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신[데카르트]
God in Me 神在我
내 안의 신(神)은 신이 내 마음에 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견해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우연한 존재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완전하고 필연적 존재인 신이 내재한다. 데카르트는 [방법서설](1637), [성찰](1641), [철학의 원리](1644) 등에서 신의 실재를 확신하고, 인간 안에 신이 내재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제3성찰에서 신을 완전성, 필연성, 영원성, 무한성, 전지전능, 비의존성 등으로 규정하고 인간을 불완전성, 우연성, 유한성, 지식과 능력의 한계, 의존성 등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인간을 신과 무(無)의 중간에 놓인 우연 존재로 간주했다. 데카르트는 인간과 신을 자아와 타자의 관계로 설정했다. 그리고 비자립적 존재인 인간은 타자인 신을 통해서 자기를 정립하는 것으로 보았다. 원래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자신의 완전성을 인간에 심어놓았다. 따라서 최고선이며 완전 존재인 신은 인간의 제1원인이며 제1근거다.
인간이 열망, 허무, 의지, 지향 등의 의식을 가진 것은 불완전 존재라는 뜻이다. 불완전 존재라는 뜻은 완전 존재가 인간의 마음에 내재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신의 불완전성, 우연성, 유한성, 한계성, 의존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의 완전성, 필연성, 무한성, 초월성, 비의존성, 창조성을 지향한다. 신은 모든 것의 원인이므로 인간의 원인도 신이다. 따라서 내 안에 내재하는 본유적(innate) 신의 속성을 알려면 인간의 본성에 충실해야 한다. 데카르트가 인간 안에 내재하는 신의 개념을 설정한 이유는, 신 존재 증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선험적(a priori)인 우주론적 신 존재 증명과 후험적(a posteriori)인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을 통하여 신의 실재를 증명했다. 우주론적 신 존재 증명은 분명히 존재하는 신이 우주 모든 것의 최초의 원인, 근원적 본질, 최종의 근거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아비센나, 토마스 아퀴나스 등이 우주론적 신 존재 증명을 한 바 있다. 데카르트 역시 우연적 존재인 인간을 존재하도록 하는 필연적 존재인 신을 가정했다. 우연적 존재 인간은 ‘생각하는 것(res cogitans)’과 ‘존재하는 것’의 두 가지 실체가 결합한 이원적 존재다. 이원적 존재가 결합한 ‘생각하는 나’가 ‘지금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존재하는 나는 ‘생각하는 나’이므로, 나의 생각에는 다양한 관념이 있다. 자아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완전성, 필연성, 영원성, 무한성, 초월성, 비의존성, 제1원인 등을 이해하고 있다. 인간 안에 관념으로 존재하는 완전 존재, 필연존재, 무한존재, 초월 존재, 비의존 존재, 창조적 존재가 바로 신이다. 이런 신이 존재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증거가 없고 신이 존재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 그래서 모순율과 충족이유율은 우주론과 존재론의 신 존재 증명의 논리다.
인간이 존재하는 원인이 무한퇴행하지 않듯이, 신 관념은 무한퇴행하지 않는다. 원인과 관념은 제1원인, 제1원리, 완전 존재, 필연존재와 같은 신의 절대성에 닿는다. 인간은 이 확실한 토대를 근거로 자기를 정립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신은 자아(ego)의 토대이자 본질이다.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는 신의 표상은 신의 실재를 반증한다. 왜냐하면 마음의 객관적 표상인 실재는 외부의 형상 실재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의 코기토는 ‘생각하므로 존재하고, 존재하므로 생각하는’ 상호지지의 관계다. ‘생각한다’의 주체인 나는 1인칭 주격 직설법 단수 능동 현재시제인 ‘나’다. ‘나’의 타자는 3인칭 목적격인 신이다. 1인칭 나는 3인칭 신과 공존하면서 나를 존재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내 안의 신은 나의 타자로 존재한다. 타자인 신의 영혼이 내 안에 없으면 자아인 나는 존재할 수 없다.
자아인 나는 나의 결함(meos defectus)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나를 성찰하지만, 나의 인식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1인칭 자아는 3인칭 타자이면서 완전한 존재인 신을 지향한다. 이런 자아의 성찰은 데카르트의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 과정과 일치한다. 인간은 무가 아닌 ‘생각하는 존재’다. 생각하는 존재지만 그 생각의 불완전성, 유한성, 우연성, 시간과 공간의 제약, 의존성으로 인하여 인간의 생각은 불완전하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에는 불완전성과 완전성, 유한성과 무한성, 필연성과 우연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자아는 전체가 아닌 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전체는 우주 또는 신이다. 전체 집합의 속성을 부분집합이 공유하는 것처럼, 전체인 신의 속성을 부분인 내가 가진다. 그러므로 인간 안에는 신의 이성이 내재한다. 신은 제1원인이고 결과인 ‘나’ 안에 존재하는 영혼이며 이성이다.★(김승환)
*참고문헌 René Descartes, A Discourse on Method: Meditations and Principles(1637). Translated by john Veitch, (London: Orion Publishing Group, 2004).
René Descartes, Meditationes de prima philosophia(1641), (Druck von C Grumbach in Leipzig, 1913), Project Gutenberg.
*참조 <관념[데카르트]>, <나의 존재 증명[데카르트]>, <명석판명[데카르트]>, <무한퇴행>, <신>, <신[데카르트]>, <심신이원론[데카르트]>, <우주론적 논증>, <이다⦁있다>, <이성>, <두비토(dubito)>, <정합주의>, <제1원리[데카르트]>, <존재⦁존재자>, <존재론적 논증[안셀무스]>, <필연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