼 2~3일 이면
볼펜 한자루 다 소모 합니다.그냥 종이를 버리기 아까워 낙서하고.
김춘국님은 요새 바둑에 관한 정보를 잘 아시는군요.프로와 아마 段차이가 그렇군요.하여는 63~64년도 1級이면
어딜가도 대접 받았습니다.
저는 군입대 전, 64년도에 인천 갔다가 막차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내뒤에 내또래와 얘기를 하다가 그가
바둑 얘기를 하다가 의기 투합해 버스 타는 시간이 한시간 정도 있어서 근처에 보이는기원에 들어가
한판만 두자고 갔다가 버스시간 놓치고 여인숙에 들어가 날이 새도록 바둑을 둔 적도 있습니다.
생전 초면인데 그친구 인상도 성격도 좋아 그랬었나 봅니다.
지나간 건 그립다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선배님 늘 건강하시고 좋은추억 많이많이 올려주십시요
백마~~!
김선배님 건강하세요 백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