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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헤어질 결심
고성대회에서 슬롯을 받을 때에는 하와이 코나에서 대회를 하는 줄 알았지 타우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780불 결재를 하고 나니 100만원이 훌쩍 넘는 참가비도 후회되고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했는데 마침 형구씨가 따라 간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미션
직장에 휴가를 내는 것, 비행기를 예약하는 것, 숙소 대신 캠핑카를 대여하는 것, 훈련도 해야 하고, 고양이도 강아지도 맡겨야 했다. 캠핑카 사용법도 숙지해야 하고 왼쪽 도로 자동차 운전도 미리 연습해야 했다.
9월 말에 대한철인협회로부터 직장으로 선수 출전 협조 공문이 오고 나서야 10월 초에 비행기 티켓과 캠핑카를 예약했다. 참가비 100만원(두명 합해 200만원)버린다 셈 치고 안가려고도 했는데 언제 가볼까 생각에 일단 go했다.
부산 출발 인천 경유 오클랜드 도착
12월 7일 부산 김해공항 출국장에서 출국해서 저녁에 인천 가서 뉴질랜드 직항을 탔다. 12월 8일 오전에 뉴질랜드 도착하니 오클랜드 공항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아이언맨이 그들의 자전거 하드 캐리어와 함께 붐볐다. 백인 아이언맨들은 피지컬과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다. 뉴질랜드는 입국 수속도 한국만큼 빠르지가 않아서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렸다.
캠핑카 회사 픽업 차량도 한국처럼 빨리빨리가 안된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주토피아의 나무늘보 직원처럼 느리다. 캠핑카 대여에만 또 2시간 넘게 걸렸다. 물도 못 먹고 배도 고프고 근처 서브웨이에서 음식을 사서 간단히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근처 무료 캠핑장에 가서 자는 것으로 첫째 날이 지났다. 신경을 많이 써서 컨디션도 엉망이었다. 좁은 캠핑카에서 자는 것이 익숙치가 않았지만 단지 누울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에피소드 1. 캠핑카 관련
화장실 바닥 물이 잘 안내려갔다. 발을 씻었는데 배수가 안되었다. 하필 우리 캠핑카가 배수가 안된다니 밤새 스트레스가 어마하다. 다음 날 뚜러펑을 사서 붓고 덤프스테이션 가서 화장실도 비우고 오수도 비우고 나니 캠핑카 내부에 배수가 잘 된다.
에피소드 2. 대회 전날 캠핑카 어닝 파손 사고
토요일은 여자부 대회다. 금요일에 자전거를 거치하고 모투테레 홀리데이파크라는 유료 캠핑장에 이동하였다. 우리 캠핑 사이트에 주차를 하려고 가는데 왼쪽 운전 거리감이 둔한 형구씨가 운전하다 삐죽 튀어나온 나무에 캠핑카 왼쪽 어닝이 부딪혀 내려앉았다. 이대로는 캠핑카를 운행을 못한다. 내일 새벽 대회에 못갈 수도 있다. 우리 옆 사이트에 뉴질랜드 남섬에서 휴가를 온 부부가 맥가이버였다. 그들이 캠핑카에서 도끼와 연장을 들고 와서 형구씨랑 둘이서 어닝을 제거하고 구부러진 어닝 지지대를 펴서 드디어 캠핑카를 운행 할 수 있게 하였다. 사고 나고 뒤처리 하는데 3시간이 소요되었다. 배도 고프고 식사 시간도 지났다. 탄수화물을 먹어야 내일 대회에 에너지를 비축하는데 입맛이 없다. 아무 말도 안하니까 미안한 형구씨가 차라리 화를 내라고 한다. 무슨 말을 하겠어? 화를 낸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자전거 이동
한국에서 라운델 서비스로 박스를 개당 5만원 빌리고 비행기 추가 수하물을 구입해서(왕복 33만원) 뉴질랜드로 이동했다. 우리 캠핑카에는 자전거 캐리어가 없다. 이동 시에 침대가 1층 2층으로 나뉘어져 있어 각 한 대씩 눕혔다. 밤에 잘 때는 침대 2층에 한 대, 운전석과 조수석이 있는 앞쪽에 한 대를 뒀다.
