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4]
바람 부는 날의 사색
서우당 이성칠
들창문으로 입추 끝자락의 열기가 밀려온다. 반바지에 셔츠만 걸친 채로 눈치 볼 여력마저 없다. 간절기엔 처녀 봄바람 만난 듯이 게걸스럽다. 아직 짙은 녹음의 잎사귀들을 사정없이 후려치니 재수 없게 걸려든 것들은 비행접시 내리듯 바닥을 쓴다. 팔월은 경계선이니 시샘이 많다. 바람이 불어도 더운 바람이라 탓하고 자칫 훼방꾼 노릇이다. 될 수 있으면 살랑대며, 오는 듯 가는 듯 기본만 하면 된다. 태풍급이 아니면서 창문 틈새로 자전거 바퀴 바람 빠지는 소리만 더한다. 조간신문 운세 난을 보았다. 분명히 바람 부는 대로 따르면 재물 운이 붙는다고 했겠다. 아침 바람은 제정신 아니어서 오후가 되니 바람 같은 바람이 분다. 하지만 어쩌나 동서남북 사방에서 불어 재낀다. 이런 식의 운세라면 난들 자리 때기 펼 만도 하겠다. 바람이 분다. 늙으나 젊으나 바람은 분다. 그 바람 잠재울만한 일이 분명 일어날 것 같다. 온 얼굴에 홍조와 가슴은 쿵쾅거리며 눈빛은 참새처럼 사방으로 굴린다. 눈빛이라도 마주쳐야 바람의 역할을 다하는 것을 그를 일이 없다. 아 이런 세대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무슨 낭만과 로맨스가 있단 말인가. 서글픈 시대에 부는 바람 탓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오후 내내 불던 바람이 저녁까지 불어 댄다. 바람에 실려 온 좋은 일을 내가 못 느끼는 둔재인가. 아니면 말 못하는 바람이 기꺼이 나에게 뭔가를 들려주겠다는 뜻인지. 몽환의 형광등 아래에서 생각을 더한다. 자판으로 깨닫기에는 너무나 멀다. 아직도 들창문 틈새로 바람이 분다. 하지만 선풍기 바람에 밀려간다. 종일 열기를 식히는 선풍기 모터의 회전만큼 주인 잘못 만난 수고로움에 자리를 박찬다. 바람을 잠재운다.
[퇴고 3]
바람 부는 날의 사색
서우당 이성칠
들창문으로 입추 끝자락의 열기가 밀려온다. 반바지에 셔츠만 걸친 채로 눈치 볼 여력마저 없다. 간절기엔 처녀 봄바람 만난 듯이 게걸스럽다. 아직 짙은 녹음의 잎사귀들을 사정없이 후려치니 재수 없게 걸려든 것들은 비행접시 내리듯 바닥을 쓴다. 팔월은 경계선이니 시샘이 많다. 바람이 불어도 더운 바람이라 탓하고 자칫 훼방꾼 노릇이다. 될 수 있으면 살랑대며, 오는 듯 가는 듯 기본만 하면 된다. 태풍급이 아니면서 창문 틈새로 자전거 바퀴 바람 빠지는 소리만 더한다. 조간신문 운세 난을 보았다. 분명히 바람 부는 대로 따르면 재물 운이 붙는다고 했겠다. 아침 바람은 제정신 아니어서 오후가 되니 바람 같은 바람이 분다. 하지만 어쩌나 동서남북 사방에서 불어 재낀다. 이런 식의 운세라면 난들 자리 때기 펼 만도 하겠다. 바람이 분다. 늙으나 젊으나 바람은 분다. 그 바람 잠재울만한 일이 분명 일어날 것 같다. 온 얼굴에 홍조와 가슴은 쿵쾅거리며 눈빛은 참새처럼 사방으로 굴린다. 눈빛이라도 마주쳐야 바람의 역할을 다하는 것을 그를 일이 없다. 아 이런 세대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무슨 낭만과 로맨스가 있단 말인가. 서글픈 시대에 부는 바람 탓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오후 내내 불던 바람이 저녁까지 불어 댄다. 바람에 실려 온 좋은 일을 내가 못 느끼는 둔재인가. 아니면 말 못하는 바람이 기꺼이 나에게 뭔가를 들려주겠다는 뜻인지. 몽환의 형광등 아래에서 생각을 더한다. 자판으로 깨닫기에는 너무나 멀다. 아직도 들창문 틈새로 바람이 분다. 하지만 선풍기 바람에 밀려간다. 종일 열기를 식히는 선풍기 모터의 회전만큼 주인 잘못 만난 수고로움에 자리를 박찬다. 바람을 잠재운다.
