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성 기행2]
ㅡ옥룡설산의 신비와 고성ㅡ
여정 셋째 날이다.
호텔 룸에서 도시락 조식을 마친 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옥룡설산(玉龍雪山)으로 향한다. 아침 햇살이 설산의 분위기를 더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단숨에 오른 4,506m 고지에 내린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지점부터 만년설이 덮인 해발 4,680m 표지석까지의 트래킹 시작이다. 동기 중에 단 두 명 뿐이다. 인내심으로 마침내 4,680m 고지에 발을 디딘다. 하산 후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가빠진다. 11년 전에는 도전에 실패해 아쉬움이 남아있는 설산이다. 70대 후반의 내 체력을 의심한 순간이다.
하산 후 장예모 감독의 《인상여강(印象麗江)》공연장으로 향한다. 노천공연은 짧지만 가슴을 울려 감동이다.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나시족과 이족(彛族) 등 현지 소수민족 주민들이 직접 출연한다. 삶과 자연, 조상에 대한 경의를 연극으로 표현한다. 화려한 장치 없이 민족의 울림 있는 목소리와 몸짓으로 채워진 무대이다. 삶의 깊이를 아는 나이가 되어보니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이어 람월곡(藍月谷)의 푸른 석회수 못과 나시족의 동파(東巴) 성지인 옥수채(玉水寨)로 향한다. 람월곡은 옥룡설산 기슭의 해발 약 2,800m 고지에 자리한 지역이다. 백수화 물이 고여 형성된 에메랄드 빛이어서 유난히 푸르다. 지하로 스몄다가 분출한 용천수인 옥수채는 나시족의 성지로 불린다. 옥룡설산이 수면에 거울처럼 비치는 흑룡담(黑龍潭)공원은 한 편의 수묵화이다.
나시족은 상호 존중과 강인한 생활력을 지닌 민족이다. 상권을 쥐고 있는 여성들의 부지런함은 국민성의 특성이다. 문화 예술을 숭상하는 남성들의 여유로움이 조화를 이룬다. 간체자 옆에 상형문자를 곁들여 사용하고 있어 이색적이다. 상형문자인 '동파문자'를 지금까지 보존해 온 자부심이 대단하다.
밤이 되자 여강고성(麗江古城)의 등불은 하나둘 켜진다. 천년의 세월 품은 돌길과 졸졸 흐르는 수로 옆에서 동기들과 어깨를 맞대고 인증샷을 남긴다. 여강의 밤풍경 속으로 깊숙이 물들어 간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성은 인파로 물결친다. 민족성과 자부심이 배어있는 도시이다. 밤은 점점 깊어간다. 려강의 일정을 접고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새벽에 공항이 있는 곤명으로 열차를 타고 떠나는 일정이다.
흰눈을 머리 이고
구름 위 솟은 설산
거친 숨 서로 나눠
정상에 올라 선다
육십대 청춘 가슴엔
푸른 기상 넘치네
2026.0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