음식들
뉴질랜드 음식 중 제일 맛있었던 것은 초록홍합과 양고기, 그리고 양상추, 파프리카, 골든키위였다. 양고기는 냄새가 하나도 안 났고 홍합은 진짜 부드럽고 국물이 시원했다. 좋은 땅에서 자란 채소라 씹을수록 단맛이 났다. 한국 와서 생각나는 단맛이었다. 소고기는 현지 소고기보다 한국에 수입되어 온 뉴질랜드나 호주 소고기가 더 맛나다. 역시 한국 한우가 비싸지만 고소하고 부드럽고 풍미가 훨씬 좋다. 뉴질랜드 소고기는 그냥 고기 맛이다. 하지만 식단을 위해서 3일 동안 야채랑 먹어야 했다.
날씨
뉴질랜드는 여름이지만 우리가 있었던 기간 동안 하루 종일 흐리고 비 온 날이 이틀이나 되었다. 비가 올 때는 쌀쌀해서 경량 패딩을 입어야 했다. 맑은 날은 그늘에는 시원하지만, 햇빛 아래는 자외선이 어마어마하고 직사광선을 쬐면 습기는 낮아도 피부가 따가울 정도다. 대회 때 쥐가 나고 컨디션이 별로였던 이유를 찾아보니 날씨에 적응을 못해서였다.
대회
백인 아이언맨들은 나보다 키도 평균 10센티 크고 수영도 10% 빠르고 달리기도 10% 빠르다. 그들과 경기를 하다보니 오버페이스가 나온다. 덕분에 수영을 하다 쥐가 났음에도 개인 최고기록으로 완주했다. 자전거는 99%가 티티차였고 브랜드가 써벨로, 피나렐로, 트렉 등 이천만원대 고급 티티차들과 멋진 에어로헬멧이 대다수였다. 로드자전거는 대회 주로에서 딱 1명 봤다. 티티차로 댄싱으로 오르막도 잘 오르는 멋진 아이언걸들이었다. 달리기도 팍팍팍 달리는 케이던스가 소리가 다르다. 자전거는 심박수를 조절하며 달렸음에도 마치고 쥐가 난 것은 날씨의 영향이 컸다. 온도는 27~8도이지만 체감기온과 자외선이 33~4도라 몸 안에서 나트륨이 심하게 빠져나옴을 느꼈다. 한국에서 식염포도당을 안 챙긴 것이 실수였다.
부상
지금부터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24년 봄, 진주 마라톤에 하프 공짜 배번을 얻어서 나갔다. 평소 10킬로 씩만 연습하다가 이전에 하프 마라톤 2시간 언더를 해서 무리 없을 줄 알고 욕심만으로 달렸다. 마치고 리커버리도 못한 채 놀았더니 무릎에 무리가 왔다. 이후에 연습 러닝 때마다 무릎이 부었다. 5월에 대구 올림픽이 있었는데 4월 중순까지 쉬었다. 연습 러닝 때도 6:30 페이스가 최대였다. 대구 대회는 6:00 페이스로 완주만 하자 했는데 대구 대회 뽕은 나를 5:20 페이스까지 올려주었고 자전거 기변뽕으로 첫 포디움에도 올라가게 했다.
고성 첫 하프대회때도 5:30 페이스로 달리기를 마무리하니 다리가 더 아팠다. 고성대회 돌스 동영상을 보니 달리기 폼이 이상했다. 부상이어서 달리는 폼이 이상하기도 했고 원래 이상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준비를 할 때는 달리는 폼을 바꿔 보았다. 무릎에 테이핑을 안 해도 15킬로를 연습해도 다리가 안 아팠다. 출국 2주 전 직장 일이 바빠 스트레칭이 부족한 상태로 22킬로를 뛰고 나니 다시 무릎에 통증이 왔다. 큰일이었다. 중간에 몸이 이상이 느껴지면 멈춰야 하는데 계획한 것은 꼭 해 내야 하는 오기가 있어서 안 멈추고 22킬로를 달렸더니 탈이 났다.
