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일부가 기계로 개조된 인조 인간을 사이보그(cyborg)라고 한다. 뇌 이외의 부분, 즉 수족·내장 등을 교체한 개조인간.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체를 뜻한다. 영화 속의 ‘아이언맨’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학계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과학이 발전할 경우 2100년 이전에 사이보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사이보그 시대가 오기도 전에 사이보그와는 정반대 개념의 새로운 로봇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신체에 기계장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생체조직을 결합한 로봇인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biohybrid robot)’ 시대를 말한다. 과학계는 생체조직을 입힌 이 바이오 로봇을 통해 특히 의료계 전반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념의 기계에 생체조직을 결합한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하버드대학에서 처음 개발한 생체로봇. 해저 가오리처럼 발광이 가능하다. ⓒ/wyss.harvard.edu
‘바이오하이브리드로봇’은 사이보그의 반대 개념
30일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예상하고 있는 이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박테리아에 약물을 갖다 붙인 후 암 발생부위에 접근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박테리아 로봇’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탈리아 SSAS(Sant’Anna School of Advanced Studies)의 바이오로보틱스 연구소(BioRobotics Institute)에서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과 관련, 지난 29일 ‘사이언스 로보틱스 저널(Science Robotics Journal)’에 새로운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 저자인 레오나르도 리콧티(Leonardo Ricotti) 박사는 ‘라이브사이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이오로보틱스를 사이보그와 상반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보그의 경우 조립 라인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볼트(bolt)를 조이고, 용접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첨가하고 있다는 것. 반면 바이오로보틱스는 밀리미터(mm)보다 적은 크기의 로봇들을 개발해 암세포를 제거하고, 여러 가지 상처를 치료하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이오로보틱스의 진화 속도다. “최근 인공지능을 지닌 초소형 로봇이 개발되는 등 로봇 설계에서부터 소재에 이르기까지 바이오로보틱스 전반에 걸쳐 최근 놀라운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의 관심은 로봇에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온 생체조직을 입히는 일이다. 기계에 접목했을 때 실제 생체 조직처럼 생명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여기서 성공했을 경우 즉시 인체에 투입해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너무 작고 복잡해 모니터링을 불가능했던 영역을 탐사하는 기능이다. 과학자들은 인체 각 부위의 미세한 영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최근 생체 기능이 추가된 나노 차원의 초미니 로봇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체에 초미니 로봇 투입해 질병 치료 가능해
생체 세포를 재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동물과 같이 자연스러운 근육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분자기계들이 인공신경세포 안에서 끊어짐이 없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만큼 로봇 개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통해 가능한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며, 세밀하게 절단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나 어려운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달걀을 깨뜨려 흘리지 않고 그릇에 담는 것처럼 이 분자기계들이 예민한 동작을 수행해내는 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사람의 심장근육, 벌레의 근육 같은 예민한 동작을 할 수 있는 생체 조직이 개발되고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미국 터프츠 대학의 배리 트림머(Barry Trimmer) 교수는 “현재 생체 조직을 통해 곤충의 애벌레처럼 움직이는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벌레처럼 예민한 근육을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저자인 캐나다 에꼴 폴리테크닉 몬트리올(École Polytechnique de Montréal)의 실뱅 마텔(Sylvain Martel) 교수는 주자성 세균(magnetotactic bacteria)을 사용해 혈관을 오가면서 정확하게 암 종양을 공격할 수 있는 나노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주자성 로봇이란 자기를 감지하여 자력선 방향으로 운동하는 세균을 총칭하는 말이다. 균체 내에 산화철의 일종인 마그네타이트의 아주 미세한 입자가 사슬모양으로 이루어져 마크네토솜(magnetosomes)으로 존재하는데 로봇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마텔 교수는 “이 로봇이 자력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다양한 약물을 접근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암 세포까지 가지고 갈 수 있으며, 또한 암 증상에 맞는 치료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리콧티 교수에 따르면 생체 세포가 계속 살아 있어야 하는데 수명이 짧아 세포가 살아지고 나면 로봇 역시 곧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생체조직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약간의 온도변화에도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점 역시 난제 중의 하나다.
리콧티 교수는 “이처럼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이 있지만 최근 과학이 발전하면서 바이오하이브리드로봇이 ‘가능성의 예술(art of possible)’에서 ‘믿을 수 있는 제작(reliable manufacturing)’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가까운 미래에 바이오하이브리드로봇 들이 등장하고 또한 이 로봇을 통해 사이보그의 후손들이 다양한 질병을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콧티 교수는 “바이오하이브리드로봇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