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려사도 흐른다. 32
ㅡ 대외적 평화시기와 고려문벌 귀족시대 4 ㅡ
(우리나라 역사상 대외적으로 가장 강력했던 숨겨진 전성기, '고려선종' 시대)
우리나라 역사상 대외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강력했던 위대한 시대는 언제였을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나는 지금 대한민국 21세기 시대를 말하고 싶다. 그러나 외교적 문제로만 봤을 때 지금 대한민국 21세기를 훨씬 넘어서는 시대가 있었다.
또 우리역사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위대한 시대를 말할 때, 많은 사람 들은 자동으로 '광개토대왕'을 떠 올린다. 그가 남긴 비석과 정벌 기록은 실로 장대한 것이었다.
당시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백제· 신라·왜·거란·후연에 이르기까지 그 이름을 떨쳤고, 말 그대로 한반도 이외 세계와 부딪히며 살아간 정복군주 상징이었다.
그러나 광개토대왕 시기 중국은
‘오호십육국시대’, 즉 북방 유목 민족과 한족계 정권이 할거 하며 국력이 분산돼있던 시기였다. 다시 말해, 중국 내에 국제질서 중심국가가 부재했던 시기였다.
고구려는 이 난립한 국가 중 '후연' 등을 공격하고 영토를 넓혀가기는 했지만 당시 최고 강대국이었던 '북위'등과는 전략적 경쟁 관계를 유지했다.
즉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시대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 진짜 강대국 두 국가 (요, 북송)가 존재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국가 사이 에서 고려가 외교적 ‘패악질’을 부린 시기가 있었다.
마치 현 초강대국 미국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 불쌍한 대통령을 불러다 놓고 공개적으로 개창피를 주는 깡패질하는 것처럼 고려는 당시 최강대국 요와 북송 상대로 외교적 깡패질을 했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외교에서 ‘패악질’, '깡패질'이 자랑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그렇게까지 당당하고 오만할 수 있었던 시절이 과연 있었던가?
우리가 일방적으로 ‘사대’를 요구 당하던 시대가 아닌,
우리가 명나라·청나라 앞에 엎드려야 했던 시대가 아닌,
우리가 주도하고, 우리가 조롱 하고, 깡패질까지 할 수 있었던
시대,
지금 보아도 통쾌함 그 자체였던 시대,
도대체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그런 시대가 있었다는 말에 여러분들은 깜짝놀랄 것이다.
오늘 바로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려선종 시대!>
선종은 고려 제13대 황제로, 현종의 손자이자 문종의 둘째 아들이었다.
선종(재위 1083~1094)은 오늘날 거의 조명되지 않고 있다.
아마 대부분은 '선종'은 처음들어 볼 것이다. 나 또한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처음 듣는 이름이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왜이리 이런 통쾌한 시대를 감추어만 두고 있는지 진짜 이해할 수가 없다.
고려사는 선종에 대해 아래 같이 말한다.
[幼而聰慧, 及長, 孝敬恭儉, 識量弘遠. 博覽經史, 尤工製述.
어려서부터 총명했으며, 장성해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성품이 공손하고 검소하며 지식과 도량이 넓고 깊었다.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두루 읽었고 특히 글을 잘 지었다.]
ㅡ '고려사' <선종세가> 중에서 ㅡ
고려의 세종대왕이라는 '문종'은 아들을 넷을 두었다.
문종아들 셋이 모두 왕위(순종, 선종, 숙종) 에 오르고 넷째막내는 승려가 되는데 그 승려가 바로 그 유명한 '대각국사 의천'이다.
현종도 아들 셋이 다 왕위(정종. 덕종, 문종)에 올랐지만 문종은 아들 셋이 왕위에 오르고 역사 길이길이 남는 고승까지 아들로 두었으니 자식 복은 현종보다 더 나은 것으로 보인다.
어쨌던 문종의 첫째아들 '순종'이 1083년에 왕위에 오른지 3개월 만에 붕어함에 따라 현종 둘째 아들 '선종'이 왕위를 계승했다.
부왕 문종이 붕어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선종은 생각지도 않게 갑작스럽게 왕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위기간 내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며 조부 현종(제 8대)부터 부왕 문종(제 11대)에까지 이어진 고려의 황금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가자!
어제 내가 쓴 글에서 나는 '홍대선' 이라는 젋은작가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 '홍대선'은 말한다.
[단군을 신화적 시조로, 고려 현종을 중세국가체제를 확립한 인물로, 정도전을 근세 조선의 설계자로 삼아 한국사의 세 축으로 제시한다. 고려현종은 거란과의 전쟁을 겪으며 국가체제 정비하고 중앙집권적 통치기반을 마련한 점에서 우리 한민족 '제2의 시조'로 평가하고 있다.]
