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교실] 20. 하의갈마(下意羯磨)
출가자가 재가불자 향해 참회하는 것
출가자라도 재가불자 비방해선 안돼
복발갈마가 불법승 삼보를 비난하거나, 출가자들의 화합을 깨거나, 혹은 출가자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재가불자에 대해 승가측이 내리는 일종의 징벌이었다면, 하의갈마(下意磨, paTisAraNiyakamma)는 그 반대로, 재가불자에게 폐를 끼치고 화나게 한 출가자가 그 재가불자를 찾아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참회할 것을 결정하는 갈마로 차부지백의가갈마(遮不至白衣家磨)라고도 한다.
빨리율에 의하면, 하의갈마가 제정된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질다(質多)거사는 선법(善法)비구에게 매일 정성 드려 공양을 올렸다. 다른 스님들을 공양할 때도 항상 선법비구에게 먼저 허락을 받는 등 그를 매우 존경하며 모시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롯한 많은 장로스님들이 질다의 숲을 찾아왔다. 질다는 이들로부터 설법도 듣고 공양에 초대할 약속도 했다. 그 후 질다는 선법비구에게 이 사실을 전하며 공양에 초대했지만, 선법비구는 자신의 허락을 먼저 받지 않았다고 매우 괘씸히 여기며 그의 초대를 거절했다. 공양 당일, 선법비구는 질다가 장로들을 위해 어떤 음식을 마련했는지 궁금해져 결국 질다의 집을 방문했다.
잘 마련된 공양이었지만, 둘러보니 깨떡이 없었다. 선법비구는 ‘질다여, 잘 마련된 공양이지만, 한 가지 없는 게 있으니, 바로 깨떡이 없구나’라고 괜한 트집을 잡으며 심통을 부렸다. 질다는 몹시 화를 내며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할 자의 입에서 기껏 나오는 소리가 깨떡이라니…. 마치 수컷 닭과 암컷 까마귀 사이에서 태어난 녀석이 까마귀소리를 내려고 하면 닭소리가 나고 닭소리를 내려고 하면 까마귀소리가 나오는 것과 같구나’라며 비웃었다.
질다의 말을 들은 선법비구는 버럭 화를 내며 부처님께 가서 이 일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은 선법비구의 잘못이라 하시며, 승가는 선법비구에게 하의갈마를 내리고 그를 참회시키라고 하셨다고 한다. 질다의 행동에도 문제는 있었겠지만, 적절하지 못한 이유로 재가불자를 비난하며 그의 화를 사고, 또 신심을 잃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선법비구의 행동을 부처님께서는 먼저 문제 삼으신 것이리라.
하의갈마를 통해 폐를 끼친 재가불자에게 사과할 것이 결정되면, 그는 그 재가불자를 찾아 가 참회하며 용서를 빌어야 한다.
이 하의갈마의 대상이 되는 출가자의 행동은 첫째, 재가불자가 물질적인 손해를 보도록 도모하는 것, 둘째, 재가불자의 불행을 도모하는 것, 셋째, 재가불자가 살 곳을 얻지 못하도록 도모하는 것, 넷째, 재가불자를 매도하고 비방하는 것, 다섯째, 재가불자와 재가불자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 여섯째, 재가불자에게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 일곱째, 재가불자에게 법을 비방하는 것, 여덟째, 재가불자에게 승가를 비방하는 것 등의 여덟 가지이다.
이는 재가불자가 출가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즉 복발갈마의 대상이었던 여덟 가지 행동의 내용과 동일하다. 출가자든 재가자든 결코 서로를 비방하거나, 정신적·물질적인 피해를 주거나, 또 불법승 삼보에 대한 비방을 하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하는 것이다.
재가불자를 지도하고 이끌어 가는 출가자, 또 출가자를 따르고 존경하는 재가불자, 이 관계의 적절한 유지를 위해 평소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자신의 잘못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참회하는 것은 스스로의 청정을 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상대방의 존경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신의 허물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참회할 것을 가르치는 하의갈마는 출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의 갈마이지만, 사부대중의 화합과 불교교단의 발전을 위해 그 정신은 출가·재가를 막론한 모든 불교도가 깊이 되새기며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日 도쿄대 연구원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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