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제 보러 가는 날까지 꽤 남았다 생각했는데 벌써 보고 왔다. 시간이 참 빨러
다 같이 놀러가는 느낌이 강했는데 구름도 많고 비도 한두 방울씩 후두둑 떨어지길래 망했다 싶었음
왔다갔다 택시도 타야하고, 주변에 볼 것도 없고, 날씨도 안좋은데 이게 왠지 다 내 책임인 것 같은 기분
괜히 연극제 얘기를 꺼냈나 싶었다. 연극 보러 밀양까지 오다니 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렸는데 그런 말들이 내게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밀면을 먹었는데 17년에 왔을 때 그 밀면집이었다 어디서 본거 같더라니;;
--관극후기
-무대
처음 무대를 보았을 때 텅 빈 공간에 약간 실망했다. 물고기 남자의 무대가 너무나도 인상 깊었던걸까? 군데군데 칠 벗겨진 바닥이 너무 눈에 잘 띄어서 이럴거면 바닥에 뭐라도 깔지 싶었다. 경비실 안도 보여주지 않으니 겉만 벽을 세운 느낌이 강했다. 차라리 대사로만 안이 열악하다는걸 보여주지 말고 좁은 틈에 누워서 자는 경비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면 더 대비가 되지 않았을까?
장면(배경)의 이동이 없으면 필연적으로 지루해지고 질린다. 경비실 앞 - 지하 휴게실 - 관리사무소 - 체육대회 장소 - 김정규의 집 앞 등 여러 장소가 나오지만 사실상 거의 다 같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주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경비실 앞 - 지하 휴게실 두 장소인데 두 장소의 구분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하 휴게실에선 모두 신발을 벗기는 하지만 딱히 구분되는 소품과 조명도 없고 원래 텅 빈 무대이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선 같은 정경만을 보고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지하 휴게실에선 조명을 좀 더 낮추고 작은 평상 같은 소품을 썼다면 어땠을까 싶음..!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를 띠는 극이라 체육대회 연습 장면에서 록키 ost를 사용한 것은 좋았는데 그 외의 음향들은 장면마다 어울렸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음향을 안쓰는게 나을 정도로 장면이나 감정과 안어울리고, 혹은 너무너무너무 노골적으로 슬픈 장면에서 슬픈 음악을 쓰니까 "저희 이제 슬퍼요"라고 말하는 느낌이라 별로였다. 배우분의 연기만으로 호흡만으로 끌고 갈 수 있었을 거 같은데...아니면 차라리 그런 노골적인 음악말고 작게 깔리는 현악기 위주의 간단한 음향만 깔던지.
조명 같은 경우에는 좋았다. 고보를 써서 격자무늬나 곰팡이 같은 무늬를 표현 한 것도 좋았고, 조명으로 길의 형태들을 만든 것도 좋았다. LED가 많았기에 중간중간 여러가지 색깔을 사용해서 감정을 나타낸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특히 암전 상태에서 밝아질 때 일반 조명을 먼저 키는게 아니라 앰버를 먼저 사용해서 인물을 비추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연기
무대가 단촐한만큼 배우들의 에너지가 대단했다. 모두가 열연하셨지만 특히 청소부 두 분의 텐션이 가장 좋았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들이 텐션만 높아서 되는게 아니라는걸 잘 보여준거 같다. 나는 연극을 볼 때 앞에 서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기도 하지만 뒤에 서있는 앙상블들의 행동들을 유심히 보곤 하는데, 이번 극도 단체씬이 많아 여러 행동들을 볼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어르신 연기들이 보기 좋았고, 김정규 역을 맡으신 천영훈 배우께서는 정말로 삶의 회한이 느껴지는 듯한 표정이어서 쉽게 몰입과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가끔 연기들이 너무나도 튄다는 점이다. 애초에 청소부들도 튀는 역할이긴 하지만 그들은 분위기를 환기시킨다는 역할이라 괜찮다. 그치만 입주민 대표자나 자동차 스티커남 같은 경우에 너무나도 과장되게 그렸지 않나 싶음. 물론 연극은 과장이지만 현실에서도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들이니만큼 오히려 너무 과장하지만 말고 담백한 연기도 섞어서 했으면 더 더더 더 더 좋았지 않을까... 그런 인물들의 스테레오 타입을 데포르메 시켜놓은 느낌이었다.
-연출
앞서 말한 아쉬운 점들을 왜 그렇게 했을까요 연출님...
이야기에 몰입하려면 캐릭터에 몰입해야한다. 캐릭터에 몰입하려면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극 내에서 그 캐릭터에 대해서 많이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혁수라는 인물의 과거사나 가족사등이 전혀 나오지 않아서 인물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기 어렵고, 정규도 가족사를 보여주나 싶더니 대충 휙휙 넘겨버린다는 느낌이 강했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주연 배우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장면을 더 넣어서 입주민과 경비원의 갈등을 더 심화시키고 공감을 더 이끌어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체육대회를 할 때도 결국 텅 빈 공간에서 지키미와 깔끄미 팀만 나와서 하는데 인원 문제도 분명히 있겠지만, 다른 입주자들이 나와서 팀을 좀 깔본다던가 무시한다던가 차별당하는 장면이 없어서 '그냥 뭐 하는갑다' 정도의 느낌만 있었다. 실제로는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텐데 무난하게 넘어가니까 별 어려움 없이 상품을 타내겠구나 하는 느낌. 그리고 그 뒤에서 임 경비원이 서명을 입주자들에게 서명을 받는데 차라리 앞 뒤를 바꿔서 했으면 더 집중이 잘 됐을텐데 그것도 좀 아쉽다. 아무래도 대사가 길어서 집중하기 어려운데 무대 뒤쪽에 있다보니 더 그랬음...
그리고 아직도 헷갈리는데 캔음료를 준 주민은 그걸 왜 줬을까? 첨에 유통기한 지난 음료를 준건줄 알았다. 그래서 이후 배 아파하는 정규의 모습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전혀 아니었고... 정말 선한 마음으로 준거 였다면 그걸 한 번 짚어줄 필요가 있었다. 음료를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하늘을 쳐다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뭐였을까 그 음료는
재밌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유치함과 웃김의 경계를 종종 넘나들어서 '이건 좀 유치한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몰입이 깨졌다. 의도한 것인가? 브레히트의 소격효과인가요.
-그 외
전에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문화회관이나 시민회관에서 하는 공연보다 관객들의 연령대나 연극에 대한 애정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연극을 보러왔으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폰은 보지 말았으면 하는데.......이 사람들아.........
내 옆자리는 스태프 분들인지 사진을 중간중간 찍었다. 근데 그걸 왜 관객 옆에서...? 뒤 안보이는 자리에서 찍던가 하셔야죠ㅠ
밀양연극촌이 전국적인 연극행사인만큼 자원봉사자들 교육과 셔틀버스를 개선했으면 좋겠다. 포맷 잘 만들어놓고 ㅈㄴ 대충 운영함 ㅅㅂ 죽이고십다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죽이고싶다에 공감 ㅎ 아니 생각해보니까 음료 준 것도 있었네여 저도 보면서 그건 왜준거지 싶었는데 까먹음;; 대표랑 자동차 스티커남이랑 관리자분이 좀 튀었던거같아여
그니까 다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