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보덕정광(普德淨光)주야신
- 제2 이구지(離垢地) 선지식 -
(1) 보덕정광주야신을 뵙고 법을 묻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바산바연저주야신의
처음으로 보리심을 발하던 일과
보살의 장(藏)을 내던 일과
보살의 원(願)을 세우던 일과
보살의 바라밀다를 청정히 하던 일과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던 일과
보살의 행(行)을 닦던 일과
보살의 벗어나는 길을 행하던 일과
일체 지혜광명바다와 중생을 널리 구원하는 마음과 널리 두루 크게 가엾이 여기는
구름과 모든 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현의 행과 원을 항상 내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 점점 나아가 보덕정광(普德淨光)주야신의 처소에 이르러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앞에서 합장하고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수행하며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내며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성취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2) 보덕정광주야신이 법을 설하다
<1> 보살행을 원만하게 하는 열 가지 법
주야신이 대답하였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아욕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이제 다시 보살의 지위를 수행하고 출생하고 성취함을 물었습니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능히 보살의
행을 원만히 합니다. 무엇이 열 가지입니까?”
“하나는 청정한 삼매를 얻어
모든 부처님을 항상 친견함이요.”
“둘은 청정한 눈을 얻어
모든 부처님의 잘 생긴 모습으로 장엄함을 항상 관찰함이요.”
“셋은 모든 여래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의 큰 바다를 앎이요.”
“넷은 법계와 평등한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의 법의 광명바다를 앎이요.”
“다섯은 모든 여래의 낱낱 모공(毛孔)마다
중생이 수효와 같은 큰 광명바다를 놓아 한량없는 일체 중생을 이익하게 함이요.”
“여섯은 모든 여래의 낱낱 모공(毛孔)마다
모든 보배 색 광명 불꽃바다를 내는 것을 봄이요.”
“일곱은 생각 생각마다 모든 부처님의 변화하는 바다를 출현하여
법계에 가득하고 일체 모든 부처님의 경계에 끝까지 이르러 중생을 조복시킴이요.”
“여덟은 부처님의 음성을 얻고
모든 중생의 말과 같아서 세 세상 일체 부처님의 법륜을 굴림이요.”
“아홉은 모든 부처님의
그지없는 이름바다를 앎이요.”
“열은 모든 부처님께서
중생을 조복시키는 부사의하고 자재한 힘을 앎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곧 보살의 모든 행을 원만케 하느니라.”
강설 ; 대승보살교(大乘菩薩敎)는 보살행을 원만히 하는 것을 근본으로 한다.
보살행을 원만히 하려면 위에서 밝힌 열 가지 법을 성취해야 한다.
보덕정광주야신 선지식이 법을 설하는 과정에서 선재동자의 보리심 발함을 찬탄하고 밝힌 내용이다.
<2> 보덕정광주야신이 얻은 해탈
“선남자여, 저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적정한 선정의 낙으로 두루 다님’입니다.”
“세 세상의 일체 모든 부처님을 두루 보고,
또한 그 부처님들의 청정한 국토와 도량에 모인 대중을 보며
신통과 이름과 법을 설함과 수명과 말씀과 모습이
각각 같지 아니함을 모두 다 밝게 보면서도 집착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여래는 지나간 것이 아니니,
세상의 길이 아주 없어진 연고며,
오는 것이 아니니,
자체의 성품이 남[生]이 없는 연고입니다.”
강설 ; 먼저 여래는 지나간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이나 중생이나 그 외의 일체 존재의 실상을 바르게 아는 데는
중도(中道)의 견해를 가져야 한다고 하여 여래에 대해서도 중도적 견해를 먼저 들었다.
중도는 다시 팔불중도(八不中道)로 표현되는데
불생역불멸(不生亦不滅) 불상역부단(不常亦不㫁)
불일역불이(不一亦不異) 불래역불출거(不來亦不出去)이다.