나 또한 고려가 진정한 한민족 통일국가로 거듭나게 된 것은 고려거란전쟁 을 거치면서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세계최강 군사력 자랑하던 거란군 침략을 맞아, 고려는 현종과 강감찬, 양규, 김숙홍등이 앞장 서고 전 고려인이 단결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 고려군이 거란군을 맞아 승리를 거둔 순간 전 고려인은 하나가 되었다. 고구려계, 백제계, 신라계, 발해계로 나뉘어 있던 고려인들은 힘을 합쳐 거대한 외적의 침입을 막아낸 것이다. 이 당시 한반도 주민들은 함께 고통받았고, 함께 승리하였다는 서사를 공유하게 되었다. 현종과 강감찬, 양규, 하공진등은 고려인 전부의 영웅이 되었다. 그렇게 한민족 정체성이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고려사를 다르게 봐야 한다. 고려는 약한 왕조도, 불안정한 국가도 아니었다.
이와같이 고려현종에 이어 고려선종 시대는 한국사 전체를 통틀어도 보기드문 ‘대외강성기’ 였다.
앞서 말한 고려가 대외정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외외교에서 당시 동아시아 최강대국 요와 북송을 대상으로 패악질, 깡패질까지 했더 위대 하고 통쾌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특히 고려선종 시기 고려는 <동아시아 최강 외교권력>였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우리 기록이 아닌 요사(遼史), 송사(宋史)등에 기록되어 있다.
『요사(遼史)』 권30, “예종기(睿宗紀)”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高麗使至,傲慢不恭,無禮於廷。”
고려 사신이 도착하였는데, 오만하고 공손하지 않으며 조정에서 무례하였다.
또한 『요사』 권106, “외국열전 高麗條”에는
“高麗數慢我朝使,輒無禮可觀。”
고려는 자주 우리 조정의 사신을 능멸하였고, 차마 보기 어려운 무례를 저질렀다.
요나라 입장에서 고려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골칫덩이이자 공공의 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시기 고려는 요나라의 사신에게 선물을 대충 주거나, 숙소도 마련하지 않고 추운 곳 에서 재우는 등 모욕적인 처우를 일삼았다.
북송 역사서에도 나오는 ‘당당한 고려'에 대한 기록이 있다
『송사(宋史)』 권491 “외국전 高麗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其國傲氣甚,常視我朝若小。”
그 나라는 오만함이 심하여 항상 우리 조정을 작은 나라처럼 보았다.
또한 다음과 같은 기록도 있다.
“高麗使至,屢爲不敬,惟重金以市之。”
고려 사신이 올 때마다 불경한 태도를 보였고, 오직 많은 금품으로서만 그들의 비위를 맞출 수 있었다.
송나라가 보내준 선물이 의심스러워서 송나라 사신 앞에서 금•은알을 모조리 다 깨버리는 짓을 저질렀는데 송나라에선 "고려 놈들이 거란과 내통하는 게 아니냐"며 끙끙 앓기만 했다는 송나라 기록도 남아 있다.
우리측 기록에도 이런 내용이 남아 있기도 하다.
[9월 요가 사신을 보내와 생일을 하례하였다. 사신 이가급(李可及)이 왔으나 기일에 닿지 못하였으므로 고려대신들이 조롱 하기를, "사신의 이름은 가급(可及)인데 어찌 불급(不及) 했는가?" 하였다.
ㅡ《동사강목》선종 2년 ㅡ
이처럼 당시 고려는 요와 송 양국의 기록 모두에서 오만하고 강성한 나라, 심지어 '패악질'을 하는 강국으로 기록돼 있다.
그만큼 당시 고려는 명실상부한 '대국' 위세를 실현했던 국가 였다.
선종시절 고려는 강경외교 뿐만 아니라 주변국가 요. 북송, 여진, 일본등 외국과 활발한 교역을 통해 국가재정도 탄탄해졌다.
그만큼 국력도 비약적으로 상승해
동아시아국가 균형자, 조정자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것이 바로 고려선종 시대였다.
물론 그런 시대를 만든 것은 고려선종 홀로 이루어낸 일은 아니였다.
바로 그 시작은 현종이었다.
현종은 요나라와 전쟁을 치루고 평화와 체면을 동시에 확보한 인물이다.
앞서 말한대로 '홍대선' 작가는 현종을 우리 한민족 제2건국 시조로 보며 "단군이 상징이라면, 현종은 실존했던 단군"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게된 것이었다.
현종은 전쟁에서 승리한 후, 송과도 동맹을 맺고, 동북아에서 ‘균형자 외교’를 펼치며 한반도에 자주적 정치지형을 그려냈다.
그 후 문종을 거쳐 선종에 이르기 까지, 고려는 그 기반 위에 '패권 국가'로서 위세를 펼쳤던 것이다.
이처럼 고려선종 시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대외적으로 초강대국 역할 했던,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었던, 숨겨진 전성기인 위대한 시대였던 것이다.
이어서 <고려숙종과 윤관별무반> 계속됩니다.
ㅡ 초롱박철홍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