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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은 '샤울 메엘' (Shaul Meel : 1사무 1,17.27-28) 에서 나온 이름으로 '하느님께 청을 드린'이란 뜻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가 자식을 못 낳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런 여자를 '석녀(石女: 돌계집)이라고 부르고, 의학적 용어로는 성기능 장애의 질병인 '불감증'에 걸렸다고 말할 수 있다. 영어로는 '불감증'을 'Frigidity'라고 하는데, 이것은 '얼다'라는 뜻의 'Freeze'에서 파생된 말로, '돌'이란 단어처럼 차갑고 단단하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는 '석녀'에 대한 형벌이 가혹했던 나라였다. 자식을 낳지 못라는 것은 '칠거지악(七去之惡)'의 하나였다. 농가에서 볍씨를 뿌리거나 감자를 심을 때, 콩 씨앗을 뿌릴 때는 여자 품을 샀는데, 이때 다산한 여인은 대우를 받았지만, 석녀는 제외 당했다. 물론 다산한 여인의 번식력을 통해 풍년을 기원하는 속내가 담겨 있지만, 아이를 못 낳으면 품도 팔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바로 자식욕으로 나타나고, 이왕 낳을 바에는 아들을 낳겠다는 남아 선호 사상을 잉태시켰다.
유대인들의 자녀 출산은, 욕정의 만족과 더불어 선민 이스라엘의 종족 번식과도 관련되어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협력하는 일이 된다.
그런데, 생명의 절대권을 가지신 하느님께서 여성의 태를 열어 주셔야 임신이 가능하므로, 자녀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에서 제외된 불행한 삶이다. 따라서 종교 율법적인 유대인 사회에서, 항상 소외되고 손가락질을 받는 불행한 처지와 神의 저주받은 죄인 신세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한나처럼, 성모님의 어머니 안나처럼,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처럼, 늘 하느님께서 자식을 점지해 주시도록, 광야에서나 성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제물을 바쳤던 것이다.
한나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청하며 기도드렸고, 일찍 일어나 주님께 예배를 드렸다.(19ㄱ) 주님께서는 한나의 속 마음을 보시고 기억해 주셔서,(19ㄴ) 때가 되어 훌륭한 예언자가 될 사무엘을 낳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