즉 남(生)도 없고 멸(滅)함도 없으며,
항상(恒常)하지도 않고 단멸(斷滅)하지도 않으며,
동일(同一)함도 아니요
다름이 있음도 아니며,
옴(來)도 아니요
또한 가는 것(去)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생(生)ㆍ멸(滅)ㆍ거(去)ㆍ래(來)ㆍ일(一)ㆍ이(異)ㆍ단(斷)ㆍ상(常) 등 8종의
어리석은 고집을 부정하는 데서 나타나는 중도의 이치이다.
중생들의 어리석고 삿된 견해를 없앤 뒤에다시 따로 중도라는 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고 그릇된 견해를 끝까지 없애는 그것[八不]이곧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팔불중도의 이치이며,
따라서 팔불중도의 참뜻을 알면 모든 어리석고그릇된 견해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팔불중도라는 생각까지도 있지 않다는 것이 된다.
“생기는 것이 아니니, 법의 몸이 평등한 연고며,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생기는 모양이 없는 연고입니다.”
강설 ; 역시 여래는 생멸을 초월하였으며,또한 생멸을 보이기도 한다.
보이면서 초월하고 초월하였으며능히 보이기도 하는 것이 중도인 여래의 진실상이다.
“진실한 것이 아니니, 환술 같은 법에 머무는 연고며,
허망한 것이 아니니, 중생을 이익하게 하는 연고입니다.”
“변천하는 것이 아니니, 생사를 초월한 연고며,
무너지는 것이 아니니, 성품이 변하지 않는 연고입니다.”
“모든 허망한 생각과 분별을 일으키지 않고,
크게 가엾이 여김으로 일체 중생을 구호하며,
한결같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서 초선(初禪)을 닦았습니다.”
“일체 뜻으로 짓는 모든 업을 쉬고,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며,
지혜의 힘이 용맹하고,
기쁜 마음이 매우 즐거워
제이선(第二禪)을 닦았습니다.”
“일체 중생들의 자성을 사유하며,
생사를 싫어하여 떠나서 제삼선(第三禪)을 닦았습니다.”
“일체 중생의 온갖 고통과 뜨거운 번뇌를
다 능히 소멸하여 제사선(第四禪)을 닦았습니다.”
“일체 지혜와 서원을 증장케 하고 원만케 하며,
일체 모든 삼매바다를 출생하고,
모든 보살들의 해탈바다의 문에 들어가며,
모든 신통에 유희하고,
모든 변화를 성취하여 청정한 지혜로 법계에 두루 들어갔습니다.”
<3> 갖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을 이익하게 하다
“선남자여, 저는 이 해탈을 닦을 적에 갖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취하였습니다.”
“이른바 집에 있으면서 방일하는 중생에게는
부정한 생각과 싫은 생각과 고달프다는 생각과
핍박하는 생각과
속박되는 생각과
나찰이라는 생각과
무상하다는 생각과
괴롭다는 생각과
‘나’가 없는 생각과
공하다는 생각과
남[生]이 없는 생각과
자유롭지 못한 생각과
늙고 병들어 죽는 생각을 내게 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공적하고
고요한 데 머물러 있으면 저는 그에게 모든 나쁜 소리를 쉬게 하고,
고요한 밤에 깊은 법을 말하여 따르는 행의 인연을 줍니다.”
강설 ; 따르는 행의 인연이란 중생들을 수순하여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인연이다. 방일하거나 오욕락에 집착하거나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텅 비고 한가한 곳에서 아무런 일도 없이 세월을 죽이고 있는 것도 보살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출가하는 문을 열어 바른 길을 보이며 광명이 되어 어두운 장애를 없애고 공포를 없애며,
출가하는 일을 찬탄하고 불보, 법보, 승보와 선지식이 온갖 공덕 갖춘 것을 찬탄하며,
또한 선지식을 친근하는 행을 찬탄하였습니다.”
<4> 해탈을 닦을 때의 일을 밝히다
“다시 또 선남자여, 저가 해탈을 닦을 때에는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법답지 못한 탐욕을 내지 않게 하고, 삿된 분별을 일으키지 않게 하며,
여러 가지 죄를 짓지 않게 하고, 만약 이미 지은 것은 모두 그치게 하였습니다.”
