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돈수. 돈오점수」 논쟁의 새로운 국면을 향하여
- (1992년 미국종교학회를 앞두고)
노 영찬 (George Mason 대학교, 종교학교수)
『頓悟頓修 • 頓悟漸修』논쟁은 지난 수년간 줄기차게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로 한국불교학계에서는 『돈오돈수 돈오점수』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해서 문헌학적, 철학적, 종교적 의미를 찾아보는 학구적 노력이 많이 이루어졌고, 이 문제와 관련된 좋은 논문들도 많이 발표되었다. 특별히 『미주현대 불교』는 특별기획으로 이 문제와 관련된 논문들을 매호 마다 2년이 되도록 실어주고 소개해 주어서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흥미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한국불교학계에 큰 공헌을 해왔다. 『돈오돈수· 돈 오점수』를 둘러싼 학문적 관심은 한국불교학의 범위를 넘어서서 역사적으로 중국불교로 거슬러 올라가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이 문제가 던져주 는 잇슈들은 한국불교학의 미래를 조명해 주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종교학회(American Academy of Religion)의 한국종교분과(Korean Religions Group)가 올해 모임의 주제를 『돈오돈 수· 돈오점수』의 논쟁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의 특징을 찾아보려는 목적으로 모이게 된 것은 여러모로 의미 깊은 일이 아닐수 없다.
해마다 한번씩 모이는 미국종교학회(American Academy of Religion)는 미국성서학회(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와 더불어 같이 모이게 되는데, 그 규모나 내용으로 봐서 북미주에서는 제일 크고, 학문적으로도 가장 권위있는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종교학회(AAR)의 한국종교 그룹은 10 년 남짓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해를 거듭 할 수록 많은 발전을 하고 있으며 한국학자들 뿐 아니라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미국종교학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종교분과를 미국종교학회(AAR) 안에 설치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한 이 정용 교수(Drew University)를 비롯해서 박성배 교수(SUNY-Stony Brook) 그리고 올해 (1992~93) 미국종교학회 총회장을 맡게 되는 Robert Neville 교수(Boston University)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도움과 성원으로 한국종교분과는 그동안 미국종교학회 안에서 그 자리를 굳혀왔고 지금은 오강남 교수(Regina University, Canada)와 필자가 공동회장으로 있다. 해마다 한국종교 그룹은 한국종교와 관계되는 여러 주제를 다루어왔다. 올해는 한국불교, 특히 한국불교학회 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어온 『돈오돈수•돈오점수』의 문제를 "깨달음(Enlightenment)"과 "닦음 (Cultivation 혹은 Practice)"의 관계로 연결시켜서 그 주제를 "한국 선불교에 있어서 '깨달음'과' 닦음(Enligltenment' and 'Cultivation' in Korean Son Buddhism)"이라고 정했다. 이번 모임의 목적은 물론 최근 한국불교학계에서 논의되는 쟁점들을 미국종교학회, 특히 미국 불교학자들에게 소개하는 목적도 있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번 학회는 한국학자들 뿐 아니라 한국불교나 그 배경에 익숙한 미국학자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좀더 광범위한 토의가 되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모임에 발표자들(Penalists)은 될 수 있는대로 이제까지 한국불교학자들에 의해서 한국안에서 그 동안 토의되고 논란이 되었던 내용들을 단순히 미국종교학회에서 영어로 번역해서 되풀이하는 과정을 지양하고, 『돈오돈수• 돈오점수』 논쟁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 보는데 더 큰 의의가 있겠다고 하겠다. 이러한 목 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동안 『미주현대불교』지에 특별기획으로 연재되어왔던 관계된 논문들을 통해서 발표자들은 이제까지 논의된 쟁점들에 익숙해 질수 있도록 했다.
이 일을 위해 『미주현대불교』의 편집인 김형근 선생께서 많은 수고를 해 주셨음을 이 기회를 통해서 감사한다. 이번 모임에 참가할 발표자들과 토론자들을 보면 김영호교수(인하대학교)가 깨달음"에 관한 논쟁의 시발과 원형(Archetype)』, 심 재룡교수(서울대학교, 토론토대학교 교환교수)가 『"돈오점수"의 역사적 분석을 통한 비판적 재평가」, 로버트 버스웰(Robert E, Buswell Jr.)교수 (UCLA)가 『지눌사상에 있어서 온건적 ‘頓悟主義'와 극단적 ‘頓悟主義'의 논쟁』, 윤원철 교수 (SUNY-Stony Brook)가 『성철스님의 극단적 돈오주의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박성배 교수(SUNY-Stony Brook)가 『성철스님의 돈오돈수의 이론에 관하여』를 각각 발표하게 되고 토론으로는 오강남 교수(카나다, 리자이나 대학교)와 피터 그레고리(Peter N, Gregory)교수(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그리고 사회는 필자가 맡아보게 된다. 또한 이번학회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을 모아서 책으로 출판할 계획도 하고 있 음을 덧붙여 말해둔다.
미국종교학회(AAR) 한국종교 그룹에서 한국불교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되는 것은 아마 올해가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한국불교에 관한 학술적 모임을 미국종교학회(AAR)안에서 가진다는 것은 여러 모로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미국종교학회 안에 『불교학 분과』가 있을 뿐 아니라 중국불교, 일본종교 그룹들이 역시 있기 때문에 많은 불교학자들이 이번 모임에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또한 우리가 다루는 주제 즉 '깨달음'과 '닦음'의 문제는 불교의 범위를 벗어나서 다른 종교나 철학적 인 문제들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불교학 특히 보조 지눌의 사상과 성철스님의 사상이 문화나 종교의 범위를 넘어서 연구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1992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