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보고 싶은 교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모두 건강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교우 분들의 기도와 염려 덕분에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가톨릭 전례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성주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주일 성지 주일 미사를 홀로 봉헌하면서 마음이 심란하고 울컥했습니다. 로마에서 홀로 지상의 나그네인 교회의 구성원들을 위해 기도하시던 교황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비오는 광장에서 아무도 없이 홀로 기도하시는 모습. 이 모습은 요즘 감염병으로 인해 사회적 단절이 가져온 우리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나누고 서로 격려해야 힘을 낼 수 있는데 서로 그렇게 하지 못해 더 마음이 심란하고 울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기도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를 연결하며 병마와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제한된 상황에서 교우 여러분에게 미사를 봉헌하는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함께 기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톨릭 전례의 핵심인 파스카 성 삼일 미사를 어떻게 하면 함께 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이에 전 밴쿠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 신부님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그 영상을 교우들에게 전달해 드리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밴쿠버 성당의 성삼일 미사 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님 만찬 성 목요일 미사 : 오후 8시
주님 수난 성 금요일 예식 : 오후 8시
파스카 성야 미사 : 오후 8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 오전 10시 30분
https://www.youtube.com/channel/UCCurQbSUtwmPoHaF65KPNxA
(유투브에 밴쿠버 성당 검색)
이렇게라도 교우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은 저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여러분께 써 보내드립니다. 이 시기 빅토리아에서 여러분과 함께하진 못하지만 미사와 기도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하고 여러분을 응원하며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영성체를 하지 못해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아 교리를 한 가지 알려 드립니다. 신령성체입니다. 이는 성체를 영할 수 없을 때 마음으로부터 영성체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신령성체는 그날 하루 동안의 모든 행위를 신앙과 사랑으로써 할 수 있게 하기에 교회는 모든 신자들에게 신령성체를 적극 권장합니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성체성사에 관한 교의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신령성체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행위를 애덕으로써 가능케 하고 천상 양식을 얻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생생히 살아 있는 신앙을 가진 자이며 이들은 성체로부터 풍부한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저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미사 진행 때 미사를 시청하시면서 사제가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을 말하면 다음의 신령성체 기도문을 바치고 성체를 공경하며 마음으로 받아 모신 후 침묵 가운데 묵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신령성체 기도문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께서 진실로 성체 안에 계심을 믿나이다.
세상 모든 것 위에 주님을 사랑하오며 주님의 성체를 영하기를 간절히 원하나이다.
지금 주님의 성체를 영할 수 없다면 적어도 영적으로라도 제 안에 오소서.
(잠시 침묵 가운데 주님과의 일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주님 성체를 모실 때처럼 주님과 온전히 일치하려 하오니 영원히 주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아멘.
사랑하는 여러분! 이 어려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아직 모르지만 서로 격려하고 서로 염려하며 함께한다면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힘을 내십시오. 그리고 진심으로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리며 감염병으로부터 사랑하는 우리 교우들을 지켜주시길 하느님께 청하며.
2020년 4월 7일 빅토리아 한인 천주교회 주임 이희선 세례자 요한 신부 드림.