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역사] 스키 - 기원전 2000년 북유럽에 스키 벽화… 1742년 스키 부대도 창설

[정승남세기영어교육연구회장]

[사소한 역사] 스키​

기원전 2000년 북유럽에 스키 벽화… 1742년 스키 부대도 창설

입력 : 2024.01.30 03:30 조선일보

스키

▲ 최초의 스키 대회 개최를 예고하는 조선일보 기사(1927년 2월 3일 자). 오른쪽은 1940년 2월 20일 자에 실린 사진으로 사람들이 스키를 타기 위해 등산하는 모습이에요.

강원 동계청소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데요,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듀얼 모굴 결승에서 이윤승 선수가 금메달을 땄어요. 얇고 긴 판 두 개를 양발에 고정하고, 이 판을 발로 밀며 눈 덮인 비탈길을 내려가는 스키는 동계올림픽의 인기 종목이죠. 많은 사람이 겨울에 추억을 쌓는 생활 스포츠로 즐기기도 하고요. 또한 전방 사단 수색대나 특전사 등 특수한 임무를 맡은 군 부대에서는 겨울철에 스키를 이용한 산악 지형 극복 훈련을 받기도 하는데요, 스키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요?

초기 스키는 눈과 얼음이 덮인 추운 지역에서 사냥과 전쟁에 원활하게 나서기 위한 교통수단이었어요. 스키와 관련된 초기 유적과 유물은 추운 환경인 북유럽 지역에서 주로 발견돼요. 기원전 2000년쯤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노르웨이 벽화나, 4500년 전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스웨덴의 스키 유물, 러시아 백해 인근에서 발견된 벽화 등을 통해 보면, 스키는 고대 북유럽 지역에서 사냥 수단으로 널리 썼음을 알 수 있어요. 고대부터 전승된 북유럽 신화에는 스키의 신 '울르'와 스키의 여신 '스카디라'도 등장해요.

근대사회로 접어들며 스키는 점점 체계화된 스포츠로 자리 잡죠. 노르웨이군(軍)은 1721년 스키 공장을 설립하고 1742년에는 스키 부대도 편성해요. 이때 스키를 발에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가죽끈이 고안됐어요. 이를 통해 스키를 타고도 자연스럽게 움직이기가 편해졌고, 스키는 남녀노소 즐기는 스포츠로 변모합니다. 나아가 노르웨이 왕실이 직접 스키 경기의 승자를 표창하면서 스키 스포츠는 더욱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스키가 근대 스포츠로 성장하는 데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마티아스 즈다르스키(Mathias Zdarsky)와 하네스 슈나이더(Hannes Schneider)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즈다르스키는 노르웨이의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이 스키를 타고 그린란드 횡단에 성공하자 스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느꼈어요. 다양한 스키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군인들에게 스키 기술을 가르치는 교관을 맡았어요. 슈나이더는 스키 활강과 관련한 다양한 이론을 만들었어요. 스키에 발의 앞과 뒤꿈치를 모두 고정하고 슬로프를 내려오는 '알파인 스키' 경기의 이름도 그가 살던 알프스 지역명에서 따왔다고 해요. 이후 동계올림픽에 점프, 활강, 회전 등 다양한 스키 경기도 도입되면서 스키 스포츠가 발전해 나갔습니다.

한국에 스키가 전파된 것은 개항기 말인 1903년으로, 개항지인 원산에서 핀란드인 2명이 스키를 탄 것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30년에는 원산에서 제1회 전조선스키선수권대회가 열렸어요. 1934년에는 조선스키협회, 광복 후인 1946년에는 대한스키협회가 창립되며 한국 스키가 태동합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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