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조주십이시가(趙州十二時歌)
오시(午時)정오(正午)11~1
해가 남쪽을 향하는 오시, 차를 마시고 밥을 먹음에 정한 순서가 없고, 남쪽 집에 갔다가 북쪽 집에 들렀더니, 마침내 북쪽 집에 이르렀더니 내치지도 들이지도 않네. 쓴 소금덩이에 보리 초장, 기장 섞인 쌀밥에 절인 상추 내주며, 말하기를 공양은 등한히 할 일 아니라며, 스님이라면 모름지기 도심이 견고해야 한다네.<日南午 茶飯輪還無定度 行卻南家到北家 果至北家不推註 苦沙鹽大麥醋 蜀黍米飯虀萵苣 唯稱供養不等閑 和尙道心須堅固>
미시(未時) 오후(午後)1~3
해기우는 미시, 이때 그늘지는 땅을 밟으며 밥 빌러 다니지 않네. 일찍이 듣자하니 한번 배부르면 백번 굶주림을 잊는다더니, 오늘 이 노승의 몸이 그러하네. 선(禪)도 닦지 않고 경(經)도 논하지 않나니, 다 헤어진 자리 깔고 햇볕 쐬며 낮잠을 자네. 생각컨데 저위의 도솔천이라도 이처럼 등 구워주는 햇볕은 없을 것일세.<日昳未 者回不踐光陰地 曾聞一飽忘百飢 今日老僧身便是 不習禪不論義 鋪箇破蓆日裡睡 想料上方兜率天 也無如此日炙背>
신시(申時)오후(午後)3~5
해저무는 신시, 오늘도 향 사르고 예불하는 사람은 있어, 노파 다섯에 혹부리 셋이라, 한 쌍의 부부는 검은 얼굴은 쭈글쭈글, 유마차(油麻茶) 공양이라니 참으로 진귀하네, 금강역사여, 애써 힘줄 세울 필요 없다네, 내년에 누에 오르고 보리 익거든, 어린 라훌라에게 돈 한 푼 주려하네.<晡時申 也有燒香禮拜人 五箇老婆三箇癭 一雙面子黑皴皴 油麻茶實是珍 金剛不用苦張筋 願我來年蠶麥熟 羅喉羅兒與一文>
유시(酉時)오후(午後)5~7
해지는 유시, 쓸쓸함 외에 달리 무얼 지킬까? 운수 난자(衲子)의 고매한 발길 끊어 진지도 오래인데, 절 마다 다녀가는 사미승은 언제나 있네. 단 한마디 말도 격식도 내지 못하고, 석가모니를 잘못 잇는 후손이로구나! 한 가닥 굵다란 가시나무 주장자는, 산에 오를 때뿐만 아니라 개도 두들겨 패네.<日入酉 除卻荒涼更何守 雲水高流定委無 歷寺沙彌鎭常有 出格言不到口 枉續牟尼子孫後 一條拄杖麤楋藜 不但登山兼打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