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전 화차가 등장한지 500여 년 만에 개발된 국산 다연장로켓포 구룡 <출처: 국방부>
1451년을 전후한 시기에 세종의 아들인 문종에 의해 개발된 신기전 화차는 90여문이 만들어져, 세종대왕의 4군 6진 영토회복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오늘날 다연장로켓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신기전 화차는 여진족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고, 임진왜란 당시에는 행주산성에서 조총으로 무장한 3만 명의 왜군을 물리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전 화차는 이후 총통과 조총에 밀려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9마리의 용
구룡은 36발의 130mm 로켓포탄을 18초 이내에 발사할 수 있으며 축구장 1개 면적의 넓이를 초토화 시킨다 <출처: 국방부>
신기전 화차가 등장한지 5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1978년 9월, 서해안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의 시험장에서는 다연장로켓포에서 발사된 로켓포탄이 대지를 박차고 목표물을 향해 치솟는다. 이날 공개된 다연장로켓포는 승천하는 9마리의 용과 같다는 별칭을 가진 구룡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내에서 독자 개발되었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방사포 즉 다연장로켓포를 대규모로 배치하기 시작했으나, 당시 우리 육군은 단 1문의 다연장로켓포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1971년부터 국산 탄도 미사일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로켓포탄을 제작하는데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고체 추진체 기술을 획득하게 되었다. 1977년 고체 추진체 기술을 바탕으로 다연장로켓포의 개발이 본격화 된다. 하지만 주어진 개발기간은 1년 불과했고, 국내에 유사한 무기체계도 없었다.
적장비를 참고하다
당시 미군에도 다연장로켓포가 없었기 때문에, 개발진들은 적장비였던 소련이 개발한 다연장로켓포를 참조 할 수 밖에 없었다.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카츄샤 다연장로켓포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다양한 종류의 다연장로켓포를 야전에 배치했다. 특히 1964년 배치된 BM-21 122mm 다연장로켓포는 발사관이 40개였고 사거리는 20km로, 지난 1969년 3월 15일 중소군경분쟁 당시 압도적인 화력으로 다수의 중국군을 일거에 격퇴시킨바 있다 . 트럭을 차체로 사용하는 BM-21 122mm 다연장로켓포는 자주포임에도 불구하고, 도입 가격이 저렴해서 소련의 동맹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도 많은 양을 도입했고 현재도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국내 개발진들은 당시 비밀 경로를 통해 국외에서 BM-21 122mm 다연장로켓포를 입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연장로켓포의 형상을 설계했다고 한다. 또한 신형 다연장 로켓포에 사용될 130mm 로켓포탄을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카츄샤 다연장로켓포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다양한 구경의 다연장로켓포를 야전에 배치했다 |  1964년 배치된 BM-21 122mm 다연장로켓포는 발사관이 40개였고 사거리는 20km로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
1981년부터 야전에 배치된 구룡
시제 단계의 구룡은 28개의 발사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양산 과정에서 발사관이 36개로 늘어나게 된다. 1981년 K-136이라는 제식명칭을 부여 받은 구룡은 1981년 부터 야전에 배치되기 시작한다. 구룡은 36발의 130mm 로켓포탄을 18초 이내에 발사할 수 있으며, 축구장 1개 면적의 넓이를 초토화 시킨다. 그러나 견인포, 자주포와 달리 발사 전에 포탄과 추진체를 결합시키는 “탄 결합”이라는 특수한 과정이 필요해 실제 발사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육군 군단예하 포병여단에서 운용 중인 구룡은 대규모 지상작전을 지원하는 화포로 자리잡았고, 1986년에는 K-136을 개량한 K-136A1이 등장한다. K-136A1은 탄소강을 사용하던 발사관을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레스강으로 교체해 발사관의 유지 보수를 개선시켰으며, 수동으로 작동되던 구동 방식에 유압체계를 적용하여 발사시간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유압체계를 사용함에 따라 운용인원도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K-136은 발사차량 밖에서 원격 발사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K-136A1은 발사차량 안에서도 사격이 가능하도록 개선되었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방사포 즉 다연장로켓포를 대규모로 배치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다양한 구경의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다 <출처: 조선중앙통신사> |  1981년 K-136이라는 제식명칭을 부여 받은 구룡은 1981년부터 육군에 배치된다 |
제인연감에 등재된 최초의 국산무기
발사차량에 대한 개량에 이어 1988년에는 130mm 로켓포탄의 성능 개량형이 등장한다. K-136에 사용된 130mm 로켓포탄은 K-30으로 사거리가 23km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량형인 K-33은 강화된 추진체를 사용하여 사거리가 36km로 향상되었다. 이밖에 16,000개의 성형파편을 내장해, 대인살상 능력이 향상된 개량형 고폭탄 K-38이 개발된다. 모든 체계가 국내에서 독자 개발된 구룡은 지난 1982년 영국의 제인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장갑차량 및 포병무기 1981-1982 연감에 소개되기도 했다. 국산 무기로는 최초였다. 제인연감(Jane’s Yearbooks)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군사 무기연감으로, 소개되는 무기는 각국이 독자 개발한 무기로 한정 된다. 구룡은 지난 2000년 까지 100여문이 생산되었으며, 육군에서만 운용되다가 지난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해병대에도 일부 배치되었다.
 국내에서 독자 개발된 구룡은 1982년 영국의 제인연감에 최초 등재된 국산무기로 알려져 있다 <출처: 국방부> |  강화된 추진체가 적용된 K-33은 사거리가 36km에 달한다 <출처: 국방부> |
구룡의 뒤를 이을 천무
구룡이 배치된 지 30년이 가까워짐에 따라, 이를 대체할 신형 차기 다연장로켓포가 지난 2009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다. 차기 다연장로켓포는 북한군 장사정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도록, 고도의 항법장비와 사격통제장치를 장착하였다. 또한 발사 절차가 자동화 되었으며, 사거리와 파괴력 향상을 위해 구경이 230mm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사용하는 로켓포탄을 컨테이너(Container)화시켜 “탄 결합”이 필요 없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차기 다연장로켓포에 사용될 239mm 유도로켓은 사거리가 80여km에 달하며,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과 관성항법장치가 결합된 유도장치를 사용해 명중오차가 15m 이내로 알려져 있다. 차기 다연장로켓포는 239mm 유도로켓 외에, 사거리 40여km의 230mm 로켓포탄 그리고 구룡에서 사용되고 있는 130mm 로켓포탄도 운용할 예정이다. 차기 다연장로켓포는 지난 2011년 국민공모를 통해 천무(天舞)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천무는 2014년부터 육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천무에 사용될 유도로켓은 사거리가 80여km에 달하며 명중오차가 15m 이내로 알려져 있다 <출처: 육군> |  천무는 발사차량과 탄약운반차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방위사업청> |
K-136A1 구룡Ⅱ 제원<출처: 육군>
구경(발사관수) 130mm 이상(36개) / 발사대 작동 유압 혹은 수동 / 사거리 10~36km / 탑재차량 K-714(하드 탑) / 사격방법 운전석 혹은 원격 / 사격속도 36발(18초 이내) / 운용인원 4명
발행201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