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업이 꿈꾸는 마을의 실체
「호숫가마을 이야기」를 읽고
박초원, 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
마을이 놀이터다
사회사업 이야기입니다.
아이들과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고자 했던 사회사업가의 이야기입니다.
마을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힘을 쓰기보다,
좋은 일을 벌여 이웃 관계와 인정을 소통시키는 데 집중한 이야기입니다.
기관 재원이나 외부 지원금을 활용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돈 쓰지 않거나 적게 써야 잘 되는 사업 이야기입니다.
'일러두기' 가운데 (최선웅)
호숫가마을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잠시 다른 세상에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었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의 모습이 감히 놀라웠습니다.
제주도 여행을 가서 ‘동네 사람들과 왔어요’ 한 이야기, 추동 슈퍼 마당에서 영화제를 개최한 이야기,
책 읽는 이웃이 엄마편으로 시작해서 아이편, 아빠편으로 확장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접하며
아이들에게는 마을이 놀이터라고 느껴졌습니다.
도서관, 이웃 사람과 이웃집, 인근 상점 모두가 아이들의 건강한 놀거리입니다.
저 또한 지역의 많은 것들을 놀거리로, 놀이터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외부 지원금과 같은 예산은 일제히 받지 않고 오롯이 마을의 것으로 해결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복지관에서는 예산이 없으면 사회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관 평가지표에도 외부 지원금 비율이 평가항목에 있습니다.
진정한 사회사업 실천을 위해서는 이러한 평가 기준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책을 읽으며 많이 배워봅니다.
인사로 시작해서 인정으로 이어지기
인사는 실습의 시작이고 기초입니다.
마을에서 한 달간 지낼 청년으로서, 일을 시작하는 일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보통 3일 정도 인사만 합니다.
커피 모과차 보리차 귤 떡 동치미 과자 빵 가는 곳마다 간식과 차를 내오셨습니다.
화장실 자주 갔습니다. 인정을 누립니다. 감사할 일이 벌써 쌓여갑니다.
“신기해요. 저희가 뭐라고 저렇게 잘 나눠주실까요?”
섬기러 왔다가 도리어 받은 귀한 대접에 감동하고 감탄했습니다.
'실습생과 방학 활동' 중 '마을 인사' (최선웅)
인정이 넘치는 마을, 추동만의 특별함인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도 가능할까?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작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지역 밀착형 사업의 어려움 중 하나는,
무언가를 지역 내에서 함께하고자 할 때 함께 할 주민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주민분들은 복지관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사회사업가가 누구인지도 잘 모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흉흉한 일도 많으니 집 문을 열기 꺼려 하시기도 합니다.
물론 그래서 꾸준히 지역에 나가 복지관을 알리고 주민을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거주 중인 아파트로 이사 온 지는 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사 오는 날에도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1년은 이웃과 단절된 삶을 살았습니다.
바쁘고 힘든 현대사회에 이웃까지 살필 여력은 없었습니다.
일 년이 지난 후, 아침 출근길에 옆집 어머니를 제대로 처음 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렸습니다.
집이 22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시간이 긴 편인데도 어색해서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같은 시간에 또 옆집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어제보다는 한마디 더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출근하시나 봐요!” 직장을 옮기고 매번 이 시간에 출근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와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이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다음 날에는 집에 있는 요구르트 하나를 챙겨 나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거 챙기면서 하나 더 챙겼어요.” 하자 고맙다며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시며 처음으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제 나이를 말씀드리니 본인의 아들과 동갑이라고 하셨습니다.
사회복지사라고 직업을 말씀드리니 좋은 일을 한다며 응원해주셨습니다.
인사로 시작된 이웃과의 관계는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날 이후 서로 늦으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기도 하고 맛있는 것이 생기면 나누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출근 시간이 맞았던 우연을 계기로 시작된 만남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옆집 어머니와 출근 시간이 같지 않았더라면 계속 모르는 사이로 지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사업가라면 출근 시간과 같은 계기를 이웃과 이웃에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사를 시작으로 함께 마을의 이야기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요.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일, 무엇이 옳을까요?
당사자가 기획 준비 진행하고 지역사회가 함께하면 프로그램이 조금 어설퍼도 괜찮습니다.
자기 일이고 마을의 일이니까요.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하지 않습니다. 완성도는 내려놓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잘한 일, 역동하는 관계, 영향을 끼치는 생태를 살피는 데 촉을 세웁니다.
돈을 쓰지 않거나 적게 씁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활동이어야 바쁘지 않고 바쁘지 않아야 마음과 행동에 여유가 생깁니다.
'자주 받는 질문' 중 '프로그램 어떻게 하면 잘 될까요?' (최선웅)
호숫가마을 이야기를 읽으며 무엇이 나의 사회사업 실천방식과 다른지 계속해서 생각했습니다.
사실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복지관의 대부분 프로그램은 사회사업가가 연초에 사업을 구상하고,
정해진 사업계획에 따라 참여자를 모집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복지관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당사자는 참여만 하는 형태입니다.
그러니 참여하는 당사자의 의지와 적극성도 준비하는 사회사업가에 못 미칩니다.
기획부터 준비가 온전히 사회사업가의 몫이 되니 완성도가 없는 사업은 그대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당사자를 위하고 지역사회 내 둘레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난달 8일 어버이날 행사로 복지관이 시끌벅적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대면으로 진행되는 첫 어버이날 행사입니다.
어르신들을 위하여 인생사진관, 전통 놀이 체험, 보드게임 체험 등 다양한 부스를 준비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느라 야근을 함께한 동료들은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어르신들을 만나 뵐 생각에 기뻤습니다.
그런데 행사 바로 전날, 지역 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이 여럿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달되었습니다.
불가피하게 행사를 전면 수정해야 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도 계시고 자유롭게 식사도 하시는 상황에서 내빈 축사를 듣기 위해
약 20분간 모든 부스 운영을 중단하고 모여야 했습니다.
어르신이 앉을 곳도 많지 않고 식사 중인 어르신을 모셔오기도 어렵다고 이야기했으나 수정된 계획대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행사 당일 직원들의 안내와 빠른 대처로 어르신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어떤 것이 더 중요했는지 동료들과 함께 속상함을 나누었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일에서 어떤 모습이 완성도 있는 모습일까요?
구조화된 우리의 업무 방식이 어쩌면 더 중요한 사회사업의 가치를 놓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첫댓글 호숫가마을도서관 카페로 옮겨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