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수감사절 식탁 위 주인공…
치킨보다 10배 커 온가족 나눠먹죠
칠면조
미국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은 한국의 추석이랄 수 있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입니다. 추석에 송편이 빠지지 않듯, 추수감사절이면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서는 오븐에 구운 칠면조〈사진〉가 상에 오릅니다. 추수감사절을 '터키(Turkey·칠면조) 데이'라고 부를 정도지요.
추수감사절은 17세기 신대륙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이 첫 수확을 감사하며 기념한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1620년 영국을 출항한 청교도들은 오늘날의 미국 보스턴 남동쪽 플리머스(Plymouth)에 상륙해 식민지를 건설합니다. 플리머스에서 맞은 첫 번째 겨울은 혹독하게 추웠습니다. 식량 부족과 질병까지 겹쳐 100여 명의 정착민 중 절반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청교도들은 꿋꿋하게 어려움을 이겨냈습니다. 다행히 다음 해인 1621년은 농사가 잘되었고, 가을에는 보급품을 실은 배도 영국에서 도착했습니다. 자신들의 생존과 식민지 정착에 대해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낀 청교도 정착민들은 원주민들까지 초대해 3일간 잔치를 벌였습니다. 이 잔치에 칠면조가 나왔다고 알려지면서 추수감사절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널리 알려진 것과는 달리 1621년 첫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당시 플리머스 식민지 책임 행정관이던 윌리엄 브래드퍼드(Bradford)가 남긴 첫 추수감사절 기록에는 야생 가금류와 사슴을 잡아서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칠면조라고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역사학자들은 훨씬 흔하고 사냥하기 쉬웠던 야생 오리나 야생 거위였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렇다면 하필 왜 칠면조가 추수감사절 식탁의 주인공이 됐을까요? 칠면조는 북미대륙이 원산지입니다. 추수감사절이 미국 건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명절인 만큼, 미국 토종 칠면조를 먹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졌지요.
닭이나 오리 같은 다른 가금류와 달리 칠면조는 온 가족이 배불리 먹기 충분한 크기라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야생이 아닌 식용으로 사육된 칠면조는 평균 무게가 약 6.8㎏입니다. 국내에서 치킨으로 튀겨지는 닭이 대략 450~950g이니 6~15배 무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