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가 6·4지방선거 선거구획정안 심의를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지방의회가 선거구획정안 심사 자체를 거부한 사례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로 결정권이 넘겨짐과 동시에 의회 책임 회피라는 자체적 비난이 일고 있다.
◆획정안 심의 거부 전국 첫 사례= 도의회는 18일 제314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경남도 시군의회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상정하지 않은 채 폐회를 선언했다.
기획행정위에서 2차례 심사하지 못한 획정안은 예상대로 의장직권 상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오영 의장은 이날 “지역민과 정파, 당사자 간 견해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도의회가 결정하기보다 중앙선관위에서 합리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객관성을 더할 수 있다”고 상정 불가 입장을 밝혔다.
선거구획정안 심사 자체를 거부한 사례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2010년 경기도의회에서 심사를 통해 ‘부결’ 결정을 해 선거구획정안 결정권을 중앙선관위에 넘긴 바 있다.
◆“권한 없는 의회” 반감 작용= 도의회서 경남도가 제출한 획정안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심사 거부를 선택한 것은 획정안에 대한 논란보다 ‘권한 없는 의회’라는 반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기초의원 260명 정수는 법률로 정해진 것이다. 도내 시·군 간 의원 정수 이동 조정 또한 도선거구획정위에서만 결정할 수 있어 도의원의 권한은 사실상 없다. 다만 시 또는 군 지역 내 선거구·정수 조정만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흥범 의원은 “시·군 간 정수 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의회에 심의권이 없다는 것으로 의회에 상정할 이유도 없다. 도선거구획정위에 막강한 권한을 주는 것이다”며 “이는 민주적이지 못하고 지방자치 근간을 흔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종엽 의원은 “도선거구획정위 안을 그대로 수용하라는 것은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도획정위에서 ‘심사 보류’를 결정한 도의회 상임위원회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도 심사 거부를 초래하는 데 한몫했다.
◆“책임 떠넘기기… 직무 유기” 내부 비난도= 이번 획정안 심사 거부를 놓고 의회 내부적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길종 의원은 본회의 신상발언에서 “도의회서 획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결국 중앙선관위에서 확정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도의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안을 떠넘기는 것에 비판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 의원도 “심사 보류를 해서 경남도로부터 재심의가 들어왔는데 이를 거부하면 직무유기이다”며 “통과를 하든 부결을 하든 심사를 통해 결론을 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호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