“만약 착한 법을 내지 못하였거나,
바라밀다의 행을 닦지 못하였거나,
일체 지혜를 구하지 못하였거나,
큰 자비심을 일으키지 못하였거나,
인간과 천상에 태어날 업을 짓지 못하였으면
모두 하게하고, 만약 이미 한 것은 더욱 증장하게 합니다.
저는 이와 같이 도리에 수순하는 인연을 주기도 하고,
내지 일체 지혜의 지혜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강설 ; 보덕정광주야신 선지식이 해탈을 닦을 때의 일을 하나하나 밝혔다.
법답지 못한 탐욕을 내지 않게 하고, 삿된 분별을 일으키지 않게 하며,
여러 가지 죄를 짓지 않게 하는 등과 착한 법을 내지 못하였거나,
바라밀다의 행을 닦지 못한 이들을 모두 마땅함을 따라서 교화하였다.
(3) 자기는 겸손하고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선남자여, 저는 다만 이 보살의 고요한 선정의 낙으로 두루 다니는 탈문을 얻었거니와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보현보살에게 있는 행과 원을 구족하고,
모든 그지없는 법계를 통달하며, 항상 모든 착한 뿌리를 증장하고,
모든 여래의 지혜의 힘을 비추어보며,
모든 여래의 경계에 머물러서 항상 생사 중에 있으면서도 장애가 없고,
일체 지혜와 원을 빨리 만족하며, 모든 세계에 널리 나아가 일체 모든 부처님을 두루 친견하며,
모든 부처님의 법을 다 듣고,
모든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능히 깨뜨리며,
나고 죽는 큰 밤중에 일체 지혜의 광명을 출생합니다.
그러나 저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알 수 있으며 말할 수 있겠습니까.”
(4)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가서 멀지 않은 보리도량의 오른쪽에 한 주야신이 있으니
이름이 희목관찰중생(喜目觀察衆生)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의 행을 어떻게 배우며, 보살의 도를 어떻게 닦습니까?’라고 물으십시오.”
(5) 보덕정광주야신이 해탈의 뜻을 게송으로 거듭 펴다
<1> 법의 내용을 설하다
그 때에 보덕정광주야신이 이 해탈의 뜻을 다시 펴려고
선재동자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만약 믿고 이해하는 마음이 있으면세 세상 부처님을 모두 보리니
그 사람 눈은 청정해서능히 모든 부처님의 바다에 들어가리라.
그대는 모든 부처님의 몸을 보라.청정한 모습으로
장엄하시고잠깐 동안에 신통한 힘으로
노사나 여래께서도량에서 바른 깨달음 이루시고
모든 법계 가운데서청정한 법륜을 굴리시도다.
여래는 법의 성품이고요하여 둘이 없음을 아시나
청정한 모습으로 장엄한 몸을모든 세간에 두루보이시도다.
부처님의 몸 부사의하여법계에 충만하시며
모든 세계에 널리 나타나시어 일체중생들이 다 보도다.
부처님의 몸은 항상 광명을 놓아모든 세계의 미진수 같으시니
가지각색 청정한 빛이염념이 법계에 두루 하도다.
여래의 한 모공(毛孔)으로부사의한 광명을 놓아
여러 중생에게 널리 비추어그들의 번뇌를 소멸하게 하도다.
여래의 한 모공(毛孔)으로 끝이 없는 화신을 출생하사
법계에 가득하시어 중생들의 괴로움 소멸하도다.
부처님이 하나의 묘한 음성을 내어종류를 따라
다 알게 하시고광대한 법을 널리 비처럼 내려서보리심을 발하게 하도다.
부처님이 옛날 여러 가지를 수행하실 때이미 저를 거두어 주셨으므로
그러므로 오늘날 여래께서모든 세계에 널리 나타나심을 보도다.
<2> 자기는 겸손하고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여러 부처님 세간에 나심이중생의 수효와 같으며
가지가지의 해탈한 경계를저로서는 알 수 없도다.
일체 모든 보살들이 부처님의 한 모공(毛孔)에 드나니
이와 같은 미묘한 해탈을 저로서는 알 수 없도다.
<3> 게송으로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이 근처에 주야신이 있어이름은 희목관찰(喜目觀察)이라
그대는 그에게 나아가서 보살행 닦는 것을 물을지어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