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한 그 회사들… 증권사는 3년간 한번도 안 들여다봤다
올해 주가 폭락 기업들 대부분 해당… 깜깜이 투자가 사태 키워
권순완 기자
입력 2023.06.28. 03:00
업데이트 2023.06.28. 07:37
국내 상장사 10곳 중 6곳 꼴로 지난 1년 동안 증권가의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전무(全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의 주가가 적정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역할을 한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전문가들의 분석이 없는 기업에 깜깜이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8개 종목이 최장 나흘 연속 폭락한 ‘SG증권발 폭락 사태’나 지난 14일 발생한 ‘5종목 하한가 사태’의 피해자들도 이런 ‘정보의 공백’ 상태에서 시세조종 세력에 현혹됐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작전 세력에 언제든 이용당할 수 있는 종목들이 도처에 지뢰처럼 깔려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러스트=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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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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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인기 주에 쏠리는 보고서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내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1건이라도 나온 회사는 1035곳으로 전체 상장사(2598곳)의 약 40%에 그쳤다. 같은 기간 10건 이상의 보고서가 나온 곳은 362곳(14%)에 불과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현재 주가가 적정한지 체크할 수 있는 상장사가 전체의 7분의 1도 안 된다는 뜻이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삼성전자 같은 대형 주나 각 업종의 대표 종목에 쏠려 있었다. 보고서 숫자 상위 1~5위는 삼성전자(247건), LG에너지솔루션(182건), SK하이닉스(180건), LG전자(169건), LG이노텍(160건)이었다. 또 보고서 수 상위 10종목 가운데 LG이노텍과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8종목은 모두 시가총액이 10조원 이상이었다. LG이노텍과 엔씨소프트는 각각 IT 부품과 게임 업종의 대표 주다.
반면 거래량이 작은 중소형 주들은 대체로 보고서가 적거나 아예 없었다. 최근 주가 조작의 타깃이 된 종목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14일 하한가를 맞은 5종목(동일산업·동일금속·방림·대한방직·만호제강)의 경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2020년 초부터 3년여 동안 보고서 수가 ‘제로(0)’였다.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8종목 중에서도 4종목(대성홀딩스, 세방, 선광, 다우데이타)은 최근 4년간 분석 보고서가 없었다.
◇매도 의견은 0.07%에 불과
종목 보고서엔 해당 업종을 오랫동안 분석해 온 애널리스트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전문 지표를 기초로 산출한 ‘목표(적정) 주가’가 기재되고, 투자자는 이를 바탕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보고서가 없는 종목은 풍문이나 소셜미디어에 도는 일방적 주장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게 된다. SG 사태와 관련,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라덕연씨는 투자 설명회에서 “핵폭탄처럼 모든 (추천) 종목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주가 조작 세력이 일부러 ‘정보 부족’ 종목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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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기업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매도 의견’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1년간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한 종목 보고서 총 4329건 가운데 매도 의견을 낸 것은 3건(0.07%)에 불과했다. 회사채 발행이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기업들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이 ‘잠재적 고객’인 기업에 불리한 보고서를 내지 않는 관행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이용해 부정한 돈을 벌기도 한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의 부정거래 혐의를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본인이 ‘매수 보고서’를 내기 전에 해당 종목 주식을 샀다가, 보고서 발간 후 주가가 오르면 파는 방식으로 5억원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불법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아니다. 유진투자증권의 황성현 연구원은 작년 11월 삼천리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냈다. 당시 삼천리 주가가 약 38만원일 때 목표 주가를 3분의 1 수준인 11만원으로 대폭 낮춘 것이다. 삼천리는 지난 4월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때 주가가 폭락한 종목 중 하나다. 황 연구원은 본지 통화에서 “삼천리는 가스 유통업체로 한국가스공사와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중간 마진을 챙기는 사업이라, 성장성이 제한돼 있다”며 “당시 비합리적인 수준으로 주가가 올라 소신대로 의견을 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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