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즈 o.s.t 놀러와 듣고 있다가,갑자기 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갔습니다.그리고 구경하다가 또 갑자기 열린TV시청자세상이 생각나서^^홈페이지를 갈려고 했는데,sbs매거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그래서 아무생각없이 이번호 보고 있다가 작년 5-8월 사이에 아저씨 인터뷰기사가 실렸을수도 있겠다.하고 찾아봤는데,2002년 7월호에 역시나!!(인터뷰기사위에 플래시(맞나?)가 있었는데,퍼올지를 몰라서 못퍼온게 한이 됩니다...)
“시청자와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파”
정진영.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폭넓게 표출해 온 선 굵은 연기자. 그가 이제 시사다큐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라는 배역을 맡았다. 이것은 허구가 아니다. 정진영의 몸과 마음이 속한 실제 현실 속에서, 더 치열하게 살아 내야만 하는 실존의 배역인 것이다.
영화배우 정진영이 SBS 시사다큐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새로운 진행자로 나섰다. 그는 [달마야 놀자] [비천무] [링] [초록물고기] 등에 출연했으며, 1998년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이듬해에 열린 대종상영화제에서도 같은 상을 거머쥐면서 연기파 배우로서의 명성을 쌓아 가고 있다. 출연작들의 면면이 그러하듯, 이른바 충무로 상업영화들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배우로 활동하다가 사회현실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선다는 게 좀 껄끄럽게 느껴질 법했다.
“시청자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다”
“내면적인 갈등이 전혀 없진 않았습니다. 사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잊고 살아 온 게 사실이니까요. 갑자기 그 현실 깊숙이 들어가야 될 처지로 몰리고 만 겁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 기회가 무뎌진 제 의식을 벼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기자로서의 내면을 더 확장하고 깊게 하는, 일종의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회적 충격을 안겨 준 모종의 사건을 수술대 위에 올려 놓고, 속속들이 해부해 가면서 그 이면의 진실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다큐프로그램의 성격상 진행자의 이미지가 작품 이미지로 그대로 연결될 소지를 안고 있다. 새로운 진행자로 나선 정진영으로선 기존 진행자의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어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는 담담했다.
“뭐, 별로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어차피 이 프로는 지향점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으니까요. 진행자의 캐릭터도 물론 중요하겠죠. 하지만 그 동안 구축되어 온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성격과 위상이란 게 있기 때문에 저는 그저 거기에 맞게,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프로그램 제작진을 비롯하여 시청자들과 문제점을 공유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 보자고 권유하는 정도?” 결국 그러한 문제의식의 공유야말로 가려진 진실을 벗겨 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근간이 될 터였다. 그러면서 예전의 진행자였던 문성근과 ‘똑같이 할 생각도, 굳이 다르게 하려고 애쓰지도 않을’ 거라던 그의 어조에는, 새로운 진행자로서의 자신감이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
“배우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 진행자가 될 터”
서울대 국문과 83학번으로, 대학시절부터 연극활동을 해 온 그였다. 또 영화를 통해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구축해 온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도 만만찮은 무기가 될 수 있을 터였다. 정진영 자신도 그러한 자신의 장점과 이력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는 나름의 계산이 서 있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는 한두 가지 이미지와 캐릭터로 고정되는 걸 경계하는 배우이다. 서울대 출신의 선배 연기자들 대부분이 지식인 이미지로 굳어 버리는 게 싫어, 영화 [약속]에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는 일부러 ‘조폭’ 역할을 자청했을 정도였다.
프로그램 자체가 추리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비추어, 그의 1999년 출연작인 [링]에서 맡은 역할과 비슷한 점이 있어 보였다. 정진영은 그 영화에서 하이톤으로 연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그것이 알고 싶다]의 프로듀서들도 하이톤의 발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이 중요하니까요. 아무래도 좀 높은 톤으로 발성하면서, 발음에도 신경을 기울여야겠죠.”
정진영은 최근 5년 동안 영화연기에만 몰입해 왔다. 대학 시절부터 연극활동을 해 왔고, 텔레비전에도 얼굴을 비치게 됐지만 그는 여전히 영화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따라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에 있어서도, 방송인이 아닌 한 사람의 연기자로서 진행에 충실하겠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하긴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역시 말과 표정, 제스처로 특정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어찌 보면 연기의 한 장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프로그램의 메시지, 그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겠죠. 시청자들과 그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하고선,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진실의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어요?”
그는 올 하반기에도 영화출연이 약속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진행 전이라, 자세한 내용은 밝히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여 당분간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로서의 정진영을 지켜보며 그의 다음 출연작이 크랭크인될 때를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