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 (龜旨歌)
원문
풀이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
배경
후한(後漢) 세조(世祖) 광무제(光武帝) 건무(建武) 18년 임인(壬寅) 3월 계욕일(액을 없애기 위하여 물가에서 목욕하며 노는 날)에 마을의 북쪽 구지(龜旨)에서 무엇을 부르는 수상한 소리가 났다. 마을 사람 이삼백 명이 그 곳에 모이니, 사람의 소리가 나는데 그 모양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기를 "여기에 사람이 있느냐?" 구간(九干)들이 말하되,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 또 말하되, "황천에서 나에게 명하시기를 이 곳애 와서 나라를 새롭게 하여 임금이 되라 하였으니 너희들은 구지의 봉우리 흙을 파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
하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면 대왕을 맞이하는 일이 될 것이니, 기뻐하고 용약(勇躍)하라."하였다.
구간(九干)들이 그 말을 따라 다 같이 빌면서 가무를 하였다. 10여일 후에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알 여섯이 사람으로 변하여 그 중의 한 사람이 처음으로 나타났다고 하여 휘(諱)를 수로(首露)라 하고, 나라를 대가락(大駕洛) 또는 가야국(伽倻國)이라고도 하여 육 가야의 하나가 되고, 나머지 다섯 사람이 다섯 가야의 주(主)가 되었다고 한다.
해설
원래 우리말로 불리던 것이 한역되어 전하므로 그 원형은 알 수 없다. 사구체 향가와 비슷한 이 노래는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왕 건국 신화의 삽입 가요로 고대 시가의 제의적, 집단적,주술적 성격을 보여 주고 있다. 구지봉(龜旨峯)에서 김수로왕을 맞이하면서 구간(九干)과 마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부른 노래이다.
1-2행에서는 왕의 강림(降臨)을 기원하고, 3-4행에서는 소망 성취를 위한 위협을 하고 있다. 이처럼 주술성을 지닌 노래는 '환기-소원-가정-협박'의 구조를 지닌다.
이와 유사한 노래로 진성여왕 때의 '해가'가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