[퇴고 2] 2023.9.5, 국보구미아카데미 시 발표, 김전 지도교수의 커멘트
* 잔잔한 표현법 좋다, 산문시는 비유가 있어야 한다. 조금 줄이면 좋을 것
바람 부는 날의 사색
서우당 이성칠
들창문으로 입추 끝자락의 열기를 밀어낸다. 반바지에 셔츠만 걸친 채로 눈치 볼 여력마저 없다. 간절기 불어오는 바람은 처녀 봄바람 만난 듯이 게걸스럽다. 아직 짙은 녹음의 잎사귀들을 사정없이 후려치니 재수 없게 걸려든 것들은 비행접시 내리듯 바닥을 쓴다. 팔월은 모든 것들의 경계선에 와 있으니 시샘이 많다. 바람이 불어도 더운 바람이라 탓하고 잘못 불면 훼방꾼 노릇이다. 될 수 있으면 살랑대며, 오는 듯 가는 듯 기본만 하면 된다. 태풍급도 아니면서 창문 틈새로 자전거 바퀴 바람 빠지는 소리만 더한다. ............ 시적인 표현이 좋다
오늘 조간신문 운세 난을 보았다. 분명히 바람 부는 대로 따르면 재물 운이 붙는다고 했겠다. 아침에 부는 바람은 제정신이 아니어서 오후가 되니 바람 같은 바람이 분다. 하지만 어쩌나 동서남북 사방에서 불어 재낀다. 이런 식의 운세라면 난들 자리 때기 펼 만도 하겠다. 바람이 분다. 늙으나 젊으나 바람은 분다. 그 바람 잠재울만한 일이 분명 일어날 것 같다. 온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가슴은 쿵쾅거리며 눈빛은 참새처럼 사방으로 정신없이 굴린다. 눈빛이라도 마주쳐야 바람도 바람의 역할을 다하는 것을 마주할 일이 없다. 아 이런 인연 만들기 세대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무슨 낭만이 있고 무슨 로맨스를 만들 수가 있단 말인가. 서글픈 시대에 부는 바람 탓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오후 내내 불던 바람이 저녁까지 불어 댄다. 바람에 실려온 좋은 일을 내가 못 느끼는 둔재인가. 아니면 말못하는 벙어리 바람이 기꺼이 나에게 무언가를 들려주겠다는 뜻인지. 몽환의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생각을 더한다. 두드리는 자판으로 깨닫기에는 너무나 멀기만 하다. 아직도 들창문 틈새로 바람이 흔든다. 하지만 나에게 오는 바람은 선풍기 바람에 밀려간다. 종일 나의 열기를 식히는 선풍기 모터의 회전만큼 주인을 잘못 만난 수고로움에 자리를 박찬다. 바람을 잠재운다.
(20230821)
[퇴고 1]
바람부는 날의 사색
서우당 이성칠
들창문으로 입추 끝자락의 열기를 밀어낸다. 펜츠에 런닝만 걸친 채로 눈치 볼 여력마저 없다. 간절기 불어오는 바람은 처녀 봄바람 만난 듯이 게걸스럽다. 아직 짙은 녹음의 잎사귀들을 사정없이 후려치니 재수 없게 걸려든 것들은 비행접시 내리듯 바닥을 쓴다. 팔월은 모든 것들의 경계선에 와 있으니 시샘이 많다. 바람이 불어도 더운 바람이라 탓하고 잘못 불면 훼방꾼 노릇이다. 될 수 있으면 살랑대며, 오는 듯 안 오는 듯 가는 듯 안가는 듯 기본만 하면 될 것이다. 태풍급도 아니면서 창문 틈새로 자전거 바퀴 바람 빠지는 소리만 더한다. 오늘 조간신문 운세 난을 보았다. 분명히 바람 부는 대로 따르면 재물 운이 붙는다고 했겠다. 아침에 부는 바람은 제정신이 아니니 오후가 되니 바람 같은 바람이 분다. 하지만 어쩌나 동서남북 사방에서 불어 재낀다. 이런 식의 운세라면 나라도 자리 때기 펼 만도 하겠다. 바람이 분다. 늙으나 젊으나 바람은 분다. 그 바람 잠재울만한 일이 분명 일어날 것 같다. 온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가슴은 쿵쿵거리며 눈빛은 참새처럼 사방으로 정신없이 굴린다. 눈빛이라도 마주쳐야 바람도 바람의 역할을 다하는 것을 사람을 마주할 일이 없다. 아 이런 인연 만들기 세대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무슨 낭만이 있고 무슨 로맨스를 만들 수가 있단 말인가. 서글픈 시대에 부는 바람들 탓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오후 내내 불던 바람이 이 저녁까지 불어 댄다. 바람 타고 좋은 일을 내가 못 느끼는 둔재인가. 아니면 말 못하는 벙어리 바람이 기꺼이 나에게 무언가를 들려주겠다는 것인가. 몽환의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생각을 더한다. 두드리는 자판으로 깨닫기에는 너무나 멀기만 하다. 아직도 들창문 틈새로 바람이 나를 흔든다. 하지만 나에게 오는 바람은 선풍기 바람에 밀려간다. 종일 나의 열기를 식히는 선풍기 모터의 회전만큼 주인을 잘못 만난 수고로움에 자리를 박찬다. 바람을 잠재운다.
(20230821)
첫댓글 이미지가 있는 산문시, 좋은 작품입니다. 앞으로 기대 됩니다
교수님!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이성칠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