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분위기, 나의 로망은 전원에 사는 거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낭만과 로망이란 말이 내 가슴에 쏙 들어오는가?
낭만(浪漫)이란 말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로 하여 파악된 세계를 뜻한다. 낭만(浪漫)이란 단어는 낭만주의를 가리키는 romance(로망)를 일본의 일본 소설가이자 영문학자인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어로 번역하면서, 그 발음이 비슷한 '낭만(로망;ろうまん)'이라 음차한 일본식 한자어이다.
사실 낭만(浪漫)이란 표현은 그 이전부터 있었으며 본래 뜻은 한자의 훈 그대로 ‘제멋대로 하다. 방탕하다’라는 뜻이었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서 이 단어는 광해군일기에만 딱 2번 등장하는데 ‘(국경지대를) 할 일 없이 떠돈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낭만의 정확한 어원은 로망(Roman)이다. 로망어는 고대 로마제국의 표준어인 라틴어와 다른 방언을 뜻했는데, 중세가 되면서 지역별 토착어를 일컫는 용어로 굳어졌다. 당시 음유시인들이 로망어로 노래한 내용은 그 지역의 역사와 전설, 영웅의 모험담 아니면, 애틋한 사랑 이야기였다. 여기서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소설’을 뜻하는 로맨스(romance)라는 단어가 생겼고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 또는 연애 사건’이라는 뜻이 파생된 것이다.
그러다 18세기 후반 낭만주의라는 사조가 대두된 것은 계몽주의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이성과 객관, 보편을 중시하는 계몽주의와 이를 문화예술에 적용한 고전주의에 맞서 인간의 감정과 욕망, 꿈을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 체험과 주관을 중시한 것이다. 또한 18세기 시작된 산업화에 대한 반발로, 도시에 맞서 전원을 이상화하고 제국에 맞서 주변으로서 민족을 찬양하며 보편이성 보다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했다. 그러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강조하는 사실주의가 등장하면서 예술사조로선 퇴조를 맞지만 정치사상으로선 민족주의 운동을 촉진하게 된다.
1900년 무렵의 조선인이라면 ‘낭만’이란 말 대신 아마도 ‘풍류(風流)’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풍류(風流) 민족이다. 우리 민족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배우고 일한다. 쉴 때도 신명나게 노래하고 춤추며 이웃과 어울리며, 계절에 따라 명산대천(名山大川)을 찾아 자연과 함께할 호흡할 줄 아는 민족이다. 우리 민족은 글만 읽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껍데기 선비 백면서생(白面書生) 민족이 아니다. 낭만을 즐기는 우리 민족이 아니라 풍류를 아는 우리 민족이 더 생동감이 있지 않는가?
현실 세상에서 '로망'과 '낭만'의 뜻이 같지 않으며, 실제에서 '로망'은 마음이 하고 싶은 소망이나 이상'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낭만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를 표현할 때 사용하고 볼 수 있다.
나의 로망은 ‘아름다운 전원에서 멋진 집을 짓고 사는 것이다.’
지난 달에 ‘울릉도에서 여자 친구와 바닷가를 거닐며 지는 노을을 감탄하며 낭만적인 주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