그래도 뉴질랜드에서 대회뽕을 믿으며 출발했다. 수영 41분 19초(2:08 페이스) T1 8분 34초, 싸이클 3시간 16분 43초(27.36km/h 페이스), T2 5분 40초, 달리기 2시간 5분 38초(5:58 페이스) 총 6시간 17분 52초로 마감하였다. 바꿈터에서 쥐나 나서 낮잠 자고 갈 정도로 충분히 쉰 것이 아쉽다. 잘하는 선수들이 바꿈터 평균 2~3분대였다. 싸이클에서 평균파워 122W였는데 앞으로 140W까지 올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수영은 뉴질랜드 전후로 페이스와 폼과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잘하는 선수들과 경기를 해 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음에 현타를 확실히 느끼고 왔다. 즐겁게만 연습해서는 절대로 잘하지 못함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다시 한국 우물에 서서히 적응해 가는 중이다.
부상과는 헤어져야 한다. 최근에 병원에 갔더니 mri상 무릎 반월판 연골 한쪽과 십자인대 한쪽에 상처가 보였다. 6개월 동안 달리기는 금지다. 걷기만 하고 재활만 하려고 한다. 올해 구례 킹코스 하려고 했는데 무기한 연기다. 무릎이 회복이 안 되면 평생 못할 수도 있다. 부상과 헤어질지 킹코스랑 헤어질지 모르겠다. 한 살 이라도 젊을 때 킹코스 하고 싶었는데 욕심과 현실은 다를 뿐이다.
경비
뉴질랜드 타우포 빈패스트 ironman 대회는 낭만과 역사와 도전이 가득한 대회다. 영어를 좀 더 잘 해서 외국인과 많이 대화를 못 해본 것이 아쉽다. 1인당 계산해서 비행기와 캠퍼밴이 3,290,000원, 그 외 쇼핑, 입장료, 식사, 주유가 1,470,000원(15만원 정도는 바보짓한 것-주유할 때 정산 안한 것과 인천 호텔비 날림) 정도 들었다. 참가비 외에 476만원 정도 들었다. 극성수기에 뉴질랜드에 가서 캠핑카와 비행기값이 많이 들었지만 비수기에 가더라도 현지 체류비는 비슷할 것이다. 지금 다시 가라고 한다면 이번보다는 더 쉽고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10언더 소속의 서혜경 선수는 여자인데 혼자 와서 혼자 다니는 것을 보니 해외여행 그리 겁낼 것도 아닐 듯하다.
사람들
수준 높은 선수들과 같이 그 장소에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있었고 각기 사연이 있는 많이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가족과, 언니와, 친구와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하였다. 네이션 퍼레이드에 태극기를 들고 행진을 하니 대한민국 선수는 우리 뿐인 줄 알았는데 수원 철인, 10언더, 심지어 대회 운영을 참관하러 온 대한철인협회 직원 6명도 태극기를 보고 와서 인사를 하였다. 대회 때 바꿈터에서 응원해 준 그분들 목소리에 힘이 났다. 호주 대표였지만 한국 교포인 친구도 인사하고 대회 정보를 많이 공유했다. 해외에 가니 한국인을 만나니 반갑고 많이 의지가 되었다. 캠핑장에서 만난 독일인(차가 방전되어서 어쩔 줄을 모를 때 와서 도와 줌), 캠핑장에서 만난 자매 아이언맨(자기네 캠핑카 사용법을 우리한테 물어봄), 친절한 뉴질랜드 노인 부부(우리 캠핑카 사고 난 것을 고쳐줌), 그들은 모두 다정했고 예의 바르게 보였다.
