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의 재조명과 변화의 궤적 그리는 화가 허진
초기 《묵시》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이 《유전》 연작으로 이어져 역사와 현재의 관계를 재조명 하면서 시간의 흔적 과거의 역사와 기억이 현재의 삶과 인간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고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합니다.
과거의 《유전》 연작과 최근의 동물 작업을 한자리에서 비교함으로써,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억압'에 집중하던 시선이 '인간을 둘러싼 생명과 문명 전체'로 넓어지는 작가의 거대한 예술적 진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 라는 성격의 타이틀은, 결국 이렇게 인간(억압·제도)을 거쳐 동물(야생성·경계 해체)로 나아간 작가의 30여 년간의 시선 확장이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완벽한 선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주희 미술평론가는
“범람하는 강처럼. 긴 휴식을 끝낸 분화구의 분출처럼. “왕국을 두렵고 끔찍한 분노의 홍수로 쓸어, 곡식이 자라나는 농경지에 범람을 꾀할 때처럼”. 오래된 환경인 줄로만 알았던 자연이 넘쳐흐르고 막을 수 없는 흐름이 쏟아질 때에도 인류는 좌절과 붕괴가 아닌 치수(治水)와 생산을 추구해 왔다. 그리고 허진 또한 범람과 치수를 넘나들며 예술의 생산력을 고양하고 있다. “잠재울 수 없는 파도”가 밀려오듯 조형들이 범람하며 생명력을 분출하는 것은 작가의 작품이 지닌 특징이다. 그는 예술이 인류 정신의 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믿음 아래 관습과 길들여짐, 과거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늘 현재에서 화단의 치수 확장에 앞장서 왔다. 지난 40여 년의 여정에서 요동치는 현실과 화의(畫意)의 범람을 다스려가며 지평선 바깥으로 질주를 이어온 작가는 현재에도 자연의 신화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과 상응하는 기질(氣質)을 펼쳐 보이며, 스스로의 탄생 과정과 정당성을 기록하는 것으로 생기를 잃은 동양화단의 생산력을 대표하고 있다.”
허진 작가의 말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내포한 핵심 의미는
지나온 작업 시간의 회고: 오랜 세월 동안 쉬지 않고 묵묵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 자신의 과거 시간을 되돌아보는 매개체입니다.
미래를 향한 창작 의지: 속도와 힘을 상징하는 말처럼, 앞으로 새로운 예술적 길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내면의 야생성 회복: 그동안 교수라는 직책과 제도적 틀 안에서 스스로 억눌러왔던 예술가로서의 '야생성'을 다시 깨우겠다는 다짐을 뜻합니다.
새로운 예술적 출발: 정년퇴직을 계기로 사회적 제약을 벗어나 더 자유로운 창작의 영역으로 나아가려는, 은퇴가 아닌 '다음 단계로의 시작점'을 의미합니다.과거의 《유전》 연작과 최근의 동물 작업을 한자리에서 비교함으로써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억압에 집중하던 시선이 '인간을 둘러싼 생명과 문명 전체'로 넓어지는 작가의 거대한 예술적 진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허 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서 동양화를 전공 하였다. 1988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호암갤러리, 광주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관 및 갤러리의 초대전에 출품하였다. 허진은 제2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광주광역시 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 제6대 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 지회 이사 등을 역임하여 지역사회발전과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