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유교 공세에 불교 “기권패”
한겨레/1997년 4월 2일/기사(뉴스)
조선 유교 공세에 불교 “기권패”
신규탁 교수‘함허득통’연구…“반론조차 유교의존”
-조선 개국 당시 유교와 불교 윤리의 충돌을 해석한 논문이 나와 주목된다-
신규탁 연세대 교수(불교철학)는 지난 28일 연세대 부설 국학연구원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함허득통(1376~1443)에 나타난 불교와 유가의 윤리충돌' 이라는 논문을 통해 △조선건국 당시 유교사상의 공세에 불교윤리가 일방적 수세에 놓여 있었으며 △정도전의 새 유교 이론에 불교 윤리는 논리적, 사상적으로 완패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정도전(?~1398)으로 대표되는 유가지식인들이 성리학을 바탕으로 불교에 대해 사상적 공세를 취했으며, 불교는 4백년간 고려사회를 지탱시킨 이념답지 않게 허물어 졌다. 이들이 “인생살이의 복이나 재앙을 신비주의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혹세무민 아니냐” “윤회설, 지옥설, 걸식행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라” “출가는 불충·불효” 라는 공세에 불교계는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불교계를 대표하는 고승 함허득통은 <현정론>에서 유교․불교의 윤리문제에 14개의 문답식 반론을 폈다. ‘출가로 대를 잇지 못하는 것은 불효’ 라는 주장에 대해 부처님 또한 부모라고 주장했다. 또 유가의 충 논리에 대해서는 ‘출가자들이 차를 달여 임금과 나라를 축원한다, 며 충의 단절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반론이 유교의 충·효 윤리에 의존하고 있음이 나타났고, 육식금지·금주·보시 요구에 대해서도 유가의 틀을 마지막까지 벗어나지 못했다.
신 교수는 '한 시대를 지탱해 온 불교이데올로기가 퇴장한 것은 새로운 이념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조선이 무너졌을 때 유교는 사상적으로 반성하지 못했고, 일제패망 뒤에도 일본의 눈으로 보았던 세계에 대해 정면비판하려는 시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최근 우리의 역사' 라며 이런 한계의 극복 필요성을 제기 했다.
김창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