다시 사철
다른 철인 클럽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사철 철인 사람들은 각자의 운동을 좋아한다. 잘한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것은 다르다. 물론 사철도 싸이클 포가차, 마라톤 sub3, 바다의 왕자 회원님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맹훈련하다 모이기만 하면 항상 서로를 챙겨주며 끌어 주고 기다려 주고 훈련 시켜 주었다. 나는 사철에서 싸이클 2진, 마라톤 2진, 수영 2진이다. 나이가 들어서 체력도 떨어지고 회복 속도도 느려져 3진이 되더라도 부상 없이 즐겁게 오래 운동하고 싶은 것이 앞으로의 소망이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질랜드 영상은 시간 날때 편집해서 올릴께요.
메달이 크고 무겁다
STUPID TREE
라피에르 티티차 빌려서 전망대에서 한 컷
네이션 퍼레이드 중에 스페인 선수들, 남아공 선수들, 마우리족들과 함께
감동적인 글귀들
맛난 양갈비와 초록 홍합과 양상추
캠핑카 앞에서 한 컷
지나고 나니 꿈만 같다.

첫댓글 와우
재미있고 부럽네.
24고성. 등록했어요 ?
같이가요
구례도 고고.
안했어요. 자봉할께요. 무릎 상태보고 구례 고
너무나 멋진 스토리,
비싼경비, 힘겨운 준비, 맛난 먹거리, 해외에서 바보짓 ㅎ,그리고 부상, 그러나 멋진 사람들과의경쟁
내가 가본듯한 설렘까지
누구도 경험하지못한걸 당신께서는 다~하셨네 부럽 부럽
부상잘극복해서 따뜻해지면 다시 달려봅시다
수민씨도 능력 되는데 안간거잖아요. 몸 만들어봐욥!!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뉴질랜드 타우포에서
가상 대회를 다녀온거 온거 같네요.ㅎ
그리고 2진이라 하시는데
사철회원들은 다 1진입니다!
나름 멋짐으로는 1등인 사철입니다~~
사철 만쉐이~~~
멋친 일찐들 다모여서 껌 좀 씹어볼까요? 마음만은 일찐^^ 사철 만세!!
므찌다아~ ㅎㅎ
함 가보이소!! ㅎㅎ
선수님, 정말 수고하셨고요.정말 대댄해보입니다. 난 요즘 심장이 식어서 별로 재미가 없는데 글을 보니 다시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날도 춥고 몸도 무겁고 의지도 없어지고…오늘 부터라도 다시 시작 해야 겠어요. 못본지 오래 되어서 보고싶군요 ㅎㅎㅎ
철태기는 누구나 오죠. 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다시 또 철인을 하더라구요. 나도 돌스티비 출연자이자 애청자로서 자주 보고 싶어요^^
멋진 경험하셨네요!
잠시 쉬시면서 무릎 관리 잘하세요
글에서 형구형님의 얼굴이 그려지는건 왜 일까요? ㅋㅋ
진정 부럽습니다!
난 하와이 코나의 태규씨 얼굴이 그려집니다^^
꿈이야. 꿈. 억수로 비싼 꿈.
다음엔 유럽으로 비싼 꿈꾸러 갈까??
언니 너무 멋있고 부러워요
경험해보고 싶은 글이였어요
정말 수고 많았어요~
고마와. 미정이도 충분이 할 수 있어. 올해도 즐훈 안훈해^^!
후기 잘읽었습니다
같이 뉴질랜드에
있었는것처럼 생생하네요
수고하셨고
부럽습니다
은희씨의 응원 소리가 들리는 듯 했어요~
천천히 정독해서 읽었더니...
와!!!...
감동의 물결이 !!
달리기 젬병, 수영은 맥주병.. 그래도 언젠가는 철인을 꿈꾸는 저한테
재미와 감동을 주는 멋진 후기에요^^
두분 모두 정말 고생하셨어요~~
25년도
나랑함께 도전하는걸로
장흥부터 ㅋㅋ
사철 포가차님^^ 철인 올림픽 코스는 준비해서 같이 나갑시다~ 수영은 생존을 위해서 